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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가문의 천재는 사실 귀환자-8화 (8/141)

8화

다음 날, 서진과 설하윤은 던전 앞에 서 있었다.

서진은 검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사냥 전술은 간단합니다. 하윤 씨가 앞장서서 몬스터를 처리하고 놓친 놈들은 제가 상대.”

“알겠습니다.”

설하윤은 과연 이런 방법으로 단기간에 강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는다.

캐묻는 건 실례이기도 하고 그의 모습에서 자신감이 넘쳤으니까.

서진은 그녀의 생각을 짐작한 듯 말했다.

“하윤 씨가 열심히 싸울수록 저에게 도움이 되니 잘 부탁드릴게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투신공은 자신에 대한 투기만 적용되지 않는다.

서진이 동료로 인식한 존재가 받는 투기 또한 흡수할 수 있다.

즉 몬스터가 설하윤에게 투기를 드러내면 그것을 뒤에서 흡수하며 꿀 빨겠다는 완벽한 계획이다.

“이제 들어갑시다.”

**

던전 사냥 4일째.

[체력이 1 상승합니다.]

[마력이 1 상승합니다.]

스텟 상승은 순항 중이다.

❴한서진❵

【레벨】3

【특성】투신전[잠금]

【스텟】근력46 체력45 민첩45

마력52 지력43

【스킬】흑룡검술(3성) 투신공(3성)

【상태】마광병 19.7% 진행

기술의 성취도 무난히 상승 중이었다.

애초에 몇백 년 전에 전부 끝을 봤었기에 별도의 깨달음은 필요 없다.

경지 상승에 있어서 최소 조건인 마력만 충족시키면 된다.

“하악, 하아.”

그렇지만 오늘 전투는 여기까지다.

설하윤의 지친 모습이 눈에 보였기에.

서진도 사냥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에 불과하다.

자신이 앞장서서 전투를 한다?

그러면 설하윤보다 체력이 약한 서진이 금방 지쳐버려 던전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

효율적이지 않다는 뜻.

제일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뭐하러 돌아간단 말인가.

물론 저레벨에서 통용될 성장 방식이기에 나중엔 못 써먹지만.

“하윤씨 오늘도 고생했어요.”

“네. 서진 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다는 말이 민망한 서진은 다른 주제를 꺼냈다.

“내일은 화악산에 있는 던전이군요. 내일까지만 하면 당분간 쉬게 해 드리겠습니다.”

“약속하신 겁니다.”

사흘간의 던전 강행군은 강철 같던 설하윤도 피곤하게 만들었다.

“물론이죠.”

서진은 던전 밖으로 나섰다.

사냥을 마치고 나오면 항상 하는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몬스터들에게 얻은 마석을 관리국 직원에게 넘기면 결과에 맞게 정산을 받는다.

사체는 가문의 전문 처리반이 투입되어 수거한다. 그리고 가문에서 정한 비율에 따라 판매금의 일부를 받게 된다.

서진은 계좌에 들어온 돈을 보며 숨을 돌렸다.

‘어찌어찌 약값은 괜찮겠군.’

설하윤은 그런 서진을 물끄러미 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서진 님.”

“네.”

“필요하시면 말해주십시오. 돕겠습니다.”

서진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다가 한 박자 늦게 깨달았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에요.”

아무리 그래도 부하직원에게 돈 받는 건 조금.

“얼른 가문으로 돌아가서 쉽시다.”

“네.”

2시간 후, 가문에 도착한 서진과 설하윤은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설하윤의 보직이 변경되며 임무 말고도 바뀐 점이 있는데 집이 그중 하나였다.

그를 보좌하기 쉽게 흑룡대원 전용 주택에서 한서진이 살고 있는 곳 옆으로 옮겨진 것이다.

“새로 옮긴 집은 괜찮아요?”

“네. 더 넓어져서 좋습니다.”

이런 짧은 대화를 나누며 가고 있는데 5명이 마주 걸어오고 있었다.

맨 앞의 녀석은 낯이 익은데.

서진은 얼굴을 보고 기억 속을 더듬기 시작했다.

가주에겐 3명의 부인이 있었다.

첫 아내는 서진의 아버지인 한민후를 낳고 나서 사별했고, 현재 안주인이자 두 번째로 만난 부인이 차남 한정후와 삼남 한태균을 낳았다.

마지막으로 셋째 부인이 낳은 딸이 한세라.

기억을 헤집은 덕분에 서진은 저놈이 누구인지 떠올렸다.

‘한태균의 아들.’

한태균에겐 2명의 아들이 있는데 앞에 걸어오는 놈은 첫째였다.

‘이름이 아마 한재열이었나.’

서진이 긴가민가하는 사이 한재열이 먼저 말을 걸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형님. 퇴원 직후 찾아가려 했는데 할아버지가 접근을 금하시는 바람에.”

“됐어. 신경 안 쓴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5년 전에 의식을 잃었을 때 정말 놀랐는데 깨어나서 참 다행입니다.”

“그러게.”

“그럼 형님 뒤에 서 있는 설하윤 씨가 비서인 겁니까?”

“그렇긴 한데, 이름까지 알아?”

“흑룡대에서도 주목받던 헌터라 가문 내에서는 많이들 알 겁니다. 그런데 형님.”

“왜.”

“며칠 전에 던전기획실 사건은 어떻게 된 겁니까.”

별거 아닌 듯 툭 던진 질문.

허나 한재열의 눈동자엔 탐색 심리가 담겨있었다.

서진은 그것을 어렵지 않게 파악했다.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당사자에게 슬쩍 캐내려는 심산이겠지만 어림도 없다.

“대단한 일은 아니야, 어차피 끝난 일이고.”

그날 던전기획실 1팀을 뒤집은 이후, 별 탈 없이 지나갔다.

설하윤의 말대로였다.

이대로 묻어두는 게 아니라 대련의 결과에 따라 판단이 내려지겠지.

직계인 한재열도 잘 모르는 것을 보면 위에서 입막음도 단단히 시킨 게 틀림없다.

“그렇습니까.”

한재열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접었다.

이 건에 한해서 서진이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그래도 조심하십시오 형님. 그 사건 때문에 1팀장이 상당히 화났다고 들었습니다.”

그럴 것이다.

자기 없는 사이에 사무실이 난장판이 되고 아끼던 부하가 그 모양이 됐으니까.

“참고할게.”

“문제 생기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전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죠 형님.”

“그래 잘 가라.”

서진은 한재열이 지나간 뒤에도 여전히 발을 떼지 않았다.

“서진 님?”

의아하게 여긴 설하윤이 말을 걸었다.

서진은 며칠 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던 고민을 꺼냈다.

“하윤 씨.”

“네.”

“1팀 사무실에서 제가 했던 행동이 일반적인 기준에서 많이 벗어난 겁니까?”

이계에서 살았던 부작용이라 해야 할까.

서진은 무력을 사용함에 있어서 거리낌이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솔직히 말해주세요. 문제라면 고쳐야 하니까.”

“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보기에 언뜻 과격해 보여도 수습 가능한 선에서 움직인다.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반응이 급격하게 달라지는 면이 있지만 이 부분은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

서진이 강해질수록 다른 이들이 자극하는 일은 없어질 테니까.

“의외네요. 문제라고 할 줄 알았는데.”

“서진 님이 잘 하실 거라 믿습니다.”

서진은 웃으며 말했다.

“하윤 씨 이제 보니 고단수였군요. 명심할게요. 그리고 오늘 수고하셨고 내일 봅시다.”

“네. 들어갑시오.”

**

서진과 설하윤이 각자 집으로 돌아갔을 때, 흑룡검가의 가주실에는 손님이 방문했다.

“흑룡가주, 오랜만일세.”

“자네는 회장이 되더니 얼굴색이 더 좋아졌군.”

“좋아지긴, 피곤하기 그지없구먼. 이게 다 자네 때문이지 않은가. 귀찮다고 회장직을 나에게 미루다니.”

“가주 짓도 번잡스러운데 대한가문회의 회장질까지 하는 건 질색이야.”

대한가문회장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회장이 됐으면 보호하기 편했을 터인데 정말 생각이 없었던 거구만 그래.”

“무슨 생각.”

“몰라서 묻는가?”

“스무고개 하지 말고 말하게.”

차를 마시는 흑룡가주를 보며 그는 답을 말해주었다.

“마광병이 있는 자네 손자 말이야. 한서진이라고 했던가.”

흑룡가주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왜 왔나 했더니 그 얘기하러 온 모양이군.”

“이제 조금 후회가 되나?”

“나는 살면서 후회를 해본 적이 없네. 이번에도 마찬가지고.”

“허 참, 대단한 인생이구먼.”

“그래서, 구체적으로 무얼 전하러 있는가.”

“대단한 소식을 전하러 온 건 아닐세. 자네 얼굴도 볼 겸해서 미리 알려주려고 왔지. 가문회 내에서 잡음이 생기고 있다는 것과 조만간 유니온에서 움직일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있다는 것 정도.”

“그렇군. 다른 움직임은 없나?”

“헌터협회에서 말이 나오긴 하나 그래 봤자 자기네들이 어쩌겠는가. 공식적인 입장표명이 한계지.”

대한가문회가 가문들의 집합체라면 헌터협회는 길드가 주축이 되는 곳이다.

상호 간의 깊은 간섭은 암묵적으로 금지되어 있기에 가문의 헌터에 대해 헌터협회가 터치하지 않는다.

“누구든 간에 내가 있는 한 감히 흑룡가를 건들 생각을 하진 못해.”

전술핵에 비유되는 10레벨 헌터는 존재만으로 강력한 억제력을 갖고 있다.

한벽호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그렇긴 하겠지. 그런데 그 아이는 어떤가.”

“어떻냐니?”

“뭐하고 살지 안 물어보았나? 마광병 때문에 헌터는 힘들 텐데.”

“아, 그거라면.”

흑룡가주는 미약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내일 연무장에 나와보게. 재밌을지도 몰라.”

**

하루가 지나 서진과 설하윤은 새로운 던전 앞에 와있었다.

화악산 초입에 생성된 E급 던전.

나흘 동안 다녔던 곳은 관리 중인 사냥터였지만 오늘은 다르다.

아직 헌터의 발이 한 번도 닿지 않은 던전.

그동안 다녔던 곳보다 조금 힘들겠지만 그만큼 투신공의 효과도 좋을 것이다.

서진은 이제 익숙하게 약을 꺼내 삼켰다.

“이제 들어갈까요.”

“네, 준비됐습니다.”

던전 안으로 들어가니 동굴이 쭉 뻗어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본 설하윤이 말했다.

“서진 님, 던전 입구가 사라졌습니다.”

“일회성 던전이었군요.”

이러면 핵을 부숴야만 나갈 수 있다.

아마 동굴의 끝에 도달하면 핵이 있을 것이다.

“가봅시다.”

“네.”

일정 간격으로 벽에 꽂힌 횃불이 어둠 속 유일한 빛이 돼주고 있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횃불을 저렇게 꽂아놓았다는 것은 지성이 있는 몬스터라는 뜻.

서진은 검 손잡이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그렇게 경계를 하며 앞으로 걸어간 지 5분 즈음.

서진의 기감에 살기가 잡혔다.

그와 동시에 화살이 날아든다.

탕.

서진은 화살촉을 정확하게 내려쳤다.

방금이 시작이라는 듯 화살은 연달아 날아왔다.

슈슈숙!

그리 크지 않은 동굴 앞에서 쏟아지는 화살 세례.

검으로 일일이 쳐내기엔 수가 많다.

서진의 마나가 검을 타고 전류로 뒤바뀐다.

흑룡검술 제1식 섬아(䃸牙)

푸른 번개는 순식간에 검신을 감싸 오른다.

서진은 그런 검을 한번 휘두를 뿐이었다.

파지직!

응축된 전류는 공중을 수놓으며 화살을 막았다.

투두둑.

전격에 타고 남은 화살은 전부 바닥에 떨어졌다.

서진은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노려봤다.

어둠에 가려서 적이 보이진 않는다.

‘화살 숫자를 보면 최소 서너 마리는 있어.’

서진은 설하윤에게 눈짓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검을 휘둘렀다.

소리 없이 방출된 검기는 어둠 속에 숨어있는 놈들에게 향했다.

촤악!

“케에엑!”

일부는 죽고 살아남은 놈들이 튀어나왔다.

“고블린?”

서진은 달려드는 고블린 2마리를 베어내고 검을 털었다.

“쯧.”

고블린은 다른 몬스터보다 살기가 약해서 투신공의 효과를 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될지도 모르겠다.

던전 깊은 곳에서 새어나오는 마력을 느낀 서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가 E급이 맞나?’

서진은 불쾌한 의구심을 품고 설하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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