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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가문의 천재는 사실 귀환자-11화 (11/141)

11화

서진은 태연하게 고개를 들고 있었지만 실상은 멀쩡하지 않았다.

‘쯧.’

[상태 이상 : 마광병 22.2% 진행]

약 없이 마력을 조금 사용했다고 2%나 올라갔다.

팔과 다리가 떨리면서 체내의 마나도 쉬이 가라앉지가 않는다.

‘생각보다 부작용이 커.’

항마제의 필요성을 다시금 실감했다.

약 없이 마나를 쓴다는 건 상당한 위험과 비효율을 감수하는 행위다.

마광병 환자의 변질된 마나는 체내의 정해진 경로를 따라 흐르지 않는다.

멋대로 이탈하는 마나들을 최대한 제어해야 한다.

그래야 마나 손실을 최대한 줄이면서 육체의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에.

그러지 않고 마나를 편하게 끌어 썼다간 금세 마인이 돼버린다.

‘빌어먹을 고블린 던전.’

예상대로의 난이도였다면 아직 여유분이 남아있었을 것이다.

던전 정보의 누락이 목을 조를 뻔한 결과를 낳았다.

끓어오르는 서진의 분노는 곧 대상을 찾았다.

‘분명 이 자리에 나와 있겠지.’

던전기획실 1팀장 최준열.

이번 던전 등급 문제는 그가 개입한 게 분명하다.

장내를 훑어보니 과연 나와 있었다.

가주가 참석한 행사에 빠질 순 없었을 테니까.

서진은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엄청 보고 싶었다. 이 새끼야.”

당황한 최준열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 던졌다.

콰당탕!

동시에 주변에 앉아있던 인물들이 경악하며 일어섰다.

“갑자기 뭐 하시는 겁니까!”

“한서진! 뭐 하는 짓이냐.”

옆에 앉았던 외무각주와 한정후가 서진을 나무랐다.

그리고 주변에 앉아있던 사람들까지 한마디 하려는 순간.

“한서진.”

흑룡가주가 입을 열었다.

서진은 바닥에 뒹군 최준열을 힐끗 보고 시선을 돌렸다.

“네.”

“왜 그 녀석을 던졌느냐.”

질책 대신 이유를 먼저 물어본다.

대련에서 서진이 보인 무위는 그만큼 가치가 있었다.

서진도 그걸 알고 벌인 짓이고.

“하윤 씨, 그거 가져와요.”

대기하고 있던 설하윤은 가방 하나를 들고 왔다.

서진은 가방 안에서 무언갈 꺼내 바닥에 굴렸다.

툭.

“저건...”

알만한 헌터들은 한 번에 알아챘다.

고블린 로드의 머리라는 것을.

이목을 집중시킨 서진은 입을 열었다.

“5일전 던전기획실에 갔을 때, 분명히 E급 던전만 달라고 했습니다. 나흘 동안은 E급이 맞았지만 마지막 날 들어간 그곳은 알고 보니 C급이더군요.”

지켜보고 있던 외무각주는 소름이 돋았다.

한서진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던전 등급은 헌터들의 목숨과 직결되는 문제.

등급을 허위로 알려준 행위는 중범죄다.

물론 던전의 특성상 갑자기 변수가 터질 수 있기에 예외는 있다.

하지만 한서진이 저렇게 판을 벌였다는 것은 고의를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외무각주는 한서진에게 더욱더 집중했다.

“마지막 날 던전 입장 시, 저와 설하윤 씨는 각각 3레벨, 5레벨이었습니다.”

한서진의 말을 들은 대다수의 사람이 의문을 가졌다.

대련할 때 4레벨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어지는 서진의 말에 의문은 표출되지 못했다.

“던전 들어갈 때마다 레벨 검사를 하니 이 부분은 따로 증명할 필요도 없겠죠.”

그렇다.

무분별한 헌터의 입장을 막기 위해 각 던전마다 존재하는 레벨 조건.

이건 입장 시 기록에 남기 때문에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다른 의미로 충격을 받았다.

단기간에 4레벨로 올라갔다는 뜻이니까.

과연 한서진에게 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눌러둔 채 이어지는 그의 말을 경청했다.

“일반적인 3,5레벨 둘만으론 개체가 많은 고블린 로드 던전의 클리어는 불가능합니다.”

흑룡가주는 한서진의 분노 이유를 알았다.

하지만 아직 짚어야 할 사항이 있다.

“무슨 말인지는 알았다. 그런데 던전이 변이를 일으키거나 등급 측정 과정에서 실수할 수도 있지 않으냐.”

“그건 지금 자리에 없는 감찰각주가 오면 명백해지겠죠.”

서진은 흑룡가의 장손이며 명분상 첫 번째 후계자다.

가문 규율에 의하면 대공자는 감찰각주에게 내부감사를 요청할 권한이 있다.

대연무장에 오기 전, 서진은 감찰각주에게 던전기획실 1팀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고 이제 곧 결과가 나올 때가 되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감찰각주인 권청석이 휘하의 부하들과 함께 나타났다.

권청석은 정리된 보고서를 들고 흑룡가주에게 향했다.

대공자가 요청을 했어도 감사 결과는 가주가 우선이기에.

가주 한벽호는 무심한 표정으로 결과를 훑어보고선 최준열을 쳐다봤다.

“1팀장아.”

“예, 예!”

“왜 속였냐.”

“그... 죄송합니다. 일전의 일로 순간 너무 화가 나서 그랬습니다.”

“음 화가 났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감찰각주 저놈 치워.”

“예.”

최준열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 한벽호는 서진에게 시선을 옮겼다.

“이제 궁금한 것 좀 물어봐도 되겠지.”

“네. 얼마든 지요.”

“아까 말했던 4레벨이 정말이냐.”

“현재 4레벨 맞습니다.”

“그렇다면 보랏빛의 번개는 뭐냐.”

“4레벨부터 생긴 겁니다.”

“그전에는?”

“1레벨부터 3레벨까진 청색이었습니다.”

서진의 발언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백-청-자-흑 순서에서 한 단계를 건너뛰고 시작하다니.

논란이 생길법하지만 한벽호는 믿기로 했다.

허튼 말할 녀석도 아니거니와 4레벨에 자색인 마당에 한 단계 넘은 것쯤이야.

‘기분이 묘하군.’

현재 한서진의 경지는 과거 25살 한벽호보다 훨씬 위에 있다.

지금은 10레벨과 4레벨이라는 차이가 까마득하지만 언제까지 그러할까.

‘내가 많이 늙기는 한 모양이야.’

만약 이대로만 성장한다면 흑룡가주직에 어울리는 헌터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한벽호는 서진을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그 검술은 언제 익힌 거냐.”

“비밀입니다.”

“비밀? 그래, 숨겨둔 한 수를 알려고 하는 건 욕심이니 넘어가는 수밖에. 그건 그렇고 곧 소회합이 열리는 건 알고 있겠지.”

“네?”

서진은 처음 듣는 사람처럼 반문했다.

그런 게 있었나 하는 생각이었다.

한벽호는 잠깐 멈칫하다 다시 말을 이었다.

“아직 기억이 혼란스러운가 보군. 어쨌든 일주일 뒤에 대한가문회의 소회합이 있다. 거기 참가할 후계자는 한서진으로 정했으니 그렇게 알도록.”

“....!!”

한정후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커졌다.

원래 자신의 아들이 가기로 암묵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던가.

소회합은 각 가문의 후계자 중에서 한 명만 뽑아서 그들끼리 서로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다.

만약 빠지게 되면 차기 가주 자리에서 몇 발짝 더 멀어지는 걸 의미한다.

아무리 아버지라고 해도 이대로 넘어갈 순 없다.

한정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버지.”

“뭐냐.”

“본래 소회합은 제 아들이 참석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래서 불만이라는 거군. 하지만 치성이는 지금 해외에 있지 않느냐. 번거로울테니 이번엔 안 와도 된다고 전하거라.”

“아니요, 기존의 약속대로 제 아들이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소회합의 참가 자격은 약속 따위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후계자 중에서 가장 싹수가 보이는 놈이 가는 거지.”

“싹수라면 제 아들이 현재 5레벨로 제일 높습니다.”

“그래서 둘이 붙으면 한치성이 이길 것 같으냐?”

한정후는 말문이 막혔다.

아들이 한서진보다 1레벨 높다곤 하나 승부를 장담하기 힘들다.

청색과 자색의 차이는 쉽게 넘볼만한 것이 아니다.

자칫 싸움을 붙였다가 진다면 그 여파는 상당히 깊게 남는다.

고민 중인 그를 보고 있는 가주가 말했다.

“정후야.”

“예.”

“적당히 해라.”

서늘하게 내려다보는 가주의 눈빛.

한정후는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자신에게 오는 추가 피해 없이 최준열 1팀장만 쳐내는 거로 만족했어야 했다.

한정후는 욕심이 과했음을 인정했다.

아버지의 경고는 그런 의미였다.

1팀장의 뒤에서 지시한 녀석이 너인 걸 알고 있으니 이쯤 하라는 경고.

‘그나저나 무섭군.’

한서진의 성장세가 정상이 아니다.

도대체 언제 저렇게 강해진 걸까.

물론 불안감과 찝찝함은 일찌감치 느꼈기에 1팀장을 통해 처리하려 했거늘.

도리어 자신의 사람 중 하나를 잘라내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음엔 무슨 수를 써야...’

한정후와 가주의 대화가 끝나자 서진이 입을 열었다.

“가주님, 사실 최준열을 처리하는 것만으론 제게 부족합니다.”

“그러면?”

“재발 방지에 대한 대책이 없는데 담부터 어디 불안해서 던전에 들어가겠습니까. 저에겐 안전장치가 필요합니다.”

“일리는 있구나. 생각해둔 게 있는 모양인데 말해 보아라.”

“정보건 현장 관리자를 1팀장 자리에 앉혀주십시오.”

서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일부 인원들의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맘 같아선 당장 일어나 따지고 싶지만 가주의 눈치가 보인 탓이다.

서진과 친한 약제원 부원주 정선은 다른 의미로 놀랬다.

갑자기 아들의 이름이 거론되었기에.

‘그런 뜻이었냐!’

이틀 전에 잠깐 만났을 때, 조만간 선물을 주겠다더니 이거였을 줄이야.

판을 뒤집어서 요직이 비었으니 아들을 꽂아줄 셈이었나 보다.

“정보건이면...”

이름을 듣고 헷갈려하는 가주에게 비서가 속삭이며 알려줬다.

한벽호는 서진을 보며 말했다.

“부원주 아들이라, 네가 정보건을 추천하는 이유는 뭐냐.”

“그는 원래 던전기획실 1팀 직원이었습니다. 업무 평가도 좋은 편으로 알고 있었는데 제가 깨어나 보니 현장직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그래서 믿을 만한 사람이기도 하니 되돌려 놓고 싶은 겁니다.”

“이해했다. 하지만 내가 너의 요청을 들어줄 이유는 없다.”

“왜 없습니까. 저로 인해 회고록에 대한 믿음과 개인적 흥미를 충족하신 걸 압니다. 인사청탁 대가로는 충분하죠.”

“허, 그래 틀린 말은 아니다만 그 대가는 소회합 참가로 돌려주지 않았느냐.”

서진은 고개를 저었다.

“소회합은 제가 원하는 게 아닙니다. 필요 없으니 제 인사 요청이나 들어주시죠.”

“소회합 참가가 필요 없다고?”

“선물인 듯 말했지만 그건 가주님이 원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서진은 그런 곳에 가지 않아도 가주가 될 자신이 넘쳤다.

“크, 으하하하하!”

한벽호는 허를 찔린 기분이 들어 간만에 크게 웃었다.

“정말 달라졌구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야.”

대답 없이 미소만 짓는 서진에게 가주가 말했다.

“좋다. 정보건을 1팀장으로 올리마. 물론 소회합은 참가해야 한다. 이의 있느냐.”

“없습니다.”

“그래.”

흑룡가주는 만족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이 있던 대한가문회장은 웃으며 한벽호에게 말을 건넸다.

“자네도 참 짓궂은 면이 있어.”

“뭐가 말인가.”

“소회합에 가면 한서진을 싫어할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지 않나. 마광병 안 걸린 한정후 아들내미를 보내도 시원찮을 판에 저 아이가 간다면...”

“흠, 그런 냉대와 압박 정도는 이겨내야 흑룡가의 후계자라 할 수 있지.”

“소회합 장소를 지금이라도 튼튼한 곳으로 바꾸는 게 나을까.”

“쓸데없는 걱정 그만하고 술이나 마시러 가지.”

흑룡가주와 대한가문회장이 술을 마시러 갈 때, 서진은 집에 돌아와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그렇게 1분 정도 지났을까.

서진의 눈앞에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스킬이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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