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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가문의 천재는 사실 귀환자-15화 (15/141)

15화

몇 시간 후, 차는 기갑성가 내부로 깊게 들어가서야 멈췄다.

서진은 가문을 슬쩍 둘러보고 말했다.

“생각보다 살벌하진 않네.”

“넌 그게 손님으로 와서 가주의 아들에게 할 말이냐.”

“그래서 여동생 있는 곳은 어디야?”

성주원은 이마를 누르며 천천히 대답했다.

“기다려봐. 집에 있는지 공방에 있는지 확인해야 하니까.”

그는 비서에게 물어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공방에 있다니까 따라와.”

서진은 성주원과 같이 걸으며 기갑성가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기계로 유명한 가문인데도 조경이 잘된 모습이 의외였다.

성주원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한 듯했다.

“어머니가 이런데 관심이 많아서 말이야. 이런 가문일수록 더 꾸며놔야 하신다면서.”

공방은 얼마 걷지 않아 바로 도착했다.

놀란 점은 문의 크기가 오우거가 지나가도 될법했다.

성주원은 대문 옆의 호출 버튼을 눌렀다.

삐익-

알림음이 나자마자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일인데?

“너 만나러 온 사람이 있어서 데려왔다. 문 열어.”

-뭐? 그게 누군데.

“흑룡검가의 한서진.”

그러자 안에서 콰당거리며 무언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미리 말도 안 하고 오면..! 그, 혹시 옆에 있어?

“있어. 데려 왔다고 말했잖아.”

서진은 가만히 있기에 심심해서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

정말 오랜만이긴 했다.

천 년 넘게 못 봤으니까.

빙의 형식으로 깨어난 것이 아니라 육체 그대로 지구로 건너왔다면 기억은 흔적조차 남지 않을 세월이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참 다행이었다.

힘은 다시 되찾을 수 있지만 기억은 잊으면 끝이기 때문에.

-아니에요 오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성가을의 목소리 톤은 조금 올라간 상태였다.

그리고 5분 정도 기다렸을까.

문이 열리고 그녀가 밖으로 나왔다.

“서진 오빠.”

“오랜만에 보게 됐네.”

“저, 깨어났다는 소식 들었을 때, 정말 기뻐서...”

중간에 낀 성주원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서 얘기하지 말고 공방에 들어가서 하든가.”

성가을은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

“오빠는 이제 돌아가지?”

“그래 그럴 것 같더라.”

어차피 다른 업무가 있었던 성주원은 서진을 한번 노려본 뒤에 떠났다.

“가을아, 할 말이 있는데 조용한 곳 좀 안내해 줄래?”

“네! 그럼 여기 들어오세요.”

그녀는 공방 내부를 가리켰다.

“기밀이 있을 텐데 내가 들어가도 돼?”

“아, 입구 부분은 별것 없어서 괜찮아요. 그리고 접객실 같은 공간도 따로 있어서요.”

“그렇구나.”

서진은 공방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입구 쪽은 기본적인 공구와 보급형 기계만 가득했다.

“여기로 오시면 돼요.”

성가을을 따라 휴게실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았는지 인테리어가 보기 좋았다.

그녀는 휴게실 안의 다른 문을 열며 말했다.

“오빠, 마시고 싶은 음료 있어요?”

“커피로 할게.”

이계에서 살 때 수많은 문제점이 있었는데 음료가 그중 하나였다.

물 외엔 어떠한 마실 것도 없는 최악의 세계.

서진은 지구로 돌아오고 나서 무슨 음료든지 음미하며 마시는 취미가 생겼다.

그녀는 잔을 내려놓으며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서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최근에 3세대 무장 개발하고 있다며.”

“네. 갈수록 던전 난이도가 상승하는 추세니까요.”

“구체적인 진척도는 소식이 없던데 잘 되어 가?”

성가을은 애매한 웃음을 흘렸다.

“아하하, 그게요.”

“신 무장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 사실 더 있지?”

그녀는 서진의 시선을 피하며 삐죽였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너무 난감한 질문만 하면 별론데요.”

성가을은 직계 자손인데도 마나 컨트롤이 약했다.

그렇기에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무장을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지지부진한 상황.

성가을은 자연스레 한숨이 나왔다.

“그래요, 오빠가 생각한 대로예요. 마나 재능이 부족해서 장비빨로 커버해보려고 만들고 있는데 제작도 재능이 뛰어나야 되나 봐요.”

개발에 착수한 지 어느덧 7년째다.

초반엔 그럴듯하게 진행됐으나 지금은 한계에 부딪혀 나아갈 수가 없었다.

각 파츠의 동조율이 80%를 넘어야 무장으로서 기동하게 되는데 76%에서 올라가질 않는다.

성가을은 머리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저는 이제 포기해야 할까요?”

“아니.”

단호한 서진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포기할 필요 없어. 나한테 방법이 있으니까.”

“네??”

이 계획이 잘 풀리다면 기갑성가는 서진 개인의 지지 세력이 되어줄 것이다.

성가을은 눈을 깜빡이며 의문을 표했다.

“방법이라뇨?”

“네 마나 컨트롤을 더 섬세하게 바꿔줄 방법.”

“네? 혹시 오빠 저 놀리는 건 아니죠?”

“그건 아닌데.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농담은 아니야.”

그녀는 아무리 서진 오빠라도 믿기가 힘들었다.

타인의 마나 재능을 키워줄 수 있다니.

지금껏 그런 헌터는 없었다.

서진은 아랑곳 않고 소파에서 엉덩이를 뗐다.

“괜찮다면 보급형 무장 보여줄 수 있어?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증명하는 게 빠르겠지.”

“저는 오빠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직 모르겠어요.”

“직접 보면 알게 될 거야. 어서.”

성가을은 아리송한 심정으로 무장 보관소로 향했다.

그리고 수십 개의 무장 중에 5개를 짚으며 말했다.

“얘네들이 사람 잘 안 가리는 보급형이에요.”

서진은 오늘로 두 번째인 만큼 익숙하게 착용했다.

“음? 오빠, 그거 입어도 안 움직일 거예요. 외부인이라면 적어도 한 달 동안 시도해야 겨우 기동하거든요.”

“과연 그럴까.”

지이잉.

서진이 마나를 불어넣자 무장에 불이 들어오며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무장명 MKR-2. 가동 시작합니다.]

그리고 서진의 시야에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새로운 스킬이 추가되었습니다.]

[용체화(龍體化)]

등급 : 해츨링.

설명 : 시전자의 신체가 마나를 사용하기 위한 최적의 상태로 변화한다. 타인의 마나 흐름에 간섭할 수 있으며 취약점을 간파할 수 있다.

‘잘 됐어.’

시도 두 번만에 스킬이 생겼다.

이제 원할 때마다 편하게 마나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

서진이 혼자 스킬을 보며 기뻐할 때, 성가을은 입이 벌어졌다.

“어어어?!”

성가을은 숨이 멎은 듯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서진을 바라봤다.

“아니...이게.”

그녀는 서진의 주위를 빙빙 돌면서 위아래로 훑었다.

“오빠. 혹시 몰래 연습하신 건가요?”

“나 퇴원한 지 보름 정도밖에 안 된 사람인 거 잊었어?”

“참, 그랬었죠. 아이 그럼 말이 안 되는데.”

성가을은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연신 서진을 바라봤다.

서진은 장비를 벗으며 말했다.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아! 정말요?”

“두 번째야.”

“네?”

“오빠한테 전화해서 물어봐. 대답해 줄 거야.”

그녀는 폰을 꺼내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물어볼 게 있는데.”

그리고 몇 마디 하고 나선 전화를 끊었다.

성가을은 반짝반짝 빛나는 눈초리로 서진을 바라봤다.

“오빠 이건 정말 엄청난 업적이에요.”

“업적까지는.”

“이런 재능은 기자 회견을 열어서 발표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좀 참아줬으면 좋겠다.”

기반이 닦이지 않은 상태에서 과한 주목을 받는 건 독이다.

성가을은 살짝 흥분을 가라앉혔다.

“물론 오빠의 허락이 없으면 안 할 거지만요.”

“그래서 이젠 좀 믿을 수 있겠어?”

“네.”

성가을은 서진이 구세주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저 그런데 질문 있어요.”

“뭔데?”

“오빠의 천재적인 재능으로 가르치면 제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걱정 안 해도 돼. 말로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몸에 새겨 넣어줄 테니까.”

그녀는 가슴팍에 손을 올리며 심호흡을 했다.

3세대 무장 개발에 희망이 보인 것 같아서.

그런데 순간 의문이 들었다.

왜 이런 엄청나게 귀한 지식을 자신에게 알려주는 걸까.

“오빠. 저...”

그녀는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괜히 말했다가 오빠가 취소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입을 열었다.

대가 없는 호의를 받을 순 없었기에.

“저에게 이걸 가르쳐주시는 이유가 뭐예요. 오빠?”

“아, 내가 중요한 걸 말 안 해버렸네.”

서진은 웃음기를 지우고 말했다.

“정선 아저씨에게 들었어. 병원비 대신 부담해준 거. 정말 고마워. 이 말을 해주려고 왔는데 조금 늦었네.”

금액이 10억이란 걸 처음 들었을 때, 서진은 깜짝 놀랐다.

기갑성가가 무기 장사로 돈을 잘 버는 편이지만 10억은 성가을 개인의 돈이었다.

“앗, 그거요?”

성가을은 괜히 부끄러운지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서진은 이참에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그런데 10억은 너무 많이 준거 아니야? 혹시 지금 거지는 아니지?”

서진은 분위기를 편하게 풀기 위해 농담을 했다.

성가을은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쳤다.

“아니거든요!”

사실 모아둔 돈을 많이 까먹긴 했지만 이건 비밀이었다.

“하하, 그러면 다행이고. 어쨌든 그 상황에서 도와줘서 다시 한번 고마워.”

“아잇, 그러지 마세요. 이 얘긴 이제 그만!”

“그래 그만할게. 그럼 이제 궁금증은 풀렸겠네.”

“네? 아..!”

성가늘은 이제야 눈치챘다.

서진이 자신을 도와주려 한 이유를.

“그런 거면 굳이 안 해주셔도 돼요! 대가를 바라고 한 일도 아닌데.”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래. 그러니 더 이상 반론 금지.”

“으으.”

“우선 여기 앉아봐.”

“네.”

성가을은 의자에 털썩 앉았다.

서진은 뒤에 서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마나를 한번 움직여봐. 어떤 식으로 흐르는지 살펴보게. 지금부턴 대답하지 말고.”

그녀는 눈을 감고 심장의 주위에 돌고 있는 마나를 깨웠다.

서진은 용체화 상태에서 흐름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역시 일반 헌터랑은 다르구나.’

마나 경로가 마법사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서진은 실처럼 가늘게 마나를 뽑아내 성가을에게 주입했다,

‘이거구나.’

문제는 생각보다 빠르게 발견됐다.

그리고 서진에게 익숙한 녀석이었다.

그녀의 몸에 오염된 마나가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마광병은 전혀 아니었고 찌꺼기가 조금 쌓인 정도.

‘섣불리 건들면 안 될 것 같네.’

하지만 이것들만 청소한다면 여태껏 억눌러진 재능이 개화할 수 있을 것이다.

서진은 혹시나 해서 조금 더 많은 마나를 흘려보냈다.

미세한 마나량으론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흐읍.”

갑자기 늘어난 마나에 성가을이 비음을 냈다.

“잠깐만 참아봐.”

마나가 그녀의 경로를 물 흐르듯 헤집었다.

‘다행히 다른 건 없네.’

안심한 서진은 손을 떼며 말했다.

“이제 끝났어.”

“푸우우.”

성가을은 어깨를 늘어뜨리며 긴장을 풀었다.

“가을아.”

“네?”

“혹시 마인을 본 적이 있어?”

“아니요 없어요. 아 그런데 마인의 피로 실험을 하다가 그게 담긴 병을 깨 먹은 적은 있어요.”

대답을 하는 그녀의 안색은 조금 어두웠다.

그 모습을 본 서진이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어릴 때 고모가 마광병을 앓는다며 성가을이 침울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엔 서진이 정상인이라 같이 위로를 해주기도 했다.

‘그래서였나.’

자신에게 병원비를 보내준 이유.

고모를 잃었던 아픔과 어릴 적 서진과의 추억.

이 두 가지가 성가을 마음속에서 뒤섞이며 연민과 동정심이 발로 했을 것이다.

‘그 덕분에 살았으니 감사한 일이지.’

서진은 상념에서 벗어나 본래의 주제로 돌아왔다.

“그때였나 보네.”

“무슨 말이에요. 오빠?”

“피가 담긴 병 깼을 때 말이야.”

서진은 그녀의 상태를 설명해주었다.

성가을은 멍하게 중얼거렸다.

“전혀 몰랐어요.”

“보아하니 아무한테도 말 안 했었구나.”

“네...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었어요. 정말 오빠 덕분에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고마워요 오빠.”

성가을은 앉은 채로 서진을 올려보며 글썽였다.

“일단 오늘은 나도 좀 지쳤으니까 내일부터 없애줄게. 괜찮지?”

“네!”

의자에서 일어난 성가을이 시계를 보다 시침이 7을 가리키고 있었다.

“앗,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같이 저녁 먹으러 가요 오빠.”

이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네? 네, 알겠어요.”

성가을은 주저하며 입술을 오므렸다가 서진에게 말했다.

“오빠, 저녁같이 먹는 게 어떠냐고 아빠가 물어보래요...”

“가주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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