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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가문의 천재는 사실 귀환자-26화 (26/141)

26화

세상엔 여러 불치병이 있다.

그중에 제일 위험하고 까다로운 것을 꼽으라면 대부분 마광병을 얘기한다.

병세가 끝까지 진행되면 마인이 되기 때문에.

마인이 된 순간, 이성을 잃고 살해 본능만 남게 된다.

어째서 그렇게 변하는지에 대해선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오염된 마력이 뇌까지 침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었다.

하지만 마광병이 무서운 제일 큰 이유는 마력이 폭주한다는 점,

그렇게 되면 헌터의 레벨이 생전보다 최대 2레벨 올라가기도 한다.

만약 4레벨 헌터가 마인이 되면 순식간에 6레벨의 살인귀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마광병 헌터는 고레벨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마인이 되면 최대 2레벨이 올라가기에 만만히 여기는 헌터는 없다.

그런 헌터도 무시 못 할 정도인데 일반인은 오죽할까.

“꺄아아악!”

길거리에서 마인을 목격한 사람들은 사색이 되어 도망쳤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갑자기 나타났지만 의문을 품을 겨를조차 없었다.

누군가의 비명을 뒤로 한 채 마인에게서 멀어지기 급급했다.

포식자의 위치에 선 마인은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에 백랑대가 도착했다.

백랑대장는 두 팀으로 나눠서 임무를 부여했다.

1팀은 자신과 함께 마인을 상대.

2팀은 혹시 남아있을 일반인을 대피시키고 경계 라인을 형성할 것.

백랑대장은 1팀을 이끌고 마인에게 향했고 2팀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잠시 후, 주변의 통제를 마친 2팀은 백랑대장과 1팀의 전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콰앙!

마인의 검격 하나하나가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강맹하게 보인다.

백랑대장마저 마인의 공격에 쩔쩔매고 있었으니.

카앙.

백랑대장은 살갗을 찌르는 살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검을 막아냈다.

“대장님!”

마인의 뒤에서 협공하는 백랑대원 덕분에 잠깐 숨을 돌렸다.

‘도대체 몇 레벨인 거야.’

자신이 5레벨인 걸 생각하면 최소 6레벨로 예상된다.

백랑대장은 대원들을 상대하며 드러낸 마인의 빈틈을 포착했다.

하지만 그가 파고든 순간, 마인의 허리가 비정상적으로 뒤틀렸다.

퍼억!

예상치 못한 발차기를 맞은 백랑대장은 뒤로 밀려났다.

‘인간의 움직임이 아니군.’

그가 검을 고쳐잡고 다시 무릎을 펴는 순간.

“아악!”

“선호야!”

박선호 대원의 오른팔이 잘려 나갔다.

백랑대장은 마인의 뒤통수를 향해 허리춤에 있는 단검을 던졌다.

탕.

기습은 실패했지만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둘이 선호 데리고 얼른 빠져! 다른 대원도 마찬가지다!”

백랑대가 상대하기에 저 마인은 너무 벅찬 존재다.

그나마 3인 1조로 맞섰기에 팔 하나로 끝난 거지.

백랑대장은 3명을 안전하게 빼기 위해 마인에게 검을 내질렀다.

“크아아!”

마인은 괴성을 지르며 검을 튕겨냈다.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괴물이군.’

백랑대장은 아까보다 더 적극적으로 마인을 공격했다.

괜히 힘과 체력의 안배를 생각하다간 부하들이 죽어 나갈 것이다.

하지만 결의만으로 마인의 상대가 되기엔 역부족이었다.

서로의 검이 맞부딪쳤지만 한쪽이 일방적으로 밀렸다.

백랑대장은 가까스로 검을 흘리며 막아냈다.

그가 비틀거리며 멈칫한 순간, 마인의 검이 목을 향해 쇄도했다.

캉!

하지만 골육이 베이는 소리가 아닌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백랑대장은 황급히 몸을 빼서 상황을 확인했다.

“도련님.”

백랑대장에게 구명줄을 내려준 사람은 한서진이었다.

서진은 마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물러나 있어.”

“하지만 저 놈, 엄청 강합니다. 아마 6레벨일 겁니다.”

결정적인 순간을 방해받은 마인은 서진에게 분노했다.

“크아아아!”

콰앙.

마인은 아스팔트 바닥을 짓누르며 거친 검격을 쏟아부었다.

[민첩이 3 상승합니다]

[체력이 6 상승합니다]

[지력이 4 상승합니다]

지성이 없는 괴물의 투기는 예상외로 스텟을 많이 올려주었다.

‘아니면 투신전 덕분일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체력이 한 번에 이 정도로 오른 적은 처음이다.

서진은 공격을 전부 피해내며 마인을 도발했다.

“이것밖에 안 되냐.”

그에 마인의 투기는 더욱 진하게 발산되었다.

[근력이 7 상승합니다]

[체력이 4 상승합니다]

[마력이 5 상승합니다]

그렇지만 마인의 검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서진의 눈에는 검의 예상 경로가 훤히 보였기 때문에.

백랑대는 마치 나비와 같은 서진의 움직임을 눈에 담고 있었다.

백랑대장도 마찬가지였다.

전에 대련할 때부터 놀랐지만 저런 실력을 언제 쌓은 건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리고 마인이 어떻게 공격할지 전부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왜 공격을 안 하고 피하기만 하지.”

한서진은 마인의 급소를 노리지 않고 있었다.

그는 도와주러 가야 할지 고심했다.

쿠웅!

백랑대장의 우려와 달리 서진은 스텟을 흡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몬스터보단 사람이, 사람보단 마인의 투기가 더 진하다니.

‘좋은 정보를 알았군.’

하지만 이제 마인은 한계에 도달했다.

스텟이 더 들어오지 않았기에 번개를 검에 휘감았다.

흑룡검술 제5식 전광검.

정지된 시간 속에서 자줏빛 번개만이 공간을 가르며 마인의 목을 베었다.

촤악!

시간 흐름이 돌아온 순간, 마인의 목이 몸과 분리되어 선혈이 솟구쳤다.

“먼저 죽여버렸네.”

설하윤이 올 때까지 기다리려 했지만 도중에 마음을 바꿨다.

스킬이야 언제든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같은 병에 걸린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배려이기도 했다.

부풀었던 마인의 몸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근육이 빠졌다.

“음?”

서진은 시체를 내려보다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백랑대장!”

“예.”

부름에 바로 달려온 백랑대장에게 시체를 가리켰다.

“마인이 죽은 직후에 말인데.”

“네.”

“순간적으로 마나가 심장에 모였다가 흩어지나?”

“아뇨. 그런 현상은 못 들어봤습니다.”

“이 시체, 가문의 약제원으로 넘겨. 부검을 해봐야겠어.”

“알겠습니다.”

**

“생각보다 약하네.”

마인의 폭주부터 사망까지 지켜보던 소녀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저 마인은 마광병 헌터에게 증폭제를 투여한 결과물이었다.

“속성으로 빠르게 만들어서 그런가?”

원래 5레벨이었는데 마인화 이후 6레벨 수준에서 그친듯했다.

그래도 한서진이 저리 쉽게 죽여버릴 줄이야.

다음에는 조금 더 공을 들여서 만들기로 결심했다.

케린은 머리를 젖혀서 뒤에 있는 남자를 불렀다.

“체이서.”

“왜.”

“동영상은 제대로 찍었어? 보여줘.”

케린은 두 손을 쭉 내밀었다.

“여깄다.”

“히히.”

영상 속에는 마인이 저지른 짓이 적나라하게 담겨있었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사람들과 몸이 찢겨서 피를 흘리며 죽은 이들까지.

케린은 혀로 윗입술을 핥았다.

“다시 봐도 재밌네. 이거 퍼지면 마광병에 대한 인식이 더 최악이 되겠지?”

“어떻게 퍼트리려고. 네가 하게?”

“아니. 지부장이 해주겠다고 했어. 당연히 내가 하는 건 귀찮지.”

체이서는 역시나 싶어서 실소했다.

일전에 케린이 삐친 걸 지부장이 달래주려는 모양이다.

“그럼 다른 지역에서 해야 더 좋았던 거 아니야? 한서진이 처리했으니 평판이 오를 텐데.”

“체이서, 나보다 사람들을 잘 모르나 보네.”

케린은 신난 듯 발을 흔들며 말했다.

“한서진이 처치했든 안 했든 큰 상관이 없어. 일반인이 보기엔 그저 공포스러운 이미지가 각인될 뿐이야. 오히려 마인을 처리한 한서진도 그리 될 거라고 생각할걸.”

“그걸 노리고 흑룡가 영역에서 저질렀군.”

“응!”

“너도 참 악질이야, 케린.”

“악질이라니! 내가 하는 건 좋은 일이야. 사람들에게 마광병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걸.”

그녀의 목소리엔 어떠한 흔들림도 없었다.

**

그로부터 일주일 후, 인터넷에선 마광병을 주제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원인은 그저께 불특정 다수에게 퍼진 영상 하나였다.

마인이라 불리는 괴물이 사람들을 무참하게 죽이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

모자이크가 전혀 안 되어 있었기에 일부는 구토하고 실신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극적인 것을 최대한 덜어낸 편집본이 각 사이트에 퍼지기 시작했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충격을 받고 한마디씩 쏟아냈다.

-저게 마광병이야?

-나 토할 뻔했어. 너무 무섭다.

-저기 있던 사람들 계속 기억에 남을 듯. 끔찍하다.

-이래서 마광병 걸린 놈들 싹 다 잡아다 격리시켜야 한다니까.

└인정.

사실 마광병에 대한 이슈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관련 여론이 높아져서 정치권까지 목소리가 닿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마광병 헌터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된 적은 없었다.

마광병을 영상으로 처음 접한 사람들은 그것에 의문을 표했다.

-저러면 헌터 못하게 막아야 하는 거 아님?

-그러게 왜 놔두고 있어. 국회의원 일 안 하냐.

-그러니까 헌터가 일반인보다 위라는 거지. 죽어 나가든 상관없다는 거.

성토가 이어지는 중에 이유를 아는 사람이 답글을 달았다.

-병신들아, 그게 아니고 헌터 협회장 손녀가 마광병 환자라서 그런 거다.

└그게 무슨 상관인데.

-생각을 해봐. 마광병을 탄압하면 손녀도 피해를 보잖아. 협회장이 손녀 엄청 아낌. 그리고 협회장하고 연결된 정치인도 많아서 법안 쉽게 통과 못 시켜.

└그럼 헌터만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면 되잖아. 일반인으로 살지 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마광병 헌터 중에 던전에서 고유 특성 얻어서 치유된 케이스가 있대. 도시 전설급이긴한데 아마 협회장이 거기에 희망을 거나 봄.

상황에 대한 설명은 됐지만 불안과 불만은 여전했다.

-그렇다고 한 명 때문에 저런 피해를 감수하는 게 말이 되냐.

-차라리 손녀 빨리 뒤졌으면 좋겠다. 그럼 협회장도 포기할 텐데.

이렇듯 협회장의 영향이 못 미치는 커뮤니티에선 마광병에 대한 불안감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결집된 인터넷 화력은 곧이어 현실에서 집회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마광병 헌터를 금지시켜라!”

“헌터만 사람이냐 일반인도 사람이다!”

“마광병 환자들을 전부 정신병원에 넣어라!”

**

“할아버지.”

협회장은 일요일 아침부터 자신을 찾아온 손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만 놓아주셔도 돼요.”

“무슨 말이냐.”

“저 시위하는 걸 봤어요.”

협회장은 눈을 치켜뜨며 손녀 뒤에 있는 사내를 째려봤다.

손녀 귀에 안 들리게끔 그리 조심하라 일렀거늘.

“제가 멋대로 알아낸 거예요. 성진 아저씨에게 화내진 마세요.”

협회장은 어쩔 수 없이 시선을 거두었다.

“할아버지, 저 이제 포기할게요. 그러니까.”

“유나야, 내가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은 들어줄 수 없다.”

포기는 곧 손녀의 죽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사람들도...”

“신경 쓰지 말거라. 다른 사람들만 신경 쓰며 살다간 자기 인생은 사라지는 법이다.”

“할아버지, 그래도 저는.”

“지금 바빠서 그러니 나중에 얘기하자.”

협회장은 손녀를 서재에서 쫒아낸 뒤 비서를 불렀다.

“회장님.”

“그래, 주 실장.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주어가 없는 질문이었지만 그는 바로 답했다.

“여론에 등 떠밀려 협회장님의 뜻을 굽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나 때문이라면.”

“마찬가지입니다.”

“...그런가.”

잠시 말이 없던 협회장은 책상에 올려진 신문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흑룡검가에 대한 사설이 실려있었다.

“주 실장.”

“예.”

“한서진에게 한번 만나자고 전하게.”

“흑룡검가의 후계자 말입니까?”

주양헌 실장은 눈을 크게 떴다.

평소 가문들과 왕래를 거의 안 하시던 분이었으니까.

“그래 그 후계자.”

“바로 연락 넣겠습니다.”

협회장은 사설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이 놈도 마광병에 걸렸으면서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는 듯이 급성장이 가능할까.’

마광병의 증세가 사람마다 편차가 있다곤 해도 한서진은 규격 외의 존재였다.

‘어쨌든 만나보면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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