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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가문의 천재는 사실 귀환자-35화 (35/141)

35화

“2팀! 공격해!”

콰광.

철혈단장의 명령에 후열에 선 헌터들이 화력을 퍼붓기 시작했다.

“우으으으.”

철썩!

하지만 크라켄은 간지럽다는 듯이 다리를 움직였다.

다리 움직임에 따라 바닷물도 암벽 위로 치솟으며 헌터들을 덮쳤다.

“전격 마법은!”

“아직 쿨타임이 남았습니다!”

이곳의 던전 환경은 헌터들이 싫어하는 곳 중 하나인 바다였다.

모래는 하나도 없고 암벽과 아래에 있는 암초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

욕이 나올 정도로 공략하기 까다로운 이곳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크라켄 단 하나.

사실 철혈백가는 처음에 이 던전을 다소 쉽게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크라켄은 이미 공략된 전적이 있는 보스 몬스터였다.

정보가 이미 있는 몬스터를 철혈백가에서 못 깬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하지만 그런 안일한 생각은 공략이 거듭되면서 완벽히 박살 났다.

예전 정보와 달리 환경이 달라졌다.

크라켄이 바닷물에 몸을 적시기만 하면 마법 저항력이 극도로 올라가 제대로 된 피해를 줄 수 없는 지경이었다.

혹시나 해서 바닷물을 던전 밖에 가져가 봤지만 분석에 실패했다.

바닷물이 던전에서 나오게 되면 효과가 없어지는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씨바, 이거 뇌기 아니면 진짜 답이 없네. 그것도 어중간한 화력이어도 안되고.”

크라켄이 바닷물을 뒤집어써도 전격 계열만은 통했는데 문제는 뇌기 사용자가 적다는 것.

심지어 순수 마나로만 이루어진 마법은 전격 계열이라 해도 주는 피해가 반감되었다.

즉, 뇌기를 둘러서 직접 칼을 꽂을 수 있는 헌터가 필요했다.

“근데 씨, 그런 헌터가 흔하냐고.”

바다 환경에서 B급 보스몬스터의 공격을 어느 정도 피할 줄 알고 강력한 뇌기를 쓰는 근접형 헌터.

“조건 존나 까다롭네.”

병장기 쓰는 헌터들은 대부분 마나 컨트롤이 정교하지 못하니까.

철혈단장은 바닷물에 흠뻑 젖은 채 불평하면서도 팀원들을 챙겼다.

“야! 너무 갔어. 물러나!”

“아악!”

“민성아! 3팀 들어가!”

그는 곧바로 구조 전문 팀을 투입했다.

방금처럼 암벽 위에서 싸우다 바다로 떨어지면 자칫하단 사망이다.

“단장님 이거 안 되겠는데요.”

크라켄 공략 시, 총 3단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처음은 황색, 다음은 다홍색, 마지막은 진한 적색.

색이 진해질수록 마법 저항력과 힘, 스피드 전부 빨라진다고 한다.

참고로 현재 아직 1단계였다.

“단장, 포기합시다! 가주님도 못한 걸 우리끼리 어떻게 한다고!”

“시끄러!”

애써 부정했지만 알고 있었다.

철벽의 기사라 불리는 백화연이 지휘권을 잡았을 때도 크라켄 2단계 초입이 끝이었으니.

그래도 가주에게 보답해서 잘 보이고 싶었던 그는 최소 2단계까진 가고 싶었다.

“악!”

하지만 바다에 빠진 헌터가 5명째가 되자 한계에 직면했다.

“단장!”

구출하는 3팀도 더는 체력적으로 무리였다.

포악한 크라켄이 날뛰는 바닷속에서 5명이나 구조했으니 지칠 만했다.

“진짜 계속할 거요?”

부단장까지 가세하자 그는 결국 포기했다.

“알았어, 후퇴해!”

아무리 잘 보이고 싶다 한들 팀원을 잃어선 안 되니까.

특히 무리한 공략을 강행하다 사상자가 발생한다면 최소 경질 심하면 가문 퇴출 감이었다.

각 팀은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빠져나갔다.

콰앙!

그는 철혈단장이기에 마지막까지 시선을 끌며 안전한 철수를 책임져야 했다.

“이 씨바, 거지 같은 문어. 아니 오징어인가? 그게 뭔 상관이야.”

그는 마지막으로 도끼에 마나를 모아서 다리를 내려쳤다.

터억.

“역시 안되네.”

뇌기를 두른 무기가 아니면 깊게 베기가 힘들었다.

철혈단장은 욕을 하며 마지막으로 던전을 나왔다.

**

“가주님.”

고개를 숙여 업무를 보고 있던 백화연은 새하얀 목을 들어 민나희를 바라봤다.

“응.”

“철혈단장이 공략에 실패했습니다. 사망자는 없고 중상 1명, 경상 16명입니다. 전부 후유증 없이 치료 가능한 수준입니다.”

“휴우, 그러니까 가지 말라니까 굳이 하겠다고 해서.”

민나희는 한숨 쉬는 백화연을 보며 물었다.

“정말 모르시나요?”

“뭐가?”

“아닙니다.”

민나희는 그에게 가벼운 위로를 보냈다.

안타깝게도 단장의 마음은 닿을 일이 없을듯하니.

“한서진에게 얘기 전달했어?”

“예. 미팅 날짜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가주님.”

“응?”

“이번 일은 조금 의외입니다.”

“의외라니?”

“평소엔 역량을 넘어선 던전은 깔끔하게 포기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던전은 집착을 하시길래요.”

“우리 가문이 못하면 파천 길드로 넘어가잖아.”

던전의 공략권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인기가 많아 경쟁이 치열한 경우 조건에 따라 우선 공략권을 배정하곤 한다.

만약 철혈백가가 기간 내에 공략을 못 하면 파천길드에게 공략권이 넘어간다.

그리고 그녀의 가치관과 대척점에 서 있는 파천 길드는 지저분한 소문이 많아 질색하는 곳이었다.

거기다 이번 던전 공략권을 따낼 때 비용도 많이 들어서 그냥 포기하면 큰 손해였다.

“한서진이 만약 거절하면 어쩌시려구요.”

“설마요, 내가 회담에서 3표나 끌어냈는데. 물론 전에 지지한다고 했으니 약속 지킨 것뿐이긴 하지만.”

백화연은 말하고 보니 자신감이 없어졌다.

**

며칠 전에 백화연과 약속을 잡았던 서진은 응접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이고 백화연이 들어왔다.

“오랜만이네.”

먼저 손을 내민 백화연과 악수를 한 서진은 입을 열었다.

“무슨 던전이길래 부탁을 하는 건데.”

“이거야.”

백화연은 던전 정보가 담긴 서류를 넘겨주었다.

팔락.

서류를 받은 서진은 제대로 읽긴 하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넘겼다.

백화연이 보기엔 거의 1초에 한 장씩이었다.

“야, 한서진. 지금 뭐 하는 거야?”

서진은 당황한 백화연을 무시하며 서류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다 읽었어.”

“뭐? 거짓말하지 마. 그럼 내가 테스트해도 돼?”

“얼마든지.”

백화연은 눈에 힘을 주며 서류를 들었다.

“좋아. 첫 번째 질문, 크라켄의 마법 저항력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화염으로 공격하면 일시적으로 피부가 타면서 저항력을 낮출 수 있지. 물론 놈이 다시 바닷속에 들어가면 끝이지만.”

“그럼 바닷속에서 나오지 않는 크라켄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전격 계열.”

“크라켄의 뒤통수에 있는 문양의 모양은?”

“없지, 낚시 질문이야?”

백화연은 그 외에도 추가로 5번을 질문했지만 서진은 막힘없이 대답했다.

“어떻게.”

백화연은 물론이고 뒤에 있던 민나희까지 입을 벌렸다.

“너 천재야?”

“아니.”

이계에서 봤기에 알고 있던 것뿐이니까.

“아니면 미리 정보를 입수해서 외운 거야?”

“그건 아닌데 편한 대로 생각해.”

서진이 기억하기에도 크라켄은 속성 영향이 큰 몬스터였다.

물론 나중에 가선 속성 무시하고 베어버려도 충분했지만.

어찌 됐든 백화연은 서진이 이미 준비가 됐음을 확인했다.

“좋아, 그러면 같이 던전 공략해줄 수 있어?”

“참여하면 보상은?”

“우선 크라켄의 사체 비율은 5:5. 그리고.”

백화연이 뒤를 보자 민나희가 가방 속에서 작은 금속 상자를 들고 왔다.

상자를 열자 부드러운 천으로 깔린 바닥 중앙에 붉은 약이 있었다.

“던전에서만 나는 운혈화(雲血華)를 가공해서 만든 영약이야. 먹으면 한 스텟을 무려 20이나 올릴 수 있어.”

투신공이 있는 서진에겐 딱히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김이 샌 서진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필요 없어.”

“이게 왜? 필요가 없다고?”

가문의 1급 보관고에서 좋은 거 골라온 건데.

백화연은 풀이 죽어 고개를 숙였다.

“대신 다른 조건 하나 걸자.”

“응?”

스텟 영약을 거절하고 내거는 조건이라니.

백화연은 의아해하며 서진을 바라봤다.

“내가 부탁하는 거 하나 무조건 들어주는 것.”

그런 부탁을 인정할 수 없는 민나희는 몸이 자연스레 튀어 나갔다.

하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 직전, 백화연이 막았다.

“언니. 지금 나랑 흑룡검가 후계자랑 얘기하는 중이야.”

“아, 죄송합니다.”

민나희는 부끄러운 마음에 언니라 불린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찌그러졌다.

서진은 그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무리한 부탁을 할 생각은 없어. 조건을 걸 테니까.”

“뭔데.”

“10초 안에 할 수 있는 것만 말할게.”

“뭐어?”

부탁을 들어주는데 10초도 안 걸린다니.

그녀는 내용이 뭔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서진을 보면 영약보다 이게 더 낫다는 표정이었다.

‘뭐지.’

이쯤 되니 그 부탁이 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10초면 큰 부담도 없을 테고.

“좋아, 할게.”

“잘 생각했어.”

그것을 지켜보던 민나희는 불안해 미칠 것 같았다.

서진은 그런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말했다.

“절대 손해 보는 건 없을 거라고 후계자 위치를 걸고 장담하지.”

자신의 가신이 되면 스킬이 하나 더 생기니 좋기만 할 것이다.

오히려 스킬을 주는 것이니 보답을 받아야 하나.

잠시 고민했던 서진은 그대로 밀고 가기로 했다.

백화연이 스킬로 이득을 본다면 반드시 갚아줘야 직성이 풀릴 성격임을 알고 있기에.

3대 가주 중 한 명에게 족쇄를 채울 기회를 버릴 이유도 없고.

“그럼 요구 사항은 끝난 거지?”

“그래.”

그녀는 들고 있던 찻잔을 조용히 내려놓고 일어났다.

“공략 일정은 비서 통해서 전달할게. 일정 안 맞으면 협의해도 되니까.”

“그래.”

백화연은 나가기 직전, 다시 서진을 봤지만 여전히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

철혈백가의 체력 단련실.

같이 운동을 하던 부단장이 철혈단장에게 말했다.

“단장, 표정이 왜 그래.”

“표정이 뭐가.”

“완전 심술이 잔뜩 난 것 같은데. 한서진이 그렇게 싫어?”

“아니, 걔가 싫다기보단 철혈단장으로서 마음이 복잡해서 그런다.”

그 말에 옆에 있던 단원이 말했다.

“에이 그뿐만이 아니잖습니까.”

“뭐 임마?”

“아닙니다아.”

“하여간 새끼들.”

철혈단장은 들고 있던 담배를 던지고 발로 비벼서 껐다.

“쑥스러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가주님께 인정받기 위해 일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니까요.”

말 나온 김에 다른 헌터는 궁금했던 주제를 꺼냈다.

“그런데 한서진이 참가한다고 공략이 될까?”

“글쎄다. 뇌기 사용자 하나 추가된다고 될 것 같진 않은데. 내가 볼 땐 열댓 명은 있어야 각이 나온다고 본다.”

“그래도 들리는 소문은 대단하던데.”

“야, 그건 흑룡가에서 후계자 띄워주려고 그러는 거지. 얼마 전에 소가주 죽인 거 본 사람도 거기 감찰각주인가 한 사람뿐이라던데.”

철혈단장은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어쨌든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라. 한서진이 끼어드는 바람에 호흡 안 맞으면 더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예.”

**

크라켄 던전 공략 당일.

서진은 차분한 마음으로 입구를 바라봤다.

크라켄은 저번 스컬 아나콘다와 달리 움직임이 많이 변칙적이다.

그렇지만 긴장은 되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 힘은 아직 약할지라도 크라켄을 수없이 죽였던 경험은 어디 가지 않으니까.

서진이 검 손잡이 끝을 매만지고 있을 때, 철혈단장이 다가왔다.

“만약 힘드시겠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걱정해 줘서 눈물이 나올 것 같군.”

“그럼,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서진이 미덥지 못한 철혈단장은 평소보다 철저한 준비를 위해 부하들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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