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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가문의 천재는 사실 귀환자-36화 (36/141)

36화

서진과 철혈단장이 던전 앞에 서 있을 때, 그것을 멀리서 지켜보던 파천 길드원이 상관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보고된 내용은 곧바로 길드장에게 도달했다.

“길드장님 이제 곧 시작한다고 합니다.”

“오늘이 마지막 공략이지?”

“그렇습니다.”

오늘도 실패하면 파천 길드로 공략권이 넘어온다.

“그런데 길드장님, 그 제안은 왜 거절하신 겁니까? 철혈가문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었던 기회 아닙니까?”

그의 말에 파천 길드장은 얼마 전에 정체도 모르는 이와 했던 얘기가 다시 생각났다.

시키는 대로 하면 크라켄 던전의 난이도를 일시적으로 올려주겠다는 제안.

“그런 걸 어떻게 믿냐. 그리고 진짜라고 해도 문제야.”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백화연이 벌써 죽으면 곤란하거든.”

철혈백가 때문에 서울에서 영향력을 넓히기가 쉽지 않지만 아직은 필요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현재 파천 길드의 힘으론 서울을 커버하기에 많이 부족하니까.

“그리고 이번에 참가하는 놈이 변수거든. 그 점도 찝찝하고.”

“한서진 말입니까?”

“그래. 여태 한서진이 한 일들을 못 믿는 놈들도 있지만 난 전부 사실이라 본다.”

“아.”

“거기 외무각에서 후계자 이미지 메이킹하려고 퍼트린 감은 있지만 흑룡가에선 없는 일을 부풀리거나 하진 않거든.”

길드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다른 주장이 생각나 물어봤다.

“옆에서 도와준 헌터가 있을 거란 추측도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요즘 흑룡가 내부 돌아가는 상황을 몰라서 하는 소리지.”

한서진 한 명이 흑룡가 전체를 흔들고 있을 정도니.

“어쨌든 변수가 있을 땐 미심쩍은 제안은 받지 않는 게 좋다.”

“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어도 과정을 단단하게 쌓아 올려야 돼. 안 그러면 마도현가 소가주 꼴 나는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

던전에 들어오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서진을 감쌌다.

항마제를 씹으며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을 때 백화연이 말했다.

“정말 이걸로 괜찮아?”

“어.”

이번 공략에 참여할 핵심 헌터는 서진과 백화연 딱 두 명이었다.

나머지는 정예들만 몇 명 추려서 크라켄의 공격을 분산시킬 계획이었다.

뇌기가 아니면 피해를 주기 힘드니 불필요한 인원은 최대한 빼는 게 나았다.

사람이 많으면 점멸을 쓸 때도 제약이 생기니까.

하지만 그런 서진도 방어막을 부여해주는 백화연만은 필요했다.

이번 던전 특성상 서진은 오로지 공격에 집중해야 하기에 방어는 백화연에게 맡겨야 했다.

‘조만간 옷도 좋은 거로 맞출까.’

여태까진 아무렇지 않게 다녔지만 갈수록 상대하는 헌터와 던전의 수준이 높아지니 고민이 되었다.

지금 공략하는 크라켄도 사체가 귀한 편에 속하긴 하지만 서진의 마음에 차진 않았다.

서진은 최소 A급, 기왕이면 S급 몬스터에서 나온 재료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나중에 생각하자.’

오늘 중요한 건 크라켄의 공략이니까.

물론 철혈백가 측에선 가주만 내보낼 수 없었기에 철혈단이 뒤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럼 가자.”

백화연은 방패를 들고 앞장서며 말했다.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 할 거야.”

바다가 나오는 던전이라 확실히 던전의 규모가 일반 B급과 비교가 안 되었다.

그런 만큼 크라켄이 나타나는 장소도 여러 곳이 있었다.

“우선 여기.”

주로 나타나는 장소를 출현 빈도에 따라 정리해 놓은 곳 중에 첫 번째였다.

여기서부턴 뇌기가 깃든 공격으로 바다를 향해 퍼부어야 한다.

“바닷속에 있는 놈 깨우려면 이게 제일 낫겠지.”

서진은 검을 뽑아 들고 뇌격포를 바다에 내다 꽂았다.

콰아앙!

그러자 제대로 열이 받은 크라켄이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며 등장했다.

암벽 위는 단번에 바닷물로 적셔졌다.

서진은 소나기처럼 떨어지는 물을 맞받아치듯 검을 휘둘렀다.

흑룡검술 제4식 만천뇌우(滿天雷雨)

응축된 채로 검을 감싸던 번개가 폭발하듯 비산했다.

파지지직!

수천 개의 바늘로 쪼개진 자줏빛 번개가 크라켄에 꽂히며 터져나갔다.

쿠웅.

크라켄은 다리를 암벽에 부딪히며 몸부림쳤다.

본능적으로 위협적인 존재라는 걸 느꼈는지 3개의 다리가 서진에게 휘둘러졌다.

‘점멸.’

하지만 이동한 곳엔 또 다른 다리가 서진이 도착한 곳을 내려치고 있었다.

현재 서진의 점멸 등급은 5성.

재사용 시간이 있기에 바로 연달아 쓸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검을 들어 비껴내려는 찰나.

다리가 검에 닿기도 전에 정지되었다.

‘깜빡 잊었네.’

줄곧 혼자 싸우는 것이 익숙했던 서진은 백화연의 스킬을 망각했었다.

그녀의 스킬은 강한 반동으로 크라켄의 다리를 튕겨냈다.

서진은 그 자리를 벗어나 한 번 더 만천뇌우를 퍼부었다.

“그우어어!”

[근력이 7 상승합니다]

[민첩이 6 상승합니다]

[체력이 6 상승합니다]

[마력이 8 상승합니다]

크라켄은 아까보다 더욱 괴로워하며 암벽과 거리를 벌렸다.

서진을 극도로 경계한 것이다.

그리고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가 몸을 적시고 다시 올라왔다.

그것을 지켜보던 철혈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몸을 내던지며 필사적으로 공격해도 미적지근하던 놈이 저런 반응을 보일 줄이야.

“단장! 크라켄 색이 바뀌었어.”

서진의 등을 바라보던 그는 고개를 돌려 크라켄을 쳐다봤다.

“정말이네.”

한서진의 공격 2번에 곧장 2단계로 접어들다니.

“후우...”

철혈단장은 밀려오는 자괴감을 느끼다 고개를 저었다.

“속성빨이 존나 심한 놈이라 그렇지. 안 그러냐?”

“근데 이전에 전격 마법 쏟아부었을 땐 안 저랬지 않습니까.”

“그렇지.”

인정해야 했다.

그의 공격이 다른 헌터들보다 훨씬 밀도가 높다는 걸.

그러지 않고서야 두 번만에 색이 변할 리 없으니까.

“저 번개가 특별한 게 아닐까요. 흑룡가에서도 자주색 번개는 드물다고 하던데.”

“어쨌든 이번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피부가 다홍색으로 변한 크라켄은 전보다 눈에 띄게 강해졌다.

다리로 암벽을 내려치면 움푹 패일 정도였다.

그렇기에 서진은 마나를 더욱 끌어냈다.

마광병 진행도가 낮아진 만큼 운용에 여유가 생긴 덕분이었다.

콰앙!

서진은 크라켄의 공격을 피하며 번개를 최대한 길게 뽑아냈다.

서걱.

3미터가 넘는 번개 검은 크라켄의 다리 하나를 깔끔하게 잘라냈다.

“한결 낫네.”

정신을 어지럽게 하는 다리가 줄어들자 철혈단도 비교적 여유가 생겼다.

“미쳤는데요? 다리 하나를 잘라버리네.”

철혈단장은 욱하는 마음에 소리쳤다.

“저러니까 여태까지 우리가 개고생 한 것 같잖아!”

“그건 맞는 것 같은데요. 단장님.”

“시끄러!”

철혈단장은 화를 내면서도 끊임없이 서진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백화연도 마찬가지였다.

초반에 크라켄의 공격을 못 피할 땐 걱정이 되었지만 알고 보니 기우였다.

아깐 몸이 덜 풀려서 그랬던 건지 2단계에 들어선 지금은 자신의 스킬이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물론 서진에게 철벽을 씌워주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백화연은 도발 스킬로 크라켄의 주의를 돌리거나 한 번에 4개 이상의 다리를 감당하며 버티고 있었다.

그렇지만 서진에게 필요했던 도움이 하나 사라진 듯해 기분이 이상했다.

‘공략이 잘 되는 건 좋긴 하지만.’

백화연이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서진은 한 번 더 다리를 잘라냈다.

“그어어어!”

[근력이 5 상승합니다]

[민첩이 5 상승합니다]

[지력이 6 상승합니다]

이윽고 크라켄의 살갗이 적색으로 물들었다.

“악!”

그리고 3단계의 크라켄을 버티지 못한 철혈단원 한 명이 나가떨어졌다.

사실 이 정도면 A급 보스 몬스터라 봐도 무방하다.

이 던전이 B급으로 분류된 시기인 3년 전 기록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난이도가 올라갔으니까.

3단계에 도달한 크라켄의 공격은 서진도 피하기가 힘들었다.

카앙!

덕분에 백화연의 스킬이 빛을 발했다.

서진은 이참에 방어를 그녀에게 전부 맡기고 공격을 쏟아부었다.

뇌격포는 크라켄의 시력을 상실케 했으며 전광검으론 단번에 2개의 다리를 절단했다.

마지막으로 만천뇌우가 크라켄에 작렬한 순간, 거대한 몸체가 힘을 잃고 가라앉았다.

손이 떨릴 때까지 버티고 있었던 철혈단장은 그제야 검을 놓았다.

“끝났다.”

그리고 연신 서진을 힐긋거리던 그는 머리를 헝클며 일어났다.

“휴우, 쯧.”

서진에게 다가간 철혈단장은 머뭇거리다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까 던전 앞에서 뭣도 모르고 말해서.”

서진은 가볍게 웃으며 사과를 받아주었다.

그에 철혈단장은 한결 편해진 얼굴로 말했다.

“오늘 공략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아니 도와줬다기보단 거의 원맨쇼긴 했는데, 뭐 어쨌든. 필요한 일 있으면 말하십쇼. 한 번은 돕겠습니다.”

“그러지.”

할 말을 마친 철혈단장이 물러간 뒤에 백화연이 다가왔다.

“다친 덴 없어?”

“덕분에.”

“...그럼 부탁은 언제 할 건데?”

“조만간 할 것 같아.”

오늘 전투로 인해 스텟이 꽤 올라갔으니 6레벨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럼 그때 되면 말해줘. 이제 가문에 바로 올라갈 거야?”

“그래야지. 사체는 네가 팔아서 계좌에 넣어줘.”

“돈으로? 재료는 필요 없어?”

“어.”

어차피 옷은 다른 A급 재료나 S급으로 만드는 게 낫고, 돈이 있어야 기회 될 때 영약을 구할 수 있을 테니까.

“알았어.”

서진은 철혈백가와 인사를 마치고 흑룡검가로 올라갔다.

**

가문에 복귀한 다음 날.

서진은 가주의 집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달칵.

집무실에 도착한 서진이 문을 열자 의외의 인물이 앉아있었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한서진 님.”

홍세인 과장이 작게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무슨 일로 온 거지?”

“그게 말이죠.”

홍세인이 운을 떼려는 순간 가주가 입을 열었다.

“일단 앉아라. 후계자로서 첫 임무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하니.”

서진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무슨 상황인지 이해했다.

흑룡검가의 후계자는 소가주가 되기 전까지 갖가지 임무를 수행하며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리고 첫 임무 시기는 가주가 결정한다.

둘째인 한치성은 이미 해외에서 종종 임무를 받아 수행하고 있으니 서진이 늦은 편이었다.

“불가피하게 늦어졌어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물론 싫으면 안 해도 되니 얼마든지 말하거라.”

“마음에도 없는 말 하지 마시고 설명 시작하시죠.”

임무 거절은 후계자 자리를 내려놓는 것과 같으니까.

“그럼 홍세인 과장, 설명 시작하게.”

“예.”

홍세인은 서진을 향해 돌아보며 말했다.

“제가 흑룡검가를 찾아온 이유는 북한 지역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북쪽 지역이면.”

던전과 몬스터가 나타난 이후 완전히 몰락해버린 곳.

흑룡검가처럼 경기, 강원도와 인접한 지역이 아닌 위쪽은 무법지대였다.

도시 ‘백야’와 달리 최소한의 질서조차 존재하지 않는 마경.

서진은 예상치 못한 지역의 언급에 흥미가 생김과 동시에 홍세인이 온 이유에 대해서도 납득했다.

위쪽 지역에 대해 그나마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곳이 흑룡검가였으니까.

홍세인은 물로 목을 축이고 입을 열었다.

“최근 북한 지역에서 신경 쓰이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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