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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가문의 천재는 사실 귀환자-71화 (71/141)

71화

“서진 님!”

흑룡대장이 서진을 보호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하아압!”

하지만 성주가 크게 창을 휘두르자 섣불리 파고들 수가 없었다.

마너가 봉인됐어도 8레벨의 스텟은 극복하기 힘든 산.

흑룡대장도 같은 8레벨임에도 일합에서 성주가 우세한 것이 한눈에 보였다.

수련했다는 말이 단순한 위협용은 아니었던 것.

그리고 흑룡대장은 뇌기를 다루기에 스텟이 마력에 치중되어 있으니 더욱더 결계에 심한 영향을 받고 있을 터.

반면 성주는 근력 위주로 스텟을 쌓아왔다면 저런 격차가 납득이 된다.

그러나 이곳엔 흑룡대장만 있는 게 아니었다.

흑룡대 전체와 자호대까지 성주를 향해 무기를 들었다.

그가 서진에게만 집중하기엔 흑룡가의 헌터들이 너무나 많았다.

성주는 창을 강하게 내려찍으며 그들을 오시했다.

“조금 밀렸다고 아주 얕보이고 있나 보군. 설마 적륜성의 저력이 여기서 끝이라 생각한 건가.”

성주는 헛웃음을 터트리더니 크게 외쳤다.

“적성위(赤城衛)는 나오라!”

그 말이 나온 순간 내성에서 마흔 명의 헌터가 나타났다.

오로지 성주의 명령만을 들으며 적륜성에서 제일 강한 부대.

적륜성이 흑룡검가에 비해 뒤떨어진다곤 하나 적성위의 헌터만큼은 밀리지 않는 무력을 보유했다.

그래도 흑룡대장의 자신감 넘치는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수적, 질적으로 우세한 형국이었기에.

물론 적륜성주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당연히 이게 끝이 아니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돌바닥 아래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차르르륵!

곧이어 사슬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땅이 갈라지며 지하에서 괴물이 올라왔다.

“키메라.”

서진이 마경 연구소를 파괴했을 때 뒤처리를 담당했던 흑룡대 헌터들은 단번에 알아챘다.

키메라의 수는 대충 봐도 서른이 넘었다.

일순 달라진 흑룡검가 헌터들의 분위기를 보며 적륜성주는 크게 웃었다.

“크하하! 이제 사지에 들어왔다는 게 실감이 나는가. 그리고 적성위는 흑룡대를 맡아라”

“충!”

적성위와 키메라를 합하면 칠십이 넘는다.

심지어 키메라는 마나 봉인 결계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괴물.

이 정도면 능히 흑룡가 헌터를 묶어둘 수 있을 터.

그리 판단한 성주는 서진을 향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서진은 태연자약하게 검을 늘어트리고 있었다.

묘하게 그 모습이 거슬린 적륜성주.

서진은 아랑곳 않고 성주에게 말을 걸었다.

“연구 자료가 다 날아갔을 텐데 용케 저만큼 복구했군.”

“네놈 때문에 필요치 않은 고생을 했지. 그렇지만 하길 잘했던 것 같군.”

“그런데 말이야.”

연구소에서 봤던 키메라는 일반형과 강화형, 두 종류였다.

“지금 저기 있는 키메라 중에는 강화형은 하나도 없네. 아무래도 다시 만들기 힘들었나 보지?”

서진이 아픈 정곡을 찌르자 성주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성주는 창대를 강하게 쥐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녀석을 인질로 잡으면 흑룡가에서 연구 결과 자료를 내놓지 않곤 못 배길 것이다.”

“할 수 있으면 해보든지. 그리고 하나 더. 일반형인데 그때보다 더 균형이 불안정하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땐 최적의 환경에서 만들어낸 거지만 지금은 자료가 소실된 상태에서 몰래 만들려고 했을 테니 힘들었겠지.

연달아 심기를 건드리는 서진의 말에 적륜성주는 참지 못하고 창을 휘둘렀다.

콰앙!

서진은 뒤로 피하며 크게 소리쳤다.

“흑룡대장! 저 키메라들의 약점은 복부에 있으니 거길 노리면 된다.”

키메라를 몇 번 상대해봤으며 숱하게 몬스터를 죽여온 서진이기에 바로 눈치챘다.

배에 숨겨둔 코어를 통해 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을.

흑룡대장은 가장 먼저 키메라의 복부를 베어내며 서진의 말이 진실임을 증명했다.

서진 덕분에 흑룡가 헌터들의 기세는 다시 살아났다.

“이노옴!”

서진의 입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나오자 적륜성주는 대로하여 창을 내질렀다.

카앙.

[근력이 19 상승합니다]

서진의 키보다 큰 창이 거세게 휘몰아쳤다.

‘마나가 묶인 거 맞나? 무슨 놈의 괴력이.’

이런 의심이 들 정도로 적륜성주의 창술은 파괴적인 위력을 자랑했다.

단순한 근력으로 인한 공격인데도 파공음만으로 가늠했을 때 4레벨급은 되는 것 같았다.

‘잘못 맞으면 팔 한 짝이 날아가겠군.’

하지만 맞을 일은 없다.

적륜성주는 이 자리에서 죽을 테니까.

서진은 붉은 투기를 끌어냈다.

위에서 내려치는 창날과 아래에서 휘둘러지는 투검이 격돌했다.

서진의 검은 창대와 성주의 팔뚝을 동시에 잘라냈다.

“크악!”

경악한 적륜성주의 눈빛.

오른팔이 잘렸지만 성주의 시선은 서진의 검에 꽂혀 헤어 나오질 못했다.

“검기?”

마나 봉인 결계에서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 서진의 검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도대체 그건 뭐냐!”

“투기라는 건데, 당신은 몰라도 돼.”

서걱!

믿기지 않는 듯 동공이 확대된 얼굴.

그것이 적륜성주의 마지막 표정이었다.

너무나 허무하게 8레벨 헌터의 목이 떨어졌다.

서진은 바닥을 구르는 목을 보며 짧은 상념에 잠겼다.

차라리 결계를 발동하지 않았다면 상대하기 훨씬 힘들었을 텐데.

흑마법사가 설치해줬을 이 결계가 도리어 그의 죽음을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긴 그리되면 키메라가 상대적으로 약해지니 흑룡검가 상대로 질적 우위를 점할 수 없었겠지.

성주에겐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결국 죽게 될 운명이었다는 것이다.

“성주님!!!”

적륜성주의 목이 쉽게 떨어지는 장면은 모든 헌터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특히 적륜성의 헌터들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챙그랑.

성주가 사망하자 전의를 상실해 무기를 놓아버리는 헌터도 속속 생겨났다.

“예외 없이 전부 죽여.”

서진은 나직하게 입을 열었고, 흑룡대장은 명령을 바로 이행했다.

성주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무력 부대를 처리하는 건 너무나 쉬웠다.

잠시 후, 적성위 전부를 죽인 것을 확인한 흑룡대장은 서진에게 다가갔다.

“서진 님. 내성의 직원들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일반인은 놔두되 총관은 반드시 찾아. 생포하기 힘들면 그 자리에서 죽여서 시체만 가져와.”

“알겠습니다.”

“1팀은 도망친 후계자 두 명을 찾아서 반드시 죽여.”

적륜성에 쳐들어오기 전, 사전에 수집했던 정보를 토대로 내린 지시였다.

놓치면 후환이 될 인물은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자호대장은 결계 유지 장치 찾아내서 부숴버려.”

“예!”

**

얼마 지나지 않아 2팀이 총관을 생포해왔다.

흑룡부대장 허대일은 총관을 잡아끌며 서진에게 보고했다.

“천장이 부서진 차 근처에 있었습니다. 반항이 없어서 그냥 생포해왔습니다.”

총관은 몸을 몹시 떨어대며 입을 열었다.

“살, 살려주십쇼.”

“내가 왜?”

“살려만 주신다면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조금 전까지 적륜성주 밑에 있었으면서?”

“그렇긴 하지만! 살게 된다면 은혜를 충성으로 갚겠습니다.”

“진심이야?”

서진이 솔깃해하자 흑룡대장이 전음을 보냈다.

-서진 님, 저런 놈은 믿어선 안 됩니다.

하지만 서진은 그 말을 못 들은 척 무시하며 총관에게 말했다.

“그럼 충성심을 확인할 겸 첫 번째 임무를 주지. 적륜성의 후계자 두 명이 지금 어디로 도망가고 있는지 알아내. 만약 놓친다면 이 자리에서 넌 죽는다.”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총관은 손수건을 하나 꺼내더니 미약한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민무늬의 회색 천에서 지도와 함께 두 개의 점이 나타났다.

총관은 서진에게 손수건을 내보였다.

“제, 제가 평소에 지니고 다니는 아이템인데 이 지도에서 보이는 점이 후계자의 위치입니다. 이걸 토대로 추적하면 반드시 잡을 수 있으실 겁니다.”

“이 점은 무슨 기준으로 나타나는 거지? 특정 소지품?”

“아, 개인의 마나 반응입니다. 그래서 틀릴 일은 없습니다.”

총관이 왜 이런 물건을 들고 있는 걸까.

서진의 의구심 어린 눈빛을 눈치챈 그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어릴 때 성주님의 첫째가 납치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 이런 아이템을...”

“뭐, 이유야 어찌 됐든 후계자만 잡으면 되는 거지.”

서진이 눈짓에 흑룡대장이 지도를 보며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렇게 20분 정도가 지났을 때, 흑룡대 헌터들이 두 개의 수급을 들고 돌아왔다.

서진이 들고 온 사진과 비교해보니 후계자들이 맞았다.

총관은 복잡한 안색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지만 덕분에 살게 되었으니.

“그러고 보니 적륜성도 아이템 창고 같은 거 있지 않나?”

“아, 예!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서진의 말에 총관은 냉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

적륜성의 비고는 여러 보안 장치가 걸려있지만 총관이 있기에 힘쓰지 않고 쉽게 문을 열 수 있었다.

서진은 자호대에게 쓸만한 아이템을 챙기라는 지시를 내리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이제 가주실로 가지.”

일련의 사건들을 떠올리면 적륜성주는 흑마법사와 접촉하고 있던 게 분명하다.

당장은 아무 일이 없더라도 누구와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가주실에 당도한 서진은 가볍게 둘러보며 흑룡부대장에게 지시했다.

“부대장. 여기 샅샅이 뒤져봐.”

“예.”

흑룡대 2팀의 헌터들은 가주실의 모든 곳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서진이 원하는 정보가 담긴 서류가 발견되었다.

“여기 있습니다.”

“수고했어.”

서류에는 흑마법사와 주고받았던 거래 내용이 적혀있었다.

‘게일러?’

거래 내역 외에는 간단한 신상 정보가 있었는데 이름 옆에 있는 9레벨이 눈에 띄었다.

‘9레벨의 흑마법사라.’

탁.

서진은 일단 서류철을 덮고 확장 마법이 각인된 가방에 넣었다.

가문에 복귀하고 나서 느긋하게 볼 생각이었다.

“이 정도면 도움이 되었을까요?”

총관은 벌써 서진의 부하가 된 듯이 입안의 혀처럼 굴었다.

흑룡대장은 그런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서진이 허락했으니 참고 보고만 있을 뿐.

서진은 선선하게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수고했으니 상을 줘야겠지. 총관은 뭘 좋아하지? 아무래도 돈이 제일 낫겠지?”

“아닙니다. 살려주신 것만 해도 감사할 따름이죠.”

“아쉽군.”

“예?”

“그건 줄 수 없거든.”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서진은 총관의 목을 베었다.

머리가 툭 떨어지고 몸은 피 분수를 쏟으며 뒤로 넘어졌다.

목이 베인 건지 자각조차 못한 채 맞이한 죽음이었다.

서진에겐 나름대로 최대한의 배려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흑룡대장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경탄했다.

이번 적륜성에서 서진의 새로운 면을 본 것 같았기에.

자신을 비롯해 흑룡가 헌터에게 명령을 내리는 모습부터 칼 같이 베어내는 행동까지.

알맞은 옷을 입은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다.

마치 군림하는 지배자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온다.

이전에 대화할 땐 그런 걸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스무 살 이전부터 서진을 보아왔던 흑룡대장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좋다고 할 수 있었다.

가주에 걸맞은 압도적인 기세가 너무나 어울렸으니까.

흑룡대장은 서진의 등을 눈에 담으며 앞서 걷는 그를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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