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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가문의 천재는 사실 귀환자-75화 (75/141)

75화

“더욱 대단한 점은 처음 접하는 몬스터임에도 한서진 도련님은 침착하고 노련하게 저놈을 상대했다는 겁니다.”

“솔직히 제가 저 자리에 있었으면 막기에 급급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 드레이크는 새롭게 분류해야 하지 않을까요?”

“동감합니다. 더 높은 등급을 붙여야 할 것 같아요.”

연이은 칭찬에 언짢아진 한치성의 팀원은 볼멘소리를 뱉었다.

“그래 봤자 커다랗기만 한 드레이크 아닙니까? 가끔 덩치만 큰 별종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 말에 바로 반론이 쏟아졌다.

“그건 정말 억지군요. 영상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게 신기해요.”

“레이놀즈 계층장 님의 마법도 뚫어버리는 저 모습을 보면 확실하지 않습니까. 일반적인 A급 보스몬스터를 뛰어넘었다는 걸.”

“그건...!”

“앉아.”

팀원은 다시 입을 열려고 했지만 한치성이 말을 끊었다.

그리고 서진을 보며 선선히 인정했다.

“왜 늦었나 했더니 저걸 잡느라 그랬나 보군.”

한치성은 더 있을 가치가 없다는 듯 회의실을 벗어났다.

어차피 마무리 단계였기에 그가 나가도 큰 문제는 없었다.

잠시 후 강평이 끝나고 서진도 건물을 나서려고 할 때, 레이놀즈가 불러 세웠다.

“한 팀장. 잠시 대화 좀 할 수 있겠나?”

“네. 혹시 저번에 하려다 말았던 얘기입니까?”

드레이크를 죽이고 나서 레이놀즈가 말을 하려다 멈춘 적이 있었으니.

“맞네. 눈치가 빠르구먼.”

“그래서 무슨 일이십니까.”

“자네, 혹시 마법 배울 생각 없나?”

“예?”

레이놀즈는 농담이 아니라는 듯 진지하게 서진을 눈을 직시했다.

“내가 보기엔 자네는 마법에 재능이 있어.”

서진과 함께 웨이브를 막아낸 레이놀즈는 확신하고 있었다.

검을 통해 전격을 다룰 때의 마나 운용 수준은 상위 마법사 수준이었으니.

다만 평생을 검만 잡아 왔던 서진에겐 너무나 당혹스러운 말이었다.

“마법은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물론 검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마법은 더욱 심하다고 서진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레이놀즈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진 않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불변의 진리라곤 할 수 없지. 제일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재능이야. 아무리 어린 나이에 시작해봤자 소질이 없으면 결코 3레벨을 넘지 못하네.”

서진은 작게 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검을 휘둘러도 변함없이 약했던 시절이 떠올랐기에.

그런 점에선 마법도 검과 비슷하다 할 수 있었다.

“거기다 수속성 마법을 익히면 자네의 전격과 잘 맞아서 지금보다 훨씬 강해지겠지. 싸울 때 선택 가능한 전술도 늘어날 테고.”

서진이 줄곧 고민하던 문제를 파고드는 말이었다.

검만으로 한계를 느낄 때가 종종 있었으니까.

서진은 살짝 마음이 기울었지만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계층장 님이 이렇게 권유한다는 건 저에게 원하는 게 있다는 뜻이시겠죠.”

“눈치가 귀신이군. 큰 문제는 아니네. 그리 시간도 오래 뺏지 않을 거라 장담하지.  길어봤자 한 달 정도일걸세.”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마법을 익히기 위해서라면 한 달 간 가문을 떠나있을 의향은 있다.

“잠깐 말해주기 전에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네만, 한 달만 배우고 다 될 거란 생각을 하는 거라면 곤란하네.”

“기초 단계만 익히자는 말씀이겠죠. 저도 양심 없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알고 있다니 다행이군. 물론 그 뒤로도 필요하다면 도움을 줄 테니 걱정 말게.”

서진은 충분히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당부는 이쯤 하면 된 것 같으니 본론을 꺼내 주시죠.”

“그러지. 근데 이걸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레이놀즈가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옆에 조용히 있던 정소율이 나섰다.

“스승님, 제가 설명해도 될까요?”

“그래, 그리 하는 게 낫겠다.”

누구든 상관없다는 서진의 눈빛에 정소율이 얼른 입을 열었다.

“혹시 마탑의 직위 체계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대충은요. 계층장, 부마탑주, 탑주 순으로 있다는 것 정도.”

“맞아요. 그 얘길 꺼낸 이유는 스승님이 곧 부마탑주 승격 심사를 받게 되었거든요.”

“호오, 부마탑주 후보셨군요.”

서진은 괜스레 머쓱해하는 레이놀즈를 한번 쳐다본 뒤 말했다.

“그럼 심사에서 뭔가 문제가 있는 겁니까?”

정소율은 멈칫하며 입술을 오물거렸다.

아마 그녀의 성격상 제자 된 입장에서 꺼내기 힘든 얘기라서 그렇겠지.

결국 레이놀즈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부마탑주 후보는 나와 8계층장 이렇게 두 명이네. 심사 요소는 여러 분야가 있고 대부분 비등하다고 볼 수 있지만 한 가지가 부족한 상태지.”

“그게 뭡니까.”

“제자 양성이네.”

서진은 이해가 되었다.

아무리 대단한 집단이라 한들 새로운 인재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썩기 마련이니까.

거기다 요즘은 마법을 익힐 수 있는 다른 선택지도 늘어나는 추세라 더욱 인재 경쟁이 치열할 터.

하지만 서진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계층장님에겐 정소율 씨가 있지 않습니까? 재능이나 성취를 보면 차고 넘칠 텐데요.”

제자의 칭찬에 레이놀즈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답했다.

“물론 이 아이는 천재라 할만하지만 부마탑주가 되기 위해선 두 명의 제자가 반드시 있어야 하네.”

“그럼 그동안은 뭐 하시다가?”

“크흠.”

그리 말하긴 했지만 대충 어떻게 된 건지 파악이 되었다.

레이놀즈의 눈에 차는 인재가 없었겠지.

그래서 서진의 재능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고.

전반적인 상황을 알게 된 서진이지만 아직 궁금한 점이 남아있었다.

“아시다시피 저는 흑룡검가의 후계자입니다. 마탑의 일원으로서 활동할 순 없습니다만.”

“그 점은 걱정 말게. 외부 제자라는 형태로 받으면 되니까. 마탑 일 때문에 귀찮아질 일은 없을 걸세.”

“그렇다면 제가 어떤 형태로 도움을 드려야 합니까.”

“제자 양성에 대한 심사는 상대 제자와의 대결로 결정되지. 거기서 이겨주면 되네.”

“오로지 마법으로 말이죠?”

“물론이네.”

서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현재 6레벨이지만 쓸 수 있는 마법은 하나도 없다.

헌터의 레벨은 스텟을 증명하는 지표일 뿐, 구체적인 성취를 보여주는 수치가 아니니까.

검술이야 이미 깨달음을 얻었으니 레벨에 따라 흑룡검술도 자연스레 오르지만 마법은 다를 게 분명하다.

하지만 서진은 마탑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더 강해질 수 있는 길을 시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할 순 없으니까.

거기다 이계에서 자신을 절벽까지 몰아붙인 도마뱀에게 마법으로 한 방 먹여주면 재밌을 테니 말이다.

“좋습니다. 마탑으로 가죠.”

“잘 결정했네.”

레이놀즈는 환한 기색으로 답했다.

“다만 가기 전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 내일 가도록 하죠.”

“그렇겠지. 내일 만나세.”

“그럼 내일 봬요, 서진 님.”

서진은 레이놀즈와 정소율과 헤어지고 나서 천궁의 길드장에게 연락을 넣었다.

용건은 마광병 치료에 대한 정보 수집.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는 백지 수표 같은 조건을 빠르게 써버리기로 했다.

정보에 밝은 천궁 길드이니 서진이 모르고 있는 걸 알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지만.

그리고 다음 날, 서진은 마탑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마나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마법사의 위치는 날이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

당연히 마탑의 영향력도 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마탑은 세계 곳곳에 지부가 세워져 있지만 본부라 할 수 있는 마탑은 캘리포니아에 위치해 있었다.

드높은 마탑의 위상을 보여주는 마천루는 10층 단위로 1계층으로 분류된다.

그러니 일선에서 마탑 내부를 다스리는 존재가 계층장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계층의 숫자가 높다고 무조건 우위를 차지하는 건 아니기에 계층장 간의 힘의 관계는 항상 유동적이었다.

그래서 계층장들이 바로 다음 직급인 부마탑주를 두고 경쟁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다.

부마탑주가 되면 자율적인 연구비 예산 책정과 본부 지하의 금지된 서고 열람권 등, 마법사로서 갈망하게 되는 것들을 손에 넣게 된다.

무엇보다 제자에 대한 지원도 대폭 늘어나기 때문에 계층장들은 누구나 부마탑주가 되길 원한다.

그렇기에 현재 부마탑주 후보인 8계층장은 평소보다 신경이 날카로웠다.

한 달 후에 있을 심사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니까.

불을 다루는 적위 학파에 속한 그는 레이놀즈와 오랜 악연이었다.

‘운 좋게 계층장까진 올라왔을지 몰라도 부마탑주는 절대 안 되지.’

연구 성과나 마탑 기여도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 몰라도 제자 양성면에선 앞서고 있었다.

첫 번째 제자는 정소율보다 나이는 많지만 같은 5레벨이고, 두 번째 제자는 1년 만에 3레벨에 도달했으니까.

“스승님.”

그때 첫 번째 제자인 마일스의 목소리가 8계층장의 상념을 깨웠다.

“무슨 일이냐.”

연구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마일스는 급히 다가오며 말했다.

“레이놀즈 계층장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몬스터 웨이브에 갔었다고 했지? 그런데 가다니. 팔자도 좋아.”

“저 그런데 다른 사람을 한 명 데리고 왔는데 흑룡검가의 후계자랍니다.”

“뭐? 날붙이나 휘두르는 놈을 왜 데려와?”

“목적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설마 제자가 부족하니 검사 나부랭이를 받겠다는 정신 나간 생각은 아니겠지.”

8계층장은 레이놀즈를 비웃으면서도 마음을 놓진 않았다.

“뭔 꿍꿍이인지 알아봐야겠어.”

**

마탑에 도착한 서진은 레이놀즈가 내어준 1레벨 마법서를 읽고 있었다.

외부 유출이 안 되는 책이라 마탑까지 와서 읽어야 했다.

“흠.”

서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책을 덮었다.

“다 이해했나?”

“아니요, 전혀 모르겠습니다만.”

책 덕분에 상태창의 스킬란에 공용 마법이 추가되었긴 하지만 진행도는 0%였다.

마법과 담을 쌓고 지낸 서진이 처음 보는 마법서를 이해할 리 없었으니.

레이놀즈는 예상했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그럴 것 같았네. 그럼 따라 하는 건 가능하겠나? 자네는 책으로 습득하는 것보다 직접 보는 편이 훨씬 빠를 것 같으니.”

그러면서 손위에 작은 빛을 만들어낸 레이놀즈.

“공용 마법 중의 하나인 라이트이네.”

서진은 용체화를 발동하며 말했다.

“다시 해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

서진은 레이놀즈가 라이트를 시전 할 때의 마나 움직임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마나 경로는 각자 조금씩 다르지만 방식은 비슷할 수밖에 없다.

같은 마법이니까.

거기다 단순한 마법일 경우 더더욱.

그리고 레이놀즈는 서진을 위해 최대한 천천히 마법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

용체화 상태의 서진이 읽어내기엔 충분했다.

그러고 보면 마법을 이런 식으로 세세하게 보는 건 처음이었다.

전투할 땐 항상 발현된 마법의 약점만 파악했으니.

어쩌면 서진은 아직 과거의 기억에 갇혀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최악의 둔재였기에 마법은 엄두조차 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서진은 스무 살 이전과 다른 존재.

천 년이란 세월은 검술을 뛰어넘어서 마나에 대한 재능을 새롭게 구축한 상태였다.

가능성을 자각한 서진의 눈에 마법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라이트를 발현하면 되는지 훤히 보인다.

‘이런 식으로 하면 되는 건가.’

그 순간 서진의 손에 찬란한 빛이 터져 나왔다.

[‘용체화’의 등급이 상승하였습니다]

설마 단번에 해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레이놀즈는 겨우 입을 열었다.

“...자네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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