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4: 제국 황실 요리대회
아우레스력 1876년, 안스란력 436년 3월 10일.
펑! 펑!
하늘로 흩어지는 각양각색의 연기가 아름답다.
마법이 아닌 화학으로 만들어진 폭죽들이 하늘을 수놓고, 파란 하늘은 그와 닮지 않은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휘유. 역시 황제나 되니까 스케일도 크네?”
“그러게요. 돈 많이 들었겠다….”
벌써 나미아에게 배운지 몇 달이 지난 티나세르는 상당부분의 사고방식이 나미아와 닮아있었다. 교육 환경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나미아와 오디, 티나세르는 수 많은 인파를 뚫으며 황궁으로 향하고 있었다. 물론 그 인파를 뚫는 것은 네 마리의 말이었지만 그녀들은 끔찍하게 느린 교통 정체에서 탑승자의 고난을 체험하는 중이었다.
“오디. 마차 날려버리고 싶어.”
“하지 마세요.”
“그치만! 너무 느리잖아….”
오디는 나미아의 꿍얼거림을 그냥 무시해버렸다.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 공중마차를 보며 시민들이 뭐라고 생각할지는 자명했다. 사신이 끌고 다닌다는 공포의 마차가 되고 싶지 않은 이상은 그냥 얌전히 땅을 가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 제국 황실 요리 대회의 대회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요리 대회는 이미 9일 전인 3월 1일에 시작했지만, 오늘부터는 일반 관람이 허용되는 본선전인 것이다.
상위 5인 안에 들어가기만 해도 제국의 황실 요리사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게 된다. 그래서 각양각지의 요리사들이 저마다 푸른 꿈을 안고 몰려들었고, 그 숫자는 약 1500명이었다. 순간 아이리펜 대륙의 요식업계 전체에 큰 공백이 생기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졌었다.
아무튼 그런 해프닝이 있고서는 1500명을 상대로 한 길고 긴 예선으로 거르고 거른 끝에 오늘부터 32인의 본선이 시작되는 것이다.
자마닌의 실력으로는 충분히 본선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기에 자마닌의 본선진출 소식을 들었을 때, 나미아는 고개를 끄덕거릴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본선 1회전에서 떨어져도 그 높은 경쟁률을 뚫은 거니까 나중에 식당을 열어도 파리 날릴 일은 없겠네요?”
“그렇겠지? 하지만 남자가 한번 시작한 이상은 우승을 노려야지! 오호호홋!”
“…언니는 돈 생각만 하면 웃음소리가 기괴해진다니까요.”
티나세르는 나미아가 무슨 생각으로 대회 출전을 제의했는지 이미 꿰뚫어 보았기에 한껏 허리를 꺾으며 웃어대던 나미아의 입을 효율적으로 다물게 했다. 그렇게 굳어버린 나미아를 외면한 티나세르는 오디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디 언니. 세이아란 씨는 오늘 오신댔어요?”
“오신다고 했으니 오시겠지. 그래도 두 사람 결혼하는 일에는 이젠 별 문제 없겠구나. 1500명 중에서 32인에 남았으니 여기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그 이름이 알려질 거 아냐?”
사실이 그랬다. 유례없는 파격적인 조건의 대회에 유래 없는 인원이 몰려들었고, 그 중에서 남은 32인이라면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이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식당을 개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라면 이미 자마닌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겠으나, 나미아의 부추김은 그런 당연한 사실마저 잊게 하는 모양이었다.
“지금은 오후 1시. 대회는 2시 시작. 시간 많네.”
“그러게요. 그런데 왜 앞으로 안가지?”
대회 시작 시간까지는 넉넉히 남아있기에 세 여자는 느릿느릿 기어가는 마차의 경이로운 속도를 조금 더 길게 저주할 수 있을 것이다.
‘마부 일을 하는 사람의 심정도 좀 생각해 주시겠습니까?’
고삐와 말채찍을 든 브란디에고는 안에서 들려오는 한가로운 목소리에 좌절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특별수당만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나올 일이 없었을 그는 이루어지지도 않을 소망을 생각하며 조심스레 마차를 몰았다.
흰 옷의 옷깃을 세우고 흰 단추를 여민다. 붉은 리넨 스카프를 단정하게 죄어 풀어지지 않도록 하고 앞치마의 상태와 하얀 모자를 점검한다.
거울 앞의 자마닌은 자신의 상태를 세심하게 가다듬었다. 오늘 열리는 대회에는 필시 세이아란이 올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무리한 부탁을 여러모로 잘 들어준 환상여관의 주인도 올 것이다.
“하하! 그 녀석 말이지, 먹는 방법도 모르더라고. 심지어는 왜 포크와 나이프가 이렇게 여러 개냐고 물어본다니까?”
“말도 마라. 나는 말야….”
자마닌은 떠들어대는 요리사들에게서 눈을 돌렸다. 손님을 무시하고 험담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자니 옛날의 자신이 겹쳐지고 있었다.
그땐 얼마나 기고만장했는가. 자신이 최고의 경지에 오른 양 으스대고 있었으니 그 때를 생각하자면 아직도 부끄러움을 감출 길이 없었다.
대회의 본선에 올라가게 된 요리사들은 모두 뛰어난 경력과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부는 그 경력과 실력에 알맞은 최악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요리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요리사의 태도도 달라지는데, 그들은 요리의 주체가 요리사에게 있다는 믿음의 신봉자들이었다. 그들을 향해 경멸어린 시선을 보내려던 자마닌은 눈을 지끈 감았다.
‘아냐. 나 자신도 그리하였거늘… 내가 어찌 남을 보며 욕한단 말인가.’
다시 뜬 그의 눈에는 동정심이 가득했다.
요리란 남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며, 먹는 사람의 기쁨을 자신의 기쁨으로 여길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요리사가 취해야 할 최고의 태도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기쁨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이 진정한 요리인의 자세다.
그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변화를 겪어온 사상은 이내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과거, 요리의 극의를 추구한다며 남의 일에도 쌍지팡이 들며 거든 때가 왠지 낯설었다.
슬쩍 시선을 돌리자 중앙에서 떠드는 일부 몰지각한 요리사를 뺀 나머지는 그런 이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개중에는 나이 지긋한 사람도 있었고, 새파랗게 젊어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다른 이의 기쁨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요리사가 될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아무리 뛰어나고 높은 기량을 갖췄다고 할지라도 다른 이의 인정이 없으면 그건 틀린 것이다. 최소한 요리의 세계에서는 손님의, 먹는 사람의 의견이 진실이고 전부다.
먹는 사람을 위해 얼마나 더 신경 쓰고, 얼마나 더 노력할 수 있느냐가 요리사의 가치가 된다. 그래서 다른 계열에 존재하는 기준치는 요리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맛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보편적 가치는 없는 거나 다름없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수많은 사람을, 그것도 모르는 입맛을 가진 사람을 상대하는 식당장사는 어떻게 장사를 하는 것일까.
자마닌도 한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절대적인 평가기준은 얼굴도 본적 없는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에게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하나하나 맞춘단 말인가? 그에 대해서 나미아는 명쾌한 대답을 들려주었었다.
“아아. 그걸 고민하고 계셨군요. 그러니까, 요리사에게 기준이 없는 이상 손님의 기준을 따라야 하는데, 그 손님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사람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그걸 생각하자면 제가 무엇에 맞춰 요리를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됩니다.”
“흔히 생각하는 문제죠. 괜찮아요. 그렇게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생각해보면 의외로 간단한 문제거든요.”
“간단한가요?”
“예. 간단해요. 하핫! 그렇게 이상한 표정 짓지 마세요. 알려드릴 테니까요. 요리의 평가는 손님이 하지만 식당영업을 그런 식으로 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하지만, 손님은 의외로 신경 쓰지 않거든요.”
“예?”
“왜냐면 식당은 집이 아니에요. 모르는 사람이 요리를 만드는 식당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애초에 자신의 입맛에 맞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사실 요식업에서 요리사와 손님의 상관관계는 무의식적인 타협으로 시작하거든요.”
“타협…이오?”
“타협이죠. 요리사는 손님의 입맛에 일일이 맞출 수 없고, 손님은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니 어차피 둘 다 입맛이라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의 양보를 하는 거죠. 간단하게 말해서, 외식을 하는 이유는 식당의 맛이 집의 맛과 틀리기 때문에 신선함을 준다는 거예요. 외식용 음식과 가정용 음식의 맛이 판이하게 다른 이유도 그런 신선함을 추구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저는 대체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하는 겁니까?”
“타협을 위한 타협안을 제시해야죠. 불운하게도 요식업은 모든 사람이 맛있어하는 걸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어요. 만인이 공감하지 못하는 가장 큰 케이스죠. 그러니 당신이 생각할 것은 ‘보다 많은 사람이 맛있어할 것’을 만들면 돼요.”
“그, 그런 걸… 어떻게?”
“거기까지 말해줘야 해요? 당신 요리사잖아요? 그 정도는 알아서 연구하라고요. 지금 전문 요리인이 아닌 사람한테 맛의 개발에 대해서 묻고 있는 거예요?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면 거들어 줄 수도 있겠지만 이미 경력도 있는 사람이 그 정도는 혼자서 해결 해야죠. 요리하느라 바쁘시겠지만, 그 정도는 스스로 생각해서 자신만의 결론을 내세요. 그것이 바로 당신 고유의 맛이 될 테니까요. 남은 것은 그 맛과 사람들 사이의 조율이죠. 그럼 수고하세요.”
요리라는 것은 결국 쌍방의 조화다. 서로가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을 만큼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 서로가 잃는 것도 있지만 그것을 감내하며 공동의 이익을 위해 어우러지는 것.
재료와 재료의 조화. 요리사와 손님의 조화. 결국 요리라는 것은 거대한 조화를 위한 활동이었다. 나미아는 그것을 타협이라고 정의했고, 자마닌은 자신의 생각 끝에 그것을 조화라고 결론지었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조화.
자마닌은 그것을 이뤄가기로 했다.
“대회장에 입장하실 준비하세요!”
그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으며, 32인의 한 명인 자마닌은 당당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함성. 환호. 고함.
커다란 경기장에 운집한 오만여 관중이 내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32인의 요리사들이 당당히 걸어 들어왔다.
티나세르는 눈살을 찌푸리며 유심히 관찰한 끝에 그 서른 두명의 요리사들 중에서 붉은 스카프를 맨 자마닌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아! 저기! 저기요!”
“그래, 봤어. 오디. 세이아란 씨는 어디 있어?”
“저쪽의 일등석에 계신데요?”
“어머나. 자릴 잘 못 잡았네. 아이 참.”
나미아는 접선으로 입을 가리며 수줍은 체를 했고, 티나세르는 차마 형언키 어려운 표정을 짓기 싫었던지라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나미아의 표현을 빌려 ‘잘 못 잡은 자리’란 황제와의 거리가 50야드도 떨어지지 않은 특등석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널찍한 자리에 넉넉한 차양을 두고 편안한 좌석에 앉아 여유롭게 관전을 하는 모습은 대귀족의 그것이었다.
“그런데 오너. 꼭 차양에 그런 문구를 넣어야겠습니까?”
“응? 왜에?”
그들의 위로 펼쳐져서 그늘을 만드는 차양에는 ‘필요한 곳에 필요한 물건을. 이켈라인 상회’라는 문구가 아로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차양을 펼치면서 브란디에고는 당황스러움을 온 몸 한 가득 받아야만 했다.
“저기… 미관상 별로 보기 좋지 않습니다.”
“괜찮아. 알 만한 사람들은 전부 그러려니 할 거야. 내가 하루 이틀 이러는 줄 아니? 신경 쓰지 말고 카나페랑 와인이랑 가져와.”
브란디에고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나미아의 말에 착실하게 따랐다. 요리 승부에서 이기게 된 뒤로 요리에 재미를 붙인 브란디에고는 틈만 나면 재료를 구비하여 이것저것 만들었고, 그 실력은 나날이 향상하고 있었다.
델리스 요리장이 진지한 어투로 주방에서 키워보고 싶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그의 실력은 나날이 발전되었고, 나미아는 생긋 웃으며 그를 여행 출장용 요리사로 지정해버렸다.
당혹스러운 브란디에고의 표정이 다부진 결심을 하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미아는 그에게 ‘연봉 150% 인상’이라는 파격 조건을 내걸었고, 애초에 그는 무전취식과 무임계약이라는 불명예를 끌어안았기에 그걸 조금이라도 일찍 끝낼 수 있으면 양심이 허락하는 한 뭐라도 할 분위기였다.
브란디에고가 그렇게 열심히 카나페와 와인을 준비하고 있을 때,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인 32인의 요리사는 무릎을 꿇은 채 황제의 개회사를 듣고 있었다.
기량을 마음껏 펼쳐보라는 말로 간단히 요약될 수 있었겠지만, 거기에는 옛 성인의 우화나 교훈을 주는 말들, 또 그것을 해석하고 풀이한 말들이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오만 관중은 장엄하기까지 한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고, 32인의 요리사는 그 개회사로 긴장감을 잊고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매진하기로 다짐할 수 있었으며, 나미아는 하품으로 그 상황 자체를 일축했다.
“입이나 가리시고 하품하시지요.”
“아, 고마워 디에고.”
황제와 브란디에고가 안면이 없던 것은 아닌지라 그는 최대한 황제의 눈을 피할 수 있을만한 곳으로 가서 섰다. 굳이 체면치레를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황가에 두고두고 전해 내려올 이야기 거리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약간의 시간이 더 지나고, 오만 관중이 모두 숨죽이며 황제를 향한 집중력이 슬슬 한계에 다다랐을 때 쯤, 매우 시기 적절하게 황제는 거창하게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짐의 앞에 선 그대들을 축복하며 대회 시작을 알린다!”
와아아아아아-!
지축을 뒤흔들 함성이 울리며 32인의 요리사는 정중하게 황제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일어섰다. 그리고 각자 준비되어있는 요리대를 향해 흩어졌다.
대회의 진행 방식은 토너먼트로서 처음에는 16:16으로 시작해 점점 반수가 떨어져 나감에 따라 마지막 1:1이 남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5회전까지 가는 이 경기는 처음에는 간단한 요리로 시작해 나중에 갈수록 어려운 요리를 하게 만드는 경기이다.
대회의 예상 시간 소요는 약 8시간이고, 그 시간동안 요리사들은 기량을 선보여야 한다. 물론 체력 관리는 스스로가 해야 한다. 훌륭한 요리사라면 자신의 한계를 다룰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대회의 총 상금액은 7만 펜이고, 이 중 3만 펜이 1등에게 돌아가게 된다. 단순히 상금만으로도 먹고 사는데 별 지장이 없는 엄청난 금액이다. 나미아가 목표한 금액에서는 많이 못 미치는 정도지만.
“나미아 언니. 설마 상금을 다 받으실 생각은 없겠죠?”
“얘는. 내가 무슨 일수꾼인 줄 아니? 그 동안 자마닌 씨가 사용한 요리재료의 가격이 어림잡아 5천 펜 정도 되니까 한 2만 펜만 받아내야지.”
“…우승 못하면요?”
“괜찮아. 그래도 받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티나세르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의 계책 이외에 다른 계책을 생각하지 않는 이 성격은 어쩐지 단호하면서도 좋지 않다. 한 가지 의문이 되는 건 어째서 자신의 의뢰비용은 한푼 낮춰줄 생각도 하지 않는데 왜 자마닌의 의뢰비용은 흔쾌히 깎아주냐는 것이다. 잠시 티나세르가 이런 판이한 대우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무렵, 첫째 과제가 발표되었다.
나미아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호오. 샐러드라. 확실히 시간이 덜 걸리면서도 어려운 과목이지. 이거 출제위원들이 꽤 고생했겠는걸?”
“샐러드가 그렇게 어려운가요?”
“그러고 보니 디에고는 샐러드 만든 적이 별로 없구나. 샐러드라고 하면 단순히 야채에 드레싱을 얹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거든. 그런데 사실 샐러드가 그렇게 쉬운 건 아니야. 사람들에게 싫어하는 걸 먹여야 하니까.”
“예? 샐러드를 싫어해요?”
브란디에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적어도 샐러드는 누구든지 잘 먹는 것이 아닌가? 싫어하는 야채가 있긴 하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샐러드를 거부감 없이 잘 먹는 편이다. 브란디에고는 나미아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의아해했다. 나미아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니. 야채를 생으로 먹는 걸 싫어하지.”
“예? 샐러드는 잘 먹잖습니까?”
“아냐아냐. 틀려. 샐러드에 왜 드레싱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는데? 야채를 먹기 좋게 하기 위함이잖아? 여기서 잠시 생각의 관점을 돌려봐. 야채를 좋아하면 그런 수많고 다양한 종류의 드레싱이 필요할까?”
브란디에고는 신중하게 나미아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드레싱의 종류는 너무나 다양해서 일일이 말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그렇게 드레싱이 발달된 이유는 뭘까? 드레싱을 끼얹는 이유는 야채를 먹기 쉽게, 먹기 좋게 하기 위해서다. 왜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나미아가 말하고자 하는건 그것이었다.
“야채를… 그냥 먹는 걸 싫어하니까… 양념을 얹는 건가요?”
“맞아. 혹시 먹어봤을지 모르지만 샐러리나 양배추 같은 거, 그냥 먹어보라고. 그게 그렇게 먹기 쉬운 건 아니거든. 하지만 드레싱을 얹으면 맛있어져. 먹기 어려운 걸 먹기 쉽게 만드는 거야. 야채는 사람의 몸에 매우 필요한 영양소를 담고 있지만 그것을 날로 섭취하긴 어렵지. 그러니까 옷을 입히는 거야. 사람들은 어려운 걸 싫어하고, 이것을 총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싫어하는 걸 먹도록 만드는 게 샐러드야.”
브란디에고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대회장을 바라보았다. 각종 야채와 드레싱 재료들이 나열해 있고, 32인의 요리사들은 그 사이를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간단해 보이지만 어려운 과목임을 먼저 꿰뚫어볼 수 있어야만 통과할 수 있는 그런 대회였다. 그런 그의 귀로 나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첫 대회이긴 한데, 수준이 정말 높아. 까딱 잘못했다가는 순식간에 엉망진창으로 되어버려. 옛날이 자마닌 씨였다면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을 걸?”
자마닌은 첫 과제가 발표되었을 때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일반인이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샐러드는 그렇게 쉬운 과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야채의 맛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드레싱은 단순히 야채의 섭취를 돕고 야채의 맛을 가리는 두꺼운 옷이다. 하지만 샐러드는 야채를 먹기 위한 요리이고, 거기서 야채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난센스다. 드레싱과 야채간이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샐러드다.
허브 다발과 샐러리를 들고서 고민하던 자마닌은 문득 예전의 자신을 떠올렸다. 샐러드라면 어떻게 해야하고 어떻게 해야한다는 식의 ‘진리’를 피력하던 옛날에는 매우 거침없이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진리는 자신만의 것이었고, 그것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샐러드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 야채나 드레싱의 개성이 너무 강하면 화합되지 않아 역겨운 맛이 난다. 드레싱의 종류가 다양한 까닭도 그런 개성들을 적절하게 화합시키기 위한 것이다.
정성이란 상대를 위한 배려의 마음가짐이다. 상대와 자신이 요리를 맞출 수 있는 마음가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마닌은 심호흡을 하고서는 다시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
대기실에서 시시덕거리던 요리사들은 방만한 태도로 재료를 집어 들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서는 아마 평이한 샐러드 밖에 나오지 못할 것이며, 그것은 그들을 탈락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탈락했다는 사실에 의아해하고 그 이유를 깨닫지 못할 것이다.
자마닌은 마음속으로 그들을 동적하고는 다시 자신을, 재료들을 둘러보았다.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히고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구체화시킨다. 어렴풋이 그려지는 그림자의 테두리를 더욱 확실하게 만들고 그 속에서 천천히 필요한 재료와 필요한 맛을 그려낸다.
그의 손이 움직이고, 그의 몸이 움직였다. 바구니에 하나하나 조심스레 재료를 담는 손길에는 정성이 가득 어리고 있었다. 요리는 준비과정에서부터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정성으로 시작해 정성으로 끝난다.
‘자아. 이제 시작이다. 행복한 요리를 만들어 보자!’
자마닌은 묵직한 바구니를 들고 자신의 조리대로 향했다. 고민과 고뇌와 번민을 하기에는 시간이 아깝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만 생각해도 바빠서 지칠 지경이다.
자신이 원래 꿈꾸었던 목표를 위한 신념을 나타내듯 식칼이 움직였다. 이번에야말로 절대 끊기지 않을 신념을 가진 그의 표정은 자만심으로 가득하던 이전과는 달리 편안하고 포근한 표정이었다.
‘이제부터가 나의 진짜 시작이다!’
제국 황실 요리 대회의 막은 그렇게 올랐다.
아우레스력 1876년, 안스란력 436년 4월 12일.
“축하합니다!”
“축하해요!”
“축하한다!”
다른 사람들의 축복에 새로이 시작하는 출발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제국의 수도 케리팔의 중심지에 문을 연 소규모의 식당인 ‘코스모스’는 개점부터 떠들썩한 분위기로 시작할 수 있어 행복한 곳일지도 모른다.
코스모스의 주인이 되는 두 남녀는 오늘 개점과 맞춰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결혼기념일과 식당 개점일이 같기 때문에 기념일 세기는 편할 것이다.
신랑 자마닌 와르벡은 보통 결혼식에서 신랑들이 입는 턱시도 대신 하얀 상하의에 앞치마를 두르고는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결혼식이니 하객들에게 자신이 만든 요리를 직접 대접하고 싶다는 것이 그이 생각이었고, 그의 아내가 된 세이아란은 흔쾌히 승낙했다.
상당히 특별하고도 재미있는 결혼식에 하객들을 재미있어했다. 형식적인 모습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금 같은 즐거운 분위기는 그런 생각을 누그러뜨리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가게 내부는 시끌벅적했지만 더 이상 사람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개점일에는 보통 많은 손님을 받는 것이 정석이지만, 주인 부부 내외는 오늘만큼은 그들의 지인들을 위한 시간을 가지기로 한 것이다.
“자마닌 씨가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셨나 봐요.”
“그러게나 말이야. 이런 결혼식도 꽤 좋잖아?”
나미아는 브란디에고의 말에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개업 첫날은 결혼식과 피로연을 겸한 이 개업식에 찾아든 하객 외엔 없지만 내일부터는 정말 많은 손님이 몰리기 시작할 것이다. 제국 황실 요리 대회에서 준우승한 사람의 식당이니까.
“우승하지 못한 게 좀 아쉽지만 말야.”
“흐음… 아쉬운 김에 상금 1만 5천펜 중에서 1만 펜을 받아가요?”
“그거야 당연히 적자 메꾸기지. 적어도 이번 일에서는 흑자라고. 야호!”
소기의 목적을 이룬 나미아는 와인잔을 들며 환호한 다음 그것을 단숨에 들이켰다. 오디는 나미아의 기분이 한참 좋아진 것을 보고서는 이대로 두기로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한 달 전에 있었던 제국 황실 요리 대회를 떠올렸다.
자마닌은 때론 손쉽게, 때로는 악전고투를 하며 결승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긴장과 긴장이 연속되면서 그의 멈은 눈에 띄게 둔해지고 있었다. 장시간동안 오만 관중의 시선을 받으며 요리를 한다는 중압감은 범부가 버텨낼 수 있는 그런 종류는 아닐 것이다.
그가 지쳐있다는 것은 누구의 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그는 요리를 할 때만큼은 날카롭고 신중한 동작으로 세심하게 요리를 하였으며, 그것은 언제나 그를 승리로 이끌고 있었다.
여섯 시간동안 32인의 요리사 중 30명이 패배의 쓴 잔을 마셔야 했다. 그리고 남은 2인이 오만 관중과 황제의 시선을 받으며 요리를 시작했을 때는 경기장 전체가 숨죽은 듯 가라앉았다.
자마닌의 상대는 흔 수염과 새하얀 머리를 가진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였다. 올해로 150세가 된다는 말에 일부 관중은 헛바람을 삼키며 놀라기도 했다.
자마닌은 왜소한 체격에 경기장에마저 지팡이를 짚고 온 노인이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것에 경악할 정도였다. 한창의 나이인 자신도 긴장과 피로에 지쳐 나가떨어질 판인데 150세의 노임이 이곳에 서있다는 것 자체로도 놀라웠다.
그러나 자마닌은 거기서 자만하지 않았다. 상대가 누구든, 자신은 심사위원단이 먹고서 행복해 할만한 맛있는 음식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분명 결승까지 올라온 노인인 만큼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 예상했다.
누구도 점칠 수 없는 승부가 시작되었다.
서로가 가진 기량을 전부 드러내 보인다는 점에서 자마닌이 가진 우물은 상대인 노인에 비해 얕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젊음에서 나오는 추진력과 과감성은 노인이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서로가 만드는 것은 달랐고, 칼을 휘두르거나 조리하는 방식도 달랐지만 그들은 오만 관중의 시선을 빼앗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 시간의 시간은 그렇게 순식간에 흘러갔다.
마지막 요리의 시식은 황제가 하게 되었고, 두 접시에 담겨진 음식을 모두 맛본 황제는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었다.
“오디?”
“예?”
“음식 나왔어.”
“아, 네. 죄송해요. 잠시 생각하느라….”
오디는 어느새 자신의 앞에 내려진 접시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고, 나미아는 그녀를 보며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물어보려는 찰나, 하객들에게 모두 음식을 내놓은 자마닌이 개점사를 시작했다. 나미아는 고개를 돌리며 오디가 했던 행동 자체를 잊어버렸다.
자마닌은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사람들 앞에 나왔다. 세이아란은 포근하고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부부의 대조적인 모습에 많은 사람이 빙그레 웃었다. 자마닌은 몇번의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에… 저희의 이 작은 식당의 개점식에 와주신 모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삼스럽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이 경식당 코스모스의 메인 치프 자마닌 와르벡입니다. 이쪽은 제 처이자 이 식당의 주인인 세이아란 와르벡입니다.”
“안녕하세요. 세이아란입니다.”
자마닌과 세이아란은 나란히 고개를 숙였고, 박수와 환호, 휘파람이 그들을 축복했다. 자마닌은 사람들을 진정시키고서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자자, 조용해 주시고. 아직 일천한 실력의 제가 감히 식당을 열 수 있을까 상당히 고민했습니다. 물론 상황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많은 운이 따라주었기에 저는 제국 황실 요리 대회에서 준우승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다소에 빚이 있던 터라 그것을 갚고서도 저에겐 식당을 할 수 있는 자금이 생겼습니다."
“에에? 너무 겸손하다!”
“하하,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아무튼 전 예전부터 지금의 제 아내와 꿈꿔오던 작은 식당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 실력이었지요. 제가 봤을 때는 아직 제 실력은 너무 부족하거든요.”
겸손도 지나치면 자기과시가 될 수 있다. 하객들이 짖궂은 표정으로 그것을 지적하려는 찰나 세이아란이 나섰다.
“하지만 그때 제가 말했어요. 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거냐고요. 그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한 번 해보는 편이 더 낫다고 했죠.”
“게다가 아내는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실력이 부족하다면 손님과 함께 키워나가면 되는 거라고요. 재미있는 말이죠? 건 그 말에 더할 나위 없는 매력을 느꼈습니다. 손님과 함께 성장하는 요리사. 요리인이라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일이기도 하잖습니까? 그래서 전 식당을 열기로 했습니다.”
자마닌은 그렇게 말하며 세이아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둘이서 함께 말이죠.”
부러움 섞인 야유와 축하한다는 말이 바쁘게 허공을 지나다녔다. 자마닌은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럼 여러분! 맛있게 드십시오!”
“잘 먹겠습니다!”
“축하해요!”
“멋있다! 이 자식아! 부러워!”
샴페인이 터지고 폭죽이 요란하게 그들을 덮쳤다. 독특한 결혼식의 독특한 행사였고, 매우 즐거운 모습이었다.
나미아는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 자마닌을 보며 새삼스럽다는 듯 말했다.
“헤에. 정말이지 처음과는 완전 반대 같다니까.”
“그러게요. 왓. 이거 맛있어요, 언니.”
“정말? 호오…! 그러네?”
순식간에 그 테이블에 있는 전원, 나미아, 오디, 티나세르, 브란디에고의 모든 신경이 식탁 위의 접시를 향했다. 처음에 자마닌이 만든 요리 비슷한 무언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급의 요리였다.
그렇게 일행이 요리에 집중하고 있을 때, 자마닌이 옷 여기저기에 묻은 종이 조각과 샴페인을 털어내며 다가왔다.
“아, 여러분!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결혼과 개점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다들 요리는 마음에 드십니까?”
자마닌이 약간 주저하면서 꺼낸 질문은 그를 크게 만족시킬 수 있었다. 브란디에고가 자마닌의 손을 덥석 잡고 말한 것이다.
“아주 훌륭합니다. 당신께 이겼다는 걸 평생 자랑으로 삼아야겠군요.”
“하하핫!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마음에 드신다니 저도 참 기쁘군요.”
“아뇨. 정말이지 대단한 요리입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군요. 기회 있으면 종종 찾아오겠습니다.”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하하핫!”
요리에 상당한 흥미를 가지게 된 브란디에고는 자마닌의 요리에 매우 감격한 모양이었다. 다른 일행이 신기한 듯 그 모습을 보고 있을 때, 세이아란이 다가왔다.
“여러분 오셨네요? 와주셔서 감사해요. 여러분들 덕분에 코스모스도 개점할 수 있었어요. 정말이지 감사드립니다.”
“아뇨. 뭘요. 손님의 일인데요. 와하핫!”
나미아는 한껏 뻐기며 대답했고, 티나세르와 오디는 당황한 웃음을 지었다. 오디는 나미아를 살짝 옆으로 밀어내며 이야기의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가게 이름이 멋지네요. ‘조화’라니.”
“그것이 앞으로의 제 목표니까요. 앞으로도 지금 배운 만큼이나 더 많이 배워서 더욱 큰 조화를 이루어 나갈 겁니다.”
자마닌은 순수한 자신감이 어린 표정으로 말했고, 나미아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분명 원하시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거예요. 이젠 다시 저희 여관에 특별 손님으로는 찾아오시지 않아도 되겠네요.”
“그러길 바래야지요. 아마도, 다시는 가지 않도록 노력할 겁니다.”
“그러셔야죠. 자마닌 씨는 제가 여관을 연 이래 최고로 잘난 손님이니까요. 지금까지 이용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나미아는 손을 내밀었고, 자마닌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손을 마주잡았다.
처음에는 다소 트러블이 많았지만, 사람마다 깨닫는 시간은 다르다. 그렇기에 늦으나마 자신의 꿈을 떠올린 손님은 더 이상 손님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남게 되는 것이다.
나미아는 지금 이런 순간을 위해서 자신이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손님이 더이상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 그 때를 위해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요금 계산도 확실하니, 아주 좋았어.”
“…목적이 그거였어요?”
오디의 황당해하는 말에 나미아는 애매모호한 웃음으로 답했다. 어찌되었든, 이렇게 하나의 일이 또 끝났다는 것부터 즐거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 먹고 마시자! 와하핫!”
큰 기쁨 속에서, 나미아는 잔을 높이 들었다.
기분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