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58화 (58/200)

8장 리앙 : 출발한 망나니

악마의 시체에는 기본적으로 강한 마기가 풍긴다.

그래서 평범한 인간들은 악마를 죽이고 나서도 시체에서 풍기는 마기에 침식되는 경우가 많다.

여러모로 번거로운 녀석들이다.

[드래곤 에그 부화도 2% -> 30%]

그런데 아공간 호리병 속에 잠들어 있던 드래곤 에그가 악마시체에 내재되어 있던 흑마력을 모조리 섭취했다.

섭취한 이후 부화도의 1/3이 단숨에 차오르는 모습.

마나의 집약체인 드래곤 하트를 붙여놔도 미동도 없던 에그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도 흑마력을 자주 먹여야겠다.

어차피 향후 여정에 흑마법사나 또 다른 악마를 만날 일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테니 말이다.

냠냠! 쩝쩝!

한참 포식하던 드래곤 에그는 단탈레온의 시체가 사라지자 볼 일은 다 봤다는 듯 다시 호리병 속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먹은 마기를 소화시키는 듯하니 시간을 좀 주기로 했다.

* * *

다음으로 간 곳은 시온과 캠벨의 병문안이었다.

단탈레온에게 큰 부상을 당한 그들을 위로 겸 격려하고자 찾아갔다.

여기서 의외의 상황이 펼쳐졌다.

침대는 텅 비어있었고 옆에서는 하녀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시온과 캠벨은 어디 갔지?”

“그게···극구 만류했는데도 뿌리치고 연무장으로 갔습니다.”

듣기로는 가벼운 부상이 아니랬다.

시온의 경우는 내장이 나올 정도로 옆구리가 크게 갈렸고 캠벨은 허벅지살이 한뭉텅이가 잘렸다는데.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훈련하겠다고 뛰쳐나가다니, 의욕만 앞서는 똥꼬집쟁이들을 보러 연무장을 갔다.

깡! 까강! 깡!

연무장에서는 익숙한 쇳소리가 들렸다.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캠벨과 시온이 이를 악물고 검을 맞대고 있다.

“동작 그만.”

내 등장에 두 남녀가 동시에 멈추고 이쪽을 바라본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으핫하! 악마 살해자가 오셨군.”

“살해자고 자시고 간에,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지?”

“수련 중이었습니다.”

피라미드에 어울릴 법한 미라 꼴을 해놓고 수련 중이라는 게 어이가 없다.

당장 그만두고 병실로 돌아가라고 윽박지를 참에 머릿속에서 천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뜻대로 하게 내버려 두어라.

“무슨 말입니까? 저렇게 부상이 심한데 계속 수련을 하게 두라는 말씀입니까?”

-너는 이런 면에선 눈치 없고 둔하기 그지없구나.

이어지는 천마의 말은 이러했다.

-자신이 모시는 주군이 악마를 퇴치하고 왕국에 유명세를 떨칠 수준이 되었다. 자극받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 부하된 도리로 도저히 누워있을 수 없던 게다.

“하지만 부상을 내버려뒀다간 몸이 덧날 수가 있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느꼈다면 쉬었겠지. 그 정도 몸 관리는 할 수 있는 녀석들이다. 게다가 생사를 넘나드는 큰 전투를 치른지 얼마 안 되었어. 지금이 감이 가장 팔딱 살아있을 때다. 그때의 느낌을 살려서 검을 휘두르다 보면 뭐라도 얻지 않겠느냐?

천마의 말을 듣고보니 그럴듯했다. 그래서 검을 놓으라는 말을 하려다 말았다. 대신에 나도 검을 뽑아들며 말했다.

“악마로는 부족했나 보구나. 이번엔 내가 너희를 침대로 돌려보내주마.”

여느 때와 다름 없는 1대2 대련.

수련을 만류할 줄 알았던 내가 오히려 검을 들기를 종용하자 이런 반응을 예상치 못했는지 시온과 캠벨이 당황한다.

“너희가 다쳤다고 말리기라도 할 줄 알았더냐? 그럴 리 없지. 눕혀도 내가 눕힌다.”

“역시 이래야 부단장이지. 괜히 망나니라 불리는 게 아니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도련님.”

연무장엔 다시금 폭음이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캠벨과 시온은 악착같이 노력해서 내 여정에 따라붙으려는 모양이다.

그들의 노력이 가상했다.

그런 김에 제대로 패서 삼 일 내내 푹 쉬게 만들어줬다.

* * *

악마를 해치운 이후로도 정신없이 바빴다. 수련이 끝나자마자 로이드 후작의 호출이 날아왔길래 집무실로 향했다.

“왔느냐.”

책상에 앉아 서류를 결재하고 있던 후작은 내가 오자 깃펜을 내려놓았다.

방 전체에 잉크 냄새가 진동했다.

앞으로 나도 후작이 된다면 저런 서류 더미에 파묻혀야 되려나.

그냥 능력 좋은 행정관을 하나 구하는 게 어떨까 싶다.

로이드 후작은 내게 집무실 중앙에 있는 응접 소파에 앉기를 권했다.

상석 바로 오른편에 착석하니 후작이 직접 따뜻한 차를 따라서 건네준다.

“감사합니다.”

오늘 로이드 후작이 부른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갔다.

악마 토벌 사건의 사후 처리에 대해서 언급하고 몇몇 안건에 대해서 내 의견을 묻기 위해서겠지.

짐작대로 그는 간단한 브리핑부터 시작했다.

“악마가 등장했고 네가 토벌했다는 소식을 왕궁에 보고했다. 조만간 그쪽에서 응답이 올 거다.”

“벨라누스교는 어떻습니까? 그쪽에서 조사관을 파견한답니까?”

“그냥 사고로 처리하려는 모양이다.”

“거기도 예전 같지 않군요.”

대수롭지 않아하는 내 반응에 로이드 후작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네가 대륙 정세에 이리 능통할지 몰랐구나.”

“건너건너 주워들은 것뿐입니다. 그보다 어머니께서는 어떻게 되시는 겁니까?”

로잘린에 관해서 묻자 후작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사건은 로잘린이 악마를 소환한 게 아니라 불우한 사고로 처리될 거다.”

“괜찮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세븐 스타의 아내가 황혼의 꾐에 빠져 악마를 소환했다는 소문이 귀족 사교계에 돌면 후작의 위신도 깎일뿐더러 가문에 압박이 들어올 수도 있다.

혹여나 벨라누스교에서 조사를 하게 되면 원치 않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고 말이다.

로잘린의 악행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마녀사냥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어차피 그녀는 벌을 받았으니 이대로 보내기로 했다.

“그러면 필립은 어찌 되는 겁니까?”

필립이 이번 악마 소환에 관여는 안했으나 친모가 대박 사고를 쳐놨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앞으로 필립은 후계자 구도에 완전히 밀려놨다고 봐도 무방했다.

“벌써 서신을 보내놨다. 몰티 자작령에서 꼼짝 않고 있으라고 했다. 앞으로 필립이 네 앞길을 가로막을 일은 없을 거다.”

그 욕심 많은 필립이 후작 자리를 쉽게 포기할 것 같진 않은데.

뭐, 어차피 상관없다.

녀석이 방해하기엔 내가 너무 커버렸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황혼에 대해서 맡길 일이 있다.”

싸아아아

공기가 무거워진다.

황혼에 대한 단어 하나만으로 그는 반사적으로 살기를 내뿜었다.

그 악마추종자 집단에 대한 로이드 후작의 적개심이 얼마나 깊은지 절절히 느껴졌다.

“그전에 사람 하나를 소개해야겠군. 들어오게.”

후작의 말이 끝나자마자 문이 열렸다.

누가 들어왔는지 확인했다.

모습을 보인 사람은 백발의 젊은 사내였다.

특이한 머리색도 머리색이었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기세가 심상찮았다.

‘강자, 적어도 나보다는 윗길이다.’

굳이 따지자면 익스퍼트 상급이라 봐도 될듯했다. 입고 있는 옷이나 걸음걸이를 봤을 때 엘든 왕국민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외국인 같았다.

들어온 백발 사내는 능숙하게 한쪽 손과 함께 머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절도 있으면서도 예의를 갖추는 태도에서 왠지 모르게 세바스찬이 연상되었다.

“반갑습니다, 공자님. 파헬이라고 합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아주었다. 차를 한모금 마신 후작이 옆에서 부연설명을 했다.

“제국에서 온 손님이다. 예전에 약간 인연이 있었지. 내가 알기로는 뒷골목에서 꽤나 잘 나가는 정보상이라 들었다.”

“별볼일 없는 한량을 꽤나 높게 쳐주시는군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겉치례 인사가 끝나고.

파헬이 입을 열었다.

“아마 이번 악마 소환에 대해서 많이 궁금하실 겁니다. 어째서 황혼에서 로이드 가문을 노렸는지, 그리고 배후로 짐작되는 탐욕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요.”

이어지는 파헬의 말.

“사실 저희도 황혼의 움직임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워낙 음지의 조직일 뿐만 아니라, 잘못 건드렸다간 저희에게도 역풍이 불어서요.”

“아는 게 없다는 이야기 같은데?”

“그건 아닙니다. 저희도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추적했지요. 어쨌든 황혼은 아르니아 대륙에서 뿌리 뽑아야 할 종양이니까요. 그래서 나온 결과가 있습니다.”

“그게 뭐지?”

“······”

갑자기 파헬의 입이 닫혔다.

어색한 침묵.

후작이 한숨을 쉬며 은화와 금화가 섞인 묵직한 보따리 하나를 탁자 위에 올려놨다.

“···그래서 알아낸 바로는 탐욕은 변장과 역할극을 즐긴다는 겁니다. 이번에도 힐튼 가의 책사로 들어가서 일을 꾸몄죠. 지금은 힐튼 가에서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음.”

“그의 진짜 정체를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가면 아래에 어떤 얼굴이 있는지도 모르고요. 다만 환술과 저주 쪽에 일가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다루는 데도 능숙해 보이고요.”

“조사를 많이 했군.”

“무엇보다 탐욕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위장 신분이 어떤 장소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곳은 바로···”

후작이 익숙하게 돈다발을 추가한다.

“크흠흠, 감사합니다. 그곳은 바로 자유도시 리앙입니다.”

리앙.

요즘 들어 자주 언급되는 도시다.

그러고 보면 천마가 다음 황금가지가 있는 곳도 리앙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탐욕은 상당한 실권자로 위장해서 리앙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어떤 실권자지?”

“거기까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아! 돈은 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짜 못 알아냈으니까요.”

돈을 더 올려놓으려는 후작을 파헬이 손을 내저어 만류했다.

어쨌든 파헬이란 사내의 말을 통해 탐욕의 본진이 리앙이라는 건 확인했다.

세븐 스타인 로이드 후작이 저리 믿는 걸 보니 정보의 신뢰성은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러면 전 이만 물러나보겠습···아참, 이걸 깜빡했군요.”

자리에서 일어나던 파헬이 품속에서 서신을 하나 꺼내더니 내게 넘겼다.

“시온에게 전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시온? 내 하녀를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오늘 처음 보는 사내가 갑작스럽게 시온을 언급하는 꼬라지가 수상해도 너무 수상하다. 가자미 눈을 뜨고 게슴츠레 노려보자 파헬이 멋쩍은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는다.

“그렇게 보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그저 보스의 편지를 전달하는 메신저일 뿐이니까요.”

도대체 누구길래 저런 고수를 수하에 두고 부리는 걸까.

의혹으로 가득한 사내.

로이드 후작은 무언가 알고 있는 눈치지만 내게 말해줄 기색은 아니다.

“무운을 빕니다. 새로운 영웅이시여.”

파헬이 문을 닫고 퇴장했고.

로이드 후작이 입을 뗐다.

“이야기는 대충 들었으니 무슨 일을 맡길지는 알겠구나.”

“리앙에 가보라는 말입니까?”

“그렇다. 가서 탐욕의 꼬리를 잡아보거라. 절대 무리는 마라. 네가 악마를 잡았다지만 대간부는 여러 방면으로 상대하기 까다로우니 말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발을 빼겠습니다.”

“좋은 마음가짐이다.”

어차피 황금가지를 찾아야 해서 리앙으로 가야하는 마당에 후작이 좋은 명분까지 얹어주니 나로서는 편했다.

이로써 다음 이동지는 리앙으로 정해졌다.

“언제 출발할 생각이냐?”

“시온과 캠벨이 회복되는 대로 출발하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움직이기로 했다.

가서 할 일이 많았다.

* * *

아르니아 대륙 남동부.

자유도시 리앙.

지중해를 끼고 있고 커다란 항구가 있는 탓에 언제나 드나드는 배와 상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활발한 도시.

자유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리앙의 어느 고급진 실내에는 눈 뜨고 못 볼 참상이 펼쳐져 있었다.

“사, 살려주세···꺄아아악!!!”

촤아아악!!

피가 흩뿌려지고.

고기육편이 된 인간들이 바닥에 널려있었다.

불과 어제만 해도 평범하게 시장실에서 근무하던 노예들은 사지가 분해되어 바닥에서 꿈틀댔다.

“후우···”

거친 숨을 내뱉으며 피바다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은 가면을 쓴 중절모 신사, 황혼의 대간부 탐욕이었다.

그가 오늘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인 이유는 아랫사람이 잘못해서가 아니었다.

순전히 기분이 몹시 나빠서였다.

“헤논···그 새끼가 다 된 밥에 재를 뿌렸어.”

보고도 못 믿을 상황이었다.

악마가 고작 소드 익스퍼트 하나를 못 잡고 토벌당하다니.

물론 단탈레온이 그리 강한 악마는 아니다. 고작 중하급 악마였고 자신만 해도 가지고 놀다 죽일 수 있는 녀석이다.

그렇긴 해도 헤논 같은 애송이가 해치울 정도로 만만한 녀석은 절대 아니었는데 어떻게 처리했는지 오리무중이었다.

똑똑똑

얼굴에 올라온 열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을 때, 문이 열리며 두꺼운 안경을 낀 비서가 들어왔다.

“뭐야. 아무도 오지 말라 했잖아. 너도 죽고 싶어?”

“손님이 오셨습니다.”

“이런 썅! 돌려보내. 누굴 만날 기분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기분파인 건 여전하군. 추잡한 놈.”

싸늘한 여인의 목소리.

이어서 문이 활짝 열렸다.

“어어..안 됩니다.”하며 비서가 말리려고 했으나 여인의 매서운 눈빛 한번에 단번에 겁을 먹고 물러났다.

나타난 여인은 사지 잘린 시체와 피로 물든 바닥을 보고서도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차를 내와라.”

“하! 너였냐?”

이마에 손을 올린 탐욕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엎드려 죽은 노예의 등에 털썩 주저앉는다.

“나태, 엉덩이 무거운 년이 여기까지 행차하시다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내가 여기 온 이유를 모를 정도로 감이 떨어졌다면 곧 죽을 날이 가까워졌단 얘기겠지. 탐욕, 넌 이번에 너무 큰일을 저질렀다.”

나태가 말한 큰일이 악마 소환 건임을 탐욕이 모를 리가 없다.

“색욕이 벨라누스교에서 온갖 욕지거리를 하며 네가 싼 똥을 치우고 있다. 나 또한 최근까지 제국에 들려오는 소문을 다 지웠지.”

“그래서?”

“그래서라니. 자중하라는 의미다. 교주께서도 심기가 많이 불편하신 모양이더군.”

“내 계획은 완벽했다. 헤논이란 녀석은 뭔가 이상해. 계산이 약간 빗나간 거라면 몰라. 놈은 아예 규격을 벗어났어.”

“네놈이 멍청한 걸 누굴 탓하는 거냐?”

나태의 도발에 탐욕의 어깨에 살기가 으스스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런 위협에 쫄기에는 나태가 살아온 삶도 녹록지 않았다.

“도대체 헤논 그놈은 뭐지? 대륙의 모든 정보를 쥐락펴락하는 너라면 뭔가 아는 게 있지 않나?”

“알아보는 중이다.”

“맨날 알아보는 중이라지. 그래서 말인데, 약간 의심이 된다.

“무엇이 말이지?”

“헤논 말이야···혹시 우리가 찾던 드루이드가 아닐까?”

순간 실내에 정적이 돌았다.

잠시 뜸을 들이던 나태가 말한다.

“근거는?”

“나도 몰라. 안개 때문에 자세한 전투 장면은 못 봤거든. 그런데 헤논이 갑자기 하늘을 날더군. 내가 그쪽은 잘 몰라서 묻는데, 혹시 드루이드는 하늘을 날 수도 있나?”

나태가 대답했다.

“아티팩트의 힘일 수도 있고. 북부에서 죽은 질투처럼 자연계 원소술사일 수도 있지. 드루이드라는 가정은 너무 억측이다.”

“혹시 모르니까 일단 교주님에게 보고나 드려볼까?”

“그러다가 아니면 뒷감당은 어쩔 거지? 분명히 말하는데 난 그때 모르는 척할 거다.”

“제길.”

툴툴대는 탐욕을 뒤로하고 나태가 등을 돌렸다. 문을 닫기 전에 잠깐 멈춰선 나태가 가기 전에 말을 덧붙인다.

“인간 가지고 장난질 좀 그만해라. 그 정도 살았으면 유치한 취미는 버릴 때도 되지 않았나.”

나태가 퇴장하고.

탐욕이 발로 화분을 걷어찼다.

박살이 난 화분이 바닥을 피바다에 이어 흙투성이로 만들었다.

“두고 보자. 고대의 저주만 완성되면 헤논은 물론이고 저 재수 없는 년까지 한꺼번에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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