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부름 : 수고한 망나니
요새 앞에 도착했다.
사기가 바닥치다 못해 지하실까지 뚫고 들어간 영주연합군과 물샐틈없이 포위망을 형성하고 서서히 숨통을 조여가는 엘프군.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지 않고서야 전세를 뒤집기 힘들어 보이는군.’
엘프군은 숫자만 천오백.
사샤의 말에 따르면 저들 대부분 세례식을 받고 본인의 경지보다 최소 반 계단에서 크게는 한 계단 위로 뛰어올랐다고 했다.
비기너였다면 유저로, 유저였다면 익스퍼트로 오른 셈이다.
‘준익스퍼트급 전사가 얼마나 많은지가 관건이군.’
비록 짝퉁이라도 익스퍼트급 전사가 모이면 귀찮아진다.
공격할 때 먼저 처리하기로 결심했다.
요새 쪽을 바라보니 내 등장에 놀랐는지 영주연합군이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언덕 아래쪽에서는 마찬가지로 놀라서 내 쪽을 주시하는 엘프군도 관찰됐다.
길게 끌 것 없다.
최근 나는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검술로는 상급 익스퍼트.
드루이드로는 중상급.
업그레이드 된 능력을 시험해볼 필요가 있었고, 마침 눈앞에 잔뜩 몰려있는 엘프군은 좋은 시험대상이었다.
단숨에 박살 내서 내 무력을 똑똑히 각인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가자!!”
똑똑한 명마가 말을 알아듣고 밤바다처럼 새까만 엘프군의 행렬로 돌진했다.
“미친!”
“혼자 온다!”
“돌아도 단단히 돌았어.”
혼자 들이받는 내가 어이가 없는지 쌍욕을 내뱉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서로 맞부딪칠 때쯤엔 누가 더 강한지 드러날 테니까.
[우드 골렘 소환]
[스톤 골렘 소환]
다수를 상대로 기선을 제압할 땐 역시 골렘만한 스킬이 없다.
우드와 스톤 골렘을 각각 소환하자 땅이 갈라지며 거대한 골렘들이 내 주위를 든든히 감쌌다.
‘어마어마하군.’
스톤 골렘 세 기와 우드골렘 일곱 기로 총 열 기의 골렘.
중급 드루이드 때 스톤 골렘 한 기와 우드 골렘 세 기를 소환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심지어 도토리까지 아낀 상태니 만약 여기에 도토리까지 먹으면 골렘으로만 거의 여단급 전력을 내지 않을까 싶다.
“어···어? 뭐야!”
“괴물이다! 괴물이 온다!”
“으아아악!!!”
콰콰콰쾅!!!
골렘의 어깨공격에 엘프족 저지선이 스티로폼 벽처럼 터져나갔다.
진형은 순식간에 붕괴됐다.
나는 후방 따윈 무시하고 전진에 모든 일념을 쏟았다.
소수가 다수를 공격할 때 돌격 속도가 줄어드는 순간이 곧 죽음이라는 걸 잘 알기에 취한 행동이었다.
소문으로는 칼론 제국 쪽에 희귀하지만 골렘술사가 있다고 들었는데 엘든 왕국 같은 촌구석엔 없다.
그래서인지 골렘을 처음 접한 엘프족은 제대로 된 대처를 못했다.
어설프게 화살을 쏘거나 핵도 안 찾고 무의미하게 팔다리를 가격하는 놈이 속출했고.
그 와중에 나는 사전에 계획했던 대로 익스퍼트급 전사만 골라서 사냥했다.
-왼쪽 옆구리
-오른쪽 허벅지
-좌상단 사각에서 화살
천마게이션도 효과적으로 작동해서 눈먼 공격에 당하는 불상사를 막아주었다.
상급 익스퍼트로 진급하면서 훨씬 강력해진 에메랄드 빛 검기가 허공을 수놓을 때마다 상대는 공평하게 아스러졌다.
“말도 안 돼···”
“저게 인간이라고?”
“너무 강하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찍어누르자 나를 인외의 존재로 여기는 엘프가 하나둘씩 생겨났다.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집단에게 공포심을 심어줄수록 승기는 내 쪽으로 빠르게 기울 테니 말이다.
“도련님, 저희도 돕겠습니다.”
마침 시온을 포함한 동료들까지 등장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도착한 이들은 내가 뚫어놓은 길을 넓혀가며 각자 화려한 무위를 뽐냈다.
‘끝났군.’
겨우 다섯 명에게 천오백 명이 당한다.
아마 이번 전쟁의 결과는 역사에 기록되어 두고두고 회자되겠지.
슬슬 내 정체를 의심하는 자들도 생길 테고.
그래도 아직까지 대륙 변경에 위치한 후작령 소식까지 자세히 찾아보는 자는 흔치 않을 테니 약간 더 성장할 시간이 있으리라.
-조심해라!!!
너무 시시했나.
잠깐 딴생각에 빠졌었다.
그틈을 노리고 귀신 같은 일격이 들어왔다.
어찌나 빠른지 천마가 경고할 때쯤엔 이미 대응하기 늦었다는 걸 깨달았다.
적어도 팔 하나 정도는 내줘야 목숨을 구할 것 같아서 왼쪽 팔을 내밀자,
[절대 방어막이 발동합니다.]
[쿨타임 24:00]
쩌어어엉!!!
때마침 자동차 에어백처럼 터져 나온 방어막이 불의의 기습을 막아주었다.
하마터면 외팔이가 될 뻔했는데 사샤에게 받은 반지가 날 살렸다.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든다.
“아깝군.”
기습한 자는 온몸에 문신이 가득한 까무잡잡한 남자 엘프였다.
풍기는 기세가 보통이 아닌 것이 딱 봐도 이놈이 누군지 알 것 같다.
“네가 스콧이냐?”
“어떻게 내 이름을 알았지?”
역시나였나.
하긴 적 중에서 완전히 내 이목을 속이고 유효타를 먹일만한 존재가 대장을 제외하면 없긴 하다.
무엇보다 나는 놈의 판단력에 가장 큰 점수를 줬다.
주변에서 부하들이 죄다 죽어나가는데도 평정심을 유지하다가 확실한 한 방을 노리는 치밀함.
“어떤 수를 썼지? 무언가가 내 공격을 막았다.”
“그보다 사샤와 아멜리아가 네게 안부 전해달라더군.”
익숙한 이름을 들은 스콧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설마 그 여자가 배신했나?”
“아니지. 정확히 말하자면 배신자는 너희지.”
“알아듣게 말해라.”
“리처드 장로가 죽었다. 현재 엘프족 족장은 사샤야.”
당연하게도 스콧은 믿는 눈치가 아니다.
“헛소리 마라.”
“최근에 리처드 장로와 연락한 적 있나? 적어도 일주일 간은 연락을 못했을 텐데? 아멜리아가 대신 받았겠지.”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짚어주자 그제야 스콧의 얼굴에 불안감이 서린다.
“그럴 리가 없다. 그분은 그렇게 쉽게 당할 분이 아니야.”
“엘프의 안식처 좋던데? 입구에 있던 커다란 너도밤나무 두 그루가 인상적이었어. 성역 쪽도 좋더라. 생명수가 제법 시원하더라구.”
“어디서 거짓말이냐!”
결국 놈을 도발하는데 성공했다.
분노한 스콧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쿠크리에서 뿜어진 붉은 검기가 제법 매서웠다.
깡! 깡! 까깡!!
두 전사가 추는 검무에 화려한 불꽃이 연신 튀었다.
우리 둘의 기세가 어찌나 격렬한지 후폭풍이 휘몰아쳤고 자연스럽게 적군도 아군도 개입하지 못하는 동심원이 그려졌다.
그야말로 철장 없는 옥타곤.
무형의 결투장 안에서 박터지게 검격을 나누었다.
“제법이군.”
“제법이로구나!”
서로가 서로에게 감탄한다.
스콧은 과연 엘프족 수석 전사다웠다.
세례식을 받고 실력이 상승했다 들었는데 이 정도 기본기면 세례식을 받기 전에도 강했을 게 분명하다.
특히나 반달 모양의 검인 쿠크리를 기가 막히게 잘 썼는데, 여태껏 상대했던 검과는 많이 달라서 싸움법이 생소했다.
-······
천마가 입을 다물었다.
이때가 어느 때인지 잘 알고 있다.
천마게이션 없이 혼자서 극복하길 원하는 것이다.
그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드루이드 스킬까지 자제해가며 묵묵히 검을 내리그었다.
10합 20합 30합.
50합 100합 200합.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서로가 거친 숨을 내쉬며 오로지 검의 대화에만 집중했다.
신혼부부보다 더 진득하게 붙어있던 두 사내가 떨어진 건 딱 300합을 채우고 나서였다.
“후욱! 훅!”
“훅! 훅!”
호흡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새 석양이 가라앉았고.
전쟁의 무게추는 아군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와아아아!!”
사실상 빈집이었던 두 번째 요새를 점령한 용병단과 수호군.
육천 군대는 휴식 없이 곧바로 이곳까지 도착해서 나머지 잔당들을 쓸어버리는 중이었다.
안 그래도 골렘 부대를 등에 업은 시온과 캠벨, 라칸과 에이든에게 후들겨 맡던 엘프군은 죄다 죽거나 사로잡혔다.
성 안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영주연합군도 이때다 싶어 성문을 열어 합세하는 분위기.
나도 스콧도 이미 집단의 승패는 갈렸음을 인지했다.
남은 건 오로지 우리 둘.
개인 간의 승패만이 남았다.
다른 사람들도 눈치는 있어서 감히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들지는 않았다.
그저 둥글게 에워싸고 구경만 했다.
“하나만 묻자.”
“그래.”
“정말로 대장로님은 돌아가셨나?”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무려 삼백합을 나눈 사이라서일까.
이전과는 달리 내 말을 믿는 눈치다.
스콧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리처드 대장로는 못할 짓을 했다. 세례식은 너희의 영혼을 잠식시키고 변질시키는 위험한 행동이었어.”
스콧의 반응은 태연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거기서 불현듯 깨달았다.
“세례식의 부작용을 알고 있었나?”
“그렇다.”
“헌데 어째서 세례를 받았지?”
“강해질 수 있으니까. 이를 위해서라면 내 영혼이 어찌 되든 상관없다.”
스콧이라는 엘프가 대충 어떤 성정인지 알았다.
그는 ‘진짜’ 전사였다.
그렇다면 전장에서 명예로이 죽여주는 게 그를 위한 길이다.
“이만 끝내자.”
“그래.”
서로가 검을 들고.
석양을 가운데 두고 충돌한다.
격한 불꽃이 다시금 튀었지만 아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끈질긴 생명력이 발동합니다.]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발동된 패시브 스킬 때문에 체력 회복량이 판이하게 차이났다.
게다가 쿠크리란 낯선 무기에 고전했지만 삼백 합이나 나눈 시점에서 이미 무기에 대한 적응은 끝마쳤다.
상급 익스퍼트에 오른 나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스콧을 침착하게 밀어붙였다.
그리고 350여합 째.
푹!!
결국 스콧의 심장에 검이 박혔다.
무릎을 털썩 꿇은 그의 입가에 한줄기 선혈이 흘렀다.
쓰러지기 전에 그는 후련한 표정이었다.
“여한은 없다.”
“잘 가라. 전사여.”
가슴에서 뺀 검으로 목을 날렸고.
그것이 마지막 세례자의 최후였다.
* * *
엘프 잔당 소탕을 완료했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우선 영주연합군과의 일을 매듭짓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영주연합군은 첫만남부터 아주 개떡같이 굴었다.
시온에게 없는 누명을 뒤집어씌우질 않나, 대놓고 서출이라고 비아냥대지를 않나.
특히 산하 가문의 수장이었던 피엔토 자작은 내기까지 걸면서 몰티령을 욕심냈었다.
만약 이번에도 자기네들이 한 손 거들어서 승리했다는 헛소리를 지껄일 시 봉신이고 뭐고 죄다 뒤엎고 물갈이를 시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피엔토 자작의 반응은 내 짐작과는 사뭇 달랐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자작님을 몰라뵈었습니다.”
그 콧대 높던 피엔토 자작이 무려 이마를 바닥에 대고 납작 엎드렸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왜 이러십니까? 불편하군요. 일어나십시오.”
“아닙니다. 그동안 저희가 범한 무례가 상당했습니다. 죄를 청하니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온다.
어리둥절한 내게 천마가 조언했다.
-쯧쯧, 애송아. 그러니까 네가 애송이 소리를 듣는 거다.
“천마님은 짚이는 바가 있으십니까?”
-당연히 알다마다. 너는 너 자신을 객관적으로 마주할 필요가 있다.
천마가 이어서 말한다.
-오늘 네가 보여준 무위는 내가 있던 대륙에서도 기사로 남을만한 업적이었다. 다섯 명으로 수천 명에 달하는 대군의 발목을 붙잡는 게 아무나 할 수 일인지 아느냐?
“한마디로 봉신들은 제게 두려움을 느꼈다는 말이군요.”
-그렇다. 저들은 사람 잘못 건드렸다 판단했겠지. 그러니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참에 확실히 서열정리를 해두거라.
천마의 충고를 따르기로 했다.
피엔토 자작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목소리를 깔았다.
“용서라···네가 감히 나에게 요구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스콧의 피가 가득 묻은 천마검을 양손으로 쥐고 냅다 수직으로 꽂아넣었다.
“히익!!”
천마검이 꽂힌 위치는 엎드린 피엔토 자작의 얼굴에서 불과 1cm 거리였다.
땅에 거세게 박히며 검에 묻어있던 피와 땅바닥에 있던 흙이 피엔토 자작의 얼굴에 튀었다.
깜짝 놀란 피엔토 자작이 전기충격을 받은 개구리마냥 전신을 부르르 떨며 몸이 꽁꽁 굳어버렸다.
예상보다 내가 거세게 나와서 많이 당황한 듯했다.
“제정신이라면 고개를 들고 네 조카가 희롱했던 하녀를 쳐다보아라. 그녀는 오늘 엘프 전사 수십을 베어 넘겼다.”
“죄송합니다. 사실 프랭키는 제 진짜 조카가 아니었습니다. 사형수 한 명을 변장시켜 꾸민 일이었습니다.”
“말대꾸?”
“아닙니다!!”
친조카가 아니었다니.
아주 작심하고 꾸민 일이었구나.
이 밖에도 피엔토 자작의 업보는 쌓여있었다.
“또 뭐라고 했더라? 길바닥 출신은 어쩔 수 없다 했던가?”
“아닙니다! 결단코 그런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한 적 없어? 난 똑똑히 들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말을 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내가 의도적으로 이리저리 흔들자 피엔토 자작이 내 비위를 맞추려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댄다.
확실히 처세술이 뛰어나고 눈치도 빠른 영감이다.
그 정도 그릇은 되니까 영주연합군을 창설하고 나를 허수아비로 만들 계획도 했겠지.
죽이기는 조금 애매했는데 이용하면 딱 좋을 사이즈가 나왔다.
엎드린 피엔토 자작 바로 옆에 쭈그려 앉은 후 귓가에 대고 그에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피엔토 자작. 감이 좋네. 오늘까지 뻗댔으면 내일의 태양이 허락되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히끅!”
공포심이 극에 달했는지 딸꾹질을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잘 알겠지. 오늘 엘프군을 휩쓴 이 군대가 네 영지로 짓밟는 일이 없길 바란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하고.”
피엔토 자작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줬다.
그렇게 피엔토 자작과 합의하는 동안, 엉거주춤한 자세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영주 한 명이 나서서 나를 윽박지른다.
“이게 무슨 짓이오! 피엔토 자작은 그대보다 훨씬 연장자고 대대로 가문을 섬겨온 봉신이시오. 아무리 그대가 로이드 가문의 후계자고 이번 전쟁에 공이 크다지만 이런 무례는 묵과할 수 없소!”
기강 잡은지 십초도 안 됐는데 첫 손님이 등장해버렸다.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피엔토 자작의 행동이 내 생각보다 빨랐다.
짜악!!
익스퍼트의 고수가 힘껏 뺨을 후리자 나대던 귀족이 누런 옥수수를 우수수 떨구며 넘어졌다.
퉁퉁 부은 볼을 부여잡은 귀족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피엔토 자작을 바라본다.
“노른 남작, 감히 네가 주군을 우롱하는 게냐!!”
어느새 내 칭호가 로이드 자작에서 주군으로 변했다.
“피엔토 자작, 어째서···”
“닥쳐라!!”
피엔토 자작이 노른 남작의 멱살을 쥐고 올린 다음 마구잡이로 흔들어댄다.
“다시는 주군을 우롱하지 마라. 로이드 자작께서는 우리 봉신들의 참된 주군이시자 앞으로 후작령을 이끌어가실 정당한 지배자가 되실 분이니.”
노른 남작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털어버린 피엔토 자작이 마치 잘했냐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무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피엔토 자작이 이렇게 완장질을 잘할 줄은 몰랐다.
‘앞으로 산하가문 통솔은 문제없겠군.’
피엔토 자작의 변심이 뜻밖이긴 했지만 어쨌든 간에 수고를 덜었으니 좋은 일이었다.
“피곤하군.”
싸움이 길었다.
이제는 귀환할 차례였다.
로이드 후작성.
나의 집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