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장 위장 : 잡탕밥 망나니
어렸을 적부터 아쉘은 악마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최후의 전투 이후로 악마는 종적을 감췄고, 골목대장인 그에게 신이니 악마니 하는 것들은 먼나라 이야기였다.
‘악마다. 저놈은 악마야.’
하지만 현재 아쉘은 악마를 실제로 만난 기분이었다. 어느 날 갈라나흐에 나타난 모험가 칸. 놈은 악마의 현신이 분명했다.
우선 본신의 무력부터가 비상식적이었다. 딱히 마나를 쓰는 것 같지도 않은데 미친 듯이 빨랐다.
눈을 떴다 감으면 부하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고, 놈이 항상 데리고 다니는 오우거 같은 캠벨은 아론 형을 단번에 때려눕혔다.
아쉘은 다이아 등급 모험가가 주먹 한 방에 뻗는 걸 머리털 나고 처음 보았다.
보아하니 캠벨보다 칸이 훨씬 강한 듯한데, 다이아 모험가마저 가지고 노는 캠벨보다 강하면 칸의 한계는 어디쯤인지 짐작조차 안 갔다.
“아쉘, 이대로 포로처럼 끌려갈 테냐? 기회 봐서 뒤집어엎자.”
모두가 자는 밤에 아론이 몰래 자신에게 한 제안이었다. 아쉘도 이에 동의했고 기회를 틈타 칸과 캠벨을 찌르고 나머지도 처리하기로 결심했다.
다음날 아침.
서걱! 서걱! 쿵!
거대한 덩치의 트롤이 푸딩처럼 조각났고, 눈만 마주쳐도 오줌을 지릴 것 같은 오우거가 동네 똥개마냥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플래티넘에서 다이아 등급 파티가 와도 애먹을 일을 혼자 해치운 그는 얼이 빠진 자신과 아론을 보며 섬뜩한 미소를 짓는다.
“뭘 그렇게 봐. 트롤하고 오우거 죽는 거 처음 보냐?”
그때 아쉘은 확신했다. 저 소름 끼치는 놈은 어젯밤 형과의 대화를 엿들은 게 틀림없다고. 그래서 일부러 무력을 과시한 것이다. 감히 기어오를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트롤과 오우거가 연일 학살되는 장면을 보며 아쉘과 아론은 포기했다. 웃으면서 생니를 부숴버리는 칸이다. 그런 놈을 기습했다가 실패하면 어떤 후폭풍이 불어올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저쪽 길로 가봐라.”
두 갈래 길을 만났다.
어찌 된 놈인지 칸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아론 형을 미끼로 내세웠다. 무려 다이아 등급 모험가를 말이다. 자신들이 브론즈 실버 모험가 상대로 늘 하던 짓이었다.
단지 이번에는 그 대상이 아론 형이 되었을 뿐이다. 그때만 해도 설마 했다. 칸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 아론을 내세우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나타난 그레이웜.
쿠워어어어!!!
눈앞에서 아론이 뼈째 씹어먹혔다. 딱히 슬프지는 않았다. 이름만 비슷할 뿐 친형제도 아니었고 서로 이용하는 사이였으니까. 그보다는 당장 경각에 처한 자신의 목숨이 더 걱정이었다.
“이 길이 아니었네? 저쪽 길로 가자.”
아쉘은 제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칸은 다이아 등급 모험가를 허무하게 죽이고는 멋쩍게 웃고 있었다. 마치 자신에게 브실골플다는 전부 똑같다는 듯이.
“악마···”
저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혼잣말.
칸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했다.
“너 뭐라고 했냐?”
그의 동공에서 요요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원래 저놈 눈빛이 저랬나. 마주하기조차 두렵다.
“아닙니다.”
“흐흐흐, 괜찮아.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잖냐. 다음에는 제대로 된 길을 찾겠지. 안 그래?”
히죽 웃는 칸을 보며 아쉘은 느꼈다.
‘죽을 길임을 알고도 일부러 아론을 보냈다.’
다리가 후들대며 방광 조절이 힘들어졌다. 이쯤 되자 차라리 마수의 숲지기를 빨리 만나고 싶었다. 적어도 숲지기가 눈앞의 미친놈보다는 덜 무서울 것 같았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칸을 죽이려는 자신의 뒤통수를 호되게 쳐서 기절시키고 싶었다. 다른 놈은 몰라도 저놈을 건드린 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
“제기랄, 살아나갈 수 있을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아쉘의 눈앞이 흐려졌다.
* * *
음침한 길은 음침하긴 했으나 길은 맞았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마기의 농도가 진해지고 불길한 음영이 사방에서 드리웠다.
“칸,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우리 돌아갈까?”
브랜 아재의 불안한 목소리.
괜찮다고 안심시키기도 전에 옆에 있던 메리안이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늦었어요. ‘그’가 우리를 보았는걸요?”
메리안이 ‘그’라고 지칭하긴 했으나 누구인지는 명확했다.
아름다운 숲을 마기로 점철시킨 장본인.
마수의 숲지기였다.
넓은 공터가 나왔다.
말라비틀어진 고목과 꿈틀대는 이끼를 벗어난 것만으로 시야는 확 트였다.
반면에 질식할 것 같은 마기는 아까보다 훨씬 짙어졌다.
숲지기는 바위에 앉아있었다.
회색의 넝마를 입고 윗부분이 두툼한 떡갈나무 지팡이를 어깨에 걸치고 있다.
낯선 침입자를 보고도 그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여유를 부리는 것 같기도 했다.
“흐익! 진짜야! 진짜가 나타났다.”
브랜 아재가 호들갑을 떨었다.
메리안은 다리를 후들거렸다.
“저건···이곳에 있어선 안 될 존재에요.”
잿빛 눈으로 내려다보던 숲지기가 메리안을 보고 처음으로 눈을 반짝였다.
-호오라, 벨라누스의 화신이여, 그대는 나를 토벌하러 왔는가?
“뭐?”
“벨라누스의 화신?”
숲지기의 발언에 나를 제외한 모두가 경악한다.
아르니아 대륙에서 벨라누스의 화신은 성녀를 지칭할 때나 쓰이는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벨라누스의 화신이라니. 그게 누구죠?”
-어찌하여 정체를 숨기느냐? 나는 축복의 악마 비프론스, 너에게서 느껴지는 방대한 신성력이 가짜라면 나는 악마 실격이겠지. 너는 성녀가 맞다.
악마가 성녀를 인증해준 셈이 되었다.
의도치 않은 커밍아웃.
브랜 아재가 고개를 갸웃한다.
“메리안이 성녀라고? 메리안은 남자인데. 설마···?”
모두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충격을 곱씹기도 전에 내가 나섰다.
“이봐, 성녀를 보고 놀란 마음은 이해한다만, 오늘 네 상대는 나다.”
비프론스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우묵한 눈빛이 평가하듯 위아래로 훑더니 이내 입꼬리를 비틀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인간. 너는 나를 상대하지 못한다. 그래도 고맙다 말해주고 싶군. 성녀의 살결은 최상의 만찬. 특히나 미숙한 성녀는 더할 나위 없지. 너는 나에게 최고급 양식을 대령했으니 특별히 고통 없이 죽여주마.
더는 못 들어주겠군.
후딱 끝내고 돌아가자.
[윈드 컨트롤]
[헤이스트]
[순보]
바람 스킬 연계로 극대화된 능력에 이원마나로 강화된 허벅지로 지면을 박찼다.
발바닥에 용수철을 단 듯 탄력있게 쇄도하자 숲지기와의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흐흐흐, 인간들은 항상 똑같지. 네가 약하다고 아무리 일깨워줘도 믿지 않아. 꼭 당한 다음에야 깨닫는 모지리···응?
서걱!
아쉽게도 조금 얕았다.
단번에 심장을 파괴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 순간에 놈이 살짝 몸을 틀어서 옆구리를 베는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충분하다.
드루이드 스킬은 이미 발동했으니.
[패시브 스킬]
[파마의 힘 적용]
파마의 힘은 마기 자체를 흩트려버리는 개사기급 스킬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기덩어리인 악마족에게는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다.
존재 자체가 분해되는 고통을 느낀 숲지기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끼에에에엑!!! 네놈은 뭐냐! 신성력이 한 줌도 느껴지지 않는데 왜 이렇게 공격이 아프지?
“그걸 이제부터 연구해봐. 원래 맞으면서 배우는 거야.”
[윈드 컨트롤]
[헤이스트]
[순보]
곧바로 빠른 공격을 연계했다.
비프론스는 내 공격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느꼈는지 지팡이를 들어 천마검을 쳐냈다.
지팡이에 담긴 마기와 에메랄드 검기가 맞부딪칠 때마다 숲이 떠나갈 듯한 굉음이 퍼졌다.
쾅! 콰쾅! 쾅!
비프론스의 지팡이에 담긴 마기는 순수하게 짙었다.
웬만한 익스퍼트의 마나소드도 여기에 부딪쳤다간 검이 부러질 듯했다.
그러나 나는 달랐다.
천마검은 에고소드라 검에 봉인되어 있는 천마의 영혼이 곧 검의 내구도다.
한때 인간족 최강자의 영혼은 이 정도의 마기에 굴복할 정도로 나약하지 않았다.
그저···화가 좀 많이 났을 뿐.
-이 씨빰바야! 좀 제대로 좀 휘둘러!
-또 느려진다. 공격 좀 빨리해라.
-에구구, 허리야, 저놈 하나 못 잡는데 황금가지는 언제 찾을런지. 쯧쯧.
어휴, 시끄러.
비프론스가 문제가 아니다.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쫑알대는 천마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좀 닥치십쇼!”
-뭐라고? 이 애송이가!
“안 닥치면 한 달 동안 똥통행이다.”
-······
이제야 좀 조용하네.
조금 삐진 것 같긴 한데 나중에 시온 손에 하루 정도 맡기면 알아서 풀리겠지.
시온에게는 미리 사과한다. 미안.
콰쾅! 콰콰쾅!
천마를 진정시키고도 전투는 계속 진행되었다.
마나 vs 마기 싸움이 결판이 안 나자 다음 단계는 순수한 기술 싸움이었다.
여기부터는 천마검술을 배운 내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전문 검사도 아닌 숲지기는 내 공격을 연이어 막다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상처가 늘어갔다.
“세, 세상에···지금 숲지기를 혼자 압도하는 거야?”
“강한 줄은 알고 있었는데 어디까지 강한지는 도저히 모르겠군.”
“저 마나소드는 뭐지? 처음 보는 색인데. 보통의 마나소드와는 차원이 다른 견고함을 보이는군.”
십오년째 실버였다가 최근에 골드로 올라간 브론 아재는 입에서 침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연신 감탄했다.
캠벨이 옆에서 킬킬댔다.
“이제야 우리 부단···칸이 얼마나 엄청난 인간인지 알겠어? 칸과 같이 다니면 심심할 날이 없다고.”
말은 저렇게 해도 캠벨은 바스타드 소드를 든 채 나와 숲지기의 전투 장면을 사진 찍듯이 머리에 저장하고 있었다.
캠벨 수준의 고수에게 나와 숲지기 레벨의 싸움은 돈 주고도 볼 수 없는 귀중한 교보재이기 때문.
그러면서도 틈만 나면 언제든지 끼어들어 날 도울 준비까지 하는 모습이 역시나 노련한 전사였다.
백여 합가량 겨루었을까.
숲지기가 지팡이를 크게 휘둘러 거리를 벌렸다.
잠시 대치 상황.
온몸에서 마기 섞인 역겨운 점액을 뚝뚝 흘리던 그가 입을 열었다.
-인간···인정하지···너는 내 상대라 자처할 자격이 있다.
“그래? 나도 너에게 말해주고 싶군. 너는 내 상대가 안 된다. 그만 발악하고 얌전히 목을 내놔라.”
-크흐흐, 그럴 수는 없지. 나는 위대하신 마왕님과도 함께했던 악마. 심지어 최후의 전투에도 참여했었지. 전쟁터에 너만한 고수는 널렸었고 난 그곳에서 살아남은 존재다.
상대가 지팡이를 휘둘러 기괴한 수인을 맺는다.
비프론스에게 무언가 비장의 수가 있음을 직감했다.
이럴 때는 잡술을 부리기 전에 해치우는 게 제일 장땡이다.
-내가 축복의 악마라 불리는 이유를 보여주마.
아까와 똑같이 횡으로 그어 녀석을 양분하려 했다.
마침 그 순간, 몸속에서 제멋대로 폭사된 마나가 검을 달구는 게 아닌가!
-애송아! 무슨 짓이냐! 마나 조절해!
고수급 검사에게 마나 조절은 필수다.
안 그러면 타인은 물론이고 나 자신까지 집어삼킨다.
지금 내 상태가 딱 그랬다.
“으아아아아!!!”
마나소드의 길이가 무려 3m가 넘게 늘어나면서 옆에 있던 캠벨이 황급하게 내 기운을 검으로 받아쳤다.
“으헉! 갑자기 왜 이래!?”
속이 들끓었다.
녹색 마나가 제멋대로 부피를 넓히고 내부를 진탕 휘저었다.
여기서 더 심각한 건 예전에 겨우 달래놓았던 이원마나의 균형이 깨저버린 것이다.
그동안 푸른마나와 임시동맹을 맺었던 용혈이 더는 참지 못하고 폭발하여 머리를 들이받았다.
“커헉!!”
입에서 피를 쏟았다.
“칸!!”
이를 지켜보던 성녀 메리안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외쳤다.
이어서 엄청난 신성력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성녀의 신성력에 노출되었습니다.]
[모든 상처가 치유됩니다.]
[일시적으로 스텟이 상승합니다.]
과연 메리안의 신성력 효과는 엄청났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무쓸모였다.
내 몸이 치유된다고 해서 기운까지 치료되는 건 아니었으니.
여전히 세 종류의 기운이 치열하게 충돌하며 단전을 괴롭히고 있었다.
-크크크큭, 과연 성녀는 성녀로군. 그러나 소용없다. 나는 축복의 악마. 저 녀석은 내 축복을 받고 기뻐하다 죽어갈 것이다.
축복의 악마라는 게 이런 말이었나.
보통의 악마들은 저주를 주무기로 삼는다.
한마디로 디버프로 상대를 옭아매고 우위를 점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뜻.
그런데 이 변태 악마는 좀 달랐다.
디버프 대신 버프를 사용했다.
대신에 과도한 버프로 적이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없도록 한다.
차라리 저주였으면 자정작용에 이은 완전면역 스킬로 풀어버렸을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비프론스의 스킬은 나에게 축복으로 작용했으므로 자정작용이 발동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과거 모험가와 제국군 연합을 물리쳤나.’
팀 내 최고수가 자기 힘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탄이 되어버리면 아군이 감당하지 못한다.
나와 비프론스는 상성이 최악이었다.
-제법 재밌는 인간이었다만, 유희는 여기까지다. 얌전히 죽어라. 네놈이 데려온 성녀는 맛있게 먹어주마.
초록마나가 계속해서 난동을 부렸다.
용혈도 화가 나서 내 기혈을 모조리 터트리기 직전이다.
평상시에 중재 역할을 하던 푸른마나도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는지 단전에 똬리를 틀고 손을 놔버렸다.
이대로 가면 필패다.
타개책을 강구해야만 한다.
끊임없이 내부 상태를 점검했다.
그리고는 특이점을 발견했다.
‘초록마나의 부피만 늘어나는군.’
초록마나는 마수의 숲에 넘쳐나서 축복에 반응하지만, 용혈과 푸른마나는 한정된 자원이라 부피가 늘어나는데 한계가 있는 모양이었다.
결국 나는 선택했다.
초록마나를 버리기로.
‘문제의 원인을 제거한다.’
초록마나를 몸속에서 쫓아냈다.
어차피 나중에 다시 얻으면 될 마나다.
돼지처럼 부피를 늘리던 마나는 몸 주인이 안쪽에서 밀어내자 버둥거렸다.
그러나 이때만을 기다린 용혈과 푸른마나가 문제아 초록마나를 같이 밀어내 버렸다.
사아아아
내부가 다시 평온해졌다.
들숨에 섞여 초록마나가 들어올 수 있으니 호흡마저 최소화했다.
푸른마나와 용혈이 서로 엉기며 새로운 이원마나 체제를 형성했다.
-흐흐흐흐, 결국 마나를 버렸나? 내 축복에 걸린 고수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선택지를 고르더군. 또한 그들 전부 마나 없이 싸우다 생을 마감했지. 과연 너는 앞선 선배들과 다를 수 있을까?
마나없이 숲지기와 싸운다라.
당연히 못 이기지.
하지만 이걸 어쩌나.
아직도 마나가 두 종류나 남아있는데.
은색과 푸른색이 태극문양을 그리며 회전했고 천마검에서는 초록빛이 빠진 연보라빛 검기가 솟았다.
-뭐냐! 어째서 마나가 남아있는 거지?
그동안 숲지기가 만났던 고수들은 단전에 한 종류의 마나만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원래 그게 정상이다.
아르니아 대륙에서 태어난 인간들은 초록마나로 수련해서 그 자리까지 올라왔을 테니까.
그러다가 믿어왔던 초록마나가 통제에서 벗어나니 손쉽게 무력화됐겠지.
반면에 나는 망나니이자 별종이다.
심장이 아닌 단전에 기운을 모아왔고, 그조차도 종류가 여러 개라 짬뽕 잡탕밥이었다.
-도대체 네놈은 정체가 뭐냐?
“나와 싸운 자들은 다들 그 질문을 하더라.”
검을 들어 숲지기를 노렸다.
이번에야말로 끝내버린다.
“날 이기면 알려주지. 2차전 시작이다. 들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