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작가 망나니가 천재임-176화 (176/200)

20장 혈통 : 이단계 망나니

필립 로이드.

정말 고무줄보다도 질긴 악연이다.

이 녀석은 헤논에게 빙의된 이후 처음으로 나를 적대시하던 놈으로, 하는 짓도 치졸하기 그지없었다.

내 성장을 방해하고, 로이드 후작 몰래 암살자를 보내고, 압도적으로 불리한 영지전을 계획하고, 열이면 아홉은 죽는 북부로 보내버리고.

결국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후계자 자리에 오르자 자신의 외가를 통째로 희생시켜 후작령을 힐튼 가문과 엘프족에게 갖다 바치려 한 극단적 이기주의자.

심지어 부마간택식 때에는 힐튼의 앞잡이가 되어 내가 악마 빙의자라는 얼토당토한 누명을 씌우기도 했다.

힐튼 가문을 단죄할 즈음 실종되었길래 죽은 줄 알았는데, 꾸역꾸역 살아나와 칼을 맞부딪치고 있다.

아, 언데드가 되었으니 살아나온 게 아니라 죽어나온 건가. 아무튼 바퀴벌레가 따로 없다.

“단 한 순간도 널 잊은 적이 없다. 헤논 로이드.”

“필립, 도대체 어디까지 멍청해진 거냐?”

“네 목에 칼이 박힐 때도 멍청하다는 소리가 나올까?”

필립이 뿜어내는 기세는 비정상적으로 강했다. 생전에 내가 알던 필립의 실력과 아득히 차이 났다.

검날에서 줄기줄기 뿜어나오는 시커먼 마나소드가 사정없이 몰아쳤다. 예리함과는 거리가 먼 마구잡이식 공격이지만 워낙 기운이 넘쳐서 소드마스터와도 대등할 정도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양적으로 엇비슷하다는 말이지, 기술이나 유지력은 형편없었다.

적당히 맞아주다 보니 깨달았다. 필립은 지금 영혼을 연료로 불태우면서 나와 싸우고 있다.

“···미친놈.”

사후세계까지 포기하면서 나와 싸우다니, 이 정도로 영혼을 망가트리면 설령 나와의 일대일을 이긴다 해도 필립은 소멸한다.

존재 자체가 무(無)로 회귀한다는 뜻이다.

“너는 모른다.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비록 언데드가 된 필립이지만 뼛속 깊이 사무친 증오심은 생생히 느껴졌다.

그가 이 정도로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도 영혼에 맺힌 증오심 때문이다. 혼백에 아로새겨진 감정이 그의 잠재력과 한계치를 극한으로 끌어내는 중이다.

“네놈만 없었으면 지금쯤 아버지 영지를 물려받고 떵떵거리며 잘 살았을 텐데, 네놈 덕분에 내 인생이 망가졌다.”

공격이 더욱 거세졌다.

오러블레이드로 침착하게 방어했다.

“네놈만 없었으면! 네놈만 없었으면 되었단 말이다!! 으아아아아!!!!”

한맺힌 절규와 피를 토하는 원한이 그의 검을 점점 단단하게 만들어졌다. 영혼이 무너지면서도 나에게 다가오는 필립.

확실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녀석이 나에게 가진 증오심만큼은 ‘진짜’였다는 것을.

“그래. 네 말이 맞다. 내가 없었다면 너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인생을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악연이 맺어질 때가 종종 있다.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의 관계, 군대 선후임 관계, 단순하게는 방과 후 화장실 청소 짝꿍.

정말 성격이 안 맞아서 악연이 된다기보다, 그 사람이 나와 갈등을 빚는 위치에 있어서 악연이 되어버린 경우.

나중에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났을 때 왜 내가 저 사람과 싸웠을까, 갈등을 빚었을까. 다른 상황에서 만났어도 저 사람과 원수가 되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나와 필립도 어쩌면 그런 관계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말이다···너는 우리 둘 간의 싸움을 너무 크게 벌였어. 너의 욕심에 희생당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단 말이냐?”

필립의 외가인 몰티 자작령.

외조부 몰티 자작.

모두 엘프족에게 죽었다.

주요 원인은 멀린의 영혼에 잠식당한 리처드 대장로 때문이지만, 필립의 묵인이 아니었다면 죽지 않았어도 될 생명이었다.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린다는 마음가짐. 필립은 그게 잘못이었다.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주위 사람을 도구처럼 사용하고 죽여도 상관없다니, 필립의 몰락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후작이 못 되면 날 길가에 돌멩이마냥 무시할 사람들이다. 그런 버러지들 좀 죽였다고 뭐가 달라지나?”

“저승에 가서 네놈에게 죽은 사람에게도 그렇게 말해봐라. 이런, 소멸당해서 말할 수도 없겠구나.”

“네 이놈!!!”

다시 한번 마나소드와 오러소드가 뒤엉켰다. 고막이 찢어질 듯한 굉음이 멜브스 대평원을 울렸다.

필립은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불태우며 나를 몰아붙였다. 그리고 그 불꽃은 점차 사그라졌다. 언데드의 육신은 지치지 않으나, 영혼 에너지는 결국 고갈되기 마련이기에.

“크윽···”

“보여줄 건 다 보여줬나?”

“건방 떨지마!!”

다시 한번 불꽃이 타오른다. 그러나 이미 그의 근원은 흔들리고 깨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한다.

다른 세계관에서 그와 나는 둘도 없는 친한 형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동생을 배려하는 형님, 그런 형님을 존경하는 아우.

그는 후작령의 후계자가 되고 나는 그를 믿고 전대륙을 돌며 악의 세력과의 전쟁을 준비한다. 마침내 승리해서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해진다.

그런 좋은 이야기로 끝날 수도 있었을 텐데.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이 생각은 술 마실 때마다 머릿속을 맴돌 것 같다.

“잘 가라. 필립.”

서걱!!

오러블레이드가 수평으로 그어짐과 동시에 필립의 움직임이 우뚝 멈추었다. 투구가 갑옷에서 떨어져 나왔다. 전신에서 느껴지던 검은 기운이 점점 사라져갔다.

“이럴 수가···”

툭.

머리와 몸이 분리되었다.

필립의 마지막이었다.

“끝없는 욕심의 굴레에서 해방되어 안식을 찾으시길.”

그의 명복을 빌어주는 것만이 지금 와서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배려였다.

*

오만은 나와 필립이 싸우는 동안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필립을 탱커로 앞세우고 뒤에서 흑마법을 퍼부을 줄 알았던 나는 오만의 행동이 의외였다.

“왜 가만히 있었지?”

“형제 간의 우애가 돋보여서 껴들기가 애매하더군.”

물론 그가 나를 공격한다 해도 큰 위험은 아니었다.

실드 계열 스킬로 흑마법을 막아내고 드래곤 코코가 옆에서 도와주면 필립을 상대하면서도 능히 오만을 견제할 수 있었으니까.

“지랄도 풍년이네. 아직도 비장의 수가 남았나? 있으면 지금 다 꺼내봐.”

보통 네크로맨서의 약점은 근접전이다.

그래서 항상 다수의 언데드로 압박하거나 소수의 상위 언데드로 기습하곤 하는데, 두 가지 방법이 전부 봉쇄된 지금 오만이 꺼낼 카드는 뭐가 더 있을까.

“흐흐흐···용기는 가상하나, 이미 승부는 결정됐다. 블러드 체인(Blood Chain)!!”

오만이 주문을 외우자 허공에서 수십 개의 마법진이 떠올랐다.

마법진 정중앙에서 튀어나온 건 피로 된 사슬. 앞부분이 뱀처럼 꿈틀대던 사슬이 사방에서 쏘아져 나왔다.

천마검을 휘둘러 사슬을 끊어버리려 했는데, 사슬은 나를 무시하고 지나쳤다.

그제야 알아차렸다.

목표는 내가 아니라는 것을.

“코코! 피해!!”

“뀨우?”

여태까지와 비슷한 흑마법인 줄 알았던 코코는 태생부터 타고난 마법저항력을 믿고 버텼다.

그러나 오만의 공격은 마법이 아닌 저주 계열이었다. 붉은 사슬이 코코의 은빛 몸체를 칭칭 감아버렸다.

“뀨뀨!!!”

당황한 코코가 버둥거렸지만 그럴수록 사슬이 더 꽉 죄었다. 브레스로 오만을 맞추려 했으나 완전히 포박당한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필립과 싸우는 동안 준비했던 게 이거냐?”

“그래. 너에 대한 전력 분석은 대충 끝났거든. 하지만 저 드래곤은 변수다. 특별히 내 영혼을 사용해서 묶어두었으니 영광으로 알아라.”

영혼력으로 묶었다라···그 말인 즉슨 오만이 소멸하기 전에는 저 속박을 풀 수 없다는 뜻.

상당한 고위급 저주다. 아무래도 나한테는 저주가 무용지물이니 코코 쪽을 먼저 무력화시킨 모양이다.

“나에 대한 전력을 다 파악했다라···오만하군.”

“네놈이 강한 건 인정하겠다. 드루이드와 검술 둘 다 높은 경지에 올랐어. 덕분에 공략을 세우기 까다로웠다.”

“누가 들으면 벌써 이긴 줄 알겠어.”

“공략법을 세운 시점에서 이미 결정난 승부다. 네놈을 계속해서 관찰했다. 드루이드 스킬은 확실히 파괴적이나, 허접한 다수를 상대할 때나 수월하지, 고수를 상대로는 비효율적이더군.”

“그래?”

“너도 그 단점을 상쇄하고자 검술을 같이 연마한 것 아닌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검술이다만, 필립을 상대하는 움직임으로 평가하자면 아직 멀었다. 게다가 저 도마뱀까지 묶였으니 독 안에 든 쥐새끼랑 똑같지.”

나는 오만과 싸우기도 전에 이길 거라 확신했다.

왜냐하면 너무 말이 많아서다. 원래 싸움은 혓바닥 긴 놈이 지게 돼 있다. 이유를 묻는다면 나도 모른다. 그냥 저렇게 자만하고 방심하고 오만한 놈이 진다.

오만이 스태프를 휘두르자 또 다른 마법진 수십 개가 하늘에 떠올랐다. 이번에는 피로 된 사슬이 아니었다. 흑색 마력탄이 비처럼 쏟아졌다.

콰콰콰콰쾅!!!

폭격기가 폭탄을 투하한 것처럼 일대가 초토화되었다.

[윈드 컨트롤]

[헤이스트]

[순보]

발목에 바람을 감아 최대한 회피했다. 피할 각이 안 나오는 것들은 오러로 쳐냈다.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꾸나!!”

수백 년을 산 리치왕이라 그런지 마력탄 폭격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이어졌다. 혹시 무리해서 공격하나 싶어서 슬쩍 살폈는데 놈은 쌩쌩했다. 그만큼 오만의 마력량은 방대했다.

‘이대로는 힘들겠군.’

[우드 실드]

[우드 레인]

[크리스탈 실드]

[크리스탈 레인]

실드 기술로 방어라인을 형성하는 족족 마력탄이 짓누르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나무와 돌은 요격당했다.

[강화된 바인드]

믿었던 밥줄 스킬인 강화된 바인드마저 공중에 떠있는 오만에게 가기도 전에 마력탄을 맞고 부서졌다.

골렘이나 자이언트 기술도 논외다.

마력탄이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상황에서 느려터진 움직임으로는 오만에게 도달하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천마검 하나만 달랑 들고 오만에게 달려들자니 중심부로 갈수록 마력탄 세례가 집중되어 뚫기가 어려웠다.

“1단계 공격은 어느 정도 적응했나? 이만 2단계로 들어가지. 헬파이어(Hell Frie)!!

마력탄 폭격은 그대로 유지된 상태. 여기에 원기옥이 섞여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옥불이 떨어지는 곳마다 지면에 넓고 깊은 구덩이가 파였다.

암만 오러로 몸을 보호했어도 저런 초고열 화염구에 맞았다간 드루이드인 나도 타격이 있을 듯했다.

“벌써 포기한 건 아니겠지? 그러면 너무 재미없는데?”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까닭은 체력 회복량을 극단적으로 올려주는 스킬인 끈질긴 생명력 때문이다.

지금껏 만나왔던 적과의 전투는 장기전으로 흘러갈수록 내가 체력적 우위를 점하면서 유리하게 흘러갔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다.

오만은 여유가 있었다. 그의 공격은 거세졌으면 더 거세졌지, 약할 기미가 안 보였고, 내 체력 회복량보다 체력 소비량이 앞서기 시작했다.

“헉! 헉!”

숨이 차고 호흡이 가빠졌다.

좋지 않은 징조다.

“이봐, 아직 2단계라고. 5단계까지 있는데 여기서 끝이라고 하진 말아줘. 3단계, 다크 스웜(Dark Swamp)”

찐득찐득한 점액으로 이루어진 검은 안개가 사방을 뒤덮었다. 동시에 귓가에 환청이 들렸다.

[으어어어···]

[살려줘···]

[구해줘···제발···]

[죽여, 죽일 거야···]

[아파···너무 아프다고···]

환각물질이었다면 저주로 판단하고 자정작용이 발동했을 텐데 발동할 기미가 없다.

이러면 결론은 하나다. 환각이 아니라 실제로 들려오는 목소리다.

알고 보니 다크 스웜은 고통과 원한에 찬 원혼으로 뭉쳐진 끈적한 늪이었다.

“제기랄.”

스웜에서 튀어나온 여러 개의 시커먼 손이 내 몸을 잡아챘다. 물론 흡착력은 미미해서 끊어내는 건 금방이었다.

문제는 마력탄과 헬파이어가 여전히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랄까. 기존 공격도 피하기 힘겨운 상황에서 저런 식으로 옷깃을 붙잡는 행동이 너무나 귀찮았다.

확실히 효과도 있었다.

여태껏 회피율 100%를 간당간당하게 유지하고 있던 내가 처음으로 마력탄에 얻어맞았다.

옆구리에 가해진 충격에 몸이 휘청였다.

“크핫하하! 드디어 한 대 맞았구나. 한 대 맞추기가 어렵지, 일단 맞기 시작하면 끝이다. 조만간 헬파이어도 맞겠군.”

승리를 낙관하는 오만.

정말 오만하기 그지없는 태도다.

“흐아아앗!!!”

[천마검술]

[초승달 베기]

색욕을 죽이면서 깨달았던 필살기 초승달 베기를 시전했다.

드루이드 스킬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원거리 검술 기술.

휘어진 오러의 일격이 마력탄을 튕겨내고 헬파이어까지 절반으로 가르며 오만에게 향했다.

“다크 실드(Dark Sheild)”

오만은 흑색의 반투명한 실드를 소환했다. 구체 방어막은 오만을 360도 빈틈없이 둘러싼 채 내 일격을 막아냈다.

실드의 겉면과 오러가 부딪칠 때 요란한 소음이 나긴 했으나, 어쨌든 오만은 방어에 성공했다.

기존 데이터에 없던 공격을 봐서인지 정신없이 쏟아지던 오만의 공세가 살짝 멎었다.

그렇게 찾아온 잠깐의 소강 상태.

“아무래도 너는 3단계가 한계인 듯 하구나. 그래도 나름 즐거웠다. 너를 언데드로 만들면 얼마나 강한 수하가 될지···... 흐흐흐.”

솔직히 인정한다.

오만은 강했다.

여태껏 만난 어떤 칠대사도와도 격이 달랐다. 순수 무력파였던 질투보다도 적어도 두 단계 위가 분명했다.

이대로라면 내 패배다.

전력을 다해야만 한다.

숨겨뒀던 모든 패를 꺼낸다.

어쩌면 정말로 오만했던 건 오만이 아니라 나였다. 저런 녀석을 상대로 여지를 남겨두려 했으니까.

“천마님, 부탁합니다.”

소드마스터로 올라가면서 천마게이션의 도움을 안 받은지 오래되었다. 이제 천마가 아니어도 내 직감으로 충분히 대응하고 반응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다시 스승님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알겠다. 애송아.

중요한 순간임을 알고 있는 천마도 순순히 도와주겠다고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지금부터 도핑 시작이다.

아공간에서 도토리를 꺼냈다.

까득!!

[도토리를 섭취하셨습니다]

[패시브 스킬이 강화됩니다]

[스태미나가 대폭 상승합니다]

[마나 재생량이 큰 폭으로 증가합니다]

[드루이드에게만 적용되는 효과입니다]

[제한시간 24시간]

7번째 도토리.

이제 도토리는 세 개 남았다.

최상급 드루이드가 되면서 제한시간이 10시간에서 하루로 대폭 늘어났다.

몸에 가벼워지고 전신의 혈류과 빠르게 돌았다. 머리가 팽팽 돌고 기맥이 터질 듯이 박동하며 전신에 고양감이 차올랐다.

[어인화 단약을 섭취하셨습니다]

[스테미나가 대폭 상승합니다]

[수중에서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합니다]

[제한시간 1시간]

여기가 물 속이 아니라지만 기본적으로 어인화 단약에는 신체강화 효과가 있다.

도토리로 강화된 신체에 어인화 단약까지 더해지자 내 몸이 뿜어내는 기운만으로 지면이 쩍쩍 갈라졌다.

여기에 마지막 방점을 찍을 화룡점정.

[세계수 묘목이 함께합니다.]

[일대에 자연의 오오라가 깃듭니다]

[아군 모든 스텟 100% 상승]

[회복량, 흡혈량, 재생량이 소폭 증가합니다]

저번 승급 후 얻은 개사기 스킬. 아껴두고 숨겨두었다가 드디어 시전했다.

땅에서 솟은 눈부신 세계수가 장대한 위용을 자랑했다. 비록 묘목이라지만 크기는 지구에서 봤던 수백년 된 거목과 흡사했다.

아까 마력탄을 맞고 피가 조금씩 새어나오던 옆구리가 단숨에 아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회복량이 높았는데, 세계수의 회복량까지 더해진 결과다.

연속된 도핑으로 거칠게 휘몰아치던 에너지가 세계수 효과를 받자 드넓은 한강처럼 천천히 흘렀다.

중구난방으로 튀었던 기운이 훨씬 안정적이고 깊어졌다. 차분하지만 강렬한 불꽃이 동공 너머로 일렁였다.

“뭔가···달라졌군.”

오만도 내 기세를 느낀 듯 자세를 달리했다.

“너도 단계를 올렸길래 나도 단계를 올렸다. 이제 겨우 2단계다. 한 번 막아봐라.”

참고로 오만과 달리 나는 2단계가 끝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저놈은 영원히 내 3단계를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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