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 결착 : 막아낸 망나니
마왕 출현 일주일 전.
연합군 수뇌부는 대책을 세우고자 전부 모여서 회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하나였다.
“우리는 마왕에게 무슨 능력이 있는지,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도 모릅니다.”
당연한 말이었다.
이십 년 전 최후의 전투 당시에 마왕과 직접 맞서 싸운 건 카일 혼자였다.
그랬던 카일이 영면에 들었다.
유일하게 조언해줄 수 있는 존재가 사라진 셈이다.
심지어 카일과 바알은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북부 산맥까지 들어갔기에, 최후의 전투에 참여했던 세븐 스타들도 말해줄 게 별로 없었다.
“그래도 기억나는 걸 말해보자면, 바알은 마계와 연결된 포탈을 뚫을 수 있었어.”
“맞아. 검은 구멍에서 몬스터가 끊임없이 빠져나왔지. 지옥 같은 순간이었다.”
“혼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혼자가 아니랄까. 마왕와의 전투는 반드시 대규모 전쟁으로 확대된다.”
카리나, 로이드 후작, 톰, 가젤, 오르네오, 요한의 증언이 잇따랐다.
“따라서 우리는 포탈에서 나온 몬스터와 마족을 처리하고 마왕은···”
말꼬리를 흐린 가젤이 나를 쳐다보았다.
“할 수 있겠는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해야지요. 마왕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반드시 전쟁을 승리로 이끌겠습니다.”
마왕과의 일대일.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꼬리를 말 순 없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부딪힐 수밖에.
눈알에 힘을 주고 투지를 불태웠다.
이미 준비는 만전이었다.
* * *
다시 돌아와서.
낡아빠진 넝마를 입고 맨발로 걷는 사내는 너무나 어색했다.
이곳이 영하를 웃도는 날씨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말이다.
창백한 피부의 뱀눈 사내는 혀를 낼름거리며 과장된 포즈를 취했다.
“흐핫, 하핫, 흐캬캬캬캬캭캭!!”
미친듯이 광소하던 남자는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에 불쾌한 듯 얼굴을 굳혔다.
“버러지들이 감히 누구를 똑바로 보느냐.”
단순한 읊조림이었을 뿐인데.
마왕을 중심으로 흑색 파동이 설원 전체로 퍼졌다.
파동에 맞은 인간들은 저도 모르게 극심한 공포를 느끼며 마왕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수준급 익스퍼트급 기사마저 자연스럽게 눈을 내리깔고 근원적인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타고난 영혼 자체가 강한 자. 굳건한 의지력으로 높은 경지에 오른 자. 특수한 존재의 보호를 받는 자.
이들은 마왕의 기세에 굴하지 않았다.
세븐 스타를 비롯한 성녀 메리안, 엘프족장 사샤, 총리 일리나, 전사 테오도르, 밤거미 등이 여기에 해당되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이 자리에 선 시온과 캠벨도 시선을 떨구지 않았고, 천마 영감님은 코를 후비적거리며 하품까지 했다.
정수리를 보이며 고개 숙인 대군 앞에 콩나물처럼 튀어나온 몇몇 얼굴을 굽어본 바알이 씩 미소를 지었다.
“흐흐흐흐, 아예 맹탕은 아니구나. 도마뱀 녀석이 사라져서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잠깐의 여흥 정도는 되겠어.”
마왕이 손짓하자 그의 뒤로 균열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세븐 스타가 언급했던 포탈이었다.
포탈 너머로 어둠이 일렁였고 이내 몬스터의 대군이 우르르 몰려와 맞은편에 정렬했다.
마계 군단의 구성은 다양했다.
슬라임, 랫맨, 고블린, 코볼트, 놀, 오크, 리자드맨, 아울베어, 트롤, 미노타우르스, 오우거, 와이번, 드레이코.
스켈레톤이나 좀비, 구울 같은 언데드 몬스터도 중간에 섞여 있다.
군단마다 지휘관이 따로 있었다.
기괴하게 생긴 몬스터와 달리, 지휘관은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저들에 대해서도 사전에 들었다.
마계의 원주민으로 흔히 마족이라 불리는 악마였다.
수십 마리의 몬스터를 이끄는 하급 마족부터 시작해서 기천에 달하는 병력을 이끄는 중급 마족, 군단 전체를 이끄는 상급 마족까지.
저들 또한 우리가 해치워야 할 적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났다.
상급 마족 중에서도 특출나 보이는 존재가 바알 옆에 부복했다.
“대공 아스타로트가 마계의 정당한 지배자를 뵙습니다.”
“오랜만이구나. 중간계 유희를 나간 이후로 처음이지?”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2m 50cm에 달하는 장신.
밤송이 수염이 삐쭉 돋았고 오크처럼 양옆 어금니가 돌출된 마족이었다.
풍채도 당당했고 쫙 빼입은 흑색 정장은 떼인 돈 받으러 온 대부업자를 연상시켰다.
각진 뿔테안경을 쓴 아스타로트는 우리 쪽 연합군을 스윽 훑어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엘프에, 인간에, 어인에, 거인? 한심한 놈들끼리 모였군.”
“그래도 재밌지 않으냐? 나름 막아보겠다고 이곳저곳에서 많이도 긁어왔으니 말이야.”
“주군께서 재밌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이십년 전에는 저렇게 다양하지 않았어. 그저 도마뱀 한마리에 의지해서 나를 봉인시키는데 끝났지.”
“하지만 이번엔 그 도마뱀마저 없군요. 제가 직접 처리하고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상대편을 쭈욱 훑어보던 아스타로트의 눈길이 한곳에서 못 박힌 듯 고정되었다. 바로 성녀 메리안이었다.
“응?”
유심히 살펴보던 마족의 얼굴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일그러졌다.
“벨라누스의 그릇이 있군요. 저건 없애겠습니다.”
“마음대로.”
바알의 허락을 맡은 아스타로트가 신성국 진영으로 다가가자 성기사 요한이 검을 뽑고 앞으로 나섰다.
“네 이놈! 사악한 악마여! 벨라누스님의 명을 받아 너희를 처단하겠노라!!”
“아, 시끄러워.”
스팟!
아스타로트의 신형이 흔들렸고.
나타난 곳은 메리안의 옆이었다.
요한은 그의 움직임을 인식조차 못했다.
“성녀님!! 피하십시오!”
“넌 귀찮을 것 같다.”
아스타로트의 집게손가락이 메리의 관자놀이를 향해 겨누어졌다.
손가락 끝에서 시커먼 구체가 만들어졌다.
구체에서는 전류가 파지직 튀었다.
“죽어라.”
번쩍!!
검은색 레이저가 직선으로 쏘아졌다.
모두가 메리안의 최후를 예상했다.
메리안 본인조차 눈을 질끈 감고 닥쳐올 고통에 대비했다.
그러나 어떤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살며시 눈을 뜬 메리안은 화들짝 놀라서 뒷걸음질쳤다.
난생 처음 보는 노인이 칼집만으로 아스타로트의 손목을 살짝 들어올리고 있었다.
그 바람에 조준이 빛나간 광선은 허공을 가로질러 설산 하나를 무너트리는데 그쳤다.
아스타로트는 자신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도 모자라 공격까지 쳐낸 정체불명의 늙은이를 노려보았다.
“너는 누구지? 피부색도 그렇고 복장도 그렇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상한 놈이군.”
메리안을 구해준 사람은 천마였다.
원래는 내가 구해 주려 했는데, 옆에서 먼저 튀어나가길래 관뒀다.
천마님 정도면 마계 대공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감당할 테니까.
“클클클, 모양 빠지게 힘없는 아녀자를 건드려서야 쓰겠느냐? 급에 맞는 놈들끼리 놀자꾸나.”
천마의 말에 아스타로트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건방진 놈. 하찮은 인간 주제에 급을 논해? 중간계에서 나와 급을 논할 존재는 없···.컥!!”
천마는 굳이 상대가 말을 끝낼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돌려차기가 옆구리를 강타하자 발목에 담긴 미증유의 힘 덕분에 아스타로트는 한참을 날아가서 설산에 부딪쳤다.
충격량이 어찌나 컸는지 설산 하나가 통째로 무너지며 하얀 눈이 시야를 뿌옇게 흐렸다.
“해치웠나?”
희망에 찬 아군 병사들이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렸다.
잠시 후, 안개가 걷히고 안쪽 상황이 드러났다.
천마의 발차기를 맞고 날아간 아스타로트는 각잡힌 정장이 살짝 구겨진 것 외에는 멀쩡했다.
다만 몸이 멀쩡했을 뿐이지, 시뻘게진 얼굴과 이마에 도드라진 혈관은 그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방증했다.
“그래, 인정한다. 잠시 동안 가지고 놀 장난감 정도는 되겠구나. 너는 특별히 고통 속에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해주마.”
“허약한 놈이 혓바닥 놀리는 폼만큼은 확실히 수준급이군. 패배를 인정한다. 본좌의 혓바닥은 너보다 아래다.”
“이 노망난 늙은이가! 찢어 죽여주마!!”
결국 참지 못한 아스타로트가 달려들었고, 천마 또한 신형을 주륵 늘리면서 마계 대공과 충돌했다.
콰앙!
두 초고수가 하늘에서 엉겨붙은 동시에 커다란 구형 역장이 생성되며 둘을 가둬버렸다.
아마도 저 역장은 외부의 간섭을 방지하는 역할로 아스타로트의 고유 기술인 모양이다.
역장 안에서 격렬한 소음이 들리는 것을 보니 천마 영감님은 안쪽에서 치열한 일기토를 벌이는 듯했다.
천마와 아스타로트의 격돌이 신호탄이었을까. 마계 군단과 중간계 연합군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와아아아아아!!!!”
“크아아아!!!”
힘찬 함성은 덤이었다.
새하얀 설원에서 격돌한 두 세력.
전쟁은 치열하고 참혹했다.
오크의 목을 벤 인간 병사가 놀의 아가리에 머리가 뜯겨나갔고 그런 놀의 목에 엘프의 화살이 박혔다.
화살을 재장전하던 엘프는 트롤의 방망이에 맞고 전신이 탈골되어 사망했고 그런 트롤은 어인족이 던진 창에 눈이 꿰뚫렸다.
마계 측에는 언데드도 있었는데, 사지가 잘려도 꾸역꾸역 일어나서 연합군을 괴롭혔다.
다만 이런 언데드는 백색의 군대가 부리나케 달려와서 성화의 불길로 모조리 태워버렸다.
“벨라누스님, 저에게 힘을 내려주세요.”
번쩍!!
성녀의 빛이 비칠 때마다 리치와 데스나이트가 소멸했고, 성기사 요한은 그녀에게 다가오는 몬스터를 베어내며 신을 부르짖었다.
“오! 벨라누스시여!!”
한편, 중간계 연합군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군단장급 마족에게는 세븐스타가 붙었다.
피에 취해서 킬킬대던 한 군단장은 뜨거운 불길이 앞길을 가로막자 눈을 가늘게 떴다.
“너는···”
“북부의 수호자, 화염의 카리나다.”
“인간족은 자신에게 과한 수식어를 붙이더군. 자신의 약함을 허장성세로 감추기 위해서인가?”
“글쎄, 내 화염맛을 보면 허세인지 진짜인지 알게될 거야.”
바로 옆에서는 시온과 캠벨이 합작하여 군단장급 마족 하나를 상대했다.
둘은 매일 같이 단련해서인지 호흡이 기가 막혔다.
“쥐새끼 같은 연놈들! 너희를 모조리 죽이고 말 것이다!”
“상대가 흥분했다. 계속 어그로 끌어.”
“제길, 내가 하녀 말을 곱게 들을 날이 올 줄이야.”
캠벨이 앞에서 맞아주고 숨어있던 시온이 가하는 치명적인 일격. 이미 둘은 완벽한 듀오이자 콤비였다.
반대편에서는 오우거가 강인한 근력과 커다란 덩치를 믿고 연합군을 학살했다.
어설프게 방패로 막으려던 병사를 방패째로 날려보낸 오우거.
가슴을 두드리며 포효하던 그는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짐을 느꼈다.
“쿠워?”
의문성을 내뱉고 하늘을 바라보던 오우거는 경악했다.
머리 위로 거대한 발바닥이 내리 찍히고 있었다.
콰직! 쿵!!
태초의 인류.
거인 아담이 발길질로 몬스터를 축구하듯이 뻥뻥 차냈다.
세븐 스타 여럿을 상대로도 고군분투했던 아담에게 몬스터쯤은 상대가 아니었다.
끼엑!!
적들도 나름 머리를 썼는지 와이번 같은 공중 몬스터가 하늘을 날며 아담의 눈을 노렸으나,
쐐액!! 푹!!
어디선가 날아온 아멜리아의 화살이 공중 몬스터를 사정없이 꿰뚫었다.
“아담을 지켜라!!”
“예!!”
아담의 어깨와 머리에 올라탄 엘프 궁수대는 거인을 첨탑 삼아 높이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했다.
사샤도 아담에게 말을 걸며 끊임없이 그를 응원했다.
“아담 힘내! 너는 할 수 있어!”
“우워어어!!!”
이 밖에도 물대포를 쏘는 오르네오 영감님. 상급 마족을 뒤를 급습해 단숨에 절명시키는 밤거미. 다리가 불편한 로이드 후작과 등을 맞대고 싸우는 세바스찬. 어인족의 근력을 십분 이용하는 일리나와 테오도르.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싸우고 있었다.
···나 빼고.
치열한 격전지에서 나는 손 놓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
내가 그러는 이유는 딱 한 가지.
마왕도 가만히 있어서다.
내 시선은 바알에게서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그가 조그만 움직임이라도 취할 경우 즉각 대응하기 위해서다.
팔짱을 낀 바알도 내 시선을 느꼈는지 이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는 여전히 느긋한 표정이었고, 얼굴에서는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네놈이 이 무대를 꾸민 놈이냐?]
입술은 움직이지 않는데 의식 속으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준급의 독순술이다.
“그렇다면?”
[칭찬해주지. 도마뱀이 죽어서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나름 볼거리를 만들어줬어.]
“네가 죽는 무대인데도 좋은가?”
[흐흐흐···무슨 수로 날 죽일 텐가? 날 재밌게 해준 대가로 특별히 말을 들어주지.]
“나보다 약한 놈을 죽이는데 굳이 방법을 생각해야 하나? 그냥 죽이면 되지.”
[흐흐흐, 너무 건방은 떨지 않는 게 좋아. 지금 네가 살아있는 이유는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더 오래 보고 싶어서니까.]
“네가 안 가면, 내 쪽에서 가겠다.”
내 선전포고에 마왕이 귀찮은 표정을 짓더니 손을 한번 휘휘 내저었다.
[좋아. 간단한 시험을 하나 내지. 네 녀석이 이걸 통과하면 조금은 놀아줄 마음이 생길 것 같군.]
쩌저저적!!
마왕의 손짓 하나에 하늘에서 기다란 균열이 생겼다.
균열은 점점 좌우로 벌어지더니 그 사이로 시커먼 기운이 일렁였다.
그리고 무언가가 고개를 내밀었다.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돌덩이.
바로 운석이었다.
쿠콰콰콰콰콰!!!!
운석은 낙하 궤도는 블랙캐슬과 인접한 설원이었다.
대부분의 연합군이 몰려있는 곳이며, 이곳에 낙폭이 발생하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건 자명했다.
심지어 열에너지도 내포한 듯 멀리서도 살결이 따가울 정도의 화염을 뱉어냈다.
[흐하하하하!!!]
운석은 그 자체만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었다.
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던 이들은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고 피부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전부 움직임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경악했다.
“으아아악!!”
“저게 뭐야!”
“도망쳐라!”
“도망이 가능하긴 해?”
“땅을 파고 숨어!”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연합군.
마왕 바알이 이 모습을 보고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으핫하하하!! 어찌할 거냐? 겨우 돌덩이 하나 처리하지 못하면서 나를 죽이려 했나?”
마왕 놈이 자기 혼자 떠들도록 내버려뒀다.
이미 머릿속에 해결 방법은 떠올랐으니.
[윈드 컨트롤]
[헤이스트]
[순보]
공중에 뜬 채 다가오는 메테오와 마주했다.
오러로 몸을 보호해서 피부가 익어버리는 걸 방지했다.
낙하하는 운석을 베기도 쉽지 않으나, 설사 베는 데 성공해도 파편이 떨어지면 큰 피해가 발생한다.
깔끔하게 해치울 방법은 단 하나.
“고향으로 돌아가라.”
온 곳으로 돌려보낸다.
양손으로 검을 쥐고 높게 쳐들었다.
어찌나 꽉 쥐었는지 핏기가 가신 손바닥이 하얘졌다.
크게 호흡을 한 번 들이쉬고 좌상단에서 우하단으로 단숨에 내리긋는다.
일도양단(一刀兩斷)
서걱!!!!
[천마검술]
[공간참]
공간에 칼자국이 그려졌다.
이내 칼자국은 균열로 발생했고 균열은 거대한 구멍으로 면적을 넓혔다.
구멍 너머로는 흑색 기운이 일렁였다.
마왕이 운석을 소환했을 때와 똑같은 장면이었다.
충분히 넓어진 구멍은 추락하는 유성을 향해 아가리를 벌리더니 단숨에 집어삼켰다.
꿀꺽
운석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커졌던 균열도 다시 작아지며 언제 그랬냐는 듯 푸른 하늘로 돌아왔다.
잠시나마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던 병사들이 아래쪽에서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와아아아!!!”
환호성이 울리는 전장 중간에서 마왕과 나는 서로 마주 보았다.
마왕은 자신의 일격이 너무나도 쉽게 막히자 놀란 표정이었다.
“한낱 인간이 어떻게···”
“이번엔 내 차례인가? 한 번 막아봐라.”
따악!!
손가락을 튕겼다.
동시에 시전되는 스킬.
[골렘 소환]
현재 어인화 단약과 도토리를 먹고 풀도핑 중. 땅에서 소환된 수천 기의 골렘이 장엄한 광경을 연출했다.
“골렘 군단 돌격.”
자연의 분노가 몬스터 군단에게 쏟아졌다.
속수무책으로 짓밟히는 몬스터들.
단 한 번의 공격에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