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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의무방어전-11화 (11/235)

〈 11화 〉 그걸 굳이 보여줘야 아십니까?

* * *

황태후가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침소에 도착한 황제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황상."

비단으로 된 잠옷을 입고 기다리고 있는 황태후를 보면서 황제는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

저렇게 편한 복장으로 황태후가 늦은 밤 자신을 불렀을 때... 황제는 좋은 일을 경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나르타 비에게 다 들었습니다. 첫 합궁 이후로 교접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요."

역시...

황제는 왜 이 늦은 밤에 황태후가 자신을 불렀는지 알아차렸다.

아마도 밤일에 대한 잔소리를 늘어놓기 위해서겠지.

그녀의 걱정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황제에게 후사를 잇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 그녀에게 황제의 밤일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건 유쾌하지 않을 테니.

"이런 말하긴 뭐 하지만 선제께선 밤에 아주 뛰어나셨답니다."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말하는 황태후의 모습이 참으로 주책이었다. 황제는 굳이 듣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들으면서 표정을 관리하느라 부단히 애를 썼다.

"허나 황상... 들었습니다. 합궁 때 약을 썼다지요?"

'...그 어의 녀석 불었군.'

황제는 자신이 약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들켰다는 것에 식겁했지만 당당해지기로 했다.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간 잔소리가 늘어날 뿐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황태후께서도 아시지만 저는 여인을 상대로 흥분하지를 못합니다."

그 말에 황태후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곧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고 남자를 상대로 흥분하나요? 그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정말이지... 이 어미는 걱정입니다."

남자를 상대로 흥분하면 그게 더 문제가 아닌가?

황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황태후는 누구에게도 흥분하지 않는 지금의 상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약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니 혹시 기술도 다 잊은 듯 하여 이 어미는 참으로 걱정입니다. 그래서... 황상을 위해서 이 어미가 직접 준비해 둔 게 있답니다."

황태후의 말에 황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직감했다.

그녀의 부름을 받고 얇은 옷차림의 궁녀가 황제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천으로 가렸음에도 그 크기가 짐작이 가는 탐스런 가슴. 그와 대비되는 청초한 얼굴과 가녀린 몸매.

궁녀 중에서도 그 미색을 보고 황태후가 직접 고른 게 분명해 보이는 여인이 상기된 얼굴로 황제 앞에서 옷을 벗고 있었다.

"가문도 괜찮은 아이입니다. 황상을 돕기 위해 이 어미가 직접 가르친 아이니 부디 제대로 써 주길 바랍니다. 이 어미는 황상의 기술을 직접 봐야지 조금은 안심을 할 수 있을 거 같으니 말입니다."

황태후의 말에 황제는 질색을 하며 대답했다.

"...굳이 제가 하는 걸 봐야 아시겠습니까? 걱정하시는 부분은 알지만 전 잘해낼 수 있습니다."

황제는 싫은 티를 팍팍 내었다.

아니 어머니 앞에서 여자를 안으라니. 이 무슨 끔찍한 짓거리란 말인가.

하기 싫은 일을 더 하기 싫은 조건을 추가해서 하라니... 황제 입장에선 지옥이 따로 없었다.

황태후는 그 반응에 상심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비틀거렸다.

"흐윽! 이 어미는 그저 황상이 걱정되었을 뿐인데... 다 이 어미가 부족한 탓입니다."

"..."

"그러니 이 어미는 이만 선제 폐하의 곁으로 가겠습니다. 황상. 부디 이 제국을..."

"하면 되지 않습니까! 하면."

진짜 그대로 목을 매려고 하는 황태후를 보면서 황제가 다급하게 그녀를 말렸다.

아무리 황제라도 어머니가 목을 매달겠다고 협박하는 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의 냉혈한은 아니었다.

"아니 황태후께서는 근데 그걸 꼭 제가 보여줘야지 알겠습니까?"

황제는 옷을 벗으면서도 다시 한번 되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보여줘야지 아는가? 차리리 나르타 그 여자한테 물어보면... 자신이 얼마나 완벽하게 합궁을 해냈는지 알 수 있을 텐데.

황제가 그런 말을 했지만 황태후는 여전히 의구심을 지우지 않은 모습이었다.

"나르타 비는 순진한 아이라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습니까? 이 어미는 다행히 선제 폐하와 경험이 풍부하니 어미가 보고 직접 황상의 기술을 평가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도 황태후는 그 아이는 자신의 앞에서 교접을 하는 게 부담스러울까봐 일부러 부르지 않았다고 이야기 했다.

"..."

황제는 왜 나르타가 느낄 부담은 그리 신경 쓰면서 친아들인 자신이 느낄 부담은 전혀 신경 써주지 않는지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태인 황태후는 솔직히 말이 안 통했다. 그렇기에 황제는 체념한 얼굴로 침상에 올라갔다.

어느새 진지한 얼굴로 아예 종이와 붓까지 꺼낸 황태후의 모습을 보니 무르는 건 불가능했다.

"금위대장. 그대도 같이 보시렵니까?"

어색한 얼굴로 서 있는 진에게 황태후가 말을 걸자 진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손사래를 쳤다.

"사양하겠습니다."

"어머나. 후후, 금위대장은 수줍음이 많군요. 그러면 오늘은 이만 퇴궁하셔도 좋답니다."

황태후가 그런 금위대장을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며 퇴궁을 명령하자 진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네, 그럼 소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진이 그대로 방을 나서서 퇴궁하자, 황태후는 옷을 벗은 황제를 보면서 말했다.

"몸은 선제 폐하보다 훨씬 좋군요. 이 어미는 황상의 성장이 기쁘답니다. 이 어미가 황상에게 처음으로 여체를 알려줄 때엔 작고 귀여웠었는데. 황상은 기억나십니까?"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황제는 추억을 회상하는 황태후를 보며 쓰게 웃었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일이 바로 황제가 여자에게 흥분할 수 없게 된 계기였으니까.

'어머니가 나쁜 뜻으로 한 것은 아니겠지만...'

알고 있다. 그때 그 교육도, 지금, 이 확인도.

전부 악의를 가지고 하는 행동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걱정해서 그 나름대로 노력을 한 것에 더 가까웠지. 하지만...

'괜한 짓이지.'

배려는 고맙지만 정말 괜한 짓이었다.

아니 솔직히 이건 좀 창피한 일이었다. 황제는 수치심을 느꼈지만 이미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황상이 준비가 덜 된 거 같으니 얼른 시작하거라."

황태후가 궁녀에게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그 곱고 기다란 손으로 황제의 물건을 감싸 쥐었다.

그러고는 그 손으로 황제의 양물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확실히 자극에는 서는 건가?'

황제는 서서히 발기하기 시작한 자기 양물을 보면서 감탄했다.

꽤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황제는 여체 흥분하지 못하는 자신이라도 자극에는 발기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잘 배웠구나. 황상. 기분이 어떠십니까? 선제께서는 그걸 참 좋아하셨는데..."

'그런 거까지 알고 싶진 않았는데...'

아버지의 성적 취향 같은 거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황제는 황태후의 말을 흘러들으려고 애를 쓰면서 해야 할 일을 했다.

가볍게 그 가녀린 목덜미를 깨물면서 부드러운 허벅지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훌륭합니다. 그대로 손을 쉬게 두면 아니 됩니다. 여성의 민감한 부분을 계속 만지면서 상대의 기호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세요."

황태후가 훈수를 두는 걸 무시하면서 황제는 궁녀의 성감대를 찾았다.

'여긴가?'

성감대를 찾는 방법은 잘 알고 있었다.

만졌을 때 반응을 보면 대충 알 수 있었으니까.

황제는 그녀의 탐스러운 가슴을 주무르고, 날이 선 유두를 핥았으며, 허벅지와 골반, 그리고 아담한 엉덩이를 순서대로 애무했다.

만질 때마다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는 것이 솜이불보다도 더 부드러웠다.

이 궁녀의 성감대는...

"허벅지가 가장 민감하군요."

부드럽고 매끄러운 허벅지를 만질 때 가장 반응이 좋았다. 황제가 작게 중얼거리자 바로 황태후가 반응했다.

"정답입니다. 벌써 그 아이의 성감대를 찾아내다니. 이 어미가 황상을 너무 과소 평가했나봅니다."

"..."

진짜 기껏 세운 양물이 다시 시들 거 같은 상황이다.

그걸 궁녀가 느낀 걸까?

그녀는 그대로 몸을 숙여 가슴으로 양물을 감싸더니 입술로 가볍게 귀두 부분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눈치가 빠른 아이입니다. 기술을 가르칠 때도 보람을 많이 느꼈지요. 그보다 설화야. 도구와 실제 양물은 무엇이 다른지 알겠느냐?"

"뜨겁고... 혈관이 보여서 신기하옵니다."

잠시 입술을 땐 궁녀가 황태후의 질문에 대답하자 황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넣으면 훨씬 기분이 좋단다. 그보다 황상. 슬슬 시작하셔야 되지 않을까요?"

"...알겠습니다."

정말 거북한 상황이다.

"처녀는 제가 이미 뚫어두었습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교접을 시작하시지요."

"..."

진짜 너무나도 거북했다.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차분하게 그녀의 음문을 자극했다.

충분히 젖어야 서로에게도 더 좋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흠, 황상은 신중한 성향이군요. 그 부분은 선제 폐하와 별로 닮지 않은 모양입니다. 선제께서는 거칠게 하시는 걸 참으로 좋아했답니다. 후후, 밤새 어울리다 보면 허리가 남아나지가 않았지요."

그걸 보면서 황태후가 즐겁게 웃었다.

이제 보니 그녀는 이 광경을 보면서 느긋하게 난을 치고 있었다.

'돌아버리겠군.'

황제는 황태후의 주책에 정신을 못 차리면서 착실하게 궁녀의 음부를 적시고는 삽입을 준비했다.

얼른 끝내고 싶지만 그러면 정력이 부족하다느니 보약을 달여야겠느니 시끄러울 테니 빨리 끝낼 수도 없었다.

'최대한 황태후가 보기에도 만족스러울 정도로 해야 한다.'

더 이상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황태후가 보고 만족할 정도의 성교를 해야 했다.

정말이지 최악의 밤이었다.

­­

"그래, 황제에게 또 밤기술을... 참, 황태후 폐하답다면 답구나. 예전부터 그 부분에 대해서 걱정이 많았으니."

진은 자기 앞에서 난처한 듯 웃고 있는 곰처럼 생긴 거구의 남자를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

생각보다 덤덤한 반응이었다.

하긴 황태후 폐하에 대해선 자신보다도 훨씬 잘 알 사람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덤덤하게 말했다.

"위 녀석이 고생이 많지요. 제 어머니가 그랬다면 전 의절했을 겁니다."

"그래? 그 사실은 네 어머니한테 꼭 전해주도록 하마."

진은 그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남자는 웃었다.

"크하하하! 농이다. 농. 그래, 확실히 폐하께서 여성을 껄끄러워하는 건 난처한 문제지."

남자.

아니 모용가의 가주이자 황태후의 오라버니인 모용철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더군다나 불미스러운 일로 합궁 일자도 미뤄지지 않았느냐. 뭐, 우리야 이번엔 열외되니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다만... 이번에도 황후는 우리 한족에서 나와야 하는데 말이다. 그 부분에서 합궁 순서가 조금 아쉽구나. 열 번째면 조금 많이 늦으니 말이다."

그러나 제비를 잘못 뽑아서 그 순서가 뒤인 게 참으로 아쉬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엔 편법을 좀 사용하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황제가 여인을 안는 것은 상관이 없으니...'

황태후가 궁녀 한 명을 찾기에 한족에서도 제법 이름이 있는 가문인 주가의 장녀를 궁녀를 들이고 황태후에게 소개해주었다.

아마 황태후의 계획대로라면 황제는 그 아이를 오늘 밤 안을 것이고, 승은을 입었으니 비는 되지 못해도 빈은 될 수 있을 터.

'그렇게 덜컥 임신하여 장자를 낳는 순간 황후는 이번에도 우리 한족에서 나오는 것이지.'

황태후는 이 계획을 전혀 모르지만, 사실 알아도 별로 신경 쓰진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황후가 되는 것은 장자를 먼저 낳는 여인이었으니 결국은 천운에 달린 일이기도 했거니와 그 아이는 그런 일엔 별로 관심이 없었으니까.

모용철은 그 천운을 잡아보기 위해서 노력이라도 해 봐야 한다는 입장일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주가의 장녀가 황태후와 같이 있더군요. 혹시 아버지가 하신 일입니까?"

"후후, 이 아비는 잘 모르겠구나. 아무튼 황태후 폐하께 안부 인사는 잘 들었다고 전해드리렴."

모용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웃는 얼굴로 자리를 뜰 뿐이었다.

'저 인간 짓이네.'

그런 그를 보며 진은 확신했다.

그 여자를 황태후 옆에 붙인 게 분명 저 능구렁이라고 말이다.

'황제도 되게 피곤하겠구나...'

진은 솔직히 이젠 왜 위 녀석이 황제 자리가 싫다고 그리도 징징거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가족조차도 의심해야 하며, 그 어떤 행동에도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

그것들을 신경 쓰면서 살아가려면 얼마나 피곤하고... 번거로울까?

적어도 진은... 그렇게 살고 싶지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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