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제의 의무방어전-18화 (18/235)

〈 18화 〉 두 번째 합궁­오르테가

* * *

"이렇게 직접 날아올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말입니다."

한참 황제가 오르테가와 어색한 대치를 이어나가고 있는 밤.

진은 황제의 침실 호위는 다른 백부장에게 맡겨두고는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번 손님은 제법 중요했으니까.

'이 남자가 몸을 움직이다니 드문 일이군.'

진은 앞에 있는 남자를 보면서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푸른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

겉으로 보기에는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수려한 얼굴과 다르게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거대한 푸른색 뿔.

피부에서는 살짝 붉은 기가 도는 것이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남자는 그 말에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상상 이상으로 굵고 묵직한 목소리가 이 정자에 가득 울렸다.

"아비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니 금위대장께선 너그럽게 이해해주게나."

그렇게 말한 남자가 차를 마시자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비의 마음이라... 하긴 오르테가는 그냥 두고 보기엔 불안한 녀석이니, 이 남자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오르테가 공주께서는 아직..."

"겉만 큰 애새끼지."

쿨럭!

직설적인 남자의 말에 진은 순간 마시던 차를 뿜어버리고 말았다. 남자는 진에게서 뿜어져나온 차를 주술 방벽으로 가볍게 막아내고는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스스로도 민망했는지 수치심에 얼굴을 붉게 만든 진은 그 손수건을 받아 들고는 입가를 닦아내었다.

그걸 본 남자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어떤 거 같나? 페하께선."

그래, 역시 이게 본론이겠지.

진은 그 질문에 올 게 왔다는 반응을 보이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리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었습니다."

진의 솔직한 대답에 남자.

아니 오르테가의 아버지이자 제국의 속국인 용왕국의 용왕인 바아간은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적일 수가 없지. 이해하네. 내 딸이지만 너무 오냐오냐 길러서 철이 없으니."

바아간은 그러면서도 딸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은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내 딸이니 금방 마음에 들 거야. 기대하고 있다네. 내 딸이 황후가 될 미래를 말이야."

미색은 뛰어나니까.

비아간은 당당하게 말했고, 진은 부정하지 못했다.

왈가닥에 철이 없긴 하지만 오르테가의 미색은 확실히 고왔다.

황제와 같이 거니는 걸 보고 있자면 한 폭의 그림처럼 잘 어울린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물론 그 말을 황제 앞에서 했다간 목을 걱정해야겠지만.

"...천운이 함께한다면 불가한 일은 아니지요. 마침 순번도 나쁘지 않으니."

아무튼 황제가 정말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라면 그 외모만으로도 언젠가 좋아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황후가 되는 건 천운에 달린 일이지만...

그렇기에 진은 긍정적으로 대답했고, 바아간은 솔직하게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난 그런 거에 관심이 없다네. 황후라던가, 권력이라던가. 그런 거 많이 가져 봐야 피곤할 뿐이지."

진은 솔직히 의외라고 생각했다.

비록 속국이라고는 하나 일국의 왕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게다가...

바아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딸이 황후가 되길 바라고 있었다. 어째서? 그 이유는 생각 이상으로 간단했다.

"하지만... 내 딸이 사랑에선 1등이길 바라니까. 첩실로 끝나기보단 정실이 되길 바란다네. 고작 그런 이유로 딸이 황후가 되길 바란다는 건... 너무 팔불출일까?"

"모든 아버지가 그런 마음일 겁니다."

아니 모든 아비가 그런 마음일 거다. 진은 바아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바아간은 그 말에 흡족하게 웃었다.

"허허! 금위대장을 볼 때마다 참으로 마음에 들어. 어떤가? 내 둘째 딸이 마침 혼기가..."

바로 혼담이 들어오자 진은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일에 집중하고 싶은 터라 혼처를 찾고 있지 않습니다."

진은 아직 일에 집중하고 싶었고, 가정에 충실하지 못할 상황에서 가정을 꾸리고 싶지 않았다.

"아쉽군."

그런 진의 거절에 바아간은 아쉬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금위대장은 바쁜 자리이고, 아직은 일이 좋을 나이니... 느긋하게 혼처를 구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으니까.

"좋은 밤이구나. 그 아이들에게도 그런 밤이면 좋을 텐데..."

걱정이 담긴 바아간의 말에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밤일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황제의 공적인 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합궁이다.

어련히 잘하고 있겠지.

진은 황제를 믿고 있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으면서 바아간과 함께 달을 구경했다.

참으로 만월이 아름다운 밤이었다.

­­

"...그대가 왜 삐졌는지 짐은 도저히 모르겠구나."

그런 진의 믿음과 달리 현재 황제의 합궁은 처음부터 삐걱거리고 있었다.

황제는 삐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는 오르테가를 보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녀가 몸에 걸친 것은 새하얀 레이스가 달린 검은 속옷 하나뿐이었다.

사실상 가린 부분보다 가리지 않은 부분이 많기에 흉하다 하였거늘 왜 그 말에 화를 내는건지 황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흥! 바보. 멍청이. 목석!"

삐진 얼굴로 고개를 돌리고 있던 오르테가는 그런 황제의 태도에 더욱 화가 났다.

욕설을 내뱉으면서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워버린 오르테가를 보면서 황제는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허면 하지 말까?"

황제의 말에 오르테가는 불꽃이 튀는 게 아닌지 걱정될 정도의 눈으로 황제를 노려보았다.

"누구 좋으라고?"

"..."

이 와중에도 빠져나갈 생각한다고? 기가 막혀!

오르테가는 그 꼴은 못본다는 듯이 그대로 황제를 잡아 끌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그녀의 손길을 황제는 뿌리칠려면 얼마든지 뿌리칠 수 있있지만, 그는 순순히 그런 오르테가의 손길에 이끌려 침대로 끌려왔다.

"그래서... 뭐 하는 건지는 아나?"

그대로 그 커다란 가슴에 파묻힌 황제는 오르테가를 마치 애처럼 여기면서 말했다.

그 모습이 더욱 오르테가의 성질을 건드렸다.

꾸욱.

"아, 알아!"

큰소리를 치면서 오르테가는 그 커다란 가슴으로 황제를 압박했다.

황제는 숨이 막혔지만 그녀가 뭐 하려고 이러는 지 확인하기 위해서 얌전히 있었다.

"...?"

그러나 오르테가는 그 이상 뭔가를 하지 않았다.

그저 황제를 꼬옥 껴안은 채,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뿐.

아무리 기다려도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는 그녀의 가슴을 치우기 위해서 황제가 그녀의 가슴 쪽으로 손을 뻗자 오르테가가 움찔했다.

"읏!"

'이, 이상해.'

녀석의 손이 살짝 닿았을 뿐인데도 온몸의 감각이 예민해지는 기분이다.

오르테가는 이런 기분이 처음이라서 몹시 당황했지만 그럼에도 황제를 놓아줄 생각은 안 하고 있었다.

"...뭐 하냐?"

결국 그녀의 행동을 참지 못한 황제가 질문했다. 이게 지금 뭐 하자는 거지? 인형을 껴안는 것도 아니고...

황제는 그녀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그게... 남자는 이, 이렇게 하면 좋아하는 거 아니야?"

"?"

그런 황제의 질문에 오르테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반문하자 황제는 고개를 갸웃했다.

남자가 여자의 가슴에 파묻히는 걸 좋아한다고?

"왜?"

물론 부드럽긴 하지만 부드러운 걸로 여자의 가슴을 좋아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이 세상에 부드러운 게 여자 가슴만 있는 것도 아니고... 황제는 그렇기에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보았지만...

"으으... 몰라. 이제 마음대로 해."

사실 오르테가도 그 이유는 몰랐다.

그냥 시녀들이 좋아한다길래 그렇다고 알고 있을 뿐.

또 삐졌는지 입술이 삐죽 나온 오르테가를 보면서 황제는 결국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았음을 깨닫고는 순식간에 자세를 바꾸었다.

"어, 그, 그게..."

순식간에 황제의 밑에 깔리는 모양새가 된 오르테가는 완전히 홍당무가 된 얼굴로 황제의 시선을 피했다.

이런 상황이 되니까 다시 부끄러워졌으니까.

"아까 그 당당하던 모습은 어딜 간 거지?"

그 자세로도 우뚝 솟아 있는 가슴을 감싸 안은 채 오르테가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피하자 황제가 짓궂게 물었다.

"부끄럽나?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게 어때?"

황제가 그 커다란 가슴을 움켜쥐면서 제안하자 오르테가는 몸을 움찔하더니 곧 큰소리쳤다.

"시, 시끄러워. 너야말로 자신이 없으니까 자꾸 그만두자고 하는 거 아니야?"

그 말에 황제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없다고?

짐이?

황제는 자기 귀를 의심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래, 후회하지 마라."

처음으로 황제는 여자를 안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자신을 무시하는 이 녀석을 우는 얼굴로 만들어 주고 싶었으니까.

"자, 잠깐."

그 순간 황제의 손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가장 먼저 눈이 가는 녀석의 큰 가슴을 거칠게 주무르면서 속옷을 벗겨 냈다.

그러자 커다란 유륜과 발딱 선 분홍빛 유두가 황제를 반겼다.

"벌써 서버린 거냐?"

"시, 시끄러워! 그러는 너는 어떤데?"

필사적으로 신음을 참으면서 묻는 오르테가의 목덜미를 살짝 깨물어 잇자국을 남긴 황제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건 네가 직접 확인해야지."

"자, 잠깐 그, 그만 내가 잘못... 읏!"

그 순간 황제의 손이 오르테가의 아래쪽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젖었군."

"그, 그런 거까지 마, 말하지 맛! 흐앙!"

안쪽으로 파고드는 황제의 손가락에 오르테가는 알 수 없는 쾌감에 몸을 떨었다.

'이, 이런 거 이상해!'

남의 손가락이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애무하는 감각은, 그녀에게 있어서 난생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고, 그렇기에 그녀는 정신이 몽롱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오르테가는 이 녀석이 생각 이상으로 여자에 능숙하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그 사실에 조금 분했다.

'이러면 나만 바보 같잖아...'

녀석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정작 당황하는 건 자신뿐이었다.

그게 분해서 오르테가는 녀석의 목을 꼭 껴안았다.

"두고 봐... 절대 안져."

'...'

뭘 안 지겠다는 거지? 황제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 도전 받아 주지."

황제는 도전을 피하는 법이 없었다.

게다가 그 도전 상대가 자기 악우라면 더욱 그랬다.

그렇기에 황제는 당당하게 받아쳤고, 그 순간 오르테가가 얼굴을 들어 황제에게 입을 맞추었다.

쪽.

처음엔 입술 박치기에 불과하던 입맞춤은 나중에 가서는 황제를 잡아먹을 듯한 강렬한 키스로 변모했다.

츄릅! 촵! 쮸압!

"푸아핫!"

한참 동안 격렬하게 입을 맞추며 잡아먹을 듯이 혀를 섞던 오르테가는 스스로 만족할 정도가 되어서야 얼굴을 떼어냈다.

둘 사이에 가느다란 실선이 생겨났고, 황제의 얼굴엔 당혹이, 오르테가의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방심했지? 어때? 이젠 내 매력을 알겠어?"

당당하게 말하는 오르테가를 보면서 황제는 생각했다.

또 이 기운이다.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기운.

따스하면서도, 조금은 자신에게 어색한, 그런 느낌의 기운이 오르테가에게 느껴졌다.

이 녀석은 대체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기에 이런 기운을 뿜어내는 걸까? 왜 자신을 향해 이렇게 웃을 수 있지?

"...넌,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뭐, 뭐? 무, 무슨 감정? 나, 난 모르겠는데?"

그렇기에 황제는 질문했다.

알고 싶었다.

이 녀석이 자신에게 품은... 감정의 정체를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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