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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의무방어전-25화 (25/235)

〈 25화 〉 네 번째 합궁­환여화

* * *

'여긴 어디지?'

여화는 눈을 떴다.

주변을 둘러보니 생소한 방안의 모습이 보였다.

'금발...'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여화는 눈앞에서 살랑거리는 금발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그 소년을 떠올리게 하는... 햇살처럼 반짝이는 금발이었다.

"정신이 들어?"

여화가 무심결에 그 금발을 손에 쥐는 순간, 꾀꼬리처럼 고운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지럽혔다.

이 여자는... 누구지?

여화는 여전히 멍한 얼굴로 눈앞에서 웃고 있는 금발의 여인을 쳐다보았다.

머리에 달린 뿔은... 용인인가?

여화는 자신이 왜 소년과 이 여자를 착각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여간... 위 녀석도 너무하다니까. 그렇게 심하게 할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야. 어때? 아픈 곳은 있어?"

여인은 정성스럽게 여화의 몸을 점검해보며 물었다. 그 모습이... 여화에겐 의아하게 여겨졌다.

왜 이 여인은 자신을 걱정하는 걸까?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까.

"...누구?"

여화가 그녀를 보면서 질문하자 여인은 그녀의 어깨에 붕대를 감아주면서 말했다.

"오르테가라고 하는데... 알려나?"

"용인족의... 공주님이셨군요."

여화는 그 이름을 듣고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환 가문의 사람이라 해도 한 종족의 공주와 비교할 처지는 아니었으니. 게다가 오르테가라면 황제의 비가 아닌가.

당연히 여화의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뭐야, 그 어색한 대답은. 그보다 너 엄청 컸다.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지 뭐야?"

"...?"

오르테가가 여화를 살펴보며 작게 감탄하자 여화는 고개를 갸웃했다.

못 알아볼 뻔했다니? 마치 예전에 본적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는 그녀의 말에 여화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기억 안 나는 거야?"

"설마..."

금발. 그리고 햇살처럼 밝은 미소.

여화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그 소년?"

오르테가를 보면서 그 소년 밖엔 떠오르지 않았다.

"소년이라니! 그땐 조금 나, 남자처럼 하고 다니긴 했지만 여자거든?"

당황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여화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 그 소년이 여자였다고?

그것도...

'커...!'

자기 것과는 비교조차 되지도 않는 압도적인 흉부를 자랑하는 오르테가를 보면서 여화는 충격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첫사랑이었는데...

그 첫사랑이 사실은 여자였다는 진실에 여화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럼 설마...'

그때 그 소년이 이기고 싶다고 했던 남자아이는...

"맞아. 그러니까... 지금은 황제네."

여화의 질문에 오르테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랬구나...

여화는 그 조그마하던 소년이 무지막지한 황제로 변모한 세월이라는 마법에 감탄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검은... 안 잡는 모양이네."

오르테가는 전혀 무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여화는 아쉬웠다.

그녀에게 흐르는 무인의 피가, 한때나마 그토록 사랑했던 검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뭐, 그렇지. 그보다 그 녀석이랑 한 판 했다면서? 괜찮아? 그 녀석 아무래도 자비가 없어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몸을 살펴보는 그녀를 보며 여화가 괜찮다고 말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더니 황제가 안으로 들어왔다.

"깨어났나?"

황제는 그대로 의자를 끌어와 오르테가 옆에 앉더니 여화를 보며 물었다.

"검은 쥘 수 있겠지?"

"네, 쥘 수 있..."

"잠깐! 환자한테 깨어나자마자 물어보는 게 그거야? 이 화상아!"

따악!

오르테가가 화난 얼굴로 황제의 머리에 딱밤을 먹였다.

뒤에 있던 상선이 그 모습에 움찔했으나 황제가 딱히 문제를 삼지 않았기에 입을 다물었다.

"무인에게 그것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지? 그대라면 이해할 거로 생각하는데?"

"...그렇죠. 다행히 쥘 수 있습니다."

여화는 자기 손을 움직여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의 말이 옳다.

무인에게 무기를 쥘 수 있냐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정말이지... 그보다 기억나? 내가 예전에 말했던 그 아이야. 재미있는 아이가 있다고 했잖아."

언제 화를 냈냐는 듯이 오르테가가 금세 신난 얼굴로 재잘거리자 황제는 그런 그녀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면서 말했다.

"시끄러워. 오르테가."

꽈악!

황제의 손가락이 그녀의 입안을 들어가기 무섭게 오르테가가 바로 손가락을 깨물었으나 황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여화에게 말을 걸었다.

"그대는 졌다.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여화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야말로 완패였다.

여화는 다시 싸운다고 해도 황제를 이길 자신이 없었다.

"허나 짐은 그대의 마음은 아직 꺾이지 않았다고 생각하네. 그러니 다시 겨..."

황제가 뭔가 조급하게 말을 이어가자 여화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대답했다.

"...제가 졌습니다. 전 여인이기 이전에 무인, 무인이 추하게 말을 바꾸진 않을 겁니다."

다시 겨룰 생각하고 있던 황제는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는 그녀의 모습에 속으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 여자도 결국 마음이 꺾인 건가? 실망스러웠다.

"그런가."

"?"

여화는 왜 황제가 아쉬운 표정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눈을 잠시 감았다.

자신의 패배는 명확했다.

하지만...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겨룰 생각이 있다?"

겨룰 생각 정도가 아니라 여화는 이길 생각이었지만, 황제가 바로 반응하자 당황해서는 대답했다.

"네? 네, 마음 같아선 매일이라도 대련하고 싶..."

여화는 당황하면서도 본심을 숨기지 않았다.

황제는 강했고, 분명 대련을 통해 배울 점이 있을 테니까.

여화는 이게 자기 욕심이라는 건 알지만...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그와 대련하고 싶었다.

그건 무인으로서의 욕심.

"훗."

'웃었어?'

그 순간 황제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화는 저 황제가 저렇게 웃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오르테가는 얼굴을 붉힌 채 멍하니 그런 황제의 미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가. 아직도 짐과 대련이 하고 싶나?"

처음이었다.

자신에게 지고 나서도 다시 대련하고 싶다고 말해 준 이는.

그렇기에 황제는 여화를 보면서 그녀를 위해 가져 왔던 검을 건네주었다. 역시 이 검은 이 여자가 가져야 할 거 같았으니까.

"이건...?"

"그대의 애검을 부러뜨렸으니 보상은 해야겠지. 그대도 익히 알고 있는 검일 테니 한 번 뽑아보도록."

여화는 조심스럽게 그 검을 받았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검이었다.

옻칠이 되어 있는 멋들어진 칼집에는 ?國? ?? ?下無?(부국군 호인 천하무적)이라 적혀 있었다.

"이건 설마..."

검을 뽑자 보인 것은 아직도 그 빛을 잃지 않은 날카로운 칼날.

매끄러운 자태를 뽐내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름답고 고운 직도.

이것이 말해주는 것은 하나였다.

"그래, 환운 공이 사용했다 전해지는 호인도(???)다. 만년한철로 만든, 황실의 보물 중에서도 짐에겐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보물이지."

"이걸... 저한테 주는 겁니까?"

여화는 믿을 수 없었다.

이건 분명 황실의 보물일 텐데... 그걸 선뜻 주겠다는 황제의 의도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좋은 검은 결국 쓰여야 가치가 있는 법. 짐은 딱히 무기를 가리지 않으니 그런 검은 필요가 없구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환운 공이 사용하던 검은 역시 그 후예가 쓰는 게 그림이 예쁘지 않겠는가?

대륙에서도 5명이던 검강 사용자가, 그녀로 인해 6명이 되었으니 그걸 기념하는 바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자네 정도의 실력자가 용케 이름을 알리지 않고 있었군."

대륙에서 알려진 5명의 강자.

김유선, 모용진, 환명호, 리처드 고드프리, 브레드 앤서니...

일단 대륙에서 검강 사용자로 알려진 5명의 이름에 그녀는 없었으니까.

"그, 그건... 아무래도 무인이 스스로 강하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건 조금..."

부끄러운 일이니까요.

여화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하긴 지금은 이 제국이 갈라져서 싸우던 전란의 시대도 아닌 평화의 시대.

이따금 쳐들어오는 야만족과의 전쟁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전쟁도 없을 시기이니 스스로가 이름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무인이 이름을 알리긴 힘든 시기긴 했다.

"그러는 폐하도..."

"짐의 이야기는 애초에 사람들이 믿지를 않더구나."

황제의 대답에 여화는 깨달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황제의 일화들은 모두가 믿기 힘든 이야기들 뿐,

태자 시절에 10만 대군을 단기돌파해 적장의 목을 벴다던가, 적에게 사로잡힌 포로들을 구하기 위해 적진에 홀로 쳐들어가서 적진을 초토화시키고 살아돌아왔다던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만 가득해서...

당장 여화 본인도 과장이 심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아무튼 오르테가와 아는 사이라니 잘되었군. 일단 몸을 쉬게..."

"폐하! 합궁 일자는 정하셨습니까?"

그때 문밖에서 재상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황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그랬지?'

여화는 합궁이라는 말에 그제야 패배를 인정한 자신이 지금 눈앞에 있는 황제와 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 얼굴은 나쁘지 않은데...'

첫사랑의 소년이 여자인 걸 안 이상 사실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솔직히 황제는 소문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강했다.

그녀가 본 어떤 남자보다도.

그래서 그런 걸까? 여화는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검은 확실히 여화가 보기에도 매력적이었고, 그녀가 늘 바라던 이상형처럼,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었으니까.

'이, 이상해.'

막상 그를 의식하게 되니까 얼굴을 마주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렇기에 여화는 차마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이불만 쳐다보았다.

"그래서 언제가 좋겠는가?"

황제의 질문에 여화는 고민했다.

솔직히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었지만...

"오, 오늘도 괜찮아요."

그렇다고 도망치고 싶진 않았다.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여화는 고개를 푹 숙이자. 그 대답에 황제는 의외라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오늘이라는군. 재상은 당장 내명부에 합궁을 준비하라 지시하게."

그 말에 황제는 바로 합궁을 오늘로 확정지었다.

그는 그간의 경험으로 하나 깨달은 게 있었으니까.

그건 바로 합궁을 미뤄봐야 미룬만큼 힘들어진다는 것.

안 그래도 천황제로 좀 미뤘다고 합궁 일정이 더욱 촘촘해졌거늘, 여기서 더 미룬다면... 진짜 전에 재상이 말했던 한 번에 여러 여자와 합궁이라는 극책을 쓸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기에 황제는 합궁을 더 미루지 않고 얼른 끝낼 생각이었다.

"그... 그, 그런데 말이죠. 이런 부탁을 해도 좋을지 모르겠는데요."

"?"

그때 여화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지?"

"그, 그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오르테가 공... 아니지 그 비 전하가 같이 있어 주면 안 될까요?"

여화는 솔직히 처음에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그나마 아는 사이인 오르테가가 같이 있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응? 나?"

오르테가는 자신이 거론되자 놀란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고, 황제는 그 제안에 고민에 잠겼다.

"뭐, 상관없나."

두 여자를 안으라면 바로 거절했겠지만, 뭐, 구경꾼이 있는 정도야 문제 될 건 없었다.

이미 어머니 앞에서 교접을 해 본 적도 있으니까.

황제에겐 그리 무리한 요구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럼 준비하도록."

황제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그대로 방을 나가 버렸고, 여화는 잠시 심호흡하고는 말했다.

"그, 그게 미안해. 아무래도 혼자서는 조금 두려워져서..."

여화가 약한 모습을 보이자 오르테가는 피식 웃고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괜찮아! 난 경험자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그 녀석 뜻밖에 잠자리에선 상냥하거든."

"정말...?"

여화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상냥한 황제라... 여화는 그 단어가 정말 황제와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여화에겐 아무렇지 않게 자기 뼈를 부러뜨리고, 살을 베어내던 황제의 모습만이 떠올랐으니까.

생각만큼 무서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상냥한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그렇기에 여화는 오르테가의 상냥한 위로에도 조금 두려웠다.

­­

"생각보다 합궁에 적극적으로 되셨군요. 소신은 이제 죽어도 여환이 없습니다. 흑흑."

뒤따르던 재상이 기쁜듯 울먹이자 황제는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해야 할 것이라면 얼른 끝내는 편이 좋겠지. 이참에 다음 합궁 상대도 들어 보고 싶은데."

자신이 합궁에 적극적으로 변한 건 그게 좋아져서가 아닌 얼른 끝내버리고 싶어서라는 걸 알아도 저렇게 기뻐할까?

황제는 그런 생각을 하며 질문했고, 그 생각을 알 리가 없는 재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겔만족입니다. 아직 자세한 정보는 도착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일은 도착할 겁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군.

당분간은 이렇게 연속해서 합궁을 해야 하는 건가? 황제는 피로를 느꼈다.

"언제까지 이렇게 촉박한 일정이지?"

계속 이런 일정이면 진지하게 들고 일어날 생각을 하며 황제가 질문하자 재상이 대답했다.

"적어도 열 번의 합궁은 진행한 다음에야 조금 여유를 가지고 진행할 시간이 날듯합니다. 게다가... 그것도 있으니."

재상의 말에 황제는 그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왜 재상이 합궁을 서두르는지 말이다.

"아, 사직 말인가?"

황실의 대표적인 제사인 사직 기간엔 여색을 멀리해야 한다. 즉 그 시기엔 어쩔 수 없이 합궁을 미뤄야 하니... 지금 더 급하게 일정을 잡는 것이리라.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슬슬 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진 황후가 없어서 황태후가 사직에서 황후의 역할을 대신했지만...

현재는 황후는 없어도 비와 빈이 있다.

그러니... 이번 사직을 총괄할 사람을 황제가 정함이 옳았다.

"어려운 문제다."

황제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재상은 그 대답에 긍정했다.

"그렇지요."

황후가 없는 지금, 황후를 대신해 그 역할을 맡는다는 것은.

황제의 총애받는 첩임을 공인 받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연히 사람들은 그 여인을 사실상 차기 황후로 보게 될 거고... 여기저기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할 거다.

아무튼 더 설명하기 귀찮을 정도로 꽤 피곤한 이야기라는 거다.

"황후가 정해지고 하면 좋을 터인데..."

"쉽지가 않지요. 그래서 폐하께선 누구를 마음에 두고 계십니까?"

"..."

재상의 질문에 황제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고민 중이다. 짐이라도 선뜻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말은 그렇게 했지만...

황제는 왜 자신이 고민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남들의 시선따위, 남들의 생각 따위.

그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었고, 지금도 그러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망설여지는 것은...

'상처 입히는 게 두렵다?'

자신의 결정으로 그들 중 누군가가 혹시라도 마음에 상처를 입을까 두려웠다.

그리고 황제는... 자신이 그걸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왜지?'

왜 이런 감정이 드는걸까?

황제는 그 이유를 스스로도 알지 못한 채... 합궁을 위해서 씻기 위해 욕탕으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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