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야화(?花)
* * *
몇몇 호사가들은 말한다.
밤에 피는 꽃을 조심해야 한다고.
사람들은 그 밤에 피는 꽃, 야화(?花)를 여인이라 말하고 다닌다. 즉 호사가들의 말은 밤에 여인을 조심하란 이야기가 된다는 뜻이다.
황제는 왜 밤에 여인을 조심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폐, 폐하..."
간절한 눈빛을 보내오며 세헤라자드는 침대에 누워 있는 세헤라자드의 모습은 확실히 밤에 핀 꽃이란 표현이 꽤 적절해 보였다.
눈부신 광택을 자랑하는 그녀의 구릿빛 피부는 달빛에 더욱 반짝였고, 봉긋 솟은 젖가슴은 그녀가 두 팔로 감싸고 있음에도 그 크기를 자랑하듯 삐져나와 있었다.
누운 탓에 안 그래도 앏은 무희 복이 흐트러져서일까? 그녀의 붉은 끈으로 된 속옷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황제는 옷을 벗고는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 갔다.
"이게 속옷인가?"
"그, 그게... 폐하께서 기뻐해주셨으면 해서... 혹 마음에 들지 않으시옵니까?"
그 질문에 세헤라자드는 부끄럽다는 듯이 수줍게 시선을 피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황제의 손에 무희 복이 벗겨지자 드러난 것은 확실히 붉은색 끈 같은 속옷이었다.
아니, 애초에 속옷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천 쪼가리에 지나지 않았다. 왜 이걸 입은 걸까? 황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본심이었으나.
"...나쁘지 않구나."
황제는 그래도 생각보단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자신을 생각해서 입어 준 것으로 생각하고 보니까 저런 옷차림도 흉하게 보이지 않았으니까.
'이런 복장도 괜찮다 생각하다니... 참으로 많이 변했구나.'
황제는 자신도 참 많이 변했다 생각하면서도, 언제나 같이 여인의 목덜미를 무는 것으로 시작하려고 했다.
덥썩.
그러나 세헤라자드가 그대로 황제의 얼굴을 잡더니 입을 맞춰왔다.
츱. 츄왑.
혀를 넣고 현란하게 황제의 안을 유린하던 세헤라자드는 한참 후에야 황제를 놓아주고는 말했다.
"의무적으로 안지 말아 주세요. 저를..."
세헤라자드는 애절한 미소를 지으며 황제에게 요구했다.
"소첩을... 제대로 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녀는 싫었다.
마치 배운 것을 반복하듯 의무적으로 진행하는 관계를 이젠 원하지 않았다.
예전엔 그걸로 만족했는데... 그를 좋아하면 할수록, 그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점점 욕심쟁이가 되어버렸으니까.
"노력해 보도록 하마."
애절한 그녀의 부탁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생각을 비웠다.
여성을 기쁘게 하는 방법이라던가, 어릴 때부터 배웠던 밤의 기술 같은 건 잊어 버리고, 자신이 이 여인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를 생각하기로 했다.
황제는 우선 꼿꼿하게 서 있는 그녀의 유두를 가볍게 입에 물었다.
"하으!"
바로 반응이 왔다.
황제는 혀로 그녀의 유두를 굴리면서 춤으로 단련된 탄력적인 허벅지를 쓰다듬어 주었다.
"폐, 폐하! 이, 이젠..."
황제가 입을 떼기 무섭게 안겨 오는 그녀의 아름다운 가슴은 황제의 가슴에 포개져 뭉개졌고, 황제는 그대로 박아서는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읏! 폐하. 폐하."
세헤라자드가 황제를 더욱 껴안으면서 입을 맞춰왔다.
황제는 그녀의 입술을 피하지 않았다.
그녀의 혀 놀림은 현란하기 그지없었고, 물건을 조이는 기술 또한 뛰어났다.
찌걱. 찌걱.
황제는 사정감을 느꼈고, 그녀의 안에 그대로 자기 씨를 토해냈다.
푸슉! 퓨숫!
뜨거운 것이 세헤라자드의 안을 가득 채웠고, 황제가 그녀에게서 자기 물건을 빼내자 그녀의 구릿빛 피부에 아직 덜 사정 되었던 정액이 뿜어져 나오면서 새하얀 액체가 튀었다.
정액에 뒤덮인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묘한 색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제 만족하느냐?"
"그럴 리가 없다는 건 폐하께서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쪽.
황제의 질문에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반문한 세헤라자드는 가볍게 황제의 물건에 입을 맞췄다.
터억.
몸을 일으킨 세헤라자드는 그대로 황제를 살짝 밀어서 침대에 눕히고는 추욱 늘어진 황제의 물건을 입에 물었다.
츄읍. 츄읍.
그녀의 입안에서 혀가 움직이며 물건을 부드럽게 애무했고, 그 애무는 황제의 양물을 다시 벌떡 일어나게 만들었다.
입안에서 다시 우뚝 선 그 물건을 세헤라자드는 정말이지 정성껏 빨아주었다.
푸슛. 푸슛!
그녀의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에 황제는 그대로 그녀의 입안에 사정했다.
"우웁!"
그 엄청난 양의 사정에 세헤라자드는 조금 움찔했지만, 그 정액을 전부 받아먹었다.
꿀꺽!
"다, 다 마셨사옵니다."
자랑하듯이 입안을 보여주며 말하는 세헤라자드를 보면서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장하구나."
그걸 왜 먹냐고 말할 뻔한 황제는 뭐라 책망하는 대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주었다.
'확실히 바뀌었구나.'
황제는 스스로가 바뀌었다고 느꼈다.
무언가가 분명 바뀌었는데...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황제는 알 수가 없었다.
관동에서 가장 큰 도시인 제천.
밤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 거리를 밝히는 등불로 화려한 제천의 거리에는 취객들이 고성방가를 내지르고 있었고, 노점의 주인들은 열심히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활기가 넘치는 거리.
그런 거리에서 한 거구의 남자가 칼을 찬 채 걷고 있었다.
그는 금색의 추가 달린 줄을 손에 쥔 채 길을 걸으면서 다른 손에는 술병을 들고는 느긋하게 마시고 있었다.
'전혀 소득이 없군.'
그 거구의 남자는 바로 금위대장 모용진.
황제의 명을 받고 관서 지방에서 벌어진 황해 사건의 진범을 추적하는 중이었다.
'이걸 챙겨 가라고 하신 것은...'
모용진은 여전히 전혀 반응이 없는 금색의 추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폐하께서 직접 천신의 힘을 담아서 하사한 이 탐지기는... 요괴에 반응하는 물건이다.
모용진은 황제께서 왜 이걸 챙겨 가라고 하셨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요괴는 인마대전 패배 이후 자취를 감추었으니까.
모용진은 황제의 괜한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착실하게 탐지기를 사용하면서 거리를 조사하고 있었다.
다른 부하들도 아마 이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분주하게 탐문을 하고 있으리라.
모용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달이 아름다워서 술을 마시기 참 좋은...
우웅!
"...!"
그때였다.
모용진은 갑자기 반응한 금색의 추를 보고는 반사적으로 술병을 놓고 검을 뽑아 휘둘렀다.
탐지기가 반응했다는 것은 상대는 인간이 아니라는 의미였으니까.
타악!
"...호오, 요즘엔 길거리에서 다짜고짜 검을 휘두르는 거야? 무섭네."
그 검을 어느새 나타난 봉으로 가볍게 막아 낸 남자는 웃는 얼굴로 모용진을 쳐다보았다.
'뭐지... 저 눈?'
모용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특색이 없어 보이는 외모였다. 그런데... 남자의 눈은 전혀 특색이 없지 않았다.
오히려...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금색의 눈동자는 마치 모든 진실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했다.
"금위대장이라... 이런 이번 황제는 역시 얕볼수 없겠어."
정체를 밝히지도 않았는데 단숨에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린 남자를 보면서 모용진은 더욱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넌 누구지?"
모용진은 주변의 소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검에 힘을 주며 물었다.
갑자기 벌어진 칼부림에 주변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모용진도, 남자도 주변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하... 그런 건 스스로 알아내야지. 이래서 군인들은."
모용진의 질문에 한숨을 쉬면서 장난스럽게 대꾸한 남자는 모용진의 힘에 전혀 밀리지 않으면서 여전히 그 검을 막아내고 있었다.
"...좋다."
그 말에 모용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적. 순순히 정보를 넘겨주진 않을 테니 여기선 힘으로 알아내야 했다.
'이곳에서 싸우는 건 위험하다.'
모용진은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는 그대로 남자의 봉을 잡고는 저 멀리 던져 버렸다.
"하하! 그 와중에 민간인부터 신경 쓰는 거? 웃기네 너."
그 대처에 남자는 날아가면서도 웃었다.
자신을 던져버렸다는 것 자체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싸우기 싫다는 이야기로 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시끄러워!"
퍼억!
모용진은 저 멀리 날아가고 있는 녀석에게 날듯이 뛰어 올라가서 녀석을 있는 힘껏 밀어찼다.
처억.
그러자 녀석은 더 멀리 날아가서는 그대로 도시 밖에 착지했다.
"지형 숙지는 완벽하다는 건가? 확실히 싸우긴 적합한 장소네."
처억.
주변을 둘러보면서 남자가 웃자, 가볍게 착지한 모용진은 검을 겨냥한 채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지형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면 혼내는 못된 상관을 뒀거든."
그 대답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해주었다.
"피곤하겠네. 그런 상관이 있지. 나도 막내라서 말이야. 그런 고충은 조금 이해하거든?"
카앙!
그야말로 불시에 모용진이 빠르게 돌진해 녀석을 향해 검을 찔렀다.
그 검을 가볍게 봉으로 쳐낸 남자는 유감이라는 듯이 말했다.
"아직 날뛰면 안 되는데... 이거 참 상대가 상대라 곤란하네..."
'강하다...!'
모용진은 자신의 검을 쳐내는 동시에 이루어진 녀석의 발차기를 막아내고는 저 멀리 밀려나면서 생각했다.
강하다. 발차기에서 느껴지는 위력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대응이 늦었으면 즉사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하긴 애초에...
'탐지기에 반응이 있었다는 건 요괴인가?'
탐지기는 여전히 저 남자에게 반응을 하고 있다.
모용진은 믿기 힘들지만 저 남자가 역사 속에 존재로만 남아 있던 요괴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어쩔 수 없다. 너..."
그런 모용진을 보면서 남자는 결심했다는 듯이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것은 새하얀 원숭이였다.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원숭이가 그 불꽃처럼 타오르는 금색의 눈동자로 모용진을 보며 웃고 있었다.
"여기서 죽어라."
'바위?'
모용진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바위를 베어내고는 후속 공격을 대비했다.
우득!
그러나 완벽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어느새 접근한 원숭이 요괴의 발차기에 저 멀리 날아가 버렸으니까.
"그 와중에 팔로 막아? 미친놈이네 이거."
원숭이 요괴는 모용진의 대처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원래는 방금 일격으로 죽일 생각이었는데... 모용진은 그 와중에 발차기를 팔로 막아 내었고, 덕분에 팔이 부러지는 것으로 끝나버렸다.
"역시 죽이긴 조금 아쉽네."
뭐라 중얼거리는 원숭이 요괴를 경계하면서 일단 몸을 일으킨 모용진은 부러진 팔을 살펴보았다.
'못 쓰겠어.'
이건 치료 전까지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마력으로 어찌어찌 움직인다고 해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다.
"뭐, 마침 달빛이 충만한 날이네. 다행이다. 이봐 인간. 밤에 피는 꽃을 알아?"
그때 원숭이 요괴가 웃는 얼굴로 질문을 해 왔다.
밤에 피는 꽃이라니?
모용진이 정말이지 뜬금없는 질문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원숭이 요괴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런 말이 있잖아. 밤에 피는 꽃을 조심해라."
그 순간...
주변에 향기가 가득 차고 사방에서 꽃이 피어났다. 그 꽃은 달빛을 받아 은은한 빛과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야화를 조심해라. 안 그러면 요괴에게 잡아먹힌다. 몰라?"
원숭이 요괴는 조소하며 주변에 피어난 꽃들을 보았다.
달빛을 받아 아름다운 빛을 뿜어내는 야화.
밤의 꽃.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요괴들이 사용하는 인간을 잡아먹는 꽃이다.
'의식이 흐려진다.'
모용진은 꽃에서 흘러나오는 향기가 자기 의식을 망가트리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이대로 있다가는 당한다.
모용진은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으나 부질없는 저항이었다.
털썩.
"우린 못 본 거야. 친구."
원숭이 요괴는 점점 의식을 잃어가는 모용진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아직 자신들의 존재를 알릴 필요는 없다.
금위대장 정도의 존재가 죽으면 조사는 더욱 철저해질 터... 그렇다면 분명 요괴들의 존재가 생각보다 훨씬 이르게 드러나게 될 거다. 그러니 역시 기억만 지우는 편이 깔끔하겠지.
그런 점에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오늘은 바로 야화가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달빛이 충만한 날이었으니까.
원숭이 요괴는 기절한 모용진의 기억에서 자신과 만난 사실을 지우고는 부러진 팔을 치료했다.
"이건 압수. 잃어 버린 걸로 해 두자."
모용진이 쥐고 있던 탐지기를 빼앗은 원숭이 요괴는 탐지기를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천신 그 망할 늙은이의 기운이네. 꽤 곤란한 걸 들고 왔잖아."
이런 게 있으니 내 변장이 들키지. 원숭이 요괴는 그렇게 투덜거리고는 탐지기를 옷 안에 넣었다.
그리고는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원숭이 요괴는 자신이 가진 봉을 아주 작게 만들어서는 그대로 주머니에 넣고 도시로 걸음을 옮겼다.
"자, 다시 가 볼까? 수도가 이쪽이던가아?"
남자는 느긋하게 기지개를 펴면서 중얼거렸다.
그의 최종 목적지는 당연히 수도였다.
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조사, 그리고 조사할 대상은 바로 제국의 황제였으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