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 사직(??)
* * *
시각은 흐르고 흘러서 사직이 다가왔다.
늘 나르타의 옆에 붙어 있으면서 그녀를 도와주던 황제는 사직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갑자기 모습을 감추었고, 대외적으로 황제를 대신해서 손님을 맞이하고, 제사를 준비하는 역할은 온전히 나르타가 맡게 되었다.
새하얀 신녀복을 입은 그녀는 현재 사직을 위해 마련된 제단 위에서 제사를 준비 중이었다.
둥! 둥!
제사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리고 귀빈들이 자리에 앉아 제단 앞에 선 나르타는 제단 위에 놓인 작물들을 보면서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전지전능하신 천신께 고하옵니다.
올해의 수확물을 바치오니 부디 하늘에서 우리를 굽혀살펴주시고.
온갖 재난과 재해에서 보호해주옵서.
천신이시여.
당신의 자식들이 당신에게 받은 것을 돌려드리오니.
부디 우리를 가여히 여기시고 보살펴주옵소서.
천신이시여.
하늘에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작은 피조물들에게 온갖 재난을 이길 힘을 주시옵소서.
마의 손길을 이겨 낼 힘을 주옵소서.
경건한 천신의 신도이자 당신의 대리인이 청하오니.
우리의 미래에 밝은 축복을 내려주소서.
짧은 기도문을 외우는 게 끝이 나자 나르타는 곧 제단에 올려진 작물에 불을 붙였다.
활활 타는 작물을 보면서 그녀는 제단을 향해 일곱 번 절을 하고, 귀빈들에게 소금을 뿌렸다.
그러고는 다시 제단을 향해 세 번 절을 하고는 흙을 뿌려 불을 끄고는 제단에서 내려왔다.
이것이 일단 사직의 시작.
이후로 그녀는 귀빈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했으며, 사직을 보러 온 백성들에게 떡을 나눠 주었다.
그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나르타는 온몸에 진이 다 빠진 기분이었다.
"이쪽입니다."
그러나 나르타의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날의 일정을 끝마친 나르타는 재상에게 이끌려 어딘가로 향했다.
그곳은 하나의 사당이었다.
끼릭. 끼릭.
잘 봉해진 사당의 문을 연 재상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재상은 선이 그어진 곳 앞에서 멈춰서서는 그대로 돌아갔다.
아마도 저 선을 재상은 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폐하가 안에 계신가?'
마지막 제사는 황제가 직접 드려야 했지만... 나르타는 사직이 가까워지고 나서는 황제를 본 적이 없었다.
그건 나르타만이 아니었다.
다른 비를 포함해서 모두가 황제를 보지 못했다.
황태후께선 사직이 가까워져서 어쩔 수 없다고는 하셨지만...
대체 왜 사직이 가까워지면 황제를 볼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르타는 이곳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폐하...?"
나르타는 조심스럽게 황제를 부르면서 사당 안으로 들어갔다.
칠흑 같이 어두운 통로를 걸으면서 나르타는 묘한 두려움을 느꼈다.
'저기에 빛이...'
한참을 걷던 나르타는 빛을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금색의 빛이 충만한 그 방안에...
처음 보는 사람이 있었다.
"...왔구나."
덤덤한 얼굴로 자신을 반기는 사람을 보면서 나르타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그것은 그야말로 극도의 아름다움이었다.
금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리고, 신비로운 금색 눈동자가 차분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옥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은 고운 목소리는 마치 천상의 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대충 편한 대로 앉거라."
새하얀 신녀복을 입고, 가만히 앉아 있던 그 여자는 방 안에 있는 빛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경국지색.
나라를 무너트릴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이 이곳에 있었다.
"폐... 하십니까?"
믿기 어렵지만 나르타는 그녀를 보면서 폐하를 떠올렸다.
"그래."
그리고 그 생각을 그녀는 사실로 확정지어버렸다.
"...그 모습은 대체?"
나르타는 그 대답에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는 폐하께서 여성의 몸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천신의 힘을 정제 중이다."
황제는 덤덤하게 대답하면서도 여전히 그 금색의 빛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갑자기 사라지신 이유가..."
나르타는 그제야 황제가 사직이 가까워지자 사라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슬슬 천신의 힘이 짐의 몸으로 모일 시기가 되었으니 이곳에 와야 했을 뿐이다. 짐은 정제가 끝나기 전까지 이곳에서 벗어나면 안 되기에 그대가 대리를 해야 하는 것이고."
황제의 설명에 나르타는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왜 황제가 자리를 비워야 하며, 그 황제의 대리를 황후가 해야 하는지.
저런 모습이라면 확실히 황제가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긴 어려울 것이다.
"그 정제라는 것은..."
"모른다."
황제의 시원한 대답에 나르타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네?"
"짐도 모른다. 그저 해야 한다고 전해져 왔고, 그것이 황제의 의무였기에, 모두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이렇게 모이기 시작한 천신의 힘을 정제하여 나눠 주는 것이다."
천신의 힘은 사직이 다가오면 황족들의 몸에 빠져나오며, 대륙을 떠돌다가, 황제가 되면서 그에 따른 의식을 치른 황제의 몸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황제는 그 시기에 이 사당 안에 칩거하여 그것들을 계속해서 받아들이고, 정제해서 배출한다.
"배출한다 하심은..."
"그냥 자연스럽게 기운을 방출하면 되는 것이지. 그보다 이 몸은 처음 보느냐? 하긴 짐의 모습은 일견 여성스러워 보이긴 하구나."
그 말대로 황제의 지금 모습은 여성의 그것과 몹시 흡사했다.
봉긋 솟은 가슴이 그러했고, 고운 선의 몸매가 그러했으며, 길게 긴 머리카락과 여성스러운 속눈썹이 그러했다.
그래도 여성으로 보이냐고 물어보는 것 보면 실제로는 다른 걸까?
나르타가 그런 생각을 할 때 황제의 입이 열렸다.
"일단 여성의 몸이 맞으니 그렇게 보이는 게 정상이지."
"아, 그러셨... 네?"
아니 진짜 여성의 몸이었다고?
나르타는 경악해서는 자신도 모르게 황제의 몸을 만져 보는 무례를 저질렀고, 그것을 묵묵히 보고 있던 황제는 이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왜 그리 놀라느냐? 반응이 꽤 재미있구나."
"아, 아니 성별이 변했다고 하는데 어찌 놀라지 않겠습니까?"
나르타의 대답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처음엔 황제도 이 과정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때는 여성의 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까지 있던 터라 더욱 괴로웠었지.
황제는 그때를 생각하며 웃었다.
지금은 이젠 덤덤하게 되었으니 그녀들에겐 감사해야 하리라.
"천신의 힘을 과하게 받아들이면 여성의 몸이 되더구나. 그 이유는 아마... 천신이 여성이었기 때문이겠지."
황제는 자신의 추론을 덤덤하게 이야기했고, 그 추론에 나르타는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신에게 성별이 있단 말씀이십니까?"
그 모습을 본 황제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 이야기는 황실에만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니 모를 수도 있겠군. 못 들은 것으로 치도록."
황제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나르타는 그 이야기가 궁금해졌으나... 물어본다고 말해 줄 것 같진 않았기에 침묵을 지켰다.
"아무튼 이 모습은 여기저기 보일 성질의 것이 아니지. 황제가 여자가 된다니 세상이 뒤집어질 이야기지."
그러니 이런 사당에 자신을 봉인하고, 천신의 힘을 정제하는 게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 역할은..."
그렇다면 자신은 딱히 할 일이 없어보였기에 나르타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황제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사실 그냥 쉬라고 부른 것이다. 사직 기간에 황후의 역할을 하려면 참으로 바쁘지 않느냐. 그러니 이렇게 불러서... 황후를 쉬게 해주는 것이지."
생각도 못 한 이유에 나르타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 편히 있거라."
황제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다시 빠르게 빛이 황제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립니까?"
"아마도 내일이면 끝날 것이다. 내일 밖으로 나가서 제사를 마무리 지으면 사직은 끝이지. 짐의 이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올해는 오늘로 마지막이다."
황제의 느긋한 대답에 나르타는 다시 얌전히 앉아서는 그저 멍하니 있었다.
여자인 황제라...
"폐하께서 여자셨다면 조금 질투가 났을 듯하네요."
나르타는 작게 중얼거렸다.
여성의 모습이 된 황제는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나르타는 솔직히 질투가 났다.
"그대가 남자로 태어났더라도 짐을 질투했을 터이니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런 그녀의 말에 황제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정말 뻔뻔한 대답이다.
하지만 나르타는 그 대답을 부정하기가 힘들었다. 확실히 자신이 남자였더라도 황제에게 질투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만약 그 몸으로 남자와 관계를 가지면 어찌 되나요?"
나르타는 순수한 호기심에서 나온 질문을 던졌다.
물론 굉장히 무례한 질문이었지만, 그녀는 폐하께서 화를 내지 않을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있어서 저지른 것이었다.
"...놀랍게도 그런 생각한 황제가 실제로 있단다."
역시 황제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덤덤하게 그 의문에 대답해 줄 뿐이었다.
"그래서 황후 대신 자신이 아끼는 신하를 이 안으로 들여서 정을 통했지."
그것은 그야말로 파격이었고, 미친 짓이었다.
나르타는 그 미친 짓의 결과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 그래서 어찌 되었나요?"
"...돌아오지 못했다. 그녀는 그녀로 남았고, 그녀는 이 제국의 최초이자 기나긴 역사상 유일의 여성 황제로 남았지. 측문제가 그러했다."
"아, 그, 그렇군요."
나르타는 생각도 못한 진실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측문제는 여성의 몸으로 실종된 진문제 대신 황제의 자리에 올라 태평성세를 이룩한 전설적인 황제였다.
그 전설적인 황제가 사실은...
"그래, 진문제고, 과거의 자신을 실종 처리하고 그 진문제의 숨겨진 여동생 행세를 하며 새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 것이지."
이건 황실의 비밀이기에 다른 곳에 함부로 누설하면 그 혀가 잘릴 것이라는 황제의 조언에 나르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이런 내용을 굳이 여기저기 발설할 생각은 없었다.
"왜? 그대는 짐을 이대로 여자로 만들고 싶으냐?"
황제가 장난스럽게 묻자 나르타는 식은땀을 흘리며 손사래를 쳤다.
"아, 아뇨 그럴 생각은..."
뭔가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나르타는 그런 생각하면서 황제의 말에 안절부절못했다.
"농이다."
황제는 그렇게 말하고는 웃었다.
그 가벼운 모습이 나르타는 굉장히 어색했지만...
그래도 자신을 친근하게 여겨 주는 것 같아서 싫진 않았다.
"관도에선 사직으로 소란스럽겠네."
조그마한 주막에서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황보철궁은 빈대떡에 막걸리를 마시면서 중얼거렸다.
비가 많이 와서 일단 조사를 멈춘 그는 앞에 있는 박철준의 잔에 막걸리를 따라주었다.
"크으! 술이 잘도 들어간다."
그걸 단숨에 마신 박철준은 기분 좋게 중얼거리고는 황보철궁의 잔에 막걸리를 따라주었다.
"비올 땐 역시 빈대떡이지."
박철준에 말에 고개를 끄덕여준 황보철궁은 술잔을 기울이고는 물었다.
"대장은 관북으로 간다면서? 우린 어디로 가 볼까? 관남?"
황보철궁의 질문에 박철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술 마시는 데 일 이야기하고 싶냐?"
"것도 그러네. 좀 쉬자. 히야! 이거 멋있지? 폐하께서 하사하신 창이다. 이 말이야."
황해 사건 때 내기로 하사 받기로 한 물건을 기어코 검 대신 창으로 하사 받은 황보철궁은 또 자기 창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 지겨울 정도의 자랑질에 박철준은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여기 문양이 어떻고, 이 창의 역사가... 이건 무려 환운 공의 부하인 뭐시깽이가 쓰던 어쩌구.
하여간 지겨울 정도로 들은 녀석의 자랑을 대충 흘러 들으며 박철준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부럽다아! 시발. 할바르 그 새낀 황궁에서 꿀 쳐 빨고 있겠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 발품 팔던 자신을 생각하며 괜히 억울해진 박철준이 소리를 지르자 한참 창을 자랑하고 있던 황보철궁도 바로 반응했다.
"스벌. 우린 뼈 빠지게 구르는 데 새끼. 예전에나 우리 백부장이었지 지금은 우리도 같은 백부장 아니냐고."
황보철궁은 그렇게 투덜거리고는 술을 벌컥 들이켰다.
둘은 예전 상관이고 뭐고, 황궁에서 호위나 하는 할바르가 부러울 뿐이었다.
"남을 거면 날 남겨야지. 내가 진짜 목숨을 걸고 폐하를 지킬 수 있는데."
황보철궁이 창을 매만지며 말하자 박철준이 피식 웃었다.
"니가? 지키긴 뭘 지켜. 폐하께서 널 지키면 지키지."
"뭐? 지금 해 보자고?"
황보철궁이 바로 창을 들자 박철준은 기다렸다는 듯이 허리에 찬 도끼를 꺼냈다.
"못 할 줄 알아?"
"아이고 손님! 싸울 거면 나가요!"
그 소리를 들은 주막의 주모가 다급하게 와선 소리를 빽 지르자 둘은 머쓱한 얼굴로 무기를 집어넣었다.
이런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에 밖을 돌아다니긴 싫었다.
"크흠!"
"커흠!"
민망한 듯 헛기침하던 둘은 다시 술을 마시고는 말했다.
"그보다 정보가 너무 없는 거 아녀?"
"그렇긴 해. 이렇게 기약도 없이 떠돌아다니면 어쩌냐?"
그야말로 기약이 없는 임무다.
심지어 아무런 단서도 없이 무작정 찾아야 하니 더욱 막막했다.
둘은 벌써 의지가 꺾이려고 하고 있었다.
"에휴, 마셔라 마셔. 언젠가 끝나겠지."
단서도 없으니 그저 막막하다.
둘은 그런 생각하면서 술잔을 부딪쳤다.
그런 둘의 건너편에는... 타오르는 금빛 눈동자를 지닌 남자가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떡 사줘요! 떡! 원래 사직 땐 떡 먹어야 하는데."
애처럼 칭얼거리기 시작한 세르나를 보면서 모용진은 속으로 참을 인자를 그렸다.
이 짐 덩어리를 달고 여행을 한지가 벌써 몇 주던가?
모용진은 잊을 만하면 징징거리는 이 망할 부하를 그냥 버려 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면서 결국 떡을 사 왔다.
"먹어라."
"헤헤! 대장 최고!"
해맑게 웃으면서 떡을 먹고 있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차오르는 것은 울화통이었다.
모용진은 그제야 자신이 까불 때 황제가 느낀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폐하는 정말이지 자기 생각 이상으로 자비로운 황제였던 모양이었다.
'앞으로는 적당히 까불어야겠다.'
모용진은 자성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녀석이 먹고 있던 떡을 하나 빼앗아 먹었다.
"아앗! 그거 내꺼!"
"자, 아무튼 가자."
하여간 유난은.
모용진은 애처럼 달라붙어서 떼를 쓰는 녀석을 질질 끌고 가면서 수상한 기운을 흘리는 자가 있는지 조사했다.
'후... 단서가 너무 없는데.'
사실상 아무런 단서도 없는 탐색이다.
탐지기마저 잃어 버렸으니 그야말로 답이 없는 상황.
모용진은 이대로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면서도 내리는 눈을 맞았다.
"추워요."
그때 세르나가 뜬금없는 말을 꺼내며 볼을 부풀렸고, 모용진은 그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옷도 그리 껴입고 뭐가 추워. 얌전히 따라와. 조금만 더 돌아보고 객잔에서 쉬던가 할 테니까."
완전 털옷으로 무장한 녀석이 뭐가 춥다고.
모용진은 아예 곰가죽으로 만든 모피 옷을 입고 있는 녀석을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대장 옷차림이 춥다고요! 주변 시선을 좀 봐요."
모용진은 생각도 못 한 녀석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왜?"
물론 그의 옷차림은 상당히 단촐해서, 검은색 한복만을 입고 있긴 했다.
애초에 모용진은 한서불침(??不?)의 경지에 이른 상태라 추위나 더위는 큰 의미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이 추운 곳에서 그런 가벼운 옷차림을 하는 모용진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춥다. 추워."
그제야 주변의 시선을 느낀 모용진은 그 말에 갑자기 추운 척하면서 어깨를 감싸 쥐었다.
"이러면 되나?"
그 삼류 연극 같은 행위를 보고 있던 세르나의 눈이 싸늘해졌다.
"옷을! 겨울옷으로 입으라고요!"
결국 참지 못한 세르나가 그대로 모용진의 손을 잡아 끌고는 옷 가게로 향했다.
"너무 눈에 띄잖아요! 얼른 옷 갈아입어요!"
"돈 아깝게... 하여간."
모용진은 투덜거리면서도 순순히 그녀에게 이끌려갔다.
관북 지방에서 이런 옷차림은 눈에 띈다는 그녀의 말은 부정하기가 힘들었으니까.
'귀찮지만 복장 정도는 맞추는 게 좋겠지.'
너무 눈에 띌 필요는 없다.
뭐, 이미 늦은 거 같지만... 모용진은 그런 생각하면서 그녀를 따라 옷 가게로 가서 모피옷을 하나 구해 입었다.
그제야 모용진의 옷차림은 이곳에서도 그리 이질적이지 않게 되었다.
'폐하께선 잘하고 계시려나.'
사직이면 폐하께서도 꽤 정신이 없을 때다.
그렇기에 모용진은 황제를 걱정했다.
그는 걱정되는 게 참으로 많았으니까.
과연 폐하께선 무사히 황후 대리를 뽑았을까?
뽑았다면 누구일까? 그 대리는 일을 잘하고 있나? 사직에서 실수는?
모용진은 솔직히 당장에라도 가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이는 못 돌아가지.'
지금의 상태로는 도무지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금위대에서 할바르의 부대를 제외하고는 전원이 투입된 임무다.
그런 임무를 아무런 성과도 없이 실패로 처리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뭐라도 찾아야 하는데...'
모용진은 그런 생각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아무런 단서도 없어서 너무나도 막막한 임무였으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