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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의무방어전-43화 (43/235)

〈 43화 〉 사직(??)

* * *

"인마대전에서 패배하고 살아남은 요괴들은 북쪽으로 사라졌다고 하지."

황제는 여전히 기운을 정제하면서 조금 심심했는지 요괴의 이야기로 운을 뗐다.

인마대전에서 천신의 개입으로 인해 인간에게 패배한 요괴들은 북쪽으로 도망쳤다고 한다.

"북쪽이요?"

나르타가 그 말에 놀란 듯이 되묻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관도의 북쪽이니까 관북. 아니면 더 먼 곳일지도 모르지."

제국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는 지역은 수도인 관도.

그리고 관동과 관서, 관북과 관남을 포함한 총 다섯 개의 지역이다.

나머지는 각 민족들이 나름의 자치권을 가지고 통치하고 있다.

아무리 제국이라도 이 거대한 땅 전체를 직접 관리할 수는 없었으니까.

아무튼 이 부분은 당장 중요한 부분이 아니니 대충 넘어가고... 아무튼 황제는 북쪽을 의심하고 있었다.

"짐은 만일 정말 요괴가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다면 북쪽에 있을 것이라 의심했지. 금위대장이 짐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면 아마 지금 북쪽을 조사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웃는 황제를 보면서 나르타가 조금은 질투가 섞인 질문을 던졌다.

"폐하께서는 금위대장을 꽤 신뢰하는군요."

그런 황제의 말에는 당연히 금위대장이 자신의 뜻을 이해하고 움직이고 있을 거란 신뢰가 엿보였기에 솔직히 그녀는 꽤 질투가 났으니까.

그게 정말이지 유치한 감정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르타는 이런 질투심을 억누르기가 힘들었다.

"꽤? 그 정도가 아니지."

그 질문에 황제는 단언했다.

모용진은 황제가 꽤 신뢰하는 정도의 부하가 아니었으니까.

"짐이 이 제국에서 가장 신뢰하는 부하다."

황제가 망설임없이 등을 맡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부하이자, 심지어 녀석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걸어줄 수 있는 부하기도 했다.

만일 그가 반란을 일으키더라도 황제는 그에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할 자신이 있을 정도였다.

모용진은 황제에게 그만큼의 신뢰를 받고 있었다.

황제는 그를 믿었다. 어쩌면 자기 자신보다도.

만약 모용진이 자신을 제거하고자 마음먹는다면 그게 정답일테지.

그 정도로 신뢰할 수 있는 부하.

그게 황제에게 있어서 모용진이었다.

나르타는 그 압도적인 신뢰를 받는 모용진이라는 사람이... 솔직히 많이 부럽고 질투가 났다.

"질투하는 건가?"

그 모습을 보면서 황제가 의외라는 듯이 묻자 나르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질투했습니다. 전 보기보다 질투가 많은 사람이거든요."

나르타가 솔직하게 대답하자 황제는 슬슬 옷을 갈아입으면서 대답했다.

"그대는 참으로 재미있는 사람이구나. 짐의 신뢰를 그토록 갈구하는 여인은 그대가 처음이다."

"아..."

뭔가 황제가 착각하고 있는 거 같긴 했지만... 나르타는 그것보다는 다른 것에 먼저 시선이 갔다.

바로 황제의 몸에 생기기 시작한 변화였다.

서서히, 하지만 눈치챈 순간 빠르게 황제는 어느새 나르타가 기억하는 그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침이구나."

황룡포를 입은 채 황제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나르타는 깜짝 놀랐다.

"벌써..."

나르타는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이곳에 있으면 신기할 정도로 피곤하지도 배고프지도 않았으니까.

화려한 황룡포를 입은 황제는 어두운 복도를 보면서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어두우니까 짐의 손을 잡도록 해라. 이젠 안내할 빛도 없으니."

나르타는 그 말에 복도 쪽에 시선을 주었다.

그 말대로 복도는 칠흑 같은 어둠.

무저갱을 보는 것 같은 어두움이었다.

꽈악.

그 어둠을 보면서 나르타는 황제가 내민 손을 잡았다.

황제의 손을 잡자 그의 크고 굵은 손가락과 그 손가락에 딱딱하게 자리 잡은 굳은살이 느껴졌다.

잡는 순간 안도감을 주는 그 손을 꼬옥 잡고 나르타는 그와 함께 복도를 걸었다.

혼자서 걸을 땐 그렇게도 무서웠던 복도였는데... 황제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혀 무섭지가 않았다.

"종교적인 이유로 이곳엔 등불을 두지 않는다. 실제로 선제께선 늘 황태후의 손을 꼭 잡고 이 복도를 걸었다고 하더구나."

자신한테 온전히 의존해 오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며 자랑하던 황태후를 떠올리며 황제가 웃었다.

생각해 보면 선제는 참으로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자, 이제 사직의 끝을 장식할 시간이구나."

밖으로 나온 황제는 다시 돌아온 그 신비로운 금색 눈동자로 사당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그곳에는 재상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하늘을 뵙습니다."

그대로 부복하며 재상이 화려한 방울이 달린 제사용 신검을 내밀자 황제는 그 검을 받아들였다.

그러고는 그 검을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그런 황제의 뒤를 모든 대관들이 따르기 시작했다.

나르타는 황제의 손에 이끌려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새 주변에 자리 잡은 귀빈들이 이곳을 보면서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황제는 걸었다.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저 멀리 마련된 제단으로 걸어갔다.

그곳엔 신녀들이 불을 피운 뒤 제단의 옆을 지키고 있었고, 황제가 제단 앞에 이르자 뒤따르던 대관들은 그 아래에 멈춰서선 땅에 머리를 박았다.

"올해 사직의 끝을 고하노라."

서걱!

제단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황제는 검으로 잘라 내며 선언했다.

그러자 모두가 황제와 천신의 이름을 외치며 만세를 외치기 시작했다. 황제는 그 모습을 보면서 신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끝인가요?"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르타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묻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끝이다."

황제는 신검을 신녀들에게 맡기고는 제단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대관들도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각자의 할 일하러 자연스럽게 해산했다.

사직을 지켜보러 온 귀빈들은 황제에게 다가와 인사를 나누었고, 황제는 그런 그들과 덕담을 나누면서 걸음을 옮겼다.

"이야, 폐하께선 더욱 강해지셨군요."

황제가 태자이던 시절부터 그를 지지해온 오페아 가문의 가주인 벰논 오페아는 황제를 보면서 친밀하게 말을 걸어왔다.

"리사 비가 자네의 걱정을 많이 하더군."

"그 아이가 말입니까? 허허, 그 아이는 잘 지내는 거 같아서 안심이 되는군요."

그 뒤로도 황제는 다른 귀빈들과 잡담을 나누면서 걸었다.

귀빈들 하나하나가 묘왕 무카와 해왕 세이든, 용왕 바아간을 비롯한 세 종족의 왕이나 겔만족의 수장, 투르크의 술탄 같은 거물들이라 나르타는 괜히 자신이 긴장될 정도였다.

거기엔...

"폐하, 올해의 사직을 무사히 끝낸 것을 경축 드립니다."

나르타의 아버지인 알타리 쿤룬도 있었다.

점잖은 얼굴에 화기가 가득한 붉은 눈동자.

그 열기를 가득 담은 붉은 머리엔 흰머리가 듬성듬성 나 있는 이 남자는 대륙 최고의 화염술사로 정평이 나 있는 주술사였다.

그의 겁화는 마음만 먹으면 산맥 전체를 불태울 정도라고 하니 주술의 위력만큼은 가히 대륙 최고의 마법사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화염술사.

그렇기에 나르타가 가장 존경했고, 그렇기에 그 뒤를 잇고 싶었던 남자였다.

"고맙구나. 그래, 모처럼 만났는데 부녀간에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는 건?"

황제의 제안에 알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배려 감사드립니다."

"그래, 나르타 비는 잠시 아버지와 이야기라도 나누고 오도록."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나르타는 솔직하게 폐하의 배려에 감사했다.

그녀도 사람인지라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으니까.

황제가 그대로 다른 귀빈들도 보내고 저 멀리 사라지자 알타리는 나르타와 함께 뒤쪽의 화원으로 이동했다.

"잘했다."

화원에 도착하자마자 처음으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칭찬의 말이었다.

"황후 대리라니. 나쁘지 않은 시작이다. 그래 회임의 기미는 보이느냐?"

덤덤한 알타리의 말에 나르타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회임까지는..."

나르타는 아쉽게도 회임을 하지 못했다.

그건 다른 비들도 마찬가지였기에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나르타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구나. 그보다... 음."

알타리는 뭐라 할 말을 고르더니 물었다.

"그... 행복하느냐?"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가 내뱉은 말은 나르타는 전혀 생각도 못 했던 질문이었다.

알타리는 알고 있었다.

나르타가 정말 바라던 것은 황후의 자리도, 비의 자리도 아닌, 자신과 같은 가문 최고의 화염술사였다는 것을.

그렇기에 그는 늘 미안해하고 있었다.

물론 이건 가문을 위한 선택이었다.

비가 된다는 것은 어찌 되었든 정쟁을 각오한다는 이야기.

단순하게 젊고 아름답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정치가 뛰어나든, 머리가 비상하든, 아니면 자신을 지킬 무력이 있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알타리가 선택한 최선이 바로 자신의 장녀였다.

딸이 진정 원하던 것을 포기하게 강요해서라도, 알타리는 가문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사실 처음엔 조금도 원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네요."

나르타는 그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녀가 원하던 것은 가문의 일원이 되어 아버지의 뒤를 이은 화염술사가 되는 것이었다.

스스로를 황후가 되는 게 더 값진 일이라고 설득했지만, 그녀의 정체성은 주술사였고, 그렇기에 가문에서 한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것은 더 없는 명예였으니까.

그런 기회조차 앗아가 버린 현실에 원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고 있어요. 덕분에... 그, 그게..."

나르타는 갑자기 머뭇거렸다.

막상 이걸 실제로 입에 담으려고 하니까 상상 이상으로 부끄러웠다.

"그, 그러니까 폐하를 만났으니까요."

마, 말했다.

간신히 말한 나르타가 완전히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자 알타리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하... 하하. 폐하께선 참으로 대단한 분이구나."

주술 밖에 모르던 자기 딸을 이토록 매료시키셨을 줄이야.

무서운 사람이었다.

'하긴...'

알타리는 방금 보았던 폐하를 떠올렸다.

그 외모도 몹시 놀라웠지만...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그의 눈빛을 정면으로 감당하고 있자면 본능적인 두려움이 솟구쳤다.

황제는 무서운 사람이다.

하지만... 딸 아이의 반응을 볼 때 소문처럼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아서. 알타리는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그래, 다행이구나."

알타리는 웃었고, 나르타도 그제야 그를 마주 보며 편하게 웃어 보였다.

­­

"곰?"

모용진은 마을을 떠나면서 호들갑을 떠는 세르나에게 되물었다.

갑자기 뭔 곰을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까.

"마을 사람들이 이 길에 엄청나게 큰 곰이 있어서 이쪽으로 가지 말라던데요?"

"그런 건 우리 임무랑 관계없지?"

"네!"

세르나의 시원한 대답에 모용진은 덤덤하게 말했다.

"그럼 헛소리 그만하고 얌전히 따라와라."

하여간...

모용진은 이 녀석이 어쩌면 자신을 화병으로 죽게 만들려고 수를 쓰는 게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세르나의 부드러운 볼을 쫘악 늘렸다.

"아파혀."

바로 세르나가 눈물이 글썽한 얼굴로 칭얼거렸으나 모용진은 볼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아프라고 하는 거다."

모용진은 녀석의 볼을 잡아 끌면서 무작정 북쪽으로 걸었다.

이유는 별거 없었다.

폐하께서 가장 신경 쓴 곳이 북쪽이었기 때문이었다.

크워어어어엉!

그때였다.

갑자기 들리는 커다란 포효 소리에 모용진은 한숨을 쉬면서 세르나의 볼을 놓아주었다.

"큰곰이 있긴 하나보다."

"제가 처리할까요?"

세르나가 잔뜩 부은 볼을 만지작거리면서 반짝이는 눈으로 묻자 모용진은 고개를 저었다.

"됐어."

모용진은 가볍게 손을 풀었다.

안 그래도 조금 무료하던 참에 딱 좋은 기회였다.

'크긴 크네.'

모용진은 자신의 눈앞에서 두 발로 서 있는 거대한 백곰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모습을 드러낸 곰은 생각보다 훨씬 거대했다.

크기는 대충 25척 정도일까?

압도적인 크기다. 평균적인 곰의 크기는 가볍게 뛰어넘었다.

무게도 저 정도면 상당히 나갈 테지.

모용진은 검도 뽑지 않은 채 곰의 앞으로 다가갔고, 곰은 그 순간 전광석화처럼 앞발을 내려쳤다.

우득!

당연히 곰의 앞발에 인간이 짓이겨지는 모습이 상상될 테지만... 결과는 그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모용진은 놀랍게도 그 앞발을 그대로 잡아서는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곰은 부들부들 떨면서도 그런 모용진의 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푸욱.

모용진이 손가락에 더욱 힘을 주자 그의 손가락이 그대로 곰의 앞발에 박혔다.

크허헝!

곰이 고통에 비명을 질렀으나 모용진은 그대로 그 팔을 잡고 곰을 들어서는 메쳐서 땅에 꽂아버렸다.

콰직!

그대로 땅에 머리부터 박힌 곰은 다신 일어나지 못했다.

머리가 그대로 깨져 버렸으니까.

"...꽤 무겁네."

손을 툭툭 털면서 모용진은 머리가 깨져 절명한 곰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 크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비정상적이었으니까.

모용진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손에 묻은 피를 털고 있을 때 세르나가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괴물..."

비정상적으로 거대해진 곰을 맨손으로 메다꽂아 죽이는 인간이 있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세르나는 자신이 그 광경을 직접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거대화... 역시 이쪽인가?'

모용진은 곰의 크기를 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봐도 비정상적인 성장이다.

무게도 들어보니까 2천근은 가볍게 넘었다.

이런 거대화는... 모용진은 이미 봐서 알고 있었다.

바로 황해 사건의 메뚜기들.

그 비정상적인 크기는 분명... 동일 인물의 소행이 분명해보였다.

'가까워지고 있다는 건가?'

곰을 보는 모용진의 눈이 반짝였다.

"가자."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정답이다.

확신을 얻은 모용진은 힘차게 외쳤다. 드디어 실마리를 잡아낸 기분이었다.

"네? 가, 같이 가요!"

그런 모용진의 반응에 당황하던 세르나가 급하게 모용진을 따라 달렸다.

그녀는 모용진이 왜 갑자기 기운을 되찾은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

"올해 사직도 무사히 끝났구나."

황제는 사직이 끝나기 무섭게 집무실로 돌아와 업무를 처리하던 중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다.

"네, 어머니. 올해도 무사히 끝나서 참으로 다행이지요."

그녀는 가장 먼저 황제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는 그제야 편해진 얼굴로 사직이 무사히 끝났음에 감사하고 있었다.

황제는 그런 그녀의 안도섞인 말에 긍정을 해주면서 차를 내왔다.

"오르테가 그 아이가 너를 참으로 보고 싶어 하더구나."

황제가 직접 타온 차를 마시면서 황태후가 웃는 낯으로 말하자 황제는 의외라는 듯이 반응했다.

"그 녀석이 말입니까?"

"그래."

황제는 그 시원한 대답에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어차피 앞으로 지긋지긋하게 볼 사이인데 고작 며칠 못 봤다고 그런 반응이라니 참 별난 녀석이었다.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그럼 내일 그쪽에 얼굴이나 한번 비추겠다고 약속했다.

"그보다 금위대장한테는 연락이 없니?"

아무래도 소식이 없는 모용진이 걱정되는지 황태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질문하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없습니다. 아무래도 단서가 부족하니 늦는 것이겠죠."

덤덤한 황제의 대답에 황태후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중얼거렸다.

"걱정이구나. 그 약한 아이가 몸이라도 상하면..."

대륙에서도 손으로 꼽히는 강자인 모용진을 약한 아이라니...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그런 그녀를 안심시켰다.

"별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야지. 단순한 조사 임무인데... 별일은 없겠지."

황태후는 그리 말하면서도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슬슬 연락이라도 주면 좋겠거늘.'

그 불안이 전염된 것일까?

황제도 조금 걱정이 되었다.

별다른 성과가 없어도 경과 보고 정도는 하면 좋으련만... 녀석에겐 야속하게도 편지 하나 없었다.

황제는 아무리 성과가 없어도 아무런 보고가 없는 것은 조금 서운했지만, 그만큼 그가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했기에 얌전히 그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만큼 황제에게 모용진은 누구보다도 신뢰할 수 있는 부하였으니까.

황제는 모용진이 자신 말고 다른 이에게 당하는 모습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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