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제의 의무방어전-45화 (45/235)

〈 45화 〉 여덟 번째 합궁­미르예프 크푸스

* * *

"조, 존엄하신 폐하를 뵙습니다."

미르예프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잡은 것에 당황하고 있었다.

지존이 직접 소수 민족 출신의 여인을 바로 만나줄거라 기대하진 않았기에...

지금의 만남은 그녀에게 있어서 기회인 동시에 의외였다.

심지어 아직 정식으로 만남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황제가 먼저 만남을 요청할 줄은 그녀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흠, 그곳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황제는 자신을 만나선 덜덜 떨고 있는 그녀를 가만히 살펴보면서 말했다.

나름 먹인다고 먹인 티는 나나 그마저도 제대로 먹진 못했는지 그녀는 얼굴 살이 좀 빠져 있었고, 전체적으로 마른 느낌이 강했다.

아름다운 여인인 건 인정했다.

그러나 그녀의 은색 머리카락은 윤기를 잃고 푸석푸석해 보였고, 초췌한 얼굴임에도 그 외모가 빛을 잃진 않았으니... 살이 쪽 빠져선 안쓰러워보였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가녀린 인상의 미인이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를 보면서 황제는 다시 물었다.

"문제가 있는가?"

"이, 있습니다."

그녀가 떨면서 입을 열었다.

미르예프는 황제를 처음 보았지만 이곳에 오면서 들은 황제의 소문에는 두려움을 느꼈다.

피로 피를 씻는 숙청을 통해 황권을 강화한 피의 황제.

죄인을 잔혹하게 처벌하는 잔혹한 황제.

친동생에게 마저도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황제.

그게 바로 소문의 황제였으니까.

미르예프는 과연 그런 황제가 고작 소수 민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줄지 걱정스러웠다.

'하, 하지만 말해야 해.'

그러나 지금은 황제의 도움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미르예프는 용기를 내서 현재 자기 민족이 처한 위기에 대해 설명했다.

"...거대화인가."

의외로 황제는 그 문제를 좌시하지 않았다.

황제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고, 뒤에서 서 있던 재상도 이 일을 좌시하지 않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황해 사건과..."

재상은 바로 거대화를 이번 황해 사건과 연관지었으니까, 황제도 이게 아주 무관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주 관련이 없다고는 못하겠구나. 하여간 선제 그 무능한 놈은 늘 이런 걸 놓치는군."

정말 자연스럽게 선제를 비난한 황제는 미르예프가 당황하는 것을 보면서 방금 발언에 식은땀을 흘리는 재상에게 말했다.

"이건 짐이 나서도 되는 문제겠지?"

"그, 그게..."

재상은 망설였다.

물론 나서야 하는 문제가 맞다. 하지만 또 황제가 친정해야 할 문제인가? 그건 조금 생각해봐야 할...

"선제가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그 아들이 직접 움직이는 건 문제가 없겠지?"

"...없습니다. 허나 합궁은!"

재상은 완전히 친정에 꽂힌 황제를 말릴 근거가 부족했다.

만약 저 문제가 정말 황해 사건과 관련이 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던 문제를 선제의 미숙함으로 방치했고, 그 결과 관서 지방에 그 난리가 났다는 이야기가 되었으니까.

이건 조속한 황실의 대처가 필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재상은 그걸 저 멀리 황제가 직접 가는 것으로 해결하는 건 역시 내키지 않았다.

"모든 걸 끝내면 거기서 하지. 짐을 못 믿나?"

그 말에 재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완전히 눈이 돌아갔다.

저런 황제는 설령 황태후가 오더라도 막지 못했다. 그렇기에 재상은 두 손을 다 들었다.

어차피 합궁은 진행한다고 했으니 그것에 위안을 삼기로 하면서.

"모든 건 폐하의 뜻대로 하시면 됩니다."

"네? 지금 바로? 지금요?"

당황하는 미르예프를 보면서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 당장."

황제는 굳이 시간을 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곳엔 왠지 모용진이 있을 거 같았으니까.

"남아 있는 금위대를 소집하면 되겠습니까?"

완전히 체념한 재상의 질문에 황제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 일엔 굳이 할바르의 부대까진 필요 없었다.

"짐과 그래... 이동 담당 정도면 충분하겠군."

단둘...?

미르예프는 황제의 말에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고작 둘이...란 말입니까?"

그녀는 이게 얼마나 무례한 행동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따지지 않을 수 없었다.

황제마저도... 자신들이 소수 민족이라고 무시하는 건가? 다른 민족들이 이런 문제로 도움을 요청했다면 금위대 전체가 나서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자니 그녀는 서러움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민족의 운명이 걸린 일에 고작 두 명이라니! 미르예프는 이게 황제가 농담을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고작이라..."

그런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 얼굴에서 보이는 자신감에... 미르예프는 순간적으로 홀린 듯 그를 보고 말았다.

"짐의 친정이 고작인가?"

"그, 그건 아니지만 고작 두 명이선 아무래도..."

황제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미르예프가 덜덜 떨면서 고개를 숙였다.

바보같이! 상대는 그 황제다.

애처럼 떼를 쓴다고 바뀌는 것은 없을 텐데... 괜히 황제의 심기만 건드린 꼴이 되었다.

"이번 한 번 뿐이다."

황제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덤덤하게 말했다.

"짐을 의심하는 건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도록 하마."

이런 무례를 용서해주는 건 한 번 뿐이었다. 황제에게 두 번은 좀처럼 없었으니까.

오싹.

그 말에 미르예프는 공포로 몸을 떨었다.

두 번째엔 어떻게 되는지 황제는 말하지 않았지만 미르예프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만약 두 번째로 황제를 의심하는 무례를 저지르면...

그 순간 자기 민족은 눈앞에 황제 손에 사라질 거라는... 것을 말이다.

­­

"하... 그대는 본녀를 무슨 이동 도구로 인식하는 게 아니냐?"

느긋하게 자고 있던 마리아는 흘러내린 잠옷을 방치해둔 채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물었다.

흘러내린 잠옷 사이로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이 그대로 드러났으나 황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면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게다가 시베트라니. 거기가 여기서 얼마나 먼 곳인지는 이해하고 있느냐?"

다짜고짜 그 먼 시베트로 이동을 요구하다니... 아무리 황제여도 너무한 처사였으니까.

"뭐, 세 명뿐이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마리아는 덤덤하게 말했다.

거리가 멀긴 하지만 고작 세 명이라면 마리아는 이동 자체엔 큰 문제가 없었다.

"다만 하루 만에 왕복은 힘드니라. 아무리 본녀라고 해도..."

마리아의 마력으로도 그 먼 거리를 왕복 하는 건 지치는 일이다. 그렇기에 마리아가 경고하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다. 어차피 거기서 당분간 머물 수도 있으니."

황제의 대답에 마리아는 한숨을 쉬었다.

저 모습을 보니 뜻을 굽힐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반한 사람이 죄인이라는 게 이런 의미였구나."

마리아는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

"아, 아무튼 이동이나 하게 손이나 잡거라! 그쪽도!"

하여간 귀는 쓸 데 없이 좋아서는!

그 말을 듣고 의아한 표정을 짓는 황제를 향해 붉어진 얼굴로 소리친 마리아는 황제가 내민 손과 미르예프가 조심스럽게 내민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이동 마법을 사용했다.

목적지는 시베트의 유일한 거주 구역. 바스였다.

­­

극한의 동토.

그 속에 숨어 있는 성에서 검은 인형의 남자가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등불에 비추어진 그의 얼굴은 새의 그것과 같았으며, 등에는 커다란 날개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지도를 보면서 말했다.

"...왔다."

"응? 뭐가?"

느긋하게 풀을 씹고 있던 소머리의 거한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황제가."

그 대답에 소머리 거한은 표정이 굳을 정도로 놀랐다.

오죽하면 손에 들고 있던 풀을 떨어트릴 정도였다.

"...막내가 살펴보고 온다고 했는데 여기로 올 거면 보내지 말 걸 그랬나?"

소머리 거한은 그 말에 머리를 긁적이더니 몸을 일으켰다.

"기회 아니야? 제거할까?"

황제가 이곳에 금위대도 없이 왔다면 기회가 아닌가?

소머리 거한이 그런 생각으로 자신의 부하들을 데리고 습격할 생각을 하자 바로 새머리 남자가 제지했다.

"...막내가 없으면 무리다. 최대한 몸을 숨겨,"

지도를 보던 새머리 남자의 제지에 소머리 거한은 짜증을 냈다.

"그건 내가 진다는 이야기냐? 동생?"

"...그래. 질 거야. 우리 둘이 덤벼도 막내가 없으면 승산이 없다. 명심해."

새머리의 남자는 지도를 보면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렇게 가까이 오니까 확실하게 느껴졌다.

황제의 강함이.

정말이지... 규격 외에 강함이었다.

불합리한 강함이었다.

천신이... 지금 눈앞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이번 황제는 우리 삼형제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새머리 남자의 단언에 소머리 거한은 분한 듯 벽을 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는 자신이 무시를 당하는 거 같아서 기분이 나빴는데 더 기분 나쁜 건 그 말을 부정하기 힘들다는 것에 있었다.

"...젠장. 힘을 회복하고 나니까 시기가 나쁘군."

이제야 잃었던 힘을 회복하고 슬슬 움직이려는 찰나에 저런 괴물이 황제가 되다니...

소머리 거한은 투덜거리면서도 얌전히 풀을 되새김질했다.

"명심해라. 어차피 시간은 우리 편이다. 황제는 아무리 강해봐야 인간."

아무리 강해도 인간인 이상 그 수명에 한계는 있다. 그러니까...

"버티면 우리가 이긴다."

황제가 노쇠할 때까지 숨어서 버티기만 하면 승산이 있다.

새머리의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성 주변의 결계를 강화했다.

황제가 근처에 왔다면 더욱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

"바스에 온 걸 환영하오. 손님은 정말... 오랜 만이군."

이 추운 시베트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살 수 있는 장소인 바스.

모용진은 그곳에 도착하자 놀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자신을 이곳 최고 사냥꾼이라 밝힌 중년 남자를 보면서 모용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상태가 엉망이군.'

저게 최고 사냥꾼의 몰꼴이란 말인가?

최고 사냥꾼이라는 자는 못 먹어서 근육은 쫙 빠졌고, 사람들은 피골이 상접해 있으니 그야말로 참극이었다.

"여긴 대체 무슨 수로 온 것이오? 밖에는 짐승들이..."

"전 금위대장 모용진이라 합니다. 폐하의 밀명을 받고는 메뚜기 거대화 사건에 배후를 조사 중이었지요."

"!"

주르륵.

그러자 갑자기 남자가 눈물을 흘렸다.

"흑! 폐, 폐하께서 우릴 구하기 위해 벌써 사람을 보내셨단 말입니까? 흑흑!"

"?"

모용진은 갑자기 울음 바다가 된 이곳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황제는 딱히 이곳의 문제는 몰랐다.

그저 황해 사건을 조사하라고 지시했을 뿐. 하지만 모용진은 좋은 게 좋은 거란 생각에 그들이 그냥 오해하게 두었다.

세르나는 그저 모용진의 옆에 앉아서는 꾸벅 졸고 있을 뿐이었다.

"부디 우리를 구해주십쇼. 이곳은 거대화 된 짐승들로 인해서 이미 엉망입니다."

남자가 울면서 사정하자 모용진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일단 제가 사냥한 것이 있으니 그것으로 식사를 하시죠."

모용진은 밖을 가리켰고, 그제야 사람들은 밖에 쌓여 있는 거대한 짐승들의 시체를 볼 수 있었다.

"저리 해 두면 피 냄새를 맡고 다른 짐승들이 몰려들 텐데..."

그걸 본 남자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다.

짐승은 거대화되면서 더욱 흉포해졌다.

피 냄새만 맡으면 그야말로 엄청난 수가 밀려왔다.

처음엔 그들을 사냥하려던 글투족은 그 수에 겁을 집어먹고 말라죽어가는걸 택했다.

"그걸 노린 거 입니다만... 일단 식사는... 좀 있다가 해야겠군요."

모용진은 다가오는 짐승들의 기척을 느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짐승의 군세를 보았다.

확실히 엄청난 수였다.

이런 약소 민족이 대처할 수가 아니다.

하지만...

"세르나. 준비해라."

"진짜... 잘못 따라왔어요!"

세르나가 있으면 해볼 만하지.

모용진은 자신의 예상보단 수가 많았지만 세르나가 있으니 할 만하다 생각했다.

세르나는 모용진의 말에 투덜거리면서도 바로 검을 뽑고는 싸울 준비를 했다.

짐승들이 어느새 가까워졌다.

이젠 바로 코앞까지 도달한 선두의 늑대 무리가 모용진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콰직!

"...호오. 미리 판을 깔아둔 건가? 잘했다."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온 황제가 모용진에게 달려들던 늑대를 밟아서 절명시키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앞에서 달려드는 거대한 짐승들과 그런 짐승들을 보며 떨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폐... 하?"

모용진은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갑자기 왜 이곳에 폐하께서 오신단 말인가.

그것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방법으로!

"가, 갑자기 뛰어내리면 어찌하느냐!"

그때 당황한 얼굴로 마리아가 빠르게 아래로 내려왔고, 그런 그녀의 품에 안겨 있던 미르예프는 눈앞에 상황에 당황했다.

"이게 대체 무슨..."

미르예프는 눈 앞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에 정신을 잃을 거 같았다.

엄청난 수의 짐승들이 이곳을 향해 뛰어 오고 있었고, 자신이 사랑하는 글투족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중앙에 모여 떨고 있었으니까.

"흠..."

스윽.

황제는 떨고 있는 사람들을 보더니 크게 선을 그었다.

그 선은 모여서 떨고 있는 사람들의 앞을 지키듯이 그어져 있었다.

"금위대장. 다녀와라."

"...네."

모용진은 저 선의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폐하의 명령에 망설이지 않고 돌진했다.

세르나는 갑자기 나타난 황제를 보면서 머뭇거렸으나 곧 에라 모르겠다는 듯이 그런 모용진을 따라 짐승들의 무리에 뛰어들었다.

'확실히 정상적이지 않아.'

황제는 전혀 물러날 기색이 없는 다양한 짐승들의 무리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저런 식으로 무리 지어 인간을 공격한다고?

황제는 이 상황이 절대로 정상적이지 않다고 여기면서 선을 넘으려고 드는 짐승을 전부 베어벼렸다.

푸아악!

피가 튀고 황제의 검이 휘둘러 질 때 마다 짐승들의 목이 순식간에 잘려나갔다.

"정신을 챙겨라."

황제는 여전히 겁에 질려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는 앞을 보았다.

그곳엔... 마치 든든한 성벽처럼 황제가 서 있었다.

그들에게 황제는 단 한 명이었지만... 그 어떤 요새보다도 든든해보였다.

"똑똑히 봐라."

꿀꺽.

모두가 홀린 듯이 황제를 보고 있었고, 황제는 선을 넘으려는 짐승들을 전부 베어 버렸다.

그 어떤 짐승도 황제가 그어둔 선을 넘기는커녕 근접하지도 못했다.

"짐은 이곳에 있다."

우득!

황제는 그제야 선을 넘는 걸 포기하고 자신에게 달려든 늑대의 목을 잡아 그대로 꺾어 버리고는 말했다.

"똑바로 봐라."

황제는 딱히 누구에게 말한다고 지정하진 않았지만 미르예프는 알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자신에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고작 짐승이 두려운가?"

미르예프는 그제야 알았다.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 소리를 했는지.

"짐이 있는데... 아직도 두려우냐?"

황제를 보면서 짐승들이 겁에 질린 모습으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제야 알았다.

두려워해야 할 건 자신들이 아니었다.

바로... 황제의 적이 된 저 짐승들이었다.

모용진과 세르나는 그런 겁에 질린 짐승들을 묵묵히 사냥하고 있었다.

이미 그들에게 숫자는 의미가 없었다.

미르예프는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짐승들을 베어내는 저 괴물 같은 둘이 없어도, 정말 폐하께서 혼자 이곳에 왔더라도...

자신들을 두렵게 만들던 짐승들의 문제는 해결되었을 거라는... 그런 확신이 그녀에게 피어났으니까.

쿵!

그 순간 미르예프가 자기 머리를 땅에 박으며 무릎을 꿇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은 비굴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신에게 경의를 표하는 듯한 경건함이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 모두가 그녀와 같이 이 눈밭에 머리를 박고는 황제 앞에 조아렸다.

황제는 그것을 덤덤하게 지켜보며 짐승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 모습을 경탄하며 지켜보았다.

오랜 세월 글투족을 괴롭게 했던 거대화 된 짐승의 문제는 황제가 친정하자 그야말로 순식간에 해결되었으니까.

그들에게 지금 황제는 단순한 황제가 아니었다.

지금 이곳엔... 신이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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