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 여덟 번째 합궁미르예프 크푸스
* * *
"본녀는 피곤하니 이만 자야겠구나..."
마리아는 피곤하다면서 자신에게 배정된 천막으로 자러 가 버렸다.
황제는 자기 천막으로 향했다.
가장 크고 튼튼한 천막이 황제를 위해서 준비되어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미르예프가 얌전히 앉아서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기다리고 있었느냐?"
황제가 그 모습을 의아한 얼굴로 보며 묻자 미르예프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이곳에서 합궁을 진행한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미리 준비해 두고 있었습니다."
"..."
황제는 그제야 자신이 여기서 합궁을 처리하겠다 재상에게 약조하였던 사실을 기억해내었다.
"솔직히 걱정이구나."
황제는 그녀를 보면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저 초췌한 여인이 합궁을 버틸 체력은 될지 우려스러웠으니까.
"미루는 것이 어떠한가?"
그렇기에 황제가 제안하자 미르예프는 고개를 저었다.
"할 수 있습니다."
"..."
황제는 절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녀의 강한 의지가 담긴 눈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다면 이리 오거라."
그 말에 미르예프는 머뭇거리면서 황제에게 다가왔다.
푸석푸석한 그녀의 은발을 쓰다듬으면서 황제는 일단 가볍게 그녀를 안아주었다.
"차갑구나."
황제의 품에 안긴 그녀의 몸은 참으로 차가웠다.
"...폐하는 따스하네요."
미르예프는 그렇게 말하고는 더욱 황제의 품에 안겨 왔다.
그저 마른 여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안아보니 확실한 굴곡이 느껴졌다.
스윽.
황제는 그녀의 털옷을 벗기고는 새하얀 나신을 보았다.
마르긴 했지만 확실히 굴곡이 있는 몸매가 보였다. 피부는 눈처럼 희고 고운 것이 만지면 녹아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 그렇게 보시면 조금 부끄러운데요..."
황제는 그 말에 일단 그녀의 목덜미를 물려다가 멈칫했다.
갑자기 세헤라자드가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의무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떤 마음으로 여인을 안아야 하는 것일까?
황제는 고민해 보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하기로 했다.
"오늘은 여기까..."
"여인을 이렇게 벗겨 놓고 끝내시려는 겁니까? 참으로 너무하십니다."
"..."
역시 그건 안 되나?
황제는 조금 아쉬웠지만 순순히 그녀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손에 딱 잡힐 정도로 적당한 가슴이 잡혔다.
백옥같이 새하얀 피부는 만져도 굉장히 서늘했다.
'여전히 차갑구나.'
그녀를 애무하면서 황제는 의아함을 느꼈다.
몸은 열락에 젖어 붉은 빛을 띄우고 있건만... 그런데도 차갑기 그지없었다.
황제는 아래쪽에 손을 가져가 보았다.
"흣!"
신음을 참는 그녀의 숨결이 가까이서 느껴졌으나 황제는 그녀의 비밀스러운 부위에 손가락을 넣어보았다.
확실하게 젖어 있거늘... 이상할 정도로 차가웠다.
'음기가 강하다 생각은 했거늘...'
이 정도면 극음의 성향을 띠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어렵구나.'
그렇다면 이번 합궁은 어려웠다.
자칫 잘못했다간 저 음기에 잡아먹힐 수도 있으니 합궁에 있어서도 조심해야 했다.
'짐이 아니었다면 큰일이 벌어졌겠구나.'
이토록 음기가 강한 여인은 남자를 잡아먹는 요녀 소리를 듣기 딱 좋았다. 음기는 기운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으니 기운이 약한 남자는 말라 죽기 딱 좋았으니까.
황제는 자신의 기운으로 그 음기를 일단 억누르고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하읍!"
갑자기 혀가 들어오자 미르예프가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는 게 느껴졌으나 황제는 개의치 않으며 기운으로 그녀의 내부를 헤집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그대로 허벅지 잡고 그녀를 들어 올려서는 바로 삽입했다.
원래라면 이렇게 거칠게 할 이유는 없었지만...
'오싹한 기운이다.'
그녀의 음기가 예상 이상으로 강해서 황제는 그녀를 배려해 줄 여유가 없었다.
"흐읏!"
입술이 떼어지기 무섭게 그녀의 입에서 교성이 흘러나왔다.
꽈악!
상상 이상의 압력과 서늘한 감촉이 황제의 양물을 자극해왔고, 황제는 자기 목을 꽈악 감싸는 그녀의 싸늘한 체온을 느끼면서 허리를 움직였다.
"하읏! 하악. 폐, 폐하... 조, 조금만 더..."
천천히 하라는 건지 빠르게 해 달라는 건지 알 수 없는 그녀의 말에 황제가 최대한 그녀의 음기를 억누르는데 집중하면서 물었다.
"어떻게 해 달라는 거냐?"
"빠, 빠르게..."
황제는 그 말에 아예 자세를 바꾸었다.
그녀를 내려주고는 그대로 엎드리게 한 다음, 그녀의 허리를 잡으며 뒤로 박아주기 시작했다.
"하읏! 폐, 폐하 이 자세는 조금 부끄럽..."
그 자세에 미르예프가 새빨개진 얼굴로 말하자 황제가 물었다.
"그럼 자세를 바꿀까?"
"그, 그건 아니지만. 그게 그, 여기도 좀 만져 주시면..."
오히려 자기 가슴을 만져줄 것을 요구하는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몸을 숙여서 그녀의 가슴을 만지며 뒤로 박기 시작했다.
철퍽! 철퍽!
교성이 울려 퍼지고, 싸늘 하던 그녀의 몸에도 점점 열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황제는 그제야 경계를 풀었다.
그녀의 음기를 이겨 내는 데 성공했으니까. 이젠 정말 사정만이 남은 상태였다.
"안에다 부어 주마."
"네, 아, 안에..."
퓨슛! 퓨슛!
그 순간 황제가 그녀의 몸에 깊숙하게 박아 넣으면서 사정했고, 그녀는 몸 안에 뜨거운 것이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그대로 쓰러졌다.
"하악... 하악..."
가픈 숨을 몰아쉬며, 그녀가 바닥에 누워선 붉어진 얼굴로 황제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더... 해 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확실히 몸이 한계네요."
"그래 보이는 구나."
그녀는 체력에 벌써 한계가 왔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황제는 그 모습을 안쓰럽게 봐주며 그녀의 땀으로 젖은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무, 무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 그게 안아주실 수 있나요?"
미르예프가 잔뜩 붉어진 얼굴로 부탁하자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런 그녀를 안아주며 모포를 덮었다.
"이러면 되느냐?"
"...네, 감사합니다."
미르예프는 그대로 황제의 몸을 꽉 껴안으며 대답했다.
그가 주는 온기는 따스했다.
너무나도 따스해서... 앞으로도 절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합니다. 저의 신이시여.'
미르예프는 속으로 그리 말하면서 더욱 황제를 강하게 껴안았다.
그는 자기 민족을 구해주었다.
자신의 무례를 용서해주었으며, 잊을 수 없는 달콤한 첫 키스와 강렬한 첫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인생에서 처음 느낀 따스한 온기마저 주었다.
어느새 그녀의 마음속에 그는 더 이상 황제가 아니었다.
그녀의 신이었으며, 그녀의 모든 것이었다.
미르예프는... 앞으로 자기 인생을 그를 위해서 바칠 것을 맹세했다.
"합궁은 잘 진행하셨습니까?"
아침이 되기 무섭게 마력이 회복된 마리아의 힘으로 황궁으로 돌아온 황제는 오자마자 찾아온 재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허나 이번 비는 잘 먹지 못해 체력이 저하된 듯하니 이 점은 신경 쓰라고 내명부에 전하거라."
"그리 전하겠습니다. 그보다 그쪽의 문제는 무사히 해결하고 오셨습니까?"
궁녀들의 안내를 받아서 미르예프와 마리아가 저 멀리 가 버리자 바로 재상이 업무 이야기를 물어왔다.
황제는 조정을 향해 걸으며 말했다.
"짐승들을 전부 죽이고 글투족은 철곡에 살게 하기로 하였다."
"철곡으로 말입니까? 그... 소수 민족을 제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한족의 반대가..."
그 말에 재상은 난색을 표했다.
한족은 제국의 영역에 다른 민족이 들어오는 걸 극도로 꺼렸다.
그게 사람이 적은 관북 지역이라 해도 말이다.
아마 선제 시절 때처럼 한족의 큰 반발이 있을 것이다. 그런 우려에 재상이 걱정하고 있을 때 황제가 덤덤하게 말했다.
"...반대하고자 하는 자는 짐 앞에 직접 오라고 해라."
"네, 그럼 바로 사람을 보내서 정착을 도우라 지시하겠습니다."
황제의 한마디에 재상은 바로 고개를 숙였다.
그 어떤 한족의 유력자라고 해도 지금의 황제 앞에서 감히 불만을 이야기할 자는 없을 테니까.
"가만 보면... 한족이 참으로 방자하구나. 그 정도가 심한 듯해."
황후를 배출한 민족이라 하나 그 방자함이 이루 말할 데가 없었다.
"정도가 너무 심해지면 정리가 필요하겠어."
황제의 덤덤한 말에 재상은 오싹함을 느끼면서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에게 넌지시 폐하의 뜻을 알리겠습니다."
폐하께서 굳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들을 정리하기 전에 알아서 사리라는 이야기로 들렸기에 재상은 그리 말했고, 황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도록."
황제는 재상에게 말했다.
"아무리 짐이라도 어머니의 친가까지 불태우고 싶진 않으니."
'이런...'
재상은 그런 압력을 가하는 뒷배경에 모용 가문도 있다는 걸 황제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오한이 돋았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그리 말했다는 것은...
그 모용 가문이라고 해도 황제의 눈 밖에 난다면 언제든 치워 버리겠다는 의미로 들렸으니 말이다.
관도에서도 황궁 다음으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저택.
고급 기와로 된 지붕이 멋스러움을 자랑하는 이 저택이 바로 모용 가의 저택으로 그 화려함은 어지간한 궁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당연한 크기와 화려함이기도 했다.
기나긴 역사 동안 수 많은 황후를 배출했으며, 지금도 황제의 외척으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명실상부한 대륙 최고 명문가가 바로 이곳이었으니까.
후룩.
그 저택 안에 자리 잡은 화원에서 중년의 남자는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래... 자중하라. 폐하께서. 그리 말하셨단 이야기인가."
"그, 그렇습니다."
빠직!
남자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그대로 잔이 박살 났다.
"자중하라... 하하! 황제가 누구 덕에 황제가 된 지도 모르고!"
우리 한족이 없었다면! 이 모용 가가 뒤에서 받쳐주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과연 그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모용철은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으나 당장 어찌할 방법은 없었다.
"황제가... 너무 커지긴 했지."
이 제국의 근본이 한족에 있거늘... 황제란 자가 한족의 뜻마저 무시하고 소수 민족 따위를 이 제국의 영토에 발을 들이게 하다니.
제국의 명예가 땅에 떨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지금 이 제국의 순수성이 훼손당했다.
지금까지 한족과 동아족을 제외한 그 어떤 민족도 일부가 제국에 자리를 잡고 산 적은 있어도, 민족 전체가 제국으로 넘어와 자리를 잡은 역사가 없었다.
그걸 지금의 황제는 간단하게 깨버렸다.
그 파격이... 모용철은 몹시 거슬렸다.
"쯧."
모용철을 작게 혀를 찼다.
자기 동생이 낳은 아들이라 이용해 먹기 좋을 거라 생각해 냅두었더니... 그야말로 점점 가관이었다.
이렇게 점점 자신들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더 이상 온건하게 다음 황후 다툼이나 할 때가 아니었다.
'치워야겠어.'
모용철의 얼굴에 비장함이 감돌았다.
이렇게 된 이상.
그는 상황을 봐서는 지금의 황제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족의 황제를 올릴 생각이었다.
그래, 이번엔 한족의 명예를 알고, 그것을 지킬 수 있는 훌륭한 황제를 말이다.
그런 점에서 딱 적합한 자가 한 명 있었다.
조금 멍청하고, 그렇기에 다루기 쉬운 남자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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