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제의 의무방어전-56화 (56/235)

〈 56화 〉 열한 번째 합궁­달리아 키무르다인

* * *

"아무튼 전 자신 있어요!"

금세 기가 살아선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외치는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고개를 저었다.

긴장해서 생심장을 씹어먹고 있던 여인이 자신 있다고 소리쳐봐야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일단 그녀에게 다가갔다.

움찔!

그러자 눈에 띄게 당황하며 잔뜩 몸을 움츠리는 모습을 보니 역시 그녀는 긴장한 게 역력해 보였다.

"그, 그게... 잠시만요. 후... 좋아요!"

한참 심호흡을 하던 그녀가 이내 준비되었다는 듯이 양팔을 벌리며 말하자, 황제는 일단 그녀의 옷을 벗겼다.

"자, 잠시만요! 다시 심호흡 좀..."

그 행동에 다시 당황한 그녀가 얼굴을 잔뜩 붉히면서 휴식을 요구했다.

"그래."

황제는 그런 그녀를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조금 진정한 그녀는 곧 각오를 다지고는 말했다.

"준비되었어요!"

밝은 어조로 외치는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웃었다.

참... 대답은 시원시원한데. 거기서 끝이었다.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일단 그녀의 머리를 풀어 주었다.

딱히 관리를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윤기가 있는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었다.

잘 단련된 몸은 군살 하나 없이 깔끔했고, 복부엔 일자 복근마저 존재했다.

여화와 비교하면... 이쪽은 조금 부족한 근육이긴 하지만 그래도 팔 근육은 굉장했고, 가슴도 조금은 더 컸다. 엄청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아, 대단하죠? 팔 근육은 자신 있어요."

그 시선을 눈치챈 달리아가 웃는 얼굴로 자기 팔 근육을 과시하자 황제는 웃었다.

솔직히 말해서 굉장한 근육이긴 했지만...

"짐보단 못 하지만."

황제는 자신보단 못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어린 애가 어른 앞에서 나이를 자랑하는 정도의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건 그러네요?"

황제는 가벼운 잡담에 금방 긴장이 풀어진 그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애무를 시작했다.

그녀의 가슴을 가볍게 주무르자 탄력적인 감촉이 황제의 손에 전해졌다.

전체적으로 그녀의 몸에 근육이 많아서 그런지 굉장히 탄력적이었다.

"..."

그런 황제의 애무에 잔뜩 붉어진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그녀는 작게 입을 열었다.

"그, 그게... 이거 다 필요한 거죠?"

그녀의 질문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무는 필요하지. 그래야 그대가 덜 아플 테니까."

황제의 설명에 그녀는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그렇군요. 알았어요! 그럼, 얌전히 있을게요."

그 말대로 그녀는 눈을 꼬옥 감은 채 얌전히 누워 있었고, 황제는 그런 그녀를 보며 가볍게 온몸을 애무했다.

자신의 손이 닿을 때마다 눈을 감은 채 움찔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조금 귀엽긴 했다.

"읏!"

그녀의 매끄러운 목덜미에 황제의 입술을 닿았을 때, 그녀가 작게 신음을 냈다.

약점은 목덜미인가...

황제가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 언제 시작하나요?"

잔뜩 긴장한 그녀의 자색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신기한 색이었다.

꽤 많은 눈색을 보았지만 자색이라니... 드문 색이었으니까.

"지금."

황제는 그녀의 아래를 애무하던 손을 거두고는 그대로 삽입을 시작했다. 이미 충분히 젖어있어서 이젠 더 애무할 필요가 없었다.

푸욱!

"학!"

사방에서 강하게 압박해오는 그녀의 질은 확실히 엄청났고, 뜨겁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넣었던 여인 중에서 나르타를 제외하고는 가장 뜨거운 여인이었다.

"하읏!"

설마 바로 삽입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그녀가 작게 몸을 떨었다.

찌걱. 찌걱.

황제는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면서 서서히 허리를 움직이며 작게 출렁이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흣, 그, 그 자, 잡으면 기분이 이상해져서. 그게..."

'가슴도 약점인가?'

황제는 그녀의 가슴을 반죽하듯 주물러보았다.

아무리 주물러도 그 형태가 망가지지 않는 탄력적이고 예쁜 모양의 가슴이 인상적이었다.

"흐읏! 기, 기분이 이상해!"

그녀가 절정에 이르렀는지 몸을 부르르 떨자 황제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벌써 절정할 줄은...

어쩔 수 없이 황제는 계속 허리를 움직였다.

이대로 끝낼 수도 없으니 적어도 한 번은 사정을 해야 했으니까.

"자, 잠시 나 갔... 흐읏!"

철퍽. 철퍽.

황제는 그녀의 요구를 어쩔 수 없이 무시하며 계속 허리를 움직였고, 다시 한번 절정을 맞이한 그녀와 같이 동시에 사정했다.

퓨슉!

그녀의 안쪽 깊숙이 박아 넣으면서 그녀의 안을 가득 채운 황제는 조심스럽게 물건을 뺴냈다.

그러자 그녀의 질에서 황제가 내뿜은 정액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으..."

완전히 지친 얼굴로 늘어진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덤덤하게 옷을 입으려다가 포기했다.

온몸이 그녀의 땀으로 흥건해져 있었으니까.

"대, 대단하네요."

그런 황제를 보면서 달리아가 작게 감탄했다.

"..."

황제는 그 말에 어이가 없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그쪽이 약한 거 아닌가?

황제는 그리 생각했지만 크게 내색하진 않고 얌전히 그녀가 회복되길 기다려주었다.

"처음은 아프다고 했는데 별로 아프지도 않았고... 신기하네요."

"그대가 짐의 입장이 되어 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될 거다."

황제는 그녀의 말에 태연하게 대답했다.

벌써 처녀를 상대한 것만 12번째다.

이 짓도 하다 보니 점점 능숙해지고 있었다.

"아무튼 별거 아니네요! 저 더할 수 있어요."

"그래, 자라."

황제는 그대로 귀찮다는 듯이 누워 버렸다.

더 할 수 있기는. 당장 지금 다리가 후들거리는 게 보이거늘.

황제는 그녀의 괜한 허세에 어울려줄 생각은 없었고, 달리아는 그 반응에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진짠데..."

진짜 이번엔 더 잘할 수 있는데...

그녀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황제가 잠들 기세로 누워 버렸기에 아쉬운 얼굴로 황제의 옆에 누웠다.

'단단하다.'

그녀는 황제의 옆에 누운 채 황제의 근육을 관찰했다.

옆에 누운 채 만져 본 황제의 팔 근육은... 확실히 단단했다.

'얼마나 단련한 거지?'

옷을 입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까 정말 잘 단련된 몸이었다.

'활도 잘 쏘려나?'

이 정도면 투창도 뛰어날 거고, 활도 잘 쏠 거다.

역시 최고의 사냥꾼이 될 자질을 지녔다.

아버지가 괜히 그런 게 아니구나...

그녀는 확실히 지금 황제의 강함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저기... 혹시 사냥 좋아해요?"

달리아는 그렇기에 조심스럽게 질문했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황제가 대답했다.

"사냥이라... 좋지. 한 번 가 볼까?"

역시 안 자고 있었는지 황제가 긍정적인 대답을 들려주자 그녀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렇죠? 좋죠? 언제 한 번 꼭 가요!"

완전 신난 얼굴로 사냥의 매력에 대해서 설명하는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다시 눈을 감았다.

사냥이라...

그러고 보니 최근엔 가지를 못 했다.

모용진이 없어서 그런지 혼자 가면 재미도 없었으니까.

'그럼 모처럼 조금 멀리 가 볼까...'

황제는 어디로 사냥을 갈지 고민해 보면서 눈을 감았다.

이동이야... 마리아한테 부탁하면 어디든 금방 갈 수 있을 테니까.

황제는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았다.

­­

"이번 합궁도 무사히 끝내신 거 같군요. 폐하. 기쁜 소식을 하나 전해드려도 되겠습니까?"

다음 날.

조정에 출근한 황제는 웃는 얼굴로 자신에게 말을 거는 재상을 보면서 되물었다.

"무엇을 말이냐?"

"어제 합궁으로 드디어 폐하께서 11번째 합궁을 끝내셨습니다. 그 말은 이제 앞으로 22번만 더 하면 합궁이 끝난다는 이야기지요."

"..."

전혀 기쁜 소식이 아닌데?

아직 지금까지 한 것에 두 배나 되는 합궁이 남았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게다가...

'더 늘어날 거란 이야기인가.'

비 역시 더 늘어날 거란 이야기니 황제에겐 더욱 밤이 두려워질 이야기였다.

저번에 잠시 합궁이 지연되었을 때에 2명씩 찾아왔는데...

비가 서른이 넘어가면 대체 몇 명씩 찾아올까?

하루에 5, 6명씩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 정도면 진지하게 죽음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짐은 곧 사냥을 가려 하는데."

"...그거라면 마침 좋은 게 있습니다. 이 기회에 다녀오시지요."

"?"

재상이 진지한 얼굴로 권유하자 황제는 고개를 갸웃했다.

사냥하러 먼 곳으로 가겠다고 하면 거품 물고 반대할 거 같은 사람이 재상이었는데 이렇게 긍정적인 반응이라니? 황제는 의아했지만 재상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동쪽에 용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

황제는 그 말에 바로 반응했다.

용이라니?

용인들이 물론 용과 착각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만... 용은 확실히 용인과는 다른 존재였다.

한 구역에 자리 잡고 들어오는 침입자는 거침없이 제거하려고 드는 용의 성질은 인간과의 마찰을 가져 왔고, 처음엔 신성한 존재로 숭상도 받던 용들은 점점 인간들에게 죽여야 할 해로운 존재로 인식되고 말았다.

그래서 벌어진 것이 바로 멸룡전쟁.

용들은 강했으나 인간의 숫자를 이기지 못했고, 결국 대부분의 영역을 내주며 굴욕적으로 패배해야 했다.

그 기나긴 멸룡전쟁을 승리로 장식한 황제가 바로 용무제이며, 최후의 용으로 알려졌던 독룡을 토벌한 자가 바로 그 용무제의 아들인 독문제였다.

이후 용은 사실상 멸종되었다고 판명되어 황제도 용을 기대하진 않았는데...

"용이란 말인가."

이건 또 놀라운 정보였다.

설마 용이 살아 있었다니.

"어디지?"

"동쪽에 제운도에서 용이 자리를 잡고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합니다. 군사를 보내는 방법도 있겠으나..."

"짐이 가는 것이 확실하겠지."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황에서 나서야 하는 게 힘을 가진 자의 책임인 거니까.

같은 건 농담이고...

'용이라...'

그냥 황제는 몸이 달았다.

그 엄청난 역사 속의 존재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이. 그런 존재와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이.

무인의 피가 황제에게 당장에라도 그곳에서 가서 용과 싸우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실 소신은 폐하께서 그곳에 가는 것이 좋지 않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허나... 말린다고 들으실 분은 아닐 테지요."

재상의 말에 황제는 그런 당연한 이야기를 하냐는 듯이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쉽게 가라 하더니 이미 체념한 모양이었다.

"그렇지."

"그렇다면 신은 흔쾌히 보내드리겠습니다. 폐하를 믿는 것도 소신의 역할이겠지요."

"...고맙구나."

황제는 재상의 신뢰에 감사를 표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는 파하겠다. 당장 마리아 비를 이곳으로 데려오도록. 그리고..."

어제 한 약속을 기억한 황제는 다른 이름도 하나 추가했다.

"달리아 비도 같이."

같이 사냥을 하러 가기로 했으니 같이 가야겠지.

물론 이번 사냥은 그녀도 좋아할 만한 사냥감이 대상이니 더욱 기뻐할 것이다.

그렇기에 황제는 그녀가 거절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네, 바로 이곳으로 데려오라 지시하겠습니다."

재상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제는 의자에 앉아선 눈을 감고 생각했다.

용이라... 생각해 보면 이상하긴 했다.

'왜 갑자기 용이 나타났을까?'

왜?

다 죽은 줄 알았던 용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 과연 우연일까?

아니면...

용을 다룰 정도의 무언가가 배후에 있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무엇을 감추기 위해서 용이란 수단을 사용한 걸까?

황제는 고민해 보았다. 그러나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곳에서 확인해 보면 되겠지.'

그렇기에 그 고민을 끝낸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늘 뒤에 걸어두었던 검을 꺼냈다.

장식 하나 없는 수수한 묵빛 칼집에서 검을 꺼내자 소름이 돋을 정도의 예리한 칼날이 그 빛을 뽐내기 시작했다.

천지인(?地?)이란 이름의 검은 여전히 그 날카로움을 유지하고 있었다.

황제의 상징이자, 초대 황제인 천무제가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명검.

그 천신이 천무제에게 직접 하사했다고 전해지는 검으로, 사직에서 쓰던 가짜 신검이 아닌 진짜 신검이었다.

황제는 오랜만에 이 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최후의 용을 잡는데 신검만큼 어울리는 검은 드물 테니까.

"재미있구나."

황제는 지금의 상황이 참으로 재미있어서 입가에 미소를 달았다.

마침 사냥을 가려고 마음먹은 때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황제는 어쩌면... 자신이 정말 선제의 말대로 하늘의 사랑을 받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