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 열두 번째 합궁마리프 아사노프
* * *
"작전은 성공인가 본데? 하긴 거대화가 풀리는 모습도 보여줬을 테니까."
남자는 자신의 금안으로 지도를 살펴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엔 보였으니까 지금 황제는 금위대를 복귀시키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황제가 용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라 결론짓고 금위대를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용을 소모한 게 헛일은 아니게 된 모양이었다.
[그런 거 같다. 다행이군.]
참새는 그렇게 말하고는 지도를 보았고, 남자는 지도를 보던 눈을 거뒀다.
이걸로 한시름 던 건가?
그런 생각하던 남자는 자신들의 처지에 새삼 헛웃음이 나왔다.
'황제가 두려워서 쩔쩔매는 꼴이라니... 우리 처지가 말이 아니군.'
인간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던 자신들이... 그 힘으로 인간을 지배하고자 했던 우리들이.
고작 인간의 황제가 무서워서 움츠러든 모습이 참으로 우스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자신들은 힘을 어느 정도 되찾았다고는 해도 약했고, 인간의 황제는 역사에서도 그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했으니까.
[그보다 언제 돌아오는 거냐.]
참새가 남자의 머리를 부리로 쪼며 묻자 남자는 느긋하게 술을 마시면서 대답했다.
"천천히 가자고, 천천히. 급할 건 없잖아."
남자는 참새의 재촉에도 걸음을 서두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차피 돌아가면 그곳에서 박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건 전혀 재미없었으니까.
이왕 나온 김에 좀 더 인간 세상을 즐기고 싶었다.
[정말이지... 마음대로 해라.]
그 대답에 고개를 저은 참새는 더 할 말은 없다는 듯이 그대로 사라졌고, 남자는 술을 마시면서 웃었다.
[어째서... 인간의 편을 드는 거냐! 이 망할 늙은이!]
남자는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천신의 개입은 그 역시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녀가 설마 인간의 편을 들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기에, 요괴들에게 천신의 개입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원래 천신 그 늙은이와는 막역한 사이던 그는 그녀가 자신의 힘마저 빼앗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남자가 느낀 배신감은 다른 의형제들과 요괴들이 느낀 배신감과는 차원이 달랐다.
남자는 자신의 예전 모습을 떠올렸다.
자기 힘을 상징하던 금빛 털은... 힘을 잃고 하얗게 새어 버렸고, 가지고 있던 무구들도 대거 잃어버렸다.
남아 있는 것은... 이 화안금정(火眼??)과 이 봉 뿐.
"그리고 그 망할 늙은이조차도 남아 있지 않구나."
남자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사라진 것은 그런 것들만이 아니었다.
정작 천신 역시 모습을 감추어버렸으니까.
천신의 흔적은 남아 있어도 그녀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게 더 원망스럽긴 했다.
이렇게 사라질 거라면 어째서... 자기 꿈을 방해했나.
인간들을 지배하고, 요괴들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우리 형제들의 야망을 왜 저지했지?
남자는 천신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이젠 대답을 들을 수조차 없었다.
'그 빌어먹을 늙은이. 뒤질 거면 혼자 뒤질 것이지.'
남자는 다시 한번 그녀를 향한 원망을 쏟아 내고는 눈을 감았다.
오늘은 왠지 마음이 몹시 심란하여 남자는 취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일단 옷을 벗으면 될까요오?"
조금 답답할 정도로 느린 말투로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잠시만요오."
느릿. 느릿.
느긋하게 움직이는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답답함을 느꼈다.
옷고름을 푸는 데도 한 세월이 걸릴 거 같았기에 황제는 대신 그녀의 옷고름을 풀어 주며 말했다.
"그냥 있거라."
"네에."
얌전히 대답하고는 그대로 눈을 감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차분하게 그녀의 옷을 벗겼다.
그러자 조금 창백하게 느껴질 정도로 하얀 그녀의 아름다운 나신이 등불 아래 모습을 드러내었다.
체구는 대충 케르와 비슷한 정도지만, 전체적으로 말라서 그런지 그녀가 더 작아 보였다.
동안의 얼굴은 그녀가 성인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지만, 나이는 확실히 성인의 나이였다.
그나마 존재감을 드러내는 적당히 솟은 가슴이 그녀가 그래도 성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요소라고 볼 수 있었다.
"어머, 이제 준비가 끝난 건가요오?"
한참 후, 그제야 자기 옷이 다 벗겨졌다는 걸 깨달았다는 듯이 그녀가 느릿한 말투로 말하자 황제는 그대로 그녀를 쓰러트렸다.
"반응도 느리진 않을까 걱정이구나."
"후후,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아."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 대답이군.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우선 눈에 보이는 부드러워 보이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한 손에 딱 잡힐 정도의 크기. 뜻밖에 탄력적인 그녀의 가슴이 황제의 손에서 형태를 바꿔가기 시작했다.
"후후."
그녀는 별다른 반응 없이 그저 웃는 얼굴로 황제를 보고 있었다.
"왜 웃지?"
"아니 그게 신기해서요오. 누군가가 제 몸을 만지고 있는 상황이요오."
"..."
참 대하기 난감한 여자다.
일단 가슴을 애무하던 것을 멈춘 황제는 목에 키스해보기도하고, 허벅지를 자극해 보기도 했지만 영 반응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아래도 자극해봤는데 조금 반응이 있긴 했지만, 이래서는... 삽입을 하기 적당한 몸 상태를 만들 수가 없었다.
'곤란하군.'
이 여자의 성감대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황제는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그녀의 입술을 만졌다.
"읏."
그때였다.
지금까지 여유롭게 웃고 있던 그녀의 입에서 처음으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입술이라고?'
그 모습을 놀란 눈으로 쳐다본 황제는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매만져 보았다.
"흐읏!"
놀랍게도 반응이 있었다.
약간 창백해 보일 정도로 흰 피부가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그녀는 흥분하기 시작했으니까.
"그, 그게 입술은... 그러니까... 조, 조금 기분이 이상한데요오."
조금 빨라진 말투로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
잘근.
"흐읏!"
그 반응에 황제는 그녀의 입술을 약하게 물면서 혀로 핥았다.
그 행위에 눈에 띄게 반응하던 그녀의 아래가 서서히 젖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황제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면서 아래를 풀어 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부끄러워하던 그녀는 어느새 적극적이 되어서는 마구 입술을 부딪쳐왔다.
오히려 황제가 당황할 정도로 집요할 정도로 입을 맞춰오던 그녀는 입술을 잠시 떼어내더니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입맞춤이 이렇게 좋은거군요."
'...그대가 특이한 것 같다만.'
황제는 속으로 그런 생각하면서도 다시 한번 그녀와 입을 맞춰주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안으로 박아 넣었다.
"흐읏!"
자신의 질 안에 황제의 양물이 들어오자 놀란 듯 몸을 움츠리던 그녀는 조금 인상을 찡그렸지만, 금세 다시 입을 맞춰왔다.
"아프지는 않나?"
잠시 입을 떼어낸 황제가 질문하자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조금 아픈 거 같기도 한데요오."
"한데?"
그녀는 손을 뻗어 황제를 껴안으며 말했다.
"키스해주면 조금 괜찮아질 거 같아요오."
'...이상한 녀석.'
황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입술을 내밀어오는 그녀에게 다시 입을 맞추었다.
찌걱. 찌걱.
아래에서는 허리를 움직이며 그녀의 질 안을 유린하고, 위에서는 혀를 움직여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애무했다.
키스가 더욱더 거칠고 과격해질수록, 그녀는 흥분해서 더욱더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황제는 몹시 뜨거운 그녀의 안에 당장이라도 싸버릴 거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도 계속 허리를 움직였다.
찌걱! 찌걱!
"하읍!"
황제의 움직임이 과격해질 수록, 그녀가 더욱 적극적으로 황제를 껴안으며 키스해오기 시작했고, 결국 황제는 슬슬 사정감을 느꼈다.
퓨숫! 퓨숙!
뜨거운 그녀의 몸 안에 그대로 정액을 뿜어낸 황제는 키스를 끝내고는 그녀의 몸에서 양물을 빼냈다.
"하악... 끄, 끝난 건가요오?"
그러자 정신이 몽롱한 듯, 흐릿해진 눈으로 그녀가 질문하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으음... 그렇군요오."
그녀는 생각보다 그리 아프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황제에게 말했다.
교접도 좋긴 했지만... 그녀에게 정말 좋았던 건 다른 거였다.
"그게... 그러면 혹시이."
"?"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지? 황제가 그런 생각하고 있을 때 그녀가 말했다.
"좀 더... 키스해도 괜찮을까요오?"
묘한 기대감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며 묻는 그녀를 향해 황제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 정도면 어렵지 않...
흡!
허락이 떨어지게 무섭게 느릿한 말투와 달리 그녀가 빠르게 황제를 덮쳤다.
마치 하나가 되려는 듯이 황제를 꼬옥 껴안으면서 그녀는 황제의 입술을 마구 탐했다.
물고, 빨고, 그리고 혀를 넣고 입 안을 마구잡이로 유린했다.
이토록 과격한 키스는 황제도 처음이라서, 당황할 정도로 거칠고, 마치 자신을 잡아먹을 거 같은 압박감마저 느껴졌다.
그렇게... 황제의 열두 번째 합궁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진한 키스와 함께 끝을 고했다.
'...다른 의미로 못 잔 건 이번이 처음이구나.'
다음 날.
황제는 눈밑이 검게 죽어서는 조정에 출근했다.
재상은 그 모습에 무슨 일이 있나 싶었지만... 이젠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합궁에 관한 것은 이미 전부 미령에게 일임해 둔 터였으니까.
재상은 괜히 자신까지 황제에게 그런 걸 물어보면서 폐하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느긋한 모습은 위장이었나...'
황제는 마리프를 떠올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정말 날이 새도록 황제의 입술을 탐했다.
키스하다가 밤을 샜다니. 그 누가 믿을까? 사실 황제도 여전히 이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금위대에 복귀하라는 폐하의 친서를 보냈지만 모두에게 답장이 온 것은 아닙니다. 금위대장에겐 답장이 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대장군의 보고에 황제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금위대장께선 친서를 받을 수 없는 위치에 계신 게 아닌지..."
조심스러운 대장군의 추측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금위대장은 아직도 북쪽을 조사 중인 모양인가 보구나. 그곳의 조사가 끝나면 친서를 읽고 복귀할 테지. 다른 일은?"
황제는 그리 답하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받을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게 아닌,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라면?
황제는... 알 수 없는 불길함을 애써 억누르면서 회의를 계속 진행했다.
이 불안이... 그저 기우이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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