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열세 번째 합궁레오니 비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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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륜족이 자리 잡은 제국 서부의 잔타라 지역.
그 지역에서도 화염 주술의 성지라고 불리는 파티아 화산 지대에 위치한 쿤룬 가문의 본가에서 나르타는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떤가요? 이곳에 적응하는데 무리는 없으셨는지요?"
나르타는 진륜족이 자리 잡은 제국 서부의 잔타라 지역의 기후를 생각하며 앞에 있는 손님에게 물었다.
이곳은 조금 습해서 건조한 지역에서 살던 그녀와는 잘 안 맞을 수도 있었으니까.
'설마 날 따라올 사람이 이렇게 있을 줄은...'
나르타는 자신을 따라와 준 손님들이 있다는 것에 조금 놀라고 있었다.
주술 공부를 하겠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였는데... 동행해준 손님이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그 손님 중 한 명인 세헤라자드는 그녀의 질문에 차를 마시고는 느긋하게 대답했다.
"제가 살던 곳은 더운 사막 지역이라 그런지.... 그래서 그런지 참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히려 혹 제 방문이 무례가 된 게 아닐까 우려가 되옵니다."
"그럴 리가요. 오히려 같이 갈 사람이 있어서 참으로 기뻤답니다."
그런 세헤라자드의 겸손한 말에 나르타는 바로 손사래를 쳤다.
설마 세헤라자드가 따라오겠다고 할 줄은 몰랐지만, 솔직히 나르타는 같이 갈 말동무가 생겨서 조금 기뻤으니까.
"그렇다면 다행이옵니다."
세헤라자드는 그 말에 순수하게 기뻐하면서 다시 차를 마셨다.
나르타는 그런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짓고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건 주술책이옵니까?"
"네, 아무래도 주술에 관련된 서적은 본가에 더 많을 수밖에 없는 터라... 아쉽긴 하네요."
나르타는 황제와 떨어져 있는 게 조금 아쉬운 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세헤라자드는 그런 그녀의 심정에 공감했다.
"호오, 이거 보거라. 본녀는 이런 발상은 생각도 못 했었는데..."
그때 한참 저쪽에서 책을 읽고 있던 마리아가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런 방식이라니. 참신해. 주술사의 발상은 때때로 보면 재미있구나."
마리아는 웃으면서 다른 책에 손을 뻗었다.
나르타는 그런 마리아를 보면서 질린 듯이 웃어버렸다.
또 다른 손님은 바로 마리아로 나르타가 본가로 돌아간다고 할 때 가장 먼저같이 가고 싶다고 말한 게 그녀였다.
대륙 마법사 중 최고라 평가 받는 위대한 대마법사.
어쩌면 주술의 가장 반대편에 서 있어야 할 사람이 이토록 주술에 우호적인 건 놀라웠지만...
'하긴 그녀는 극단적인 마법 원리주의자도 아니니까요.'
마법만이 진정한 진리라고 믿는 극단적인 마법 원리주의자는 겔만보다는 프리아쪽에 많은 편이라고 들었다.
주술 반대파도 당연히 그쪽에 많았다.
하긴... 겔만 마법의 선두 주자인 대마법사가 저렇게 주술에 우호적인 입장이면 겔만족 처지에선 마냥 주술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힘들 테지.
나르타는 마리아의 행동을 보고 왜 겔만에서 마법 원리주의자가 적은지 이해할 수 있었다.
'좀 더 이들하고 친해지면 좋을 텐데...'
나르타는 그들을 보며 조금 욕심이 났다.
투르크족의 술탄의 손녀도, 겔만족 최고의 대마법사도, 모두 친해져서 나쁠 게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다.
나르타는 이번 기회에 그들과 좀 더 친해지고 싶었다.
물론...
'지금은 공부가 먼저지만요.'
나르타는 일단 다시 자신이 공부하고 있던 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더 먼저였으니까.
"검강 사용자가 이리 많았던 적이 있는지...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입니다."
재상이 기쁜 듯 중얼거리는 부분에는 황제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황제가 봐도 지금은 역사상으로 살펴봐도 검강을 사용할 정도로 뛰어난 무인이 많이 모습을 드러낸 시기였다.
원래 그 정도의 강자는 자신을 드러내는 걸 별로 원하지 않는다.
자신의 경지를 드러내서 얻는 이점보다 손해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문관들은 이렇게 자신을 드러낸 강자가 많을수록 그 시대의 황제가 덕이 높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은 경지를 드러내지 않는 은둔 고수들이 자신의 경지를 드러내게 만들 정도로 황제가 뛰어난 인물이어서 강자들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믿은 것이다.
'그런가...?'
황제는 솔직히 그것과 상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재상이 기뻐하니까 그리 생각하게 둘 뿐.
"금위대장은 여전히 소식이 없나?"
황제는 여전히 소식이 없는 금위대장을 생각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습니다. 걱정이군요. 일단 북부로 마법사들을 보내두었습니다. 그들과 만나면 분명 복귀할 겁니다."
재상도 아직도 복귀하지 않는 금위대장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게 아니라면, 분명 마법사들을 보내두었으니 그들과 만나서 복귀할 것이다.
그렇기에 황제는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럼 짐은 이만 가보지."
"아, 시간이 시간이군요. 그럼 소신은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이제 합궁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황제는 덤덤하게 걸음을 옮겼다. 처소로 가는 발 걸음은 조금 무거웠다.
드르륵.
처소의 문을 열자 황제를 반긴 것은 긴 머리를 풀어놓고, 정좌한 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레오니의 모습이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
말투에서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게 무슨 전쟁에 나가는 장수를 보는 듯했다.
스륵.
그녀는 말없이 일어나더니 갑자기 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녀와 어울리지 않던 새하얀 원피스가 벗겨지고, 그 속에서 그녀의 이미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레이스가 달린 검은색 속옷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체적으로 마르고 잘 단련된 몸매가 황제의 눈에 새겨졌다.
스륵.
그녀는 속옷마저 전부 벗고는 알몸이 되어서는 그대로 준비되었다는 듯이 무릎을 꿇고 앉아서 눈을 감았다.
"준비 되었습니다. 얼마든지 제 몸을 사용해주시면 됩니다."
"...그래."
이건 또 상당히 부담스러운 유형이구나.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일단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자연스럽게 황제의 아래에 깔리는 모양새가 된 그녀는 눈을 뜨고는 황제를 보았다.
호수처럼 맑은 벽안이 묵묵히 황제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꾸욱.
황제는 그녀의 작게 솟은 가슴을 애무하며 그녀의 긴 백금발을 쓰다듬었다.
"아름다운 색이구나."
백금발이라... 황제가 그녀의 머리색에 감탄하며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칭찬 감사합니다."
"잘 단련된 것이. 단련에 힘을 많이 썼구나."
황제는 그녀의 팔을 만지고, 다음에 그녀의 복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전체적으로 근육이 잘 발달한 것이 단련을 제대로 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것이 황제의 눈에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게 보였다.
지금까지 만난 여인 중에서 그녀보다 육체적으로 단련이 잘 된 여인은 본적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여화는 근육이 잘 발달하긴 했지만 몇몇 부분에선 조금 단련이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었으니까.
"그, 그렇습니까?"
단련에 대한 칭찬에 처음으로 레오니의 무표정한 얼굴이 깨졌다.
순수하게 기뻐하는 얼굴.
그 미소를 보면서 황제는 그녀의 봉긋 솟은 분홍색 유두를 입에 물었다.
"흣!"
갑작스러운 황제의 행동에 그녀가 작게 신음을 내자 황제는 더욱 집요하게 유두를 괴롭혔다.
혀로 유두를 굴리면서, 다른 쪽의 유두는 가볍게 꼬집듯이 쥐었다.
"흐읏! 하악!"
그 행동에 눈에 띄게 얼굴이 붉어진 레오니가 신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역시... 이 여자는 유두가 제일 약한 것 같았다.
황제는 그렇게 한참 유두를 괴롭히면서도 아래를 차분하게 풀어 주었다.
손가락을 넣고,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그녀가 받아들일 준비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럼 넣으마."
충분히 준비된 그녀의 아래를 보면서 황제는 삽입을 준비했다.
푸욱!
"으읏! 폐, 폐하."
레오니는 자기 안을 가득 채운 황제의 물건을 느끼면서 그대로 황제의 목을 끌어안았다.
찌걱. 찌걱.
팔로 몸을 지탱한 황제는 그녀의 반응을 보면서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폐하...! 저, 전 준비가 되었.., 흐읏!"
레오니는 황제를 보았다.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황제는 차분했고, 냉정을 잃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열락에 젖어서 헐떡이는 건 자신이었다.
레오니는 이런 것에서도 자신과 차이가 느껴지는구나 싶어서 참으로 신기했다.
과연 누가 저 남자의 평정을 무너트릴 수 있을까?
그 어떤 상황에서도 태연할 수 있을 거 같은 저 남자의... 얼굴을 무너트릴 수 있는 여자는 누구일까?
레오니는 문득... 그 여자가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꼬옥.
"페하..."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일까?
자신이 반한 것은... 분명 황제의 검일 텐데...
"폐하,,,!"
왜 점점 다른 것을 원하게 되는 걸까?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걸까?
레오니는 스스로도 알지도 못한 채... 그녀 황제를 부르며 쾌락에 잠겼다.
다음 날 아침.
황제는 눈을 뜨자 옷을 완벽하게 갈아입은 레오니를 보고는 말했다.
"잘 잤느냐?"
"네, 폐하께서는 기침 하셨습니까."
어젯밤. 레오니는 한 번의 합궁 이후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궁녀가 깨우려 하는 것을 그냥 갈아입을 옷만 두고 내버려 두라 지시했더니... 일어나고 나서 그 옷으로 갈아입은 모양이었다.
"그래, 짐은 이제 조정에 간 뒤 회의가 끝나면 단련을 하려 하는데 같이 하겠는가?"
"꼭 하고 싶습니다."
레오니가 그 제안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황제는 웃었다.
아무래도 새로운 동료가 생긴 거 같았으니까.
"짐이 좀 늦으면 여화 비와 먼저 단련하고 있어도 좋다."
"알겠습니다."
레오니는 황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방을 먼저 나섰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이 묘하게 기뻐보이는 것은 아마 기분 탓이 아니리라.
'하긴 언제든 함께 단련할 강자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니.'
이해 못 할 건 아니다.
당장 황제도 그녀와 같은 상황이었으면 비슷한 기분이었을 테니까.
'진... 그러니까 돌아와라.'
많은 이들과 검을 섞어보았지만, 여전히 황제의 눈에 가장 차는 것은 그였다.
그렇기에 황제는 얼른 모용진이 돌아와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와... 다시 검을 겨루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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