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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의무방어전-70화 (70/235)

〈 70화 〉 전하고 싶은 것

* * *

[약속이야?]

단발머리의 소녀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수도의 전경이 보이는 높이 솟은 산 정상에서... 소녀는 소년에게 말하고 있었다.

[나중에 다시 이곳에 오면... 전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소녀의 말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언젠가 다시 이곳에 오자.]

그 약속은 소녀의 가슴속엔 그대로 남았지만...

애석하게도 소년은 그 약속을 지금까지 잊고 있었다.

'그래... 기억나는군.'

그 소년이었던.

진위는 오르테가를 따라 걸으면서 익숙한 산길에 그때를 떠올렸다.

황궁의 뒤쪽에 자리하는 이 높은 산은 황실 소유의 산이나 민간인들도 자유롭게 출입하며 장작을 구하거나 하는 곳이었다.

이 산의 정상에선 수도의 정경이 고스란히 보이기에 명소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그 광경을 보겠다면서 자신을 이끌고 오르테가는 이 산을 올랐었다.

왜 이걸 잊고 있었지?

언젠가... 다시 이곳에 같이 오기로 분명 약속했는데.

진위는 이제야 그 약속을 기억해냈다.

"그래... 약속했었지."

"그걸 이제야 기억하는 거야? 서운한데."

오르테가는 서운하다 말하면서도 실실 웃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진위는 궁금해서 질문했다.

"왜 웃지?"

"아니 그냥... 이렇게 같이 걸으니까 옛날 생각나고 좋아서."

참 별난 녀석.

하지만 진위 역시 이 녀석과 함께하는 게 그리 싫진 않았다.

많은 비들이 있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테지만... 아마도 이 녀석만큼 편안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비는 없겠지.

진위는 그리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옛날 생각이 나는 구나. 그때의 너는 강했고. 그렇기에 나는 너를 따라잡고 싶었지."

지는 게 분해서, 더욱 검을 쥐었고, 녀석을 따라잡겠다는 일념으로 미친 듯이 시간을 불태웠다.

그리고... 마침내 녀석을 이겼을 땐.

진위는 정말이지 최고로 기분이 좋았었다.

"그 어떤 때보다 기분이 좋았어. 널 이겼던 그날은."

"그, 그래? 그 정도였나...?"

오르테가는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 그녀는 검은 잘 모르고, 이젠 딱히 관심도 없었으니까.

여화는 자꾸 자신과 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오르테가는 솔직히 애초에 검을 배운 것도 이 녀석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배웠던 거라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사라져 버렸다.

"나르타의 본가가 있는 곳은 온천이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언제 한 번 같이 갈까? 다 같이."

"비들을... 다 데리고 말이냐?"

진위가 질린 얼굴로 되묻자 오르테가는 해맑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기왕이면 모두 친해지는 편이 좋잖아."

'...보통은 경쟁자지만.'

이 녀석한테는 그런 것도 의미가 없나 보구나.

진위는 그런 생각하며 웃었다. 솔직히 그게 녀석답다면 녀석다워서 그는 보기가 좋았다.

"그래, 그러자."

나쁠 건 없겠지.

어느새 정상에 도착한 진위는 황실에서 만들어두었던 전망대에 올라서는 수도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수도의 전경이 한눈에 내다보였다.

"이곳을 관리하는 사람도 참으로 힘들겠구나."

꽤 높은 산인데... 여전히 관리가 잘 된 것이 이곳을 관리하는 사람이 참으로 힘들듯했다.

진위는 그 관리하는 사람을 살짝 동정하면서 모처럼 본 아름다운 광경을 감상했다.

"예쁘네."

오르테가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작게 감탄했다.

거리를 밝히는 등불들이 별처럼 반짝이고, 건물들은 한 폭의 그림이 되어 그것에 동화되었다.

그 광경은 정말 아름다워서... 오르테가는 한참을 자기 목적도 잊고는 멍하니 그 광경을 감상했다.

"벌써... 어두워졌네."

눈은 여전히 오고 있는데.

어느새 산에는 밤이 찾아왔다.

밤의 산이 위험하다는 건 어린 애도 아는 사실이지만...

오르테가는 이런 산 위에서도 밤이 무섭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이 걱정되지도 않았다.

녀석이 옆에 있었으니까.

그 어떤 것보다도, 든든한 사람이 옆에 있었으니까.

오르테가는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뭐라도 마실 것을 들고 오는 게 나았을까?"

여전히 풍경을 감상하면서 진위는 아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질문이긴 했으나, 딱히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은 아닌 듯 진위는 딱히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는 풍경을 보며 감탄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약속... 기억해?"

오르테가는 그런 진위의 어깨에 가볍게 기대면서 물었다.

그 약속.

어릴 땐 차마 부끄러워하지 못했던, 그래서 전하지 못했던.

진심을 언젠가 전해주겠다고.

분명 그렇게 약속했다.

'말할 수 있을까?'

어른이 되었지만, 솔직히 지금도 진심을 전하는 것은 너무나도 부끄럽고, 그래서 오르테가는 세헤라자드가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자신은 지금도 이렇게 입을 열려고 하면 숨이 턱 막히는 데.

심장이... 이토록 뛰어서 숨을 쉬기조차 벅찬데. 그렇게 진심을 전할 수 있었던 걸까?

오르테가는 비법이 있다면 꼭 들어두고 싶을 정도였다.

'긴장했나?'

진위는 그런 오르테가의 동요를 느꼈지만,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녀석이 할 말을 기다리고 있을 뿐.

"그러니까..."

오르테가는 진위를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전혀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

그러니까... 이 고백에도 흔들리지 않겠지.

그런 남자니까.

오르테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서서히 입을 열었다.

닿은 부분에서 느껴지는 그의 온기는 따스했고, 잔잔하게 울리는 심장 소리는 미친 듯이 뛰고 있는 그녀의 심장 소리와는 완벽하게 대조되었다.

"내가..."

두근.

여전히 입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몸이 자기 것이 아닌 것처럼. 오르테가는 도저히 입을 뗄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두근.

자신을 덤덤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녀석의 그 신비로운 금안을 보는 순간.

오르테가는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입을 열고 말았다.

"널 좋아해."

그동안 담아두었던, 그런데도 계속 전하고 싶었던.

단 하나의 진심을 입에 담으면서, 오르테가는 정말이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어라?'

오르테가는 자기 고백에 녀석이 늘 그랬듯이 재미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럴 줄 알았다던가, 그럼 그때 한 말은 거짓말이었던 거냐? 같은 밉살스러운 말이나 지껄일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녀석의 얼굴은... 오르테가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런 얼굴이었으니까.

화아아악!

혹시 터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붉어진 얼굴로, 흔들리는 눈동자로, 오르테가를 내려다보고 있던 진위는 작게 입을 열면서 처음으로 오르테가의 시선을 피했다.

"완전... 제대로 당했어."

진위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전혀 생각도 못 한 고백이었다.

그야말로 불시에 일격을 당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한 건...

세헤라자드로 이미 경험했다.

하지만 다른 녀석도 아니고 이 녀석이 그런 말을 입에 담는 건 진위에게도 꽤 특별했기에, 그녀의 말은 세헤라자드가 한 고백과는 차원이 다른 파괴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만큼 진위는 나름 그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그녀가 자신에게 이런 고백을 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야말로 급소를 찔린 기분이었다.

"언제부터..."

애초에 언제부터지?

진위는 그녀를 친구라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그녀의 이런 감정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어, 어릴 때부터인 게 당연하잖아! 이 바보야. 그것도 눈치 못챈 거야?"

'...그렇다면 그건.'

다른 비들에게서도 가끔 느껴지는 그 알 수 없는 기운을 뿜어내는 감정은.

지금 오르테가에게서 진하게 느껴지는 이 기운의 정체는.

진위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도저히 표정을 관리할 수가 없었다. 생각도 정리가 되지 않고 자꾸만 머리를 어지럽혔다.

"잠시... 잠시 생각을 좀 하자."

오르테가는 그 반응이 참으로 신선했다.

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녀석이라 생각했다.

언제나... 그 무표정한 얼굴로, 남의 고백 따윈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녀석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표정이 망가질 수도 있는 녀석이었구나.

오르테가는 참으로 신기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좀처럼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는 녀석이었으니까.

그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 자신의 고백이라는 것에 오르테가는 묘한 승리감까지 느껴졌다.

"후후."

"...?"

오르테가가 갑자기 웃기 시작하자 진위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왜, 왜 웃지?"

당황한 녀석의 얼굴을 마음껏 감상하면서 오르테가는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왠지 자신이 이긴 거 같았으니까.

"너도 날 좋아하는구나?"

"...!"

그 말에 진위는 순간 속에서 무언가 울컥하는 분노를 느꼈지만, 분한 것은...

'부정하기가 힘들군.'

부정할 수가 없다는 게 더욱 분했다.

애초에 저 녀석의 말에 당황한 것부터가... 그 증거라는 걸 부정할 정도로 그는 뻔뻔하지 않았으니까.

'언제부터... 인거지?'

저 녀석이 어릴 때부터 자신을 좋아했다면 자신은 언제부터... 녀석에게 마음이 있었던 걸까?

정말 믿기 힘들지만,

진위는 자신이 그녀에게 어느 정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이게 사랑이라는 감정이라면... 아마도 분명 그때부터 일 것이다.

'...아마도 그때겠지.'

처음으로 녀석에게 졌을 때.

자신을 이긴 녀석의 검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을 때.

분명 그때 말고는 없을 거다.

아마도 그때 이미 자신은... 그녀의 그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던 걸지도 모르겠다.

'끔찍한 악몽 같군.'

그 사실을 자각하자 진위는 당장에라도 혀를 깨물고 죽고 싶어졌다.

'적어도 이 녀석이 그 사실은 모르면 좋겠는데...'

다른 건 몰라도 이 사실은 절대 저 녀석에게 알려지면 안 된다.

진위는 속으로 굳게 다짐하면서 오르테가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꾸욱 눌렀다.

"무슨 짓이야!"

"그냥, 얄미워서."

화를 내는 오르테가의 부드러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진위는 그제야 사랑이 뭔지 조금 알 거 같았다.

정말이지... 내키지 않는 상황에서 말이다.

­­

"폐하의 첫사랑? 그런 게 있을까?"

아직 근원은 찾지 못한 채... 모닥불을 피우고 있던 모용진은 바보 같은 세르나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첫사랑. 첫사랑이라...

사랑도 잘 모르는 폐하께서 그런 게 있을진 모르겠지만 있다면...

'오르테가겠지.'

애초에 한 명 밖에 없었다.

어릴 적.

오르테가에게 지고 나서 폐하는 한동안 그녀 이야기밖에 하지 않았다.

늘 폐하의 시선은 그녀를 쫓고 있었고, 검을 휘두르면서도 그녀를 이길 생각 밖엔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때 이미 폐하께선 자신도 알지 못한 채 첫사랑을 했던 걸지도 모르지.

모용진은 폐하가 아니니 확실하게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러는 너는 있냐?"

"네? 저, 저요?"

갑작스러운 모용진의 질문에 세르나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설마 그 화살이 자신에게도 튈 줄은 생각도 못했으니까.

"왜 그렇게 당황해?"

모용진은 그녀가 너무 당황하자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자기가 먼저 꺼낸 화제면서 저렇게 당황하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까.

"아, 아니 그게..."

세르나는 머뭇거리면서 모용진의 얼굴을 힐끔 훔쳐보았다.

'눈앞에 있는데 그걸 어떻게 말해요!'

세르나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면서도 도저히 대답할 수 없어서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고, 모용진은 그 모습을 보고는 대충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있겠냐. 기대도 안 한다."

"그, 그러는 대장은 있어요?"

대놓고 자신을 무시하는 모용진을 보며 세르나가 따지듯이 묻자 모용진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런 그는 분명 누군가를 회상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때는 내가 막 약관을 넘겼을 때였지. 그녀는 밤하늘의 달처럼 아름다웠어."

'있어?'

세르나는 대장에게 진짜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대장의 첫사랑이라니 정말 궁금한 소재였으니까.

"나는 홀린 듯이 그녀를 보았고, 그녀도 날 보았지. 그때 얼마나 기뻤는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같이 외출도 했어. 그녀와 먹던 식사는 참으로 맛이 있었고, 그녀를 위해선 산 꽃은 아름다웠어. 그 꽃을 바치면서, 나는 그녀와 미래를 약속했었지. 그랬었는데..."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세르나의 질문에 모용진은 덤덤하게 말했다.

그런 모용진의 얼굴엔 이젠 슬픔조차 옛날이라고 말하는 듯한 덤덤함이 느껴졌다.

"죽었어. 아버지한테."

"..."

전혀 생각도 못 한 대답에 세르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고, 모용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그러니까... 야만족 노예였거든."

제국은 기본적으로 노예를 금하지만 뭐든 예외가 있는 법이다.

그 예외가 바로 전쟁 노예.

그녀는 전쟁에서 지고 모용가로 잡혀 온 야만족 노예였고, 모용진은 그럼에도 그녀를 사랑했다.

그는 사랑에 신분 따윈 사소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유서 깊고 긍지 높은 모용가의 장자가 한낱 야만인 노예를 사랑한다는 사실에 분노한 모용철은 그녀를 모용진이 보는 앞에 처형했고, 모용진은 그 뒤로 다른 여자와 결혼 이야기는 입에 담지도 않았다.

그녀가 죽은 그 순간부터, 모용진은 다른 여자를 사랑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그, 그게..."

"괜찮아. 옛날 일이니까."

모용진은 그녀의 얼굴을 오랜만에 떠올려 보았다.

절대 잊을 수 없을 거로 생각했던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흐릿해져 버렸다.

그녀를 사랑했던 감정도, 슬펐던 감정도, 아버지를 증오하던 감정도, 전부 시간이라는 약물에 희석되어 버렸다.

"할 이야기는 다 한 거 같은데 슬슬 자라."

"...네."

어두워진 분위기를 느끼고 세르나가 순순히 잠을 자기 위해 눕자 모용진은 그런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하여간... 이상한 녀석.'

이런 곳에서도 저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배짱은 참으로 부러웠다.

당장 모용진은 이곳에서 느껴지는 소름 끼치는 기운에 다른 이야기는 꺼낼 생각도 못 했으니까.

'타라... 너랑 참 많이 닮았어.'

그는 세르나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물론 외모는 하나도 닮지 않았다.

동안인 녀석과 달리 그녀는 성숙함이 느껴지는 미인이었고, 나이도 자신보다 많았으니까.

하지만... 분위기는 정말 많이 닮았다.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특유의 친화력도,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말하는 그 배짱도.

[전... 그를 사랑한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그게 자신이 죽는 상황이라도 그녀는 자신의 뜻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여자였고, 세르나도 비슷한 종류의 여자였다.

모용진은 가끔 세르나에게서,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했다.

어쩌면 그래서 이 녀석을 굳이 관리하겠다고 데리고 왔을지 모르겠다.

모용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나도... 널 사랑했던 걸 후회하지 않아."

그때는 그녀에게 대답해주지 못했던, 전하지 못하고 한참을 가슴에 품어왔던 그 대답을 조용히 내뱉으면서.

모용진은 내일을 준비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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