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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의무방어전-80화 (80/235)

〈 80화 〉 강력한 우승 후보

* * *

콰앙!

"!"

레오니는 갑자기 자신의 팔에서 느껴지는 충격에 눈을 크게 떴다.

반사적으로 방패로 막았기에 망정이지... 못 막았으면 그대로 승부가 결정 났을 것이다.

'분명 거리가 있는데?'

레오니는 자신을 공격한 것의 정체를 깨닫고는 경악했다.

방금 공격은 바로 저 거리에서 날아든 브레드의 찌르기였으니까.

단순한 찌르기였는데 브레드의 찌르기는 거리를 초월했다.

'과연...'

황제는 그 기술을 보면서 감탄했다.

대단한 기의 활용이다.

"?"

옆에 있던 오르테가가 방금 상황을 보고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자 나르타가 대신 설명해주었다.

"단순한 찌르기가 아닌, 기를 사용한 찌르기 같아요."

나르타는 검은 잘 몰랐지만... 저건 솔직히 검술보단 주술 같았다.

"그런 게... 가능해?"

오르테가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하자 황제는 저 녀석도 분명 한때는 검을 배웠었는데... 그런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지. 하지만 거리가 멀 수록 위력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분명 그럴 텐데..."

보통은 저렇게 기를 날리는 공격은 거리가 벌어질 수록 위력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브레드의 찌르기는 그 위력이 전혀 줄지 않았다.

그야말로 놀라운 기술.

과연... 결투의 대가라더니 당장 레오니는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콰앙! 콰앙!

그야말로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는 찌르기가 레오니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레오니는 그 눈으로 쫓기도 힘든 속도로 날아드는 찌르기는 반사 신경으로 전부 방패로 막아내고 있었다.

"잘 막는데?"

오르테가가 그 모습을 보면서 감탄했다.

확실히 엄청난 찌르기였지만 레오니는 그 찌르기를 전부 방패로 막아 내고 있었다.

"레오니는 토기가 강한 여인이다. 토기는 안으로 수렴하고 발산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지."

황제는 아무리 방패로 막고 있다고 해도 너무나도 잘 버티는 레오니의 비밀을 알아차리고는 말했다.

저 충격을 온전히 감당했으면 버티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레오니는 토기가 강한 여인. 토기의 성질을 이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토기는 수렴하고 발산하는 성질을 지녔으니까.

즉 레오니는 그 성질을 이용해 상대의 공격이 가진 충격을 받아들인 뒤 자연스럽게 외부로 발산하는 것으로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브레드는 황제와 같은 수기가 강한 사람이다. 실제로 저 찌르기의 비결은 수기의 특성을 활용하여 기를 응축하고 단단하게 결속하여 찔러내는 것이니까.

즉 브레드는 응축하고 결속하려는 수기의 성질을 이용해 저 정도의 날카로운 원거리 찌르기 기술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 기술은 확실히 놀랍지만...

"애초에 수기는 토기와 상극이다."

상성으로 치면 그리 좋은 상성은 아니었다.

흙은 물을 막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애초에 기의 상성으로만 치면 레오니가 브레드보다 유리한 셈이다.

"폐하도 수기 아닌가요?"

나르타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오르테가도 공감을 표했다.

"그럼 레오니한테 폐하도 불리해?"

"기의 상성만 놓고 보면 그렇겠지."

오르테가의 말에 황제는 덤덤하게 말했다.

기의 상성만 놓고 보면 그렇겠지만...

"허나 그런 상성으로 메울 수 없는 격차란 게 있는 법이다."

황제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애석하게도 그녀와 자신은 그 상성을 뒤집을 수 있는 거대한 차이가 있었으니까.

그걸 오르테가는 아니꼬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쳇! 결국 자랑이었어."

오르테가가 심술을 부렸으나 황제는 깔끔하게 무시했다.

케르는 무카의 경기에만 관심이 있는지 고양이의 모습으로 황제의 머리에 웅크리고 앉아서는 잠을 자고 있었고, 달리아는 더 가까이에서 보겠다더니 저 아래에 있는 관중석에서 구경 중이었다.

세헤라자드는 나르타와 대화하는 데 더 집중하는 모양이고, 다른 비들은 관심이 없다고 애초에 오지 않았다.

황제는 자신처럼 제대로 저 수준 높은 경기를 봐줄 사람이 없는 거 같아서 서운해지려고 할 때 황제의 바로 옆에 앉아 있던 황태후가 입을 열었다.

"이대로 가면 승부가 재미있어지겠군요. 황상. 거리를 좁히면 승부가 날 겁니다."

그 말에 황제는 기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어머니는 제대로 경기를 보고 있는 모양이었으니까.

"그렇습니다. 역시 황태후께서는 경기를 제대로 보고 계시군요."

그 말대로... 확실히 레오니는 점점 전진하고 있었고, 브레드의 공격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둘 사이의 거리에 관중들도 집중하는 것이 느껴졌다.

'접근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믿는 건가?'

레오니가 그 모든 맹공을 쳐 내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 황제는 속으로 생각했다.

확실히 그렇게 생각할 만 하다.

브레드가 갈고 닦은 기술은 적을 먼 거리에서 공격하는 기술이고, 굳이 검사가 저런 기술을 갈고 닦았다는 건 근접에서는 취약한 점이 있다고 생각할 여지가 존재했으니까.

황제도 판단 자체는 나쁘지 않다 여겼다.

그리고 실제로도 둘의 거리가 좁혀지면 그 순간이 바로 승부가 나는 순간이었다.

카앙!

그 순간 레오니가 브레드에게 접근해서는 찔러오는 사브르를 방패로 쳐 냈고, 그의 가슴이 열리는 동시에 레오니의 검이 브레드를 향해 내리쳐졌다.

후웅!

"이런..."

브레드는 설마 자신이 접근을 허락할 줄은 몰랐다는 듯이 놀라며 그 검을 몸을 옆으로 틀어서 피해냈다.

역시 브레드는 근접에 약한 것이 아니었다. 그 대처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웠으며, 신속했으니까.

빠각!

"이만하면 되었습니다. 저한테 이렇게 접근한 사람은 비 전하께서 처음이십니다."

그렇게 말한 브레드는 어느새 회수한 사브르의 손잡이로 레오니의 관자놀이를 제대로 가격했다.

비틀!

"...아직."

그러나 레오니는 잠시 비틀거리고는 그대로 버티고 섰다.

설마 저 공격을 버틸 줄이야?

브레드의 눈이 커졌으나 레오니는 포기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푸아악!

"허..."

브레드는 그대로 검에 베인 자기 가슴을 보면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정장이 찢어지고, 베인 곳에서 피가 흘러나왔으나 브레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그녀를 기절하게 만들 생각으로 관자놀이를 때렸음에도 그것을 버텨 낸 그녀의 정신력에 할 말을 잃어 버렸으니까.

'이 정도밖에...?'

레오니는 황망한 표정으로 브레드의 상처를 보았다.

상처가 너무 얕았다. 그래서는 안 되었다.

물론 죽여선 안 된다는 조건 때문에 검강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확실히 검기를 썼다.

좀 더 깊이 벨 생각은 있었으니까.

그런데...

약간 베인 것으로 끝났다. 그 격차가... 레오니는 믿어지지 않았다.

우득!

그 순간 브레드의 무릎이 정확히 레오니의 복부에 적중했다.

"...정말이지 대단한 정신력. 이탈리족에 이 정도의 전사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칭찬해드리죠."

결투 중에선 처음으로 다친 자기 몸을 보며 브레드는 의식을 잃고 허물어져가는 레오니에게 경의를 표했다.

비록 여기서 쓰러질지언정 그녀는 과연 경의를 표할 만한 전사였다.

털썩!

"승자는... 브레드 엔서니."

...와아아아아아아아!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승리를 선언하자 둘의 결투를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던 관중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이게 바로 결투에서 무패를 자랑하는 결투의 대가에 솜씨인가...

황제는 레오니가 안타까웠지만, 그녀에겐 벅찬 상대였다는 걸 인정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저 남자는...

분명한 우승 후보 중 하나라고.

"두 번째 경기는..."

황제는 의원들에게 이끌려서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리아의 치료 받는 레오니를 흘끔 봐주고는 다음 상대를 호명했다.

"김유선."

화아악!

자기 이름이 호명되자 김유선은 자신의 기를 숨기지 않으며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주변의 온도가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과연... 대장군이군. 굉장한 화기였다.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다음 제비를 뽑았다.

"그 상대는... 무카."

"냐아아!"

자기 이름이 호명되기 무섭게 기합을 내지르며 경기장 위로 뛰어서 올라온 무카는 바로 자세를 잡았다.

'언제 봐도 살벌한 기운이군.'

황제는 무카에게서 흘러나오는 거친 투기를 보며 감탄했다.

상대를 위압하는 저 투기가 바로 무카의 가장 큰 무기다.

"...허허, 그 고명한 묘왕을 상대해야 하다니. 곤란한 일입니다."

그런 무카의 기운을 느낀 대장군은 허허 웃더니 곧 진지한 얼굴로 자세를 잡았다.

그런 그의 손에는 어느새 뽑힌 환도가 추욱 늘어진 채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럼 시작하도록."

황제의 시작 신호가 떨어지자 무카가 바로 김유선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앙!

"이런! 기운이 넘치시군."

대장군은 무카의 내려찍기를 몸을 돌려 피하고는 환도를 휘둘렀다.

콰득!

그러자 무카는 자신에게 휘둘러진 환도를 이빨로 콱 물었다.

우득!

'강철보다 단단하군.'

도신에 금이 가려고 하자 김유선은 환도에 불꽃을 피워 올렸다. 이대로 무기를 잃으면 승부가 어려워질 건 자명했으니까.

화륵!

"뜨, 뜨, 뜨!"

환도에서 불꽃이 피어나자 무카는 당황한 얼굴로 검을 뱉어내고는 거리를 벌렸다.

"혀! 혀! 데였다냐!"

"..."

멍청이인가?

김유선은 그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추격은 생각도 못 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묘왕 무카...

대륙 최고의 격투가는... 아무래도 머리가 그리 좋진 않은 모양이었다.

­­

"...저 멍청이가."

대기실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바아간은 무카의 한심한 모습을 보면서 이마를 감싸 쥐었다.

정말이지 저 녀석과 친구라는 게 수치스러울 정도였다.

"호오! 그야말로 비스트군요."

리처드는 무카의 행동을 보면서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전혀 생각이라는 걸 안 하는 거 같은 짐승과도 같은 무카의 행동은 리처드가 보기엔 꽤 유쾌해 보였다.

"아, 빅토리! 축하합니다. 브레드 장군."

"...여유롭군. 당연히 자신이 우승할 거라는 듯한 얼굴이야."

간단한 치료를 받고 대기실로 돌아온 브레드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축하 인사를 건네는 리처드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도 당연히... 자신이 우승할 거라 믿는 듯한 저 오만한 얼굴을 당장에라도 박살 내고 싶었다.

"이런 이런. 단단히 밉보인 모양이군요."

그걸 본 리처드는 고개를 젓고는 대검을 들었다.

"뭣 하면 미는 지금도 가능합니다만."

오싹!

그 순간 리처드에게서 흘러나온 살기가 이 대기실을 지배했다.

환여화는 자신도 모르게 그 살기를 느끼고는 검을 뽑아 들었고, 환명호는 어느새 리처드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으며, 브레드는 사브르로 리처드의 심장을 겨냥하고 있었다.

바아간은 삼지창으로 리처드의 대검을 봉쇄했으니... 사실 이 대기실에 있는 전부가 반사적으로 리처드를 적으로 인식한 셈이었다.

"...무슨 짓이지?"

바아간은 싸늘한 어조로 말했고, 환명호는 검을 더욱 가까이 들이대며 말했다.

"그 살기는 무슨 의미입니까. 국경 방위 사령관. 그 경우에 따라선 처벌을 가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하, 그냥 조크입니다. 조크."

'어느새?'

환명호는 어느새 뒤에서 자신의 검을 잡고 칼집에 억지로 집어넣고 있는 리처드를 보면서 눈을 크게 떴다.

상황을 보니 어느새 브레드의 사브르는 위로 퉁겨져 날아가 있었고, 바아간의 삼지창은 저 멀리 날아가 있었으며, 환여화의 검은 다시 칼집으로 돌아가 있었다.

"오케이. 이해했습니다. 미는 이곳에서 상상 이상으로 미움 받는 모양이군요."

이곳에 있는 사람 전부가 그 모든 게 이 남자가 벌인 짓이라는 걸 이해했지만... 대체 어떻게 저런 짓이 가능했는지는 이곳에 있는 대부분이 이해하지 못했다.

"걱정 마시길. 미는 폐하와 리벤지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으니까. 이 이상 프라블럼을 일으킬 생각은 없습니다."

'생각 이상의 괴물이군.'

그 말에 일단 그에 대한 적의를 거둔 환명호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환명호는 그가 황제가 직접 뽑은 검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건 상상 이상의 괴물 자식이었다.

'...우승은 글렀군.'

바아간은 부어오른 자기 팔을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짓을 당했는지도 모르겠다.

하나 확실한 건... 저 괴물 놈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했다는 것뿐.

바아간은 리처드란 괴물을 앞에 두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우승은 물 건너갔다는 생각했다.

확실히... 저 남자가 바로 이 대회에 강력한 우승 후보였으니까.

'...이 정도로 격차가 난다고?'

브레드는 믿을 수 없었다.

분명 저 녀석은 그 짧은 순간에 바아간의 팔을 주먹으로 툭 쳐서 삼지창을 날려 버렸으며, 그렇게 자유로워진 대검으로 자신의 사브르를 쳐냈다.

그리고는 그렇게 열어낸 공간으로 순식간에 환명호의 뒤로 이동해 검을 쥐었다.

그게 가능한 신체 능력이라니...

저 정도면 그 괴물 같다는 금위대장 이상의 괴물이 아닌가?

브레드는 이를 악물면서 몸을 떨었다.

분했다.

새삼... 저 남자와 자기 실력 차이를 이런 식으로 실감했으니 말이다.

­­

"리처드가 생각보다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황제는 그 대기실의 상황을 전부 파악했다. 황태후께선 경기에 집중하느라 대기실의 모습을 미처 보지 못한 모양이지만 황제는 확실하게 봤으니까.

순식간에 자신을 둘러싼 강자를 전부 제압하는 녀석의 실력을 말이다.

'이 정도면 모용진 녀석도 승패를 장담 못하겠군.'

황제는 아무튼, 저쪽 상황은 정리가 된 거 같으니 다시 경기장에 시선을 주었다.

무카는 맹렬하게 김유선을 몰아치고 있었으나 마무리를 지으려고 할 때마다 김유선이 뿜어내는 열기에 당황하며 자꾸 흐름을 빼앗기고 있었다.

'굉장한 화기다... 확실히 무카에겐 조금 버겁겠군.'

무카는 강하지만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다.

노련한 무인인 김유선은 그런 무카를 농락하면서 착실하게 타격을 주고 있었다.

주변을 열기로 지배하며, 착실하게 상대를 깎아내는 김유선의 전투법은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는 무카와 상성이 나쁜 것도 있었다.

"흐냐아아!"

짜증을 내며 무카가 돌려차기를 날리자 김유선은 팔을 들어 그것을 막아 내고는 팔에 불꽃을 피어냈다.

"냐아아아!"

뜨거운지 무카가 바로 달아나듯 거리를 벌렸고, 그 순간 추격한 김유선의 검이 무카의 목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이건... 끝났군.'

황제는 그걸 보면서 승부가 났음을 깨달았다. 정말이지 너무 안일한 공격이었다.

"헤..."

그 순간 무카의 얼굴이 언제 당황했냐는 듯이 차분하게 변했다.

마치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무카는 순식간에 유연하게 몸을 꺾어서 그 검을 피하고는 순식간에 김유선의 목에 다리를 걸고는 조르기 시작했다.

꽈악!

"끅!"

순간 김유선의 의식이 흐려졌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무카는 그대로 김유선을 바닥으로 끌고 내려갔다.

순식간에 다시 자세가 바뀌며 무카는 자연스럽게 암바로 연계했다.

우드득!

김유선이 벗어나기 위해 불꽃과 열기를 뿜어냈으나 무카는 더 이상 불길을 피하지 않았다.

이번에 마무리 짓지 못한다면 자신의 패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끅."

탁! 탁! 탁!

"...헤에. 꽤 강했다냐."

온몸에 화상을 입은 무카는 바닥을 치며 항복 의사를 밝히는 김유선을 풀어 주고는 자랑스럽게 포효했다.

"크아아아아아냐!"

"...승자는 무카."

황제는 사실상 질뻔한 걸 기적적으로 역전한 무카를 보면서 그의 승리를 선언해주었다.

잘 싸운 김유선에겐 아쉬운 결과지만... 너무 안일하게 추격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 된 셈이었다.

둘이 관중의 함성을 받으며 치료를 하러 아래로 내려가자 황제는 다음 대진을 뽑았다.

"우선 환명호."

저벅. 저벅.

환명호는 자기 이름이 호명되자 조금 찜찜한 얼굴로 위로 올라왔다.

그는 여전히 리처드를 신경 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거 참."

황제는 자신이 뽑은 이름을 보고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만큼 그 이름은 조금 억지로 뽑았나 싶을 정도로 공교로웠으니까.

"환여화."

"...네?"

대기실 의자에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던 환여화는 자기 이름이 호명되자 당황했으나 일단은 경기장 위로 올라왔다.

'부녀 대결이라...'

공교롭게 부녀 대결이라는 대진을 만들어 버린 황제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이건... 다른 의미로 참 흥미로운 대결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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