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너무 무르다."
어느 날 황제가 말했다.
"당장... 지금도 그대는 손속에 사정을 두려하지 않느냐."
그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목검을 내려놓았다.
이젠 자신보다 강해진 황제를 상대로도... 모용진은 전력을 내지 못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전력을 낸다는 것은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한다는 것.
전력으로 내지른 주먹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나?
없다.
모용진은 통제할 수 없는 무력이 가장 두려웠다.
그 무력이 황제를 향하는 건 더욱 불가능했다.
황제는 괜찮다고 말할 수 있어도 모용진이 괜찮지가 않았으니까.
"통제하지 마라. 이길 수 없을 거 같은 상대에게 왜 네가 사정을 두냔 말이다."
모용진은 그런 자신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하는 황제를 보면서 웃었다.
그 이길 수 없을 거 같은 상대가 너니까.
이 세상에서 자신이 절대로 헤칠 수 없는 사람이니까.
전력을 내지 못한다고 말하면 이 사촌 동생은 뭐라고 말할까?
모용진은 그런 생각하면서 웃었다.
그때의 모용진은... 자신이 전력을 낼 상황이 올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만큼 모용진은 자신이 전력을 내야 할 정도로 강한 '적'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
"뇌기... 인가."
소머리 거한은 이 근방을 지배하는 뇌기를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뇌기라니! 고작 인간 따위가 가질만한 성질이 아닐 텐데...
그러나 분명 이 주변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강렬한 뇌기였다.
파직!
그 순간 모용진의 모습이 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디로...'
소머리 거한이 그런 모용진을 찾으려고 눈알을 굴리는 순간이었다.
우드득!
어느새 소머리 거한의 아래에서 나타난 모용진의 주먹이 그대로 그의 턱을 올려 쳤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소머리 거한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형..."
파직!
새머리 남자가 공중에 뜨는 소머리 거한을 보면서 놀라고 있을 때 다시 전기가 튀더니 모용진의 모습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우드득!
그대로 부리까지 부숴 버리면서 모용진의 주먹이 새머리 남자에게 제대로 박혔다.
쿠웅!
잠시 후, 둘이 동시에 땅에 박혔다.
모용진은 그런 둘을 보면서 양손의 번개의 창을 생성했다.
그러고는 쓰러져 있는 둘에게 뇌창을 던졌다.
"!"
둘은 다급하게 몸을 일으켜서 그 창을 피하려 했으나 새머리의 남자는 그 창을 피하지 못했다.
파지지지직!
"끄르륵!"
"아우야! 젠장 저 녀석은 새라서 전기에 약하단 말이다!"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새머리 남자를 보면서 소머리 거한이 화난 얼굴로 외치며 도끼를 휘둘렀다.
파직!
그러나 다시 전류가 튀더니 소머리 거한이 휘두른 곳에 있던 모용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젠장!"
뭐 이렇게 빠르지? 저게 인간이 낼 수 있는 속도가 맞나?
소머리 거한은 그런 생각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방어 태세를 갖췄다.
그 위력도, 속도도, 이미 치명적이다.
어느새 그의 공격에 맞는 것에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새가 아니라도 생명체에게 전기는 치명적이거든."
새머리 남자는 빠르게 몸을 회복하고는 투덜거리면서 일어났다.
새라서 전기에 약하다니 뭔...
"도망친 건가?"
소머리 거한이 모습이 보이지 않는 모용진을 생각하며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저 속도로 도망치면 잡을 수 없...
"아니, 저런 움직임은 지속성이 떨어질 거야. 도망치려는 순간 우리한테서 벗어나지 못해."
그러나 새머리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애초에 저 속도로 오래 움직일 수 있었다면 진작에 도망쳤을 테니까.
과연 새머리 남자의 말대로 모용진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제법 거리가 있긴 했지만 둘에게서 도망칠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뇌기라니... 저건 천신의...'
새머리 남자는 그런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지금은 전투에 집중해.'
상대는 둘이 덤벼도 승산을 장담할 수 없는 괴물이다. 그런 남자를 상대로 다른 생각을 하는 건 위험했다.
'상대는 강하다.'
과연... 그 괴물 같은 황제가 가장 신뢰하는 검이라는 건가?
새머리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부리를 재생시키고는 암기를 꺼냈다.
"엄호할게."
"그래 아우야. 이봐! 이왕 들킨 거 내 정체를 알려주마."
소머리 거한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자기 근육을 과시했다. 그는 사실 처음부터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으니까.
"평천대성이다. 우마왕이라고 흔히 불렀지."
"...요괴의 거두였나."
생각 이상의 거물이었군.
모용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욱신!
모용진은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중요한 것이...
"...그렇군. 그 원숭이. 제천대성이었나."
그제야 모용진은 모든 게 기억났다.
밤에 대치한 원숭이 요괴.
그곳에서 피어난 야화.
그로 인해 의식을 잃은 자신까지... 모든 것이 갑자기 기억 났으니까.
"막내의 주술을 깨다니... 역시 넌 여기서 죽어야겠어."
그 모습을 보면서 우마왕은 확신했다.
역시 이 자는... 여기서 죽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이 죽을 테니까.
--
"주술이... 깨지다니. 내가 이거 금위대장을 너무 무시했군."
남자는 자신의 주술이 깨지는 것을 느끼고는 당황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야화의 힘을 빌리면 가능할 거로 생각했는데.
역시 그 괴물을 상대로 완전히 기억을 지우는 건 무리인가?
금안의 남자.
아니... 제천대성은 주술이 깨졌다는 사실에 걸음을 서둘렀다.
주술이 깨졌다면 이렇게 노닥거릴 때가 아니다.
얼른... 그자를 죽여야 했다.
'저쪽인가.'
제천대성의 눈이 자신들의 본거지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곳에 금위대장이 있다는 것은... 자신들은 이미 발각된 건가?
'골치 아프군.'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전혀 생각도 못 한 변수에 그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끼면서 구름을 타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최대한... 빨리 그곳에 도착해야 했으니까.
--
세이나는 궁안으로 들어서자 대모를 바로 만날 수 있었다.
대흘과 아비는 무기를 빼잇긴 채 그런 세이나와 미친왕의 뒤에 서 있었다.
마법사들은 항구에 남기로 했기에 성안에 들어온 인원은 그 넷이 전부였다.
"...그래서 여긴 어쩐 일이냐."
대모는 의자에 앉은 채 세이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태도는 더없이 거만하고, 또 무례했다.
세이나는 어떻게 느낄지 모르나 미친왕은 아무리 비의 어머니라고 해도 지금의 태도는 몹시 무례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이런 공적인 자리에서 말이다.
"비 전하께 말을 높여라. 쿠류의 미개한 인간들은 그런 예법도 모르는 건가."
그렇기에 미친왕의 말이 싸늘해졌다.
아무리 비의 어머니라고 해도 지금은 황제의 친서를 들고 온 공적인 자리다.
마치 자신이 위인 듯한 무례한 말투는 그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공적인 자리가 아니라고 해도 황제의 비는 속국의 왕보다는 높은 위치였으니까. 애초에 위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황제의 사절을 내려다보는 위치라니.
황제의 귀에 그녀가 이딴 짓을 했다는 게 전해진다면 당장 저 여자의 목이 거리에 걸렸을 것이다.
"미친왕께선 모르시는 것 같지만 이곳에선 제가 왕입니다."
대모의 거만한 발언에 미친왕은 피식 웃었다.
그녀가 사는 성은 제법 화려하긴 했다.
신을 모시는 가문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사치품이 가득하고, 얼마나 문란한 생활을 했으면 방안에서 미약 냄새가 진동했다.
하지만 미친왕이 보기엔 정말 하찮은 자부심이었다.
그녀는 진짜를 보지 못했기에 자신을 신이라 믿는 우물 안 개구리에 지나지 않았으니.
"왕이지 고작. 그게 무슨 문제라고, 쿠류란 작은 곳의 왕이라고 그대가 뭔가 대단한 거 같나."
"..."
대모는 입을 다물었다.
미친왕의 무례한 말에 몹시 화가 났으나 그는 그 황제가 아낀다는 소문이 자자한 자.
크게 처벌 받았다는 소문도 있었으나 멀쩡한 모습인 거 보니 그건 헛소문 같았다.
'역겨운 여자군.'
미친왕은 덜덜 떨고 있는 세이나를 보고는 대모를 보았다.
그런 그녀의 수발을 들고 있는 헐벗은 미소년들, 그리고 미형의 남자들을 보고 있자면 그녀가 얼마나 문란하게 노는 지 짐작이 가능했다.
얼굴은 세이나 비 정도 나이의 딸을 낳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주름이 적어서,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몸매는 세이나보다도 더욱 좋았으며, 특히 저 풍만한 가슴은 만져 보고 싶을 정도로 탐스러웠다. 전형적인 육덕진 요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자중해야지.'
어찌 되었든 처벌을 하던 용서를 하던 그건 전부 세이나에게 달린 일이다.
미친왕은 음흉한 생각을 끝내고 세이나를 보았다.
여전히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는 그녀는 참으로 가여워 보였다.
"편하게 말하시면 됩니다."
결국 미친왕이 그녀를 격려하기로 했다.
이대로 있다간 이 지루한 대치가 이어질 거 같았기에.
"편하게..."
그 조언에 세이나는 처벌이나, 재판에 대한 것은 잠시 잊었다.
지금은...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었으니까.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그녀는 이 상황에서 대모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모는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할까?
용서를 빌까? 아니면 당당하게 나올까? 그것도 아니면... 세이나는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았다.
"할 말이라... 왜 왔느냐."
대모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애초에 자신이 미친왕에게 저런 괘씸한 말을 들은 것을 괜한 놈들을 끌고 온 이 쓸모없는 년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대모에게 세이나는 이미 먼 옛날부터 딸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에게 오점을 남긴 꼴도 보기 싫은 존재일뿐.
그렇기에 대모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전혀 곱지 않았다.
"그곳에서 그리 행복하다면 그냥 그곳에서 살면 되는 거 아니냐. 왜 굳이 이곳으로 와서 문제를 만드는 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어머니."
"누가 어머니라는 거니! 단 한 번도. 너 같은 년을 내 딸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느니라."
대모는 화를 냈다.
어머니라는 소리 자체가 저 결함품에게 나온다는 것 자체가 그녀는 불편했다.
"나는 신의 대리인이다. 그런 신의 딸은 완벽해야 했는데... 네년이 전부 망쳤어!"
대모는 생각할수록 열이 받았다.
처벌?
저 아이가 자신을 처벌할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저런 결함품이? 처벌을 해야하는 건 자신이지 저 년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대모가 볼 때 이번 친서는 명백하게 황제가 선을 넘었다.
자신은 신이다.
그 어떤 자도, 심지어 황제라고 해도 이곳에서 만큼은 자기 신성을 침범할 수 없다.
"...모두 들어와서 저자들을 구속하거라!"
우두두!
그러자 결정은 빨랐다.
대모는 미친왕의 존재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이 기회에 이들을 전부 치워 버릴 생각이었다.
대충 폭풍에 휘말려서 바다에서 실종한 거로 꾸미면 문제는 없겠지.
"미친왕이란 남자는 살려 두거라. 이불 위에서도 그렇게 입을 놀리는지 궁금하구나."
특히 대모가 이들을 제압하기로 마음먹게 한 것은 저 미친왕이라는 자의 미색이었다.
말하는 것은 건방지기 그지없었으나 그 미색은 참으로 고왔으니 먹을 맛이 있어 보였다.
"..."
세이나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몸을 떨었다.
대흘과 아비는 무기를 든 채 자신을 둘러싼 무사들을 보며 말했다.
"무기가 없어서 좀 힘들겠는데."
아비가 난처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대흘은 느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기가 없긴 왜 없어. 없는 건 명령 뿐이야."
대흘은 그렇게 말하면서 세이나의 명령을 기다렸다.
이 상황을 위기로 받아들인 아비와 달리 대흘은 마치 활을 겨눌 때처럼 차분했다.
"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군요."
세이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모의 반응은 그녀가 예상한 반응 목록에선 없는 반응이었으니까.
"전... 그래도 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세이나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런 그녀를 대모는 비웃었다.
"하하... 바보 같아."
세이나는 스스로가 참으로 바보 같았다.
그래도... 대모가 적어도 자신을 딸이라고 생각해 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녀에게 자신은 가족이 아니었다.
그걸 세이나는 이제야 알았다.
세이나는 왜... 폐하께서 가족을 용서하지 못했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아버지는... 어디 있나요?"
세이나는 그렇다면 진짜 가족을 찾고 싶었다.
감옥에 있었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세이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대모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 남자 말이더냐? 내 이름을 더렵혔으니 추방한 지 오래지. 글쎄 어디 길에서 객사하지 않았을까 모르겠구나. 검 다루는 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으니까."
부들. 부들.
"..."
세이나는 속에서 뭔가 울컥하는 걸 느꼈다.
뭔가가 치밀어 오르는데.
그녀는 그것을 뭐라고 정의 내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대흘. 아비."
점점 다가오는 무사들을 느끼면서 세이나는 백부장 둘의 이름을 불렀다.
그런 그녀의 얼굴엔 처음으로 독기가 어렸다.
"이곳을 제압하세요."
가족을 찾기 위해서 세이나는 싸우기로 했다.
자신의 가족인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 이곳을 제압하고, 아버지가 어디로 추방 당했는지 알아볼 생각이었으니까.
"하! 미쳤느냐? 무기도 없는 자들이 어떻게 이곳을 제압한단 말이냐!"
그 말에 대모는 비웃었고, 무사들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아무리 황제의 백부장이라 해도 무기도 없이 이곳을 제압하는 건 무리...
"명 받았습니다."
그러나 대흘은 덤덤하게 명을 받았고, 아비는 손을 풀었다.
"나 저거."
우득!
아비가 말하기 무섭게 대흘의 몸이 잠시 사라지더니 어느새 도를 차고 있던 무사의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
"커억!"
마치 새우처럼 몸이 꺾인 무사가 일어나지 못하자 대흘은 그가 차고 있던 도를 아비에게 던져 주고는 말했다.
"베어버려."
스릉!
"이야, 나쁘지 않은 도인데?"
그 순간 아비가 도를 뽑아보고는 감탄했다.
역시 쿠류의 도인가? 명장이 많은 나라라더니 그 질이 다르긴 했다.
서걱!
아비는 그 모습을 보고 달려든 무사를 깔끔하게 베어 버렸다.
달려든 무사의 목이 공중을 화려하게 날면서 이 방안에 피를 흩뿌렸다.
"히, 히익!"
그 모습에 대모의 발을 핥고 있던 남자들이 겁에 질린 얼굴로 몸을 떨었다.
아비는 웃으면서 얼굴에 묻은 피를 핥았다. 그리고는 무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음? 그보다 여긴 무사도 다 여자들이네. 웃긴다."
"뭐 하느냐! 달려들어!"
그 모습을 보고 대모가 화를 내자 무사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달려들었고, 아비는 달려드는 무사들을 보며 웃었다.
"비 전하. 눈을 감고 계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대흘은 자신에게 달려든 무사의 목을 그 두꺼운 손으로 꺾어 버리면서 말했다.
"조금 잔인할 수도 있으니."
대흘은 절명한 무사 두 명을 바닥에 던져두고는 무뚝뚝한 얼굴로 다음 상대를 찾아 이동했다. 아비는 달려드는 무사를 그야말로 허수아비 마냥 절단하고 있었다.
"이, 이 무슨..."
무기도 하나 없던 백부장 단둘이서 쿠류가 자랑하는 정예 무사들을 갈아버리고 있었다.
대모는 그제야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몸을 떨었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
"아우야 피해!"
우마왕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자 새머리 남자는 발악하듯 외쳤다.
"이걸 어떻게 피하라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뇌우는 그야말로 사방에서 쏘아졌다.
새머리 남자. 아니 붕마왕은 욕설을 내뱉으면서 날갯짓으로 방벽을 만들었다.
그러나 뇌우를 막아 내는 건 역부족이었기에 결국 다시 한번 번개에 태워지는 고통을 맛보아야 했다.
"끄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붕마왕이 다시 땅으로 떨어졌고, 우마왕은 간신히 모용진에게 접근해서 도끼를 휘둘렀다.
'미친 뇌기 같으니!'
저 미친 뇌기 때문에 접근 하는 거조차 버겁다.
그러니까... 이 일격에 끝낼 생각이었다.
파지직!
"근접에서 약하다고 생각한 거면 유감인데."
그러나 모용진은 뇌기로 만들어 낸 검으로 그 도끼를 막아 냈다. 그런 모용진의 몸에선 전기가 계속 튀고 있었다.
내려친 건 분명 우마왕이었는데... 밀려나는 것도 우마왕이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괴력!
우마왕은 자신이 힘에서 밀린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파지지직!
그리고 그 순간 하늘에서 내려진 번개가 그대로 우마왕을 지져 버렸다.
"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진 우마왕을 보면서 모용진은 그대로 뇌검을 찔렀다.
다시 얻은 마무리 기회! 그러나 이번 공격 역시 마무리로 이어지진 않았다.
어느새 회복한 붕마왕이 바람을 날리자 밀려날 수밖에 없었으니까.
'...시간이 끌리면 위험한데.'
그대로 밀려나서 마무리를 짓지 못한 모용진은 혀를 찼다.
이대로 시간이 끌리면 위험하다.
이곳은 저들의 본진.
게다가 요괴의 거두들답게 그 회복 속도가 남달랐다.
벌써 몇 번을 쓰러트렸는데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해서는 달려들었으니까.
그들은 그렇게 빠르게 회복하나 모용진은 그렇지 못했다.
그는 인간이었으니까.
무한한 요괴의 체력과 달리 인간의 체력은 유한하고, 모용진은 슬슬 한계가 오려고 하고 있었다.
'...세르나 녀석도 멀리 도망쳤겠지.'
그렇다면 이제 자신은 어찌해야 할까?
모용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잠시 숨을 골랐다.
슬슬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