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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의무방어전-95화 (95/235)

쿠류에선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황실에선... 황제는 여전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황태후의 걱정이 심해졌고, 비들의 걱정 역시 깊어졌다.

재상은 하루가 멀다 하고 황제를 찾아갔으나 들려오는 대답은 돌아가라는 공허한 말 뿐.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황제의 모습에 심각성을 느낀 재상이 애원하고 애원해서 간신히 식사는 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황제는 밖으로 나올 생각은 없어 보였다.

"우리 이야기 좀 해."

결국 그 상황을 참지 못한 오르테가가 다시 한 번 황제를 찾아갔다.

아무리 시간이 필요해도 그렇지 이건 너무 지나쳤으니까.

"할 이야기가 없..."

드륵!

이번에도 황제에게서 거절의 말이 들려왔으나 멋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오르테가는 방안을 보았다.

먼지가 가득 쌓인 방의 풍경보다도 그녀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초췌한 얼굴의 황제였다.

얼굴은 살이 움푹 들어가 있었으며, 눈은 울었는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옷은 전혀 갈아입지 않았는지 퀴퀴한 냄새가 났다.

그야말로 황제의 모습이 아니다.

그저 한 명의 폐인이 있을 뿐이었다. 그게 오르테가는 가슴이 아팠다.

"...멋대로 들어오는구나."

황제가 그런 오르테가를 보면서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황제에게선 전혀 힘이 느껴지지 않아서... 오르테가는 눈물이 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아야 했다.

"언제는 내가 허락 받고 들어왔어?"

퉁명스러운 오르테가의 대답에 황제는 힘없이 웃었다.

"...그랬지. 넌 늘 그랬어."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새삼 오르테가는 늘 그랬으니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모두가 걱정하잖아."

오르테가의 걱정이 가득한 말에 황제는 자괴감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모용진은 나 때문에 죽었다."

그렇게 말하는 황제의 목소리는 갈라졌고, 위태로울 정도로 떨렸다.

"그 녀석에게 난... 죄인이야."

황제의 손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오르테가는 그런 황제를 보면서 서서히 다가갔다. 그녀는 도저히 그 모습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떨리는 황제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오르테가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누구의 잘못이지?"

오르테가의 위로에 황제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낮고 어두워서, 황제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도 오르테가는 나중에 알았다.

"네 잘못이 아니야."

"아니! 내 잘못이다. 내가 죽였어! 내가... 녀석을 사지로 밀어 넣었어! 바보 같이!"

황제가 격정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그런 황제의 모습에선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자기 혐오가 가득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그걸 왜 모르는 거야 이 멍청한 녀석아!"

퍼억!

그걸 본 오르테가의 주먹이 황제를 후려쳤다.

콰당!

그러자 황제가 뒤로 넘어갔다.

처음이었다.

이런 주먹 따위... 윈래라면 맞아도 녀석에겐 아무런 반응도 없어야 정상일 텐데...

마치 엄청난 것을 얻어맞은 것처럼, 녀석은 그대로 쓰러져서는 일어나지 못했다.

그 모습이 황제의 상태가 심각함을 증명하고 있었기에 오르테가는 더욱 화가 났다.

왜 이 녀석은 모용진은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면서 자신은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거지?

왜... 녀석을 걱정하는 자신은 생각해주지 않는 거지?

오르테가는 진심으로 화가 났으니까.

"너... 진짜 모용진 그 녀석이 이런 꼴을 보고 좋아할 거로 생각해? 그 녀석을 생각한다면 더 빨리 정신을 차려야 하는 거 아니야? 이 바보야!"

오르테가가 화를 내고 있었다.

그제야 황제는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았다.

화를 내고 있는 그녀는... 놀랍게도 울고 있었다.

엉망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자신이 더 아프다는 듯한 얼굴로.

그렇게 울고 있었다. 그것이 황제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 원하지 않겠지. 그런 녀석이니까."

모용진을 떠올리면서 황제는 주저앉은 채 힘없이 중얼거렸다.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지 이제야 실감이 났다. 뭐가 황제냐...

가장 소중한 부하가 원하는 것조차 들어주지 못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울게 만드는 한심한 남자인데...

그렇게 황제가 스스로를 책망하며 가만히 바닥에 앉아 있을 때였다.

꽈악...!

"그러니까 이젠... 정신 좀 차리라고. 제발."

오르테가가 황제를 껴안으면서 애절하게 빌었다.

그런 그녀의 몸은 작게 떨리고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다는 것을.

자신의 슬픔이 다른 사람을 슬프게 했다는 것을.

그것을 알게 되니 황제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 수 있었다.

"...짐에겐 슬픔조차도 짐 혼자만의 것이 아니구나."

황제가 작게 중얼거렸다.

"몰랐어? 넌 내꺼야. 그러니까 함부로 슬퍼하는 것도 허락 안할 거야."

그런 황제를 더욱 끌어안으면서 오르테가가 투정을 부리듯이 말하자 황제는 그런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품은 따스했고, 달콤한 향기가 났으며, 부드러웠다.

황제는 그런 그녀를 마주 안아주었다.

"그래, 명심하마."

슬픔은 가슴에 묻은 채, 황제는 미래를 보기로 했다.

자신의 슬픔이 이젠 혼자만의 슬픔이 아니게 되었다는 걸...

황제는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까.

그녀가... 가르쳐주었으니까.

"너한테는..."

"?"

황제가 입을 열자 오르테가는 고개를 갸웃했고, 황제는 그런 오르테가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늘 힘을 얻는구나."

화아악!

그 미소를 본 오르테가가 잔뜩 붉어진 얼굴로 그대로 굳어 버리자 황제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행동에 오르테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 뭐! 내가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고! 그럼 난 간다!"

갑자기 다급하게 떠나는 오르테가를 보면서 황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황제는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으니까.

황제는 그녀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었다.

--

"보면 참 웃겨. 신이라니 말이야."

미친왕은 대모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 말했다.

신이라니.

형님조차도 자신을 신이라고 말하지 않거늘.

참으로 오만한 '인간'이었다.

"나, 날 어쩔 생각이지?"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대모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미친왕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교정이 좀 필요하겠네."

터억.

빈방으로 들어가 그녀를 이불 위에 던진 미친왕은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짜악!

"난 네 주인이야. 주인한테는 어떻게 말해야 하지?"

"그, 그게..."

짜악!

머뭇거리는 대모를 보면서 미친왕은 다시 한번 뺨을 때렸다.

얼얼한 고통에 대모가 덜덜 떨면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그래, 존댓말을 써야지."

그 반응에 흡족한 표정을 지은 미친왕은 그녀의 몸을 훑어보았다.

흐트러진 옷 사이로 보이는 풍만한 젖가슴과, 선홍색 유두가 자극적이었다. 저 커다란 엉덩이는 박을 때 느낌이 좋을 거 같아서 침이 고일 정도였다.

꽈악.

미친왕은 망설임 없이 손을 옷 틈에 넣어선 그 풍만한 가슴을 주물렀다.

손가락이 파묻힐 정도로 부드러운 촉감이 기분이 좋았다.

그녀의 음탕한 몸은 가슴만 주무르고 있어도 싸버릴 거 같은 쾌감을 안겨주었다.

"바로 반응하는 거 봐. 상상 이상으로 음란한 년이라니까. 바로 알아봤지."

바로 젖기 시작한 그녀를 보면서 미친왕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을 보며 대모는 몸을 떨었다.

"어이 신. 내가 널 여기서 겁탈하면 여신을 겁탈하는 게 되는 건가? 재미있네."

"그, 그건..."

꿀꺽!

대모는 덜덜 떨면서도 묘한 기대가 어린 눈으로 미친왕의 우뚝 솟은 물건을 보았고, 미친왕은 그 기대를 읽고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이 와중에서 겁탈 당하는 걸 기대하는 건가?

상상을 초월하는 음란한 여자가 아닌가.

"이거 오히려 포상이 아닌가 모르겠어."

미친왕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의 옷을 벗겼다.

그건 그거고 미친왕에겐 벗기고 박을 수 있는 여자가 있는데 안 벗기고 안 박는 건 건 도리가 아니었으니까.

여전히 관리를 잘했는지 백옥 같은 피부와 살집이 매혹적인 그녀의 풍만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자 미친왕은 자기 물건이 용솟음치는 걸 느꼈다.

"네년이 신이 아닌 평범한 여인이라는 걸 알려주지."

"하, 하지 마세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크게 저항하지 않는 그녀를 덮친 미친왕은 그녀의 두툼한 입술을 깨물면서 가슴을 우악스럽게 쥐었다.

"하읍! 제, 제발 그만..."

입으로는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도 혀까지 섞으면서 그 거친 키스를 받아들이는 대모는 이미 한 명의 암컷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배려라고는 전혀 없는 그 손길에도 그녀는 싫지 않은 반응이었다.

오히려 미친왕의 박기 좋도록 다리를 벌리는 모습이 음란한 모습에 미친왕은 더 이상 참지 않고 별다른 전희 없이 그대로 물건을 박아 넣었다.

"하앙! 하앙! 하아앙!"

형처럼 크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크기에 자신이 있는 미친왕은 전혀 그녀를 배려하지 않으며 거칠게 허리를 휘둘렀다.

퍼억! 퍼억!

"흐아앙! 좋아! 좀 더. 좀 더!"

그런데도 대모는 좋아 죽으려고 하면서 미친왕의 목을 꽉 껴안았다. 땀으로 젖은 그녀의 몸에서 나는 암컷의 냄새가 미친왕의 이성을 뒤흔들었다.

'이게 유부녀지.'

미친왕은 부드럽게 자기 물건을 조여주는 그녀의 질을 느끼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래서 유부녀가 맛있다니까.

경험이 풍부해서 그런지 확실히 남자를 기쁘게 하는 법을 아는 여자였다.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출렁거리는 저 풍만한 젖가슴은 입에 물면 그 어떤 진미보다 맛있었다.

"맛있네. 여러 남자를 잡아먹을 만한데?"

"하읏!"

쾌락에 헐떡이는 그녀를 보면서 미친왕은 일단 가볍게 사정했다.

당연히 안에다가 그냥 싸질렀다.

애초에 이제 이건 자기 물건이었으니까.

"아, 안에다가 싼..."

그 행동에 당황하는 대모를 보면서 미친왕은 웃었다.

"왜? 오히려 영광스러운 일 아니냐? 네년 같은 천박한 년 안에다가 귀중한 씨를 주었으니까."

"..."

그 말에 분한 표정을 짓는 대모를 보며 미친왕은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꼴에 아직도 자존심이 있다는 건가?

"불만스러운 모양이네. 좋아."

하긴 그래야 부수는 맛이 있지.

미친왕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그녀의 커다란 유두를 꼬집었다.

"흐아잉!"

그녀가 고통에 눈물을 흘렸으나 미친왕은 오히려 그 눈물을 핥으면서 더욱 만족스럽게 웃었다.

"확실하게 네년의 처지를 각인시켜 줄 테니까."

그 말에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신에서 인간으로 추락했다는 것을.

그 추락이... 이상할 정도로 싫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

"그대들한테는 걱정을 끼쳤군."

다시 정무에 복귀한 황제는 밀린 업무를 처리하면서 자신을 찾아온 비들에게 사과했다.

"아, 아뇨... 그게 괜찮으신가요?"

나르타가 대표로 서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질문하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괜찮다."

"그럼 내일부턴..."

비들과 함께 서 있던 재상의 질문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회의도 진행해야지. 밀린 업무가 이리 많으니 쉴 틈이 없겠어. 그러고 보니 짐을 보고자 하는 자도 있다고 했나?"

"네, 국경 방위 사령관이 보낸 자입니다. 사흘 전부터 황궁에서 대기 중이었습니다."

황제의 질문에 재상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즈미 소야란 자가 황제와 면담을 신청하고는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자도 만나볼 테니 데려오도록."

그를 데려오라고 재상을 보낸 황제는 자신을 안도한 얼굴로 보고 있는 비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짐은... 이젠 정말 혼자가 아니구나.'

그들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의기소침해져 있을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황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

'복수는 확실히 해 주마.'

모용진에 대한 확실한 복수를 해 줄 것을 다짐하면서 황제는 기운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확실히 슬퍼할 때가 아니었다.

자신을 자책하고 원망할 때도 아니었다.

지금은... 복수를 해야 할 때였다.

그리고 그건 황제의 전문 분야였다. 이미 복수로 숱한 피를 묻혀 보았으니까.

'그 이상을 받아 낼 테니까.'

무엇이든 요괴들에게 그 이상을 받아 낼 것이다.

황제는 그리 결의하면서 비들을 돌려보냈다.

일단은... 자신을 보고자 했다는 남자를 만나볼 생각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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