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제국으로 간 건 분명해 보이네요."
심안을 이용해 글을 읽고 있던 세이나는 아버지가 제국으로 간 건 확실하다는 생각에 고민에 잠겼다.
"대모의 딸들은 저항이 있었나요?"
"아니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반응들이었어요."
아비의 대답에 세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보면 그들도 자신과 같은 피해자. 그렇기에 세이나는 그녀들에게 가혹할 생각은 없었다.
"원하는 건 있던가요?"
"...그, 보통은 이런 걸 원하나요? 사랑하는 사람과 살게 허락해 달라던데요."
아비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세이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
대모는 그녀들을 자기 신 자리를 유지할 무녀들로 삼을 생각이었지만, 그녀들은 전부 무녀가 될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세이나는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두 원하는 대로 떠나도 된다고 하세요."
"네."
'그렇다면 이곳은 대체 누가 통치 해야 할지...'
대모의 딸들이 그렇게 사라지니 세이나의 고민이 깊어졌고, 이곳을 좀 더 쉽게 제압하기 위해 호출된 마법사들은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여차하면 폐하께 연락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 그걸 생각 못했네요."
세이나는 이런 건 역시 황제의 조언을 받는 게 좋을 거 같단 생각에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그런데 연락이 가능한가요?"
"그쪽에 있는 다른 마법사에게 연락이 가능합니다. 조금 복잡한 과정을 거치긴 해야 하지만 그러면 결국 폐하와 연락도 가능해질..."
우우웅! 우우웅!
그때였다.
마법사가 들고 있던 지팡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뭔가요?"
"황실 쪽에서 연락이 온 거 같습니다."
세이나는 그 대답에 놀랐다.
"황실에서요?"
"...네, 바로 연결해 보겠습니다."
대체 황실에선 무슨 일로 연락이 온 걸까? 세이나는 그런 생각하면서 연결이 되는 것을 기다렸다.
--
'...드디어.'
소야는 재상의 뒤를 따라 걸으면서 기대를 숨기지 못했다.
처음부터 당장 비를 만나게 해 달라는 건 자신도 무리라는 걸 알고 있기에... 리처드의 추천장으로 폐하와 만나서 사정을 설명하고 비와 만나게 해 달라 빌 생각이었다.
"폐하 데려왔습니다."
재상의 말에 황제는 가볍게 말했다.
"안으로 들이거라."
황제의 허락이 떨어지자 소야는 재상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봐도 대단한 미색이군.'
소야는 의자에 앉아 있는 황제를 보며 감탄했다.
조금 수척해지긴 했으나 그 미색이 쇠한 것은 아니다.
소야는 그런 생각하면서 황제에게 말을 걸었다.
"존엄하신 페하를 뵙습니다."
"인사치레는 되었다. 리처드의 추천장을 받았다지. 뭘 추천하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황제는 피식 웃으면서 그리 말했다.
말이 추천장이지 그냥 이 남자와 한 번 만나달라는 청탁이나 다름없다는 걸 모를 정도로 황제는 멍청이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황제는 딱히 추천장을 읽어보지도 않았다.
어차피 저런 건 그저 형식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이미 알고 계셨군요."
"그래, 짐을 보고자 한 이유가 듣고 싶구나."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 황제는 소야를 보았다.
그의 실력은 나쁘지 않다.
검기를 다룰 줄 알고, 도를 다루는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
인품도 좋았고, 믿을 수 있는 자였다.
그 실력을 높게 사서 군에 들어오고 싶다는 그의 말에 바로 그를 리처드에게 보낸 것이다.
"그대는 괜한 일로 짐을 찾을 자는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남자이기에 이런 편법을 받아들여 면담을 허락한 것이었다.
"먼저 금위대장의 일은 참으로 유감입니다."
"그래, 유감스러운 일이지."
황제는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모용진을 잃은 것은 황제에게 그 어떤 것을 잃은 것보다 컸으니까.
"최근 폐하께서 맞이한 비중에서... 쿠류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렇지."
황제는 그 말에 머리를 굴렸다.
과연...
"대모의 이야기라도 듣고 싶나?"
그가 대모에게 버림받은 남편 중 한 명이라는 정보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황제가 묻자 소야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정말이지. 폐하의 정보력엔 감탄만 나오는군요. 그 망할 여자에 대한 정보는 관심이 없습니다."
애초에 그녀와 관계한 것 역시 자의가 아니었으니.
하즈미는 그녀를 단 한 순간도 사랑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를 안았던 그 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치욕스러웠으니까요."
그 대답에 황제는 그가 가진 대모에 대한 적의를 파악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이미 적의를 넘어서 살의에 가까웠다. 그만큼 증오스러운 건가? 그렇다면 대모를 걱정하는 건 아니겠군.
뭐, 그의 성품을 생각하면 대모는 그와 어울리지 않았으니 대충 예상 범위 내의 반응이었다.
"그대는 그럴 줄 알았지. 대모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마음에 드는 남자는 강제로 취하는 편이라고."
황제는 대모에 대해서 나름대로 조사했다.
결론만 놓고 보면... 미친왕보다 더한 쓰레기.
둘은 색을 밝힌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미친왕은 적어도 누군가를 강제로 취하는 미친놈은 아니다.
그 녀석이 안은 여인이라고 해 봐야 궁녀나, 녀석에 얼굴에 반한 여자나 과부 정도일까?
나름 선을 지키면서 여자를 취하는 편이기에 황제도 딱히 녀석의 여성 편력을 크게 지적하진 않는 편이었다.
허나 대모는 다르다. 자기 마음에 든다면 누구든 성으로 잡아가 약을 써서 강제로 취한다고 한다.
소야가 그런 경우였다.
이미 다른 여자와 약혼이 정해져 있던 그를 대모는 그 약혼녀를 죽이고 강제로 데려갔으나, 이유를 알 수 없게도 그의 자식을 낳자 버렸다.
"그렇다면 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나보구나. 그건 굳이 비를 보지 않아도 짐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 딸의 이름을 말해 보거라."
황제의 호의에 소야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 폐하를 보고 있자면 어째서 금위대의 병사들이 폐하를 위해서 목숨까지 걸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이토록 자신들을 신경 써 주는 상관에게 그 누가 충성하지 않을 수 있을까?
소야는 그리 생각하면서 입을 열었다.
"굳이 만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면 잘된 일이지요. 제 딸은... 대모에게 그리 좋은 취급을 받진 못했습니다. 선천적인 장애가 있었거든요."
"..."
황제는 순간 세이나가 생각나서 입을 다물었다.
선천적인 장애가 있는... 대모의 딸? 당장 황제의 비가 그러했으니까.
"착한 아이였습니다. 전 그땐 감옥에 있어서 그리 많은 대화를 하진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제가 그 여자를 안아서 얻은 유일한 것이라면 그토록 착하고 어진 아이를 딸로 얻었다는 것이겠죠."
"..."
소야의 말에 황제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 그렇군. 황제는 그의 딸을 잘 알고 있었다.
"이건 만나야겠구나. 혹, 그 아이의 이름이 세이나던가?"
"네? 그걸 폐하께서 어찌..."
그 말에 소야의 눈이 커지자 황제는 기가 막혔다.
이 무슨 우연인지... 아무튼 이거면 리처드가 참으로 잘한 것이다. 세이나 비의 아버지는 황제 역시 찾아볼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리처드 덕에 찾을 수고를 덜었으니 황제는 조만간 리처드에게 따로 포상할 생각이었다.
"...그대가 만나고 싶다고 했던 짐의 비가 바로 그 아이니까."
그렇기에 황제는 덤덤하게 말했고, 소야의 눈은 더욱 커졌다.
"정말이지... 폐하께선 신처럼 느껴집니다."
"...신이 아니다."
소야의 감탄에 황제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그저 인간일 뿐이지."
부하 한 명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상선을 시켜 마법사를 호출했다.
아무래도... 그쪽과 연락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
"아버지가 그쪽에?"
황제와 연락이 된 세이나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하즈미 소야란 자인데. 맞나?]
"네! 맞아요! 어쩌다 알게 되신... 아니 그보다 정말 그곳에 아버지가 계신가요?"
[...그래.]
황제는 그렇게 말하고는 연결을 차라리 소야 쪽으로 할걸 그랬나 하는 생각했다.
당장 그녀는 자신보단 아버지와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을 테니까.
"얼른 돌아가고 싶지만... 대모가 없어진 이상 쿠류에서 제가 할 일이 많아요."
세이나는 난색을 표했다.
그녀는 당장에라도 제국으로 돌아가서 아버지를 보고 싶었지만, 당장 쿠류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 결국 처벌하기로 한 건가.]
황제의 중얼거림에 세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게 제 결정입니다. 환멸... 하셨나요?"
세이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가족이었던 여자를 처벌하기로 결정한 건데... 좋게 보이지는... 않을 거 같았으니까.
[짐이 그런 거로 환멸할 이유가 있나. 짐은 이미 그런 일에 익숙하거늘. 혹시 비꼬는 건가?]
아... 그랬지.
세이나는 새삼 황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을 상기했다.
혈족들을 죽이고 그 권력을 굳힌 피의 황제.
그런 그 앞에서 이런 약한 말을 하다니... 세이나는 자기 실수를 인정했다.
"죄, 죄송합니다. 그런 뜻은..."
[안다. 아무튼 대모를 대신할 자라... 있긴 하다만. 이거 리처드한테 또 줬다가 빼앗는다고 한 소리 듣겠구나.]
황제는 잠시 투덜거리더니 곧 입을 열었다.
[그쪽으로 그대의 아버지를 보내마. 짐이 그곳의 새로운 통치자로 그를 인정한다는 친서를 써서 말이다.]
"...!"
세이나는 그 말에 놀랐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확실히 좋겠네요."
그녀가 생각해도 자기 아버지라면 이곳을 믿고 맡길 수 있다. 무엇보다도...
"얼른 만나고 싶어요."
그녀는 얼른 아버지와 다시 만나고 싶었으니까.
[그래, 최대한 빠르게 보내도록 하마. 그리고... 아비. 대흘에게 전하거라.]
황제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고. 세이나는 긴장한 얼굴로 그 둘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 했다.
비록 둘을 연결한 연락 마법이지만 듣는 것 자체는 근처에만 있으면 모두가 들을 수 있었으니까.
[소야가 그쪽으로 가면 그대 둘과 마법사들은 전부 복귀하라고.]
"아니 그러면 비 전하의 호위는 누가..."
아비가 당황한 얼굴로 중얼거렸으나 이어지는 황제의 말에 그녀는 입을 떠억 벌리고 말았다.
[금위대장이 실종되었고, 요괴들은 선전포고를 해 왔다. 금위대 전원이 다시 모여야 할 때라고. 인수인계할 무사들을 따로 보낼 테니 그들이 도착하면 모두 복귀하라고 전해주게.]
"금위대장이..."
대흘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고, 아비는 여전히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누가 실종이라고?
그 금위대장이?
그 괴물 같은 대장이 실종? 게다가 요괴의 선전포고라니... 그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네요. 알겠습니다."
세이나는 이게 무슨 말인지는 잘 몰랐지만... 제국에서도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래, 열심히 하거라.]
뚝.
황제의 연락은 그걸로 끊겼고, 세이나는 대흘과 아비에게 말했다.
"그렇게 되었으니 조만간 작별이네요."
"...금위대장이."
대흘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리고 있었고, 아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마구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마법사들도 방금 자신들이 들은 게 사실인지 의심하고 있을 정도로 당황하고 있었기에 세이나는 그런 그들을 이해하고 기다려주기로 했다.
그녀는 금위대장을 모른다.
그렇기에 왜 그들이 이토록 충격을 받는지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만큼 그들에게 금위대장이란 자가 커다란 존재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
"똑바로 빨아. 혀 써본 적 없어?"
미친왕은 그녀의 머리를 잡고는 입에 물건을 물렸다.
그러고는 그 혀의 촉감을 느끼면서 거칠게 박기 시작했다.
"읍! 읍!"
"좋네. 나쁘지 않아. 싼다. 제대로 삼키라고."
푸슛! 푸슛!
엄청난 양의 정액을 그대로 입안에 사정한 미친왕은 그녀에게 억지로 그것을 전부 삼키게 시켰다. 대모는 눈에 띄게 괴로워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것들을 전부 삼켰다.
"후... 이야, 박아도 박아도 질리지가 않네. 물건이긴 해."
"쿨럭! 쿨럭!"
억지로 정액을 삼키고 헛기침을 해대는 그녀를 보면서 미친왕은 일단 쉬기로 했다.
'정력이 남아나질 않네. 않아.'
역시 육덕진 맛이 있어야지. 여자는. 저 여자는 정액을 훔치는 도둑인가?
미친왕은 그리 생각하면서 원래는 대모의 수발을 들고 있던 남자가 가져다준 물을 마셨다.
"너도 할래?"
"네? 아, 아니 전 솔직히..."
덜덜.
대모를 보면서 떠는 남자를 보면서 미친왕은 확신했다.
"억지로 끌려왔어?"
이 남자도 억지로 끌려왔다는 것을 말이다.
"네? 아, 아니.."
"솔직하게."
미친왕이 어깨동무하면서 묻자 남자는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따라오지 않으면 어머니를 죽이겠다고 하셔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병든 어머니를 데리고 도망치는 건 여의치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꽈득.
그렇게 말하며 분한 듯 이를 가는 남자를 보면서 미친왕은 혀를 찼다.
아니 왜 이곳에 오면서 만난 남자들은 다 이런 경우야. 이 여자는 사랑으로 남자를 쟁취하는 법은 모르나? 저 음탕한 몸으로 유혹하면 넘어올 남자도 많겠구만.
미친왕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남자에게 공감해주었다.
"저런. 그거 큰일이네. 자유롭게 해 줄까?"
미친왕은 그가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그녀 주변에 있는 남자들을 보면서 미친왕은 왜 위화감을 느꼈는지 이제야 알 거 같았다.
이 여자의 섹스엔 사랑이 없다.
하긴 본인부터가 이렇게 거칠게 다뤄지는 걸 좋아하니.
"안타깝네. 하긴 겉이 아무리 아름다우면 뭐 하나."
속이 이리도 추한 것을.
미친왕은 그리 중얼거리면서 여전히 거친 숨을 헐떡이며 누워 있는 대모의 몸을 훑었다.
"진짜 할 생각은 없어?"
"솔직히 지금 보고 있는 것도 두렵습니다."
덜덜 떨면서 말하는 남자를 보면서 미친왕은 아쉬워했다.
대모가 자신이 복종시키던 남자에게 복종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두려워해서야.
"어쩔 수 없지. 이거 줄 테니까 그 아픈 노모랑 행복하게 살아라."
미친왕이 대충 방에 있던 비싸 보이는 장신구를 던져 주며 말하자 남자는 감격한 얼굴로 머리를 박으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면 이 여자 좀 따먹어 보... 도망쳤네. 에이."
바로 도망쳐 버린 남자를 아쉬운 듯 쳐다보던 미친왕은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강제로 일으키고는 말했다.
"방이 좀 더럽네. 치워라. 나 오늘은 여기서 잘 거거든."
"그, 그걸 내가 왜..."
짜악!
미친왕이 뺨을 때리자 대모는 주섬주섬 옷을 입고는 청소를 시작했다.
걸레를 짜와선 바닥에 묻은 정액과 애액을 닦고, 땀으로 얼룩진 이불을 치웠다.
"...근데 그쪽도 억지로 하는 거 아닙니까? 근데 왜 저한테만 뭐라 하십니까?"
대모가 조금 억울해져서 이불을 치운 곳을 걸레질 하면서 따졌다.
생각해 보니 억울했다.
당장 그쪽도 자신을 강제로 취한 것 아닌가? 게다가 미친왕의 여기까지 유명한 여성 편력을 생각하면 자신보다 더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억울했다.
"넌 죄인이잖아. 그리고 난 기본적으로는 사랑이 있는 섹스를 지향해. 애초에 내 얼굴에 안 넘어오는 여자가 흔한 줄 알아? 얼굴만은 형님을 닮았다고."
"..."
그 말을 대모는 반박하지 못했다.
하긴 그 얼굴은 잘생기긴 했다.
곱상하게 생긴 것이 그야말로 경국지색이었으니까.
그보다 황제가 저 남자와 닮았다고? 그렇다면... 황제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대모는 궁금해졌다.
"정말... 폐하와 닮았습니까?"
"형님은 좀 더 남자 답긴 하지. 그래도 비슷해."
"..."
조금 대모는 세이나가 부러워졌다.
미친왕은 그런 대모의 생각을 알아차렸다.
"왜 새삼 부러워? 하긴 형님은 나보다도 잘났지. 똑똑하고, 강하고, 잘생겼고, 물건도 크고."
아니 진짜 다 가졌네?
미친왕은 새삼 세상이 참 불공평하단 생각이 들었다.
뭐, 자신도 이 얼굴만큼은 형님을 닮아서 그걸로 잘 먹고 잘 살았으니까 이젠 나름 만족하지만.
"난 그 형님을 뛰어넘고 싶었어. 황제가 되고 싶었지. 뭐든 다 가진 형님이니까. 그럼 그 형님이 가진 것 중에서 제일 가치 있는 걸 빼앗아야 형님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미친왕은 처음으로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했다.
대모를 인간이 아닌 자신의 소유물로 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형님을 죽여서라도... 가지고 싶었어."
그런 형님을 죽여서라도 빼앗고 싶었다.
형님의 믿음을 배신해서라도 가지고 싶었다.
가장 가치 있는 걸 빼앗아서... 자신에게 형님보다 나은 점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런데 형님에게 그건 제일 가치가 없는 거더라."
그러나 의미 없는 발버둥이었다.
그렇게 가지고 싶던, 형님이 가진 제일 가치 있는 물건은, 정작 그걸 가진 형님에겐 제일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난... 그 제일 가치없는 걸 빼앗는 것도 못한 거야. 그 순간 형님에게 대항했던 내가 진짜 병신같더라."
형님에게 가장 가치없는 물건도 빼앗지 못 하는 자신이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지?
그제야 알았다.
"형님은... 신이야. 대항하면 안 되는 진짜 신."
그는 진짜 신이라는 걸. 그 신성에 저항하는 인간이 되어봐야 최후는 비참할 뿐이라는 걸.
미친왕은 너무 늦게 알았다.
"너 같은 가짜 신이 아니라."
미친왕은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저항해서는 안 되는 신. 화나게 해서는 안 되는 신.
믿고만 있으면... 자신 같은 한심한 놈에게도 길을 제시해주는 진짜 신.
"그렇게 되니까 순응하게 되더라고. 그러니까 너도 이제 순응하는 게 어때?"
진짜 신을 무시한 죗값을 치른다고 생각하라고.
미친왕은 그렇게 말하면서 열심히 걸레질을 하느라 엎드려 있는 대모의 뒤태를 살펴보았다.
위로 들린 그녀의 큼직한 둔부가 흔들리는 거 보고 있자니 괜히 다시 성욕이 이는 걸 느꼈다. 그녀도 그런 점에선 신은 맞는 모양이었다.
물건을 화나게 하는 신 말이다.
"이렇게 말이야!"
"뭐, 뭐 하는! 그만!"
갑자기 자신의 엉덩이를 잡고 옷을 젖히는 미친왕을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지은 대모는 발버둥 쳤으나 미친왕은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그대로 그녀의 둔부를 잡고 개처럼 박기 시작했다.
"진짜 맛있는데 말이지. 우리 몸의 궁합이 잘 맞나 보다."
찌걱! 찌걱!
"흐읏! 아니야. 그런 건... 흐아앙!"
물이 넘치는 그녀의 음부에 자기 양물을 박아 넣으면서 미친왕은 그녀의 출렁이는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말랑한 촉감이 미친왕을 미치게 했고, 발기한 그녀의 유두를 손가락으로 마구 유린하면서 그는 허리를 미친 듯이 움직였다.
정말이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여자였다.
몸의 상성이 잘 맞는 걸까?
어쩌면... 똑같이 결국은 신이 되지 못한 존재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미친왕은 그렇게 자조하면서 그녀가 탈진할 때까지 물건을 박았다.
--
"신이라..."
친서와 함께 소야를 쿠류로 보낸 황제는 홀로 집무실에 앉아서 중얼거렸다.
신이라...
"그대는 짐이 신으로 보이나?"
"이런... 알고 계셨네요."
나르타는 황제의 질문에 머쓱한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나름 몸을 숨겼는데 황제에겐 어림도 없었던 모양이었다.
"비들이 너무 걱정해서요. 제가 대표로 와봤답니다."
나르타가 그리 말하면서 주전자에 물을 끓이자 황제는 다시 한번 물었다.
"그대는 짐이 신으로 보이나?"
"신이라..."
나르타는 차를 타면서 중얼거렸다.
"솔직히 처음엔 그리 생각했어요. 폐하께선 뭐든 다 할 수 있고, 또 뭐든지 알고 계시는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솔직히 처음엔 그랬다.
나르타가 볼 때 황제는 외롭지만, 그런데도 완벽해 보였다.
뭐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뭐든지 알 수 있는 신같은 존재.
그게 그녀의 눈에 보이는 황제였다.
하지만...
"이젠 알아요. 폐하도 저희와 같은 인간이라는 걸요. 같이 슬퍼하고, 같이 외로워도 하고..."
쪽!
"이런 것도 못 피하는 인간이요. 후후."
어느새 다가와 가볍게 볼에 입을 맞춘 그녀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조금 당황한 얼굴로 그녀의 입술이 닿았던 뺨을 매만지던 황제는 곧 부드럽게 웃었다.
"그래... 인간이란 말이지."
그녀의 말을 들으니 황제는 조금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
생각해보면 황제는 그녀들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는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보다 오늘은 모두가 동의한 일인데 말이죠. 폐하께서 정력이 좋아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때 나르타가 차를 타면서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
그건 그렇긴 하다. 그런데 왜?
황제가 그런 의문을 품고 있을 때 나르타가 요염하게 웃었다.
"전 괜찮지만... 다른 비들은 조금 불만이 많은 거 같아서요. 최근 폐하께서 사람을 안 받기도 했고... 이젠 과거의 슬픔을 잊고 미래를 보시기로 하셨다면서요."
"..."
뭐지? 이 불길함은?
황제는 그런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렇지?"
"다른 비들이 폐하의 침소에서 기다리고 있답니다. 오늘 밤은 고생하셔야겠어요. 어린아이는 미래라고 하잖아요. 그런 아이를 만드는 행위만큼 미래를 보는 행동이 어디 있을까요?"
"..."
황제는 그 말에 왜 나르타가 자신에게 왔는지 깨달았다.
그 말은 즉...
"오늘 밤..."
"회임한 비를 제외한 전원을 안아주셔야 할 거 같은데요? 이건 힘내라는 의미로 드리는 차랍니다. 정력 증강에 효과가 있다고 해요."
"..."
그 대답에 황제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은 인간이다.
인간인데...
"짐은 신이 아니야. 그 많은 여인을 만족시키는 것은..."
"폐하를 믿는답니다."
"...노력은 해 보마."
하긴 최근에 너무 관계를 피하긴 했었지.
황제는 어쩔 수 없이 오늘은 좀 무리해야겠다는 생각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가면 되나?"
"어머나. 아쉽네요. 저도 회임 중이 아니라면 참여했을 텐데요. 맞다! 마리아 비께서도 회임이라네요."
'그나마 다행이군.'
성욕이 강한 편에 속하는 네 명이 마침 회임 중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침소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신이 아니다.
아닌데...
오늘은 아무래도 신이 되어야 할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