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늘 자신의 뒤에는 금위대장이 있었다.
없을 때보단 있을 때가 더 많은 사이.
그렇기에 황제에겐 금위대장은 그만큼 특별했다.
'내일... 인가.'
황제는 의자에 앉아서 검을 만지작거렸다.
내일 드디어 황제도 전장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거기서 어쩌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금위대장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황제는 잘 알고 있었다.
복잡한 심경이다.
황제는 만약 실제로 그곳에서 금위대장을 보게 된다면... 자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어서 두려웠다.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여전히 머릿속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그대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게 옳은 선택일까..."
그렇기에 황제는 여전히 복잡한 심경으로 눈을 감았다.
아무리 고민해 보아도... 명확한 대답이 나오지가 않았다.
--
그날은 유독 비가 오는 날이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
야만족은 10만 대군의 괴멸로 전쟁 동력을 잃었고, 이어진 숙청으로 권력을 굳히는 데 성공했다.
그 바쁜 와중에 어쩔 수 없이 관료들은 한족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가긴 했으나 그래도 황실의 재정 상황은 많이 나아졌다.
숙청하면서 그 가문에게 뜯어낸 재산으로 구멍 난 재정을 메웠으니까.
"제국이 안정되었구나. 좋아. 짐이 그대에게 할 말이 뭔지 알고 있겠지?"
황제는 자기 앞에 서 있는 안경을 쓴 학자 분위기에 남자를 보며 물었다.
황자 중에선 유일하게 태학까지 졸업한 지식인이기도 한 자기 동생인 진 카무란.
황제는 그에게 바라는 게 있었으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황제의 질문에 카무란은 씁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걸 보며 황제는 흡족해했다.
"알고 있다니 다행이구나. 이제부터 네가 황..."
황위를 이어 달라고 말하려던 황제는 그 말을 다 하지 못했다.
그 순간 카무란이 시원섭섭한 얼굴로 말했으니까.
"황족이 아니게 되겠지요. 진이란 성씨를 반납하겠습니다. 그저 카무란 루아로 살아가겠습니다."
"아니, 그게 아닌..."
황제는 당황했다.
유일하게 중립을 지키고 있던 자신의 배다른 동생이자, 지식인인 그라면 안정된 제국을 이끌 뛰어난 황제가 되어 줄 거란 확신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주술 부족으로 유명한 신비족의 루아 가문 태생이니... 주술사들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으리라.
"폐하를 한 때라도 형님이라 부를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그래."
이미 뜻이 확고하구나.
황제는 아쉬운 얼굴로 그를 떠나보냈다.
"설득하지 않으십니까?"
그걸 보면서 모용진이 의아한 얼굴로 질문했다.
그가 볼 때 황제가 붙잡는다면 카무란은 거절하지 않을 거 같았으니까.
"...저 눈을 보지 않았느냐."
황제는 알았다.
저 정도의 똑똑한 아이가 진짜 자기 뜻을 몰랐을 리 없고, 멋대로 황제의 말을 끊는 것이 얼마나 무례한 일인지 모르지도 않을 것이다.
즉 저건...
황제가 되고 싶지 않다는 저 아이 나름의 완고한 표현이었던 셈이다.
황제는 아쉽지만 당장 자신도 원치 않은 자리에 올랐는데 남한테 원치 않은 일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미친왕은 곁에 두면 허튼 짓을 해도 대처할 수 있으니 내버려 두는 편이 좋겠지. 라오허는 어찌할까?"
자신에게 복종하기로 한 다른 형제들을 언급하며 황제가 질문하자 모용진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지지 세력도 잃었으니 대충 적당한 직위를 주는 것도 괜찮겠지요."
"그래 적당히 자리 하나 정도는 쥐어 주는 편이 낫겠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전후 처리를 고민하던 황제는 피곤한 얼굴로 이마를 감싸쥐었다.
"피곤하구나."
피곤했다.
황제는 이 피곤한 짓을 이젠 평생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이마를 감싸 쥐었다.
"그냥 라오허한테 넘길까?"
"그럴 바에야 그냥 미친왕한테 주시죠. 그게 나을 텐데."
"..."
그 말에 황제는 침묵했다.
형제라고 있는 것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황제 자리를 원하는 놈들은 무능하거나, 위험했고, 정작 황제 자리가 어울린다 생각되는 자는 그 자리에 관심이 없었다.
"황제 자리가 싫다하는 놈이 있다는 게 어이가 없구나."
"...그거 다행이군요. 방금 저도 같은 생각을 했거든요."
황제의 푸념에 모용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당장 그 황제 자리가 싫다고 아우성치는 사람이 눈앞에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구나. 장남이 책임감을 가지고 맡는 수밖에."
그런 모용진의 대답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황제가 중얼거리자 모용진이 바로 반응했다.
"그러십쇼. 사실 그러라고 보통 장자 상속인겁니다."
"...가끔은 그 주둥아리를 베어 버리고 싶어."
황제가 투덜거리자 모용진은 움찔했다.
예전이라면 그저 웃고 넘겼겠지만 이젠 황제가 자신보다 강해서 저런 농담에도 움찔하게 되었으니까.
"베어 버리면 절교할 겁니다."
"그거 무서워서 가만히 있지 않으냐. 짐은 친구가 얼마 없거든."
"그렇긴 하죠."
그 말을 모용진은 부정하지 않았고, 황제는 웃었다.
"부정 좀 해주지 그러냐."
"사실이잖습니까."
"...그대는 오늘 남거라."
태연한 모용진의 대답에 황제가 싸늘한 어조로 말하자 모용진은 질린 얼굴로 식은땀을 흘렸다.
"나, 남으라니요?"
"야간 훈련이나 하려고."
"..."
모용진은 자기 입이 화를 불렀다는 사실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날 밤... 모용진의 비명 소리가 황궁에 울려 퍼졌다.
--
"...별 게 다 떠오르는군."
이른 아침.
이동을 위해서 일찍 눈을 뜬 황제는 늘 친정할 때 입는 옷을 입었다.
피가 묻어도 티가 나지 않는 간편한 검은색 한복은 황제가 입기엔 그리 화려하진 않았고, 사실 전장에 입기도 그리 적합해 보이진 않았지만...
황제가 애용하는 복장이었다.
"고맙다."
준비되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황제가 옷을 입고 무장한 뒤 눈을 감았다 뜬 순간... 어느새 도착해 있었으니까.
"...대군이구나."
황제는 요괴의 대군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얼핏 보아도 그 수가 10만에 이르렀다.
숫자의 차이는 명확.
그러나 금위대 중 그 누구도 두려워하는 이가 없었다.
"저게 황제? 생각 이상인데?"
그때 요괴의 군세 가장 앞에 서 있던 제천대성이 그 금안으로 황제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저런 곱상한 얼굴로 그토록 강한 거란 말이야? 다 가졌는 걸. 그 늙은이 취향이잖아."
"그건 그렇군. 딱 천신 취향이야."
우마왕이 공감을 표하면서 도끼를 어깨에 올려 두었다.
그러고는 도열해 있는 금위대를 살폈다.
"강하긴 한데 수가 너무 적은데?"
인간 주제에 이 정도의 강군이라는 건 놀랍지만... 그걸 감안 해도 너무 적었다.
"...적지 않아."
그런 우마왕의 말에 뇌천왕은 황제를 뚫어지게 노려보면서 말했다.
이 녀석들은 느껴지지 않는 건가? 저 황제의 기가?
뇌천왕은 그런 생각하면서 황제를 보았고, 황제 역시 그런 뇌천왕을 보았다.
"..."
황제의 눈이 잠시 커졌다.
있을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막상 실제로 금위대장이 저쪽에 있는 걸 보니 그 충격이 컸으니까.
"...우린 인간의 대표로 이 자리에 섰다."
황제는 가장 선두에 서면서 입을 열었다.
그 소리는 작았으나. 모두의 귀에 또렷하게 들렸다.
"패배는 용납되지 않는다."
황제는 덤덤하게 말했고, 금위대의 전원은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전투를 준비했다.
"짐은 언제나 선두에 있을 것이다. 아무도 죽지 않는다."
황제는 요괴들을 노려보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금위대의 모두는 그 말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는 말이라고 해도, 황제가 말한 이상 그것은 확정된 미래였으니까.
"하하! 그렇게 앞에 나오면 딱 좋은 먹잇감이잖아!"
점점 앞으로 나온 황제가 어느덧 금위대보다 요괴들에 더 가까워진 순간이었다.
우마왕이 기회라는 듯이 순식간에 다가와 도끼를 있는 힘껏 내려쳤다.
쨍그랑!
"...어?"
그러나 황제는 멀쩡했다.
오히려 황제를 내려친 도끼가 완전히 박살 났고, 그 순간 황제가 말했다.
"이런 건 먹잇감이 아니라... 미끼라고 하는 거다."
"...뭐?"
푸아아악!
그 순간 우마왕의 머리가 화려하게 날았다.
"형님!"
그야말로 압도적인 강함.
그 검을 본 사람은 이곳에서 아무도 없었다.
아니...
'...저쪽은 막았군.'
한 명뿐이었다.
황제는 자신의 검을 막아 낸 뇌천왕을 보면서 걸음을 옮겼다.
저 녀석이 막은 것 때문에 공격이 제대로 들어가지 못했으니까.
그런 생각할 때 뇌천왕의 입이 열렸다.
"...모두 저 황제에게서 떨어져."
"뭐?"
제천대성이 그 말에 멍한 얼굴로 되묻는 순간이었다.
카앙!
그 순간 어느새 다가온 황제의 검을 자기 검으로 막아 낸 뇌천왕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저 황제에게 너무 가까우면 못 막아준다."
"..."
제천대성은 온몸에 털이 솟구치는 기분이 들었다.
이 무슨 강함...!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황제가 움직이는 것도, 그 검이 자기 목을 노린 것과 그 검을 막아 내는 뇌천왕의 검로도... 모두 볼 수 없었다.
파직!
그 순간 검은 뇌기가 황제를 노렸고, 황제는 뒤로 물러났다.
그 사실에 제천대성은 눈을 크게 떴다.
저 황제가 공격을 피했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형님의 근력은 요괴 중 최강이었다...'
그런 우마왕의 전력을 실은 내려치기는 피하지 않았다.
그런데 방금 뇌천왕의 공격은 피했다.
그게 말해주는 건 명확했다.
'역시 해볼 만 해.'
뇌천왕은 저 괴물 같은 황제를 상대로 해볼 만 하다.
제천대성은 그리 생각하며 순순히 황제에게서 떨어졌다.
요괴들은 그대로 날아서는 금위대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
카앙!
황제가 바로 그쪽에 눈을 두려는 순간 뇌천왕의 검이 황제의 목을 노렸고, 황제는 검을 세워서 그 검을 막아 냈다.
"한눈팔 여유가 있나?"
"충분히 있지."
퍼억!
황제의 발이 뇌천왕의 복부를 밀어차자 뇌천왕이 뒤로 밀렸다.
그걸 본 황제는 빠르게 검을 내려쳤다.
카앙!
그러자 뇌천왕은 무너진 자세로도 검을 가로로 들어 막아 냈다.
우뚝!
'...이건.'
그걸 보면서 황제는 이상함을 느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강시가 아니라...
"그래, 살아 있어. 금위대장은 말이야!"
그 생각을 읽은 제천대성이 신난 얼굴로 말하자 황제는 난처한 표정으로 뇌천왕의 뇌기를 기막으로 막아 냈다.
"그리고 난 이제..."
제천대성은 신난 얼굴로 금위대를 살펴보았다.
제법 잘 싸우는 듯하지만 이렇게 뒤를 노리면...
"!"
제천대성은 뒤가 열린 금위대 한 명을 기습하기 위해 움직였다가 눈을 크게 떴다.
푸욱!
'이건...!'
기습을 위해 움직이기 무섭게 제천대성의 앞에서 나타난 기검이 그대로 제천대성을 뚫어 버렸으니까.
"말했지 않느냐. 짐이 있는 한. 아무도 죽지 않는다고."
기검에 몸이 뚫린 제천대성은 그제야 왜 요괴들이 단 한 명의 피해자도 내지 못했는지 알아차리고는 경악했다.
금위대의 뒤를 노리는 요괴들을 전부 저 괴물 같은 황제가 기검으로 요격하고 있었다.
'미친놈들.'
놀라운 건 금위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뒤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제야 알았다.
황제가 저들에게 얼마나 신뢰 받는지. 그리고... 황제가 얼마나 괴물 같은 놈인지 말이다.
'기검은 문제가 아니다.'
제천대성은 자신에게 기검은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다.
조금 놀랐을 뿐 이 정도면...
서걱!
"...!"
그때였다.
그야말로 소름 끼치는 기운을 뽐내는 투명한 느낌의 남자가 제천대성의 팔을 자르면서 당당하게 서 있었다.
"...수호신?"
잘린 팔을 빠르게 이어 붙이면서 제천대성은 여의봉을 들었다.
아직도 이딴 주술이 남아 있었나? 문제는...
'황제를 닮았군.'
수호신의 모습이 저 괴물 같은 황제를 닮았다는 것.
느낌이 썩 좋지가 않았다.
"네놈이 핵심 같군."
제천대성이 그런 생각할 때 엄청난 덩치에 남자가 호탕하게 내려서며 말을 걸었다.
"넌 누구지?"
"주술부장 콰오콴이다."
당당하게 대답하는 남자를 보면서 제천대성은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을 상대로 수호신 하나와 주술사 한 명? 무시를 당하는 것도 정도가...
화륵!
"!"
그 순간 제천대성은 자기 발 아래서 갑자기 치솟은 불기둥을 보고는 깜짝 놀라 뒤로 몸을 뺐다.
"마법부장 크라이스라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비겁을 논하지는 않겠지요."
"...하하, 내가 진짜 어지간히도 무시당한 모양이네."
제천대성은 그런 둘을 보면서 짜증을 냈다.
그 괴물 같은 황제 놈한테 당했다고 우습게 보인 건가? 아직도 숫자가 모자라다.
"형님 장난 그만하고 일어나."
"...황제 저거 정체가 뭐야. 죽는 줄 알았네."
그러자 목을 다시 이어 붙인 우마왕이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가 죽지 않은 이유.
실제로 황제의 공격이 제대로 들어갔다면 그대로 숨이 끊어졌겠지만 뇌천왕이 공격을 막은 그 잠깐의 틈새가 우마왕의 목숨 줄을 이었다.
우득. 우득.
우마왕이 가볍게 몸을 풀면서 말했다.
"고작 이 둘이면 너무 쉬운데?"
푸욱!
"둘이겠습니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날아온 화살이 우마왕의 어깨에 박혔고, 저 멀리서 활을 들고 있던 대흘이 덤덤하게 물었다.
그런 그의 옆에는 던질 창을 여러 개 옆에 박아둔 한울과 암기를 들고 있는 비천이 있었다.
"그렇지. 고작 둘이면 전쟁이겠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합류한 황보철궁은 창을 가볍게 한 번 돌리고는 자세를 잡았다.
그런 그의 옆에 세르나와 박철준, 아비가 각자의 무기를 든 채 자세를 잡고 있었다.
"폼 잡기는."
그런 그들을 비웃으며 할바르가 검을 뽑았다.
역시 이 둘을 상대하려면 백부장 전원이 나서야 한다는 게 그가 내린 판단이었다.
'금위대는... 폐하를 믿자.'
할바르는 그리 생각하면서 자세를 잡았다.
그런 그의 옆에서 쌍검을 들고 있는 류화와 극을 들고 있는 료라이가 긴장한 얼굴로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열 명의 백부장. 그대들의 상대로는 부족함이 없잖아."
할바르의 자신감이 넘치는 말에 제천대성은 웃었다.
"시간 때우기로는 적합하겠네."
그래 이 정도 숫자는 되어야지 만족스럽지.
그리 생각하며 제천대성은 여의봉을 길게 늘렸다.
이번 기회에 제천대성은 그들에게 요괴의 힘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
카앙! 카앙!
그 뒤로 이어진 것은 그야말로 범인은 감히 보지도 못할 공방의 연속.
황제와 뇌천왕의 검이 맞부딪치며 충격파를 발산하고 있었다.
'난...'
황제는 그런 뇌천왕의 검을 전부 쳐 내면서 생각했다.
'널 어찌해야 하는 거냐.'
죽어서 강시가 되었다면 이리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 요괴가 되었을지언정 살아있다는 사실이 자꾸만 황제를 망설이게 했다.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자신의 금위대장을 보았다.
그와 보낸 시간들이 황제의 행동을 자꾸만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푸욱!
그리고 그 망설임이 결국 황제가 뇌천왕의 검을 허용하는 결과를 낳았다.
뇌천왕의 검이 황제의 복부에 박혔고, 황제는 그 검을 보면서 자기 검을 높게 들었다.
난...
'널 정녕 베어야 하는 것이냐.'
황제는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뇌천왕이 황제의 몸에서 자기 검을 빼내고는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
황제는 이번에도 뇌천왕을 베지 못했다.
망설임이 황제의 검을 느리게 만들었다.
'벨 수 있을까?'
벨 수 없었다.
아무리 요괴로 변했다고 해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황제의 기억 속에서 그는 여전히 금위대장이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제야 황제는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 확실히 알아낼 수 있었다.
황제는... 금위대장을 베고 싶지 않았다.
설령 그 선택으로 인해 자신이 죽는다고 해도.
그게 황제가 내린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