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제의 의무방어전-100화 (100/235)

'이 수호신...'

우득!

제천대성은 자신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수호신을 보고 놀랐다.

수호신의 힘은 그 근원의 신앙에서 나오는 법.

모습만 보면 그 근원은 인간의 황제라는 건데...

저 황제를 신처럼 여기는 이가 얼마나 많기에 이토록 강한 수호신이 만들어졌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하지만... 저 신성을 내 것으로 할 수 있다면?'

두근!

돌아올지도 모른다.

잃어 버렸던 신성이. 그 아름답던 금색의 털이.

그 순간 제천대성은 수호신을 어떻게 자기 것으로 흡수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흐아앗!"

한편 우마왕은 열 명의 백부장과 그야말로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무기를 잃은 우마왕이지만 그의 몸은 단단했고, 열 명의 백부장들은 자신의 몸을 깎아내면서도 그런 우마왕을 상대로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제천대성은 그 모습을 보면서 저쪽은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앗!"

그 순간 제천대성을 상대로 콰오콴이 달려들었다.

'맨손?'

슈욱!

제천대성이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콰오콴의 손에 거대한 도끼가 소환되더니 그대로 제천대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참으로 신기한 자였다.

제천대성은 기나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저런 식으로 싸우는 주술사는 처음 보았으니까.

쩌엉!

'하지만 힘은 진짜...'

콰오콴의 도끼를 여의봉으로 막아내면서 제천대성은 그 묵직함에 눈을 가늘게 떴다.

이곳에 있는 인간 중에선 황제를 제외하고는 이 녀석이 가장 강하다.

콰오콴에 대한 경계를 늘리면서 제천대성은 그를 향해 바위를 떨어트렸다.

[크허허허엉!]

그러나 콰오콴은 기합을 내질러서 그 낙석을 전부 부숴 버렸다.

'사자후(獅子吼)? 이딴 것도 써?'

고대 주술들이잖아.

저 자식은 대체 뭐 하는 놈이지?

고대의 주술을 쓰는 주술사라니... 요괴도 아니고 이건 무슨... 제천대성은 콰오콴이 쓰는 주술에 기가 질려버렸다.

우뚝!

우마왕과 제천대성의 몸이 굳었다.

엄청난 사자후다.

자신들의 몸까지 굳게 만들 줄이야.

제천대성과 우마왕이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화륵!

그 순간 크라이스가 만들어 낸 거대한 불꽃의 창이 제천대성에게 날아들었고, 우마왕에게는 백부장들의 무기가 일시에 날아들었다.

순간적으로 몸이 굳은 제천대성은 그 창을 피하지 못하고는 그대로 꿰뚫려야 했고, 우마왕은 그 튼튼한 몸으로 온갖 병장기들을 감당해야 했다.

치이익...!

"으으... 성가시구만."

제천대성은 불의 창을 자기 기로 꺼버리고는 상처를 치료했다. 우마왕은 그 단단한 몸으로 기까지 실린 백부장들의 공격을 튕겨내었다.

타악!

"!"

그러고는 어느새 달려든 콰오콴의 무기를 쳐 내고 여의봉을 복부에 박았다.

우득!

"길어져라."

그리고 그 순간 여의봉을 길게 늘렸다.

콰아아아아앙!

"콰오콴 주술부장!"

그대로 저 멀리 날아간 콰오콴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산에 처박히면서 엄청난 소리를 내자 크라이스가 그 이름을 부르며 경악했다.

"제법 강했어."

제천대성은 그들의 강함을 인정했다.

확실히... 강했다. 인간 치고는.

"하지만 그뿐."

그는 조소하면서 크라이스의 머리를 여의봉으로 후려쳤다.

갑자기 접근한 제천대성에게 크라이스는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땅에 박혔다.

콰아아앙!

"이 신성... 천기... 이거야."

주술사가 사라지자 행동을 멈춘 수호신을 흡수하면서 제천대성은 웃었다.

어느새 하얗게 샌 그의 털이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요괴들은 어느새 황제의 기검과 금위대 손에 전부 죽었지만... 제천대성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소모품.

오히려 지금은... 신성을 손에 넣어 자신이 전성기에 힘을 되찾은 게 더 중요했다.

"이야, 그 모습은 오랜 만이다?"

우마왕이 마지막까지 서 있던 할바르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으면서 웃었다.

열 명의 백부장이 전부 쓰러졌음에도... 우마왕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숨은 붙어 있는 거 같은데 어쩔까?"

우마왕이 자신한테 당했음에도 여전히 숨이 붙어 있는 백부장들을 보며 묻자 제천대성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글쎄."

제천대성은 일단 모처럼 찾은 자기 힘을 다뤄보느라 그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 건 나중에 해도 괜찮았다.

지금은...

"중요한 건 저쪽이라서 말이야."

그 말대로 사실 금위대와 요괴의 싸움도, 백부장들과 이들의 싸움도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곳에 있는 황제와 뇌천왕의 싸움 결과였으니까.

--

"..."

황제는 검을 놓았고, 그걸 본 뇌천왕은 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뭐 하는... 거지?"

"짐은 그대를 벨 수 없다."

황제의 말에 뇌천왕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고는 검을 들었다.

"바보 같..."

지끈!

그 순간이었다.

뇌천왕은 갑자기 머리가 찌를 듯이 아프자 이마를 한 손으로 감싸 쥐고는 뒷걸음질 쳤다.

뭐지? 이 기억은?

[설령 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 자신을 잃어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걸 말하는 건... 나?

[폐하를 베는 일은 없습니다.]

머리가 찌를 듯이 아프다.

이 기억은 대체 무엇이지?

난 왜...

뇌천왕은 출처를 알 수 없는 기억의 홍수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일단 베고 생각해야.'

이런 상태는 위험하다.

뇌천왕은 그리 생각하면서 가만히 서 있는 황제를 베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고는...

멈칫!

그대로 황제의 목전에 검을 멈췄다.

"어째서..."

베지 못 하지?

뇌천왕은 자신도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황제를 베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가 않았다.

"...진위."

쩌적.

무언가가...

"폐하...?"

확실히 그의 안에서 깨져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의 타오르는 것 같던 금안에서 알 수 없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고는 멍청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게 죄송합니다?"

뇌천왕.

아니 모용진이 여전히 검을 회수하지 못한 채 얼빠진 얼굴로 말했다.

그 말에 황제는 그를 보며 물었다.

"모용진이냐?"

"그럼 요괴겠습니까? 그보다 이 뇌기는 뭐지? 검은색이네."

자신의 뇌기를 보면서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린 모용진은 일단 검부터 회수했다.

"기억은 있느냐?"

"음... 사실 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용진은 황제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때 결국 패배하고 의식을 잃었던 그 순간... 모용진은 자신이 죽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얼떨떨했다.

정신을 차리자 왜 자신이 황제에게 검을 들이대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으니까.

"짐을 무슨 상황이라도 안 벤다더니 이거 보이느냐? 네놈이 한 짓인데."

황제가 능청스럽게 크게 뚫린 복부를 가리키면서 따지자 모용진의 눈동자가 마구잡이로 흔들렸다.

"그... 베지 않겠다고 했지 찌르지 않겠다고는 안했... 죠?"

스스로가 말하고도 어처구니가 없는지 모용진은 시선을 피했고, 황제는 그걸 보면서 웃었다.

그러고는 그를 꼬옥 안아주었다.

"잘... 돌아왔다."

"...뭐가 뭔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황제의 반응에 모용진은 호들갑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황제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돌아왔습니다. 폐하."

"...걱정만 끼치는 못난 부하 같으니라고. 그러니까..."

꽈악!

어느새 뒤에서 자신을 노리고 날아온 여의봉을 한 손으로 붙잡은 황제는 모용진에게 말했다.

"자세한 사정은 끝나고 이야기하자. 지금은 전쟁 중이니."

"정말이지... 험한 상관을 뒀다니까요."

모용진은 그런 생각하면서 자기 검을 들었다.

확실히 전쟁 중이라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으니까.

"근데 이 검 멋진데요? 뭐야? 내 뇌기도 견디고. 이런 건 또 어디서 난 거지?"

"...집중해라."

황제는 전혀 집중하지 못 하는 모용진에게 잔소리하면서도 입가엔 미소를 달고 있었다.

요괴가 된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황제에겐...

그가 돌아왔다는 것 자체가 더 중요했으니까.

--

"어쩌지? 주술 깨졌는데."

우마왕이 모용진을 보면서 난색을 표했다.

제천대성도 세뇌가 깨진 것은 당황하긴 했지만...

"괜찮아. 내가 있어."

전성기의 힘을 되찾은 제천대성은 큰 문제라고 보지 않았다.

이제 이 힘만 있다면... 자신이 직접 모두를 정리하면 그만이었으니까.

"금위대장을 상대로 시간만 끌어 줘."

"어렵진 않지."

우마왕은 할바르에게서 빼앗은 검을 들고는 말했다.

시간을 끄는 정도야... 할 수 있었다.

"그대를 상대로 시간은 끌 수 있다는 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음, 그냥 그렇게 둘까요? 어차피 폐하가 질 거 같진 않은데요."

모용진은 그제야 백부장들의 몰골을 확인했다.

다른 금위대 전원도 야화에 당해서 잠들어 버린 상태였다.

그 말은...

"우리가 지면 애네 다 죽네요?"

황제와 자신이 지면 금위대가 전멸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모용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제천대성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범상치 않았으니까.

"저 원숭이 꽤 강하던데요."

"확실히 그런 거 같구나."

황제는 그 말에 공감했다.

전혀 신경 쓰이지도 않던 녀석이었는데... 털색이 바뀌고 나서는 느껴지는 기운부터가 달라졌다.

'천기... 인가?'

황제는 갑자기 이토록 강해진 원인을 천기로 보았다.

콰오콴이 애지중지하던 수호신을 흡수했나? 아무튼...

"재미있어."

황제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녀석이 금위대를 굳이 죽이지 않고 야화로 재운 것은 자신과의 일전을 위해서 기를 절약하려는 것으로 보였으니까.

실제로 제천대성의 생각도 그러했다.

금위대는 수는 적으나 하나하나가 상당한 정예군이었고, 그들을 전부 죽이려면 생각보다 기의 소모가 컸다.

황제와 일전을 준비하는 제천대성의 처지에선 최대한 기의 소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그들을 제압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황제만 죽인다면 저들을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으니까.

"이번엔 벨 수 있을 거 같나?"

제천대성의 도발에 황제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짐이 벨 수 없는 건 이 세상에서 하나뿐이다."

"그건 저도 마찬가... 조용히 하겠습니다."

모용진이 한마디 거들려다가 황제의 시선이 꽂히자 입을 다물었다.

당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으니까.

"빠르게 죽일 수 있으면 장난치지 말고 죽여라."

"말려들 텐데요?"

모용진이 자는 금위대 애들을 보면서 묻자 황제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조절해."

"...네, 네 조절하면서 빠르게 죽이라고요. 알겠습니다."

모용진은 투덜거렸고, 황제는 그 투덜거림조차도 기꺼운지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만큼 믿는다는 뜻이다. 제대로 해라."

"알겠습니다. 어이 소고기. 어떻게 조리해 줄까?"

모용진이 웃는 얼굴로 우마왕한테 말하자 우마왕이 유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쪽이야말로 전기 구이가 어울릴 거 같은데."

"전기로 구워달라고? 취향 독특하네."

파직! 파직!

그 순간 모용진의 몸에서 검은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원한다면 들어 주지. 폐하! 이거 조리하면 드실 겁니까?"

"네놈이나 실컷 먹어라."

황제는 그리 답하면서 손안에서 커지는 여의봉을 놓아주었다.

'엄청 단단하군.'

신물이라 이건가? 저건 황제도 쉽게 부수진 못할 거 같았다.

"몸에 구멍이 뻥 뚫렸는데 괜찮나?"

제천대성이 회수한 여의봉을 어깨에 걸치며 묻자 황제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그게 문제가 될 정도의 실력은 아닌듯한데."

"...오만하긴."

제천대성은 황제의 대답에 여의봉을 겨눴다.

"길어져라."

우득!

그 순간 엄청난 속도로 길어진 여의봉이 그대로 황제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재미있군.'

부수긴 힘들고...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힘으로 잠시 그 늘어나는 힘을 멈추고는 몸을 빼냈다.

'여의봉을 힘으로 멈춰?'

그 과정을 지켜본 제천대성은 완전히 기가 질려 버렸다.

여의봉의 늘어나는 힘을 저렇게 힘으로 억누르는 걸 보게 될 줄이야...

저 괴물 같은 황제를 상대로는 역시 이 상태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기를 아끼길 잘했군.'

황제의 생각 이상의 저력에 제천대성은 역시 야화를 쓴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이 아름답구나.'

황제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실없는 생각했다.

상대가 강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 황제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죽은 줄 알았던 친구가 돌아왔으니까.

"오늘은 짐이 아주 기분이 좋아."

푸아악!

"...!"

제천대성은 저 멀리에서 휘두른 황제의 검이 자기 팔을 잘라버리는 것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러니 조금 자비롭게 다뤄주마."

황제는 그리 말하면서 검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유독 달이 아름다운 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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