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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의무방어전-107화 (107/235)

"대흘한테 여동생이 있다길래 궁금했는데..."

황제는 눈앞에 있는 여인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가장 먼저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잘 발달한 그녀의 팔 근육이었다.

많은 여인을 보았다만... 이 정도로 발달한 근육을 가진 여인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다음에 눈에 들어온 것은 한쪽 눈에 자리하는 큼직한 상처.

전체적으로는 대흘과 비슷한 분위기이긴 하지만 우락부락한 대흘과 달리 미인이었다.

"대흘과 같은 좋은 근육을 가졌구나."

물론 황제가 가장 좋게 평가한 것은 그녀의 수려한 외모가 아닌 근육이었다.

저 팔 근육은 보통의 단련으로는 얻을 수 없는 단단함이 느껴졌으니까.

애초에 여화와 레오니, 달리아보다 발달한 근육을 가지려면 어지간한 단련으로는 어림도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부족한 몸을 좋게 평가해주시니 황송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녀는 황제의 칭찬에 눈에 띄게 기뻐했다.

"대궁사였다고 들었는데."

"그렇습니다. 그 일로 폐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자리를 원했습니다."

황제는 그 말에 기대가 되었다.

대궁사의 일로 자신을 보고 싶었다니... 활과 관련된 일로 보였으니까.

"눈에 난 상처는 무엇이냐?"

"결투하다가 조금... 별건 아닙니다."

그 말에 황제는 조금 놀랐다.

오랑카이족의 결투는 서로 거리를 두고 활로 결판을 내는 것이던가? 그렇다는 건...

'안 죽은 게 다행이군.'

부상을 입었는데 안 죽은 게 오히려 대단하다.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그녀가 들고 오는 상자를 보았다.

"꽤 큰 상자구나."

"네, 열어보시길."

그 말에 황제는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보인 것은 아름다운 푸른색 활이었다.

활 자체는 고급스러운 푸른 빛을 뽐내고 있었고, 시위는 어떤 걸 썼는지 모르지만 아주 질겨 보였다.

그보다 활이 푸른 색이라니... 신기한 색이었다. 딱히 도색을 한 것도 아닌 듯 했기에 더욱 신기해 보였다.

"특이한 색이구나."

"최근 용의 부산물이 시장에 나왔더군요. 그 용의 뼈와 가죽으로 만든 활입니다."

"..."

그 대답에 황제는 이 활의 재료가 자신이 잡은 해룡임을 눈치챘다.

용의 뼈와 가죽으로 만든 활이라...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귀할 것이다. 더군다나 그 제작자가 오랑카이의 대궁사다?

국보로 지정해도 될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

일단 황제는 이 활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 어떤 궁수도 시위를 당기는 것조차 버거워해서 아무도 쓰지 못하는 물건입니다."

그녀가 약간의 자부심을 담아서 말하자 황제는 가볍게 활을 들어보았다.

"흐음... 시위는 무엇으로 만들었느냐?"

범상치 않은 느낌이 들어 황제가 질문하자 그녀는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용의 힘줄로 만들었습니다."

"과연..."

힘들 만도 하겠군.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가볍게 시위를 당겼다.

"...!"

그 모습에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그 어떤 궁수도 당기지 못한 시위를 저리 가볍게... 그제야 그녀는 옷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황제의 팔 근육을 보고는 감탄했다.

아주 잘 발달한 것이 스스로의 팔 근육을 자랑스러워하던 게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대단... 하네요."

팽팽하게 휘어진 활을 보면서 그녀가 감탄하자 황제는 가볍게 시위를 놓았다.

파앙!

"대단한 활이야."

엄청난 소리를 내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활을 보며 황제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활로 화살을 날린다면 얼마나 위력적일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한 번 쏴주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부탁하는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활과 그녀가 건넨 화살을 챙기고는 말했다.

"이곳에선 그러니 쏠만한 곳으로 가 보자꾸나."

황제는 그리 말하면서 걸음을 옮겼다.

아까 울렸던 통신 마도구가 신경 쓰이긴 했지만... 모용진에게 맡겨두었으니 괜찮을 거라 믿었으니까.

--

"젠장! 정작 중요한 걸 놓치다니!"

다카이는 욕설을 내뱉으며 자기 물건을 빨고 있는 여인의 머리채를 잡고는 더욱 깊숙하게 박았다.

"읍! 읍!"

"깨무는 순간 목이 잘릴 줄 알아라."

고통스러워하는 여인에게 싸늘하게 말한 다카이는 휘하의 전사들에게 물었다.

'아직도 못 잡았냐?"

"그렇습니다."

쯧!

다카이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년은 늘 거슬렸지.'

오고파이의 신뢰를 받는 전사인 아파리는 유능한 여전사였다.

몇 번이나 자기 것이 되라는 제안을 거절한 건방진 년이었지만, 그 실력만큼은 다카이도 인정하고 있었다.

"그 년도 벗겨서 따먹어야 하는데."

투덜거리면서 다카이는 예전에 자신이 정말 가지고 싶었는데 가지지 못한 여인을 떠올렸다.

자살을 해 버렸다고 하던가?

'쯧 적당히 먹고 가져오라고 했는데 가져오긴커녕 죽여 버리기나 하고.'

정말... 매력적인 여인이었는데 말이야.

다카이는 그녀를 떠올리면 지금도 너무 아쉬웠다.

오죽하면 그 이름까지 여전히 기억하고 있을 정도였다.

"내가 못 먹은 여자는 헬렌 그 여자면 충분해. 그러니까 반드시 잡아라."

먹고 싶었던 여자를 못 먹은 경험은 한 번이면 충분했다. 그러니 다카이는 절대 사유우이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말이 충분히 쉬면 바로 쫓는다. 제국에 절대 들어가게 둬선 안 돼."

제국으로 도망치면 아무리 자신이라도 쉽게 잡을 수 없다.

다카이는 그렇기에 일단 입안에 한 발을 빼고는 풍만한 여인의 가슴을 만지작거리고는 그대로 여인을 들어서 박아대기 시작했다.

"흐윽! 흑!"

울면서도 그 물건을 받아들이는 여인을 보면서 다카이는 만족스러웠다.

역시 이런 게 정말 꼴리는 상황이라는 거지.

얼굴은 싫은 표정이면서 아래는 확실하게 꽉 조여주니 그야말로 흥분이 배가 되는 기분이었다.

퓨숫! 퓨슛!

"이 여자는 대충 가둬. 맛있는 여자니까."

한참 그렇게 여인을 희롱하던 다카이는 정액으로 범벅이 된 여인을 대충 부하에게 던져주고는 말헀다.

"적당히 따먹어라. 심하게 가지고 놀다가 이 여자가 죽으면 네놈들의 목을 날려버릴 거다."

"네!"

정욕에 사로 잡힌 눈으로 여인을 안아 들고 가는 부하를 보면서 다카이는 곧 있을 난교의 장면을 상상했다.

꽤 흥분되는 상황이지만...

아쉽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우선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나머지는 날 따라온다. 밤낮으로 달리면 아마 따라잡을 수 있을 거다. 여자는 충분히 먹었지?"

"네! 저흰 이미 충분히 즐겼습니다."

비릿한 웃음을 짓는 부하들을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은 다카이는 말을 몰기 시작했다.

'애들까지 달고 있으니 그리 멀리 가진 못했을 거다.'

다카이는 더욱 빠르게 말을 몰고 달리기 시작했다.

충분히 쉬었으니까 다시 추격을 시작할 때였다.

--

"...다시 추격이 시작된 거 같군요."

여전사는 눈을 감고는 땅에 귀를 대고 있다가 말발굽 소리를 들었다.

다시 추격이 시작되었다.

이미 많은 사람을 잃었다.

더 이상 잃을 수는 없었다. 이 이상 사람을 잃는다면 설령 제국으로 간다고 해도 크릴라이의 피는 사실상 끊기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적어도 아이들 만큼은 반드시 제국으로 보내야 했다.

스릉!

"앞으로 계속 나아가십쇼. 제가 시간을 끌겠습니다."

"아파리?"

사유우이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으나 그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검을 든 채 눈은 그들이 오는 방향을 항햐며 큰 소리로 말했다.

"어서! 시간이 없습니다. 반드시..."

제국을 설득해주세요.

그녀의 간절한 부탁에 사유우이는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아파리. 당신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모두 절 따라오세요."

사유우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피신을 시작하자 아파리는 흐뭇한 얼굴로 그 뒷모습을 보았다.

'오고파이 칸... 보고 계십니까?'

아파리는 죽은 자신의 주군을 떠올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아가씨는 이렇게 성장했습니다.'

그녀는 그 모습을 본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만족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죽어도 미련이 없을 거 같았다.

히이이잉!

"이게 누구야. 아파리. 혼자 시간을 끌어보려는 거냐?"

잠시 후, 그녀를 발견한 다카이가 말을 멈추고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의 뒤에는 부하들도 다 같이 멈추어 섰다.

"일대일 결투를 신청한다."

자신을 보면서 음흉한 미소를 짓는 다카이를 향해 아파리가 칼을 겨누면서 결투를 신청했다.

저 많은 수를 전부 잡아둘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이 결투 신청은 최대한 시간을 끌기 위한 그녀 나름의 발악이었다.

"받아줄... 이유가 있나?"

스릉!

말에서 내린 다카이는 전사들에게 명령했다.

"셋만 남고 나머지는 부하들을 데리고 추격을 계속해라."

"네!"

"더러운 놈."

욕설을 내뱉은 아파리는 그들을 막으려고 몸을 움직이려고 했으나 그 순간 다카이의 검이 그녀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채앵!

어쩔 수 없이 몸을 틀어서 그 검을 막아 낸 아파리는 그 순간 자기 다리를 노리고 날아드는 검을 보고는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하하! 허공답보도 못 하는 년이 뛰어오르는 꼴이라니!"

너무 높게 뛰어봐야 허점만 노출할 뿐이다.

다카이가 비웃으면서 그녀가 내려오기를 기다릴 때 그녀가 바로 기를 날렸다.

'검강을 다룰 줄 아는 것도 아니고 고작 검기.'

제법 매섭긴 했으나 다카이에겐 참으로 가소롭게 보이는 행동이었다.

물론 아파리는 뛰어난 전사이긴 하다. 다만... 상대가 나빴을 뿐이었다.

그녀의 상대는 다름 아닌 자신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순간 다카이의 검에 검강이 어리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그의 자신감의 근원이자, 그 어떤 짓을 해도 용서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서걱!

"그깟 결투, 사실 받아줘도 괜찮지만... 역시 그럴 필요는 없잖아. 난 안전한 걸 추구하거든."

다카이는 땅에 착지한 그녀를 보면서 웃었다.

그 웃음이... 아파리에겐 참으로 역겨워 보였다.

"그리고 네년의 몸을 최대한 안 상하게 잡으려면 역시 여럿이 있는 게 좋잖아. 예전부터 네년을 참 먹고 싶었거든."

"역겨운 녀석..."

아파리는 그 말에 진심으로 역겨움을 느꼈다.

이렇게 역겨운 남자가 있다니...

"죽어도 네놈에게 굴복하진 않을 것이다."

아파리가 투지가 가득한 눈으로 말하자 오히려 다카이는 더욱 기뻐했다.

"그것도 좋아. 난. 싫어하는 여자를 범하는 게 말이지. 또 맛이 있거든."

다카이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검을 휘둘렀다.

애초에 자신이 질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부하들이 어린이들을 데리고 도망치는 사유우이를 놓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부하들이 사유우이를 데려올 때까지 그녀를 농락할 생각이었다.

--

"허억... 허억..."

사유우이는 지친 얼굴로 쉬지 않고 달렸다.

어느새 바로 뒤까지 말 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면서 사유우이는 멈추지 않고 달렸다.

그러나... 말을 탄 전사들을 따돌리는 건 애초에 무리였다.

"어차피 다 싸울 힘도 없는 얼라들이야. 죽일 필요는 없어. 대충 제압만 해."

전사들 중에서도 가장 발언권이 강해 보이는 덩치 큰 남자가 철퇴를 어깨에 둔 채 전사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사유우이는 도망치려고 했으나 사방에서 들리는 건 전사들에게 제압 당하는 아이들의 소리였다.

"아가씨. 이쯤 하지요. 다카이 백부장은 아가씨를 본처로 받아들일 의사가 있으십니다."

"닥쳐라! 나는 황제의 여인이 될 사람이다. 정절을 잃을 바에야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 것이다!"

그 무례한 말에 사유우이가 강력한 적의를 표출했다.

아직 합궁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이미 황제의 합궁 상대로 정해진 게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다른 남자를 지아비로 섬기라고?

귀가 더러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크릴라이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황제의 여인이 되기로 정해진 이상.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정절을 잃을 생각은 없었다.

"참... 존중해 줄 때 순순히 잡히셨으면 좋았을 텐데. 본처 자리를 포기하고 노예의 삶을 선택하신 겁니까?"

그 반응에 남자는 귀찮다는 듯이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사유우이에게 손을 뻗었다.

"놔라! 이 손을 놓으란 말이야!"

사유우이는 남자의 거친 손이 자기 팔을 잡자 있는 힘껏 저항했다.

허나 10척은 되어 보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거구의 남자에게 그녀의 필사적인 저항조차도 그저 귀여울 뿐이었다.

"어허! 저항해 봐야 소용이 없..."

저벅. 저벅.

"그 핸드. 확실히 놓는 편이 좋을 겁니다."

그때였다.

커다란 발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그쪽을 향해 시선을 주니, 정체를 알 수 없는 거한이 검은 대검을 질질 끌면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황제의 여인을 건드리면... 라이언이 어흥할지도 모른다고요?"

"뭔 미친..."

생뚱맞은 소리에 남자가 욕설을 내뱉으려던 순간이었다.

푸아악!

그 순간 그 남자의 팔이 하늘을 날았다.

"어?"

스스로가 무슨 짓을 당했는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잘린 팔을 보고 있는 남자를 향해 거한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어흥."

푸아악!

그리고 그 순간 그 근방에 있던 전사들의 목이 하늘로 솟구치며 피 분수를 뿜어냈다.

팔이 날아갔던 남자는 목이 날아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상반신이 찢겨져서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대충 이쪽이 미의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답입니까?"

그 끔찍한 광경을 보면서도 거한의 남자는 덤덤하게 질문해왔고, 사유우이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도살... 자?"

그녀는 그 남자를 보면서 단 한 명을 떠올렸다.

저런 말도 안 되는 검을 다루는 인물은... 그녀가 알기로는 한 명뿐이었으니까.

제국에서 온 도살자.

리처드 고드프리.

"이쪽에선 그렇게 불립니까? 미? 뭐, 상관은 없겠지요. 아무튼 같은 편이라는 뜻입니까? 그 제스처는?"

사유우이는 그 순간 안도해 버리고 말았다.

적일 때는 그 누구보다 두려웠는데...

"정답인 모양이군요."

아군이 된 순간 그 무엇보다도 든든하게 느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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