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갑자기 해신의 왕관을 찾는 이유가 무엇이냐."
황제는 세이든과 함께 알현실을 나와 응접실에 도착했다.
가장 좋은 자리에 오르테가를 앉혀두고 황제는 그런 그녀 옆에 털썩 앉으면서 계속 눈치를 보고 있는 세이든을 추궁했다.
"잃어버린지 벌써 100년도 지난 물건을 왜 지금 찾으려고 하는지 궁금하구나."
세이든이 해왕이 되기 전부터 사실 이미 해신의 왕관은 그들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세이든에겐 딱히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는 가장 강한 어인이었고, 가장 압도적인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 순혈 어인이었으니까.
"저 세이든은 이제 늙었습니다. 100하고도 20. 어인들 중에서도 특출나게 오래 산 편이지요."
하지만 그 후계자에겐 상관이 있었다.
세이든은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수명을 생각하니 후계자가 걱정이 되었다.
"?"
오르테가가 그 정돈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고개를 갸웃했으나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용인도 아니고 어인이 120세가 넘었으니... 장수했다고 봐도 옳을 것이다.
"120세 정도면..."
오르테가가 쓸 데 없는 소리를 하려는 걸 황제는 가볍게 막고는 말했다.
"늙으니 두려워진 것이냐? 무엇이 너를 그렇게 두렵게 했지?"
"...두려운 건 폐하가 아니십니까? 오르테가 비 전하의 비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신 것은... 저희 어인이 해신의 왕관을 되찾는 걸 두려워 하기 때문이 아니십니까?"
조금은 원망스러운 마음이 담겨 있는 세이든의 말에 황제는 피식 웃었다.
"정녕 그리 생각한다면 그리 생각하거라."
"..."
그 말에 세이든은 침묵했다.
알고 있었다.
해신의 왕관을 되찾는다고 해도... 이 황제에게 대적할 수는 없을 거라는 것을.
단지 조금 억한 심정이 들어서 한마디 했을 뿐. 진지하게 세이든도 황제가 해신의 왕관을 두려워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 늙은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감히 이 자리를 넘볼 어인은 없었지요. 하지만... 제 뒤를 이어줄 아이는 다릅니다."
세이든은 불안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손자를 걱정하는 것 자체가 우습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세이든은 걱정이 되었으니까.
"순혈 어인도 아닐 겁니다. 나이도 어리겠지요. 그런 그 아이가 해왕이 된다고 해서... 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있겠습니까?"
그런 그 아이를 위해서 세이든이 관심을 보인 것이 바로 잃어버린 해왕국의 보물 해신의 왕관이었다.
모든 바다 생물을 지배할 수 있는 해신의 왕관이 있다면... 순수한 어인이 아니라도 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엔 아무런 문제도 없을 테니까.
'해신의 왕관이라...'
황제도 그 존재에 대해선 알고 있었다.
모든 종족들은 천신에게 신물을 받았다.
인간의 황제는 절대로 부러지지 않는 신검을.
용인의 용왕은 번개를 부리는 황금색 삼지창을.
묘인의 묘왕은 바람처럼 달릴 수 있는 신발을.
그리고... 어인의 해왕은 모든 바다의 생물을 지배할 수 있는 왕관을.
해신의 왕관이라 불리는 그 왕관이 바로 천신이 어인에게 하사한 신물이자... 옛날부터 인간 황제들이 어인을 함부로 여기지 못한 가장 큰 이유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아까 알현실에서의 해왕의 행동은 사실 해신의 왕관이 있을 때는 당연한 일이었다.
모든 바다 생물을 지배하는 위대한 해왕은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권위가 있었으니까.
물론 그것 역시 지금의 황제에겐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물속에서도 해왕국의 모든 병력을 단 2분만에 모조리 죽여버릴 수 있다는 황제에게 모든 바다 생물을 다스린들 대적할 수 있을리가 없었으니까.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나?"
황제는 물었다.
"천신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고개 숙이지 않아도 되는 그때로."
"..."
세이든은 부정하지 못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런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비굴하게 인간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되는... 그 아름답고 찬란했던 그때를...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보다는 단지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컸다.
"뭐... 찾아주마."
"...!"
황제의 말에 세이든의 눈이 크게 떠졌다.
말로는 절대로 찾아주지 않을 것처럼 굴더니!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세이든이 황제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해 당황하고 있을 때 황제가 말했다.
"두렵지 않으십니까?"
해신의 왕관을 되찾은 어인들이 두렵지 않은 건가? 세이든이 그런 순수한 호기심에 질문하자 황제는 그런 세이든을 보면서 말했다.
"왜 두려워해야 하느냐? 그대는 짐을 배신할 생각인가?"
황제의 질문에 세이든은 그 눈을 보았다.
보석처럼 아름다운 그 금안을 보고 있자면... 묘하게 압도되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보다 어려도 한참 어린 남자에게 압도되는 기분이라니...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눈앞에 있는 자가 누군지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었다.
감히 이 대륙에서 최강이라 말할 수 있는 자.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는 이 절대자의 앞에서 위압되지 않는 자가 없을 테니까.
"아닙니다."
그렇기에 세이든은 고개를 푹 숙이면서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짐이 대체 무엇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냐?"
"..."
세이든은 그 말에 대답하지 못했고, 황제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고 있던 오르테가에게 말했다.
"그러나 날씨를 바꾸는 주술을 쓸 일은 없다."
"...어? 그러면?"
오르테가가 놀란 눈으로 황제를 보았다.
그녀는 당연히 자신의 주술을 쓰라고 할 줄 알았으니까.
"주술 없이 어떻게 가려고? 거기 그... 번개가 친다면서?"
그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황제의 얼굴을 보니까... 오르테가는 대충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예상은 제대로 적중했다.
"짐이 가서 가져오면 되는 문제 아니냐.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황제는 자신이 직접 그 해신의 왕관을 가져오겠다고 선언했다.
"...폐하께서 직접 그곳에 다녀오시겠단 말입니까?"
세이든의 눈이 커졌다.
그 위험한 번개가 치는 곳으로... 인간의 몸으로 다녀오겠다고 말하는 건가?
세이든은 황제가 무모하다 생각했다.
"혼자서 그런 곳으로 가신다니 무모하십니다. 차라리 날씨를 바꾸는 편이 훨씬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대로다.
황제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나 인간.
온종일 번개가 내리치는 그 미친 해역으로 혼자 가겠다고 하는 건 무모한 객기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누가... 혼자 간다 했느냐."
"...허면?"
세이든이 그 말에 의아해하고 있을 때 황제가 품안에 넣어두었던 통신 마도구를 꺼내들고는 말했다.
"번개하면 딱 쓸모가 있는 부하가 있으니 같이 갈 것이다."
"..."
세이든과 오르테가는 그 말에 한 남자를 떠올렸다.
번개라...
확실히 그걸 보면 떠오르는 황제의 가장 충실한 검이 있었으니까.
--
"...폐하, 뭐든 일단 저한테 시키면 다 될 거란 생각을 하고 계신 거라면 사직서를 제출하겠습니다."
한 시진만에 이곳으로 날아온 모용진은 물속에서도 멀쩡하게 활동하면서 투덜거리고 있었다.
"요괴가 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세이든은 그런 모용진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해수로 만든 옷이 없이도 물에서 멀쩡하게 활동하다니... 이것이 대요괴인가? 그 강함은 세이든은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해신의 왕관이라... 혼천대성이 훔쳤던 물건 말이군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정보가 있습니다."
모용진은 황제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는 중얼거렸다.
왜 혼천대성의 기억이 자신한테 있는 거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만... 아무튼 혼천대성은 바다를 혼란에 빠트리기 위해 해신의 왕관을 훔쳤고, 그곳에 왕관을 봉인해두었던 모양이었다.
"그 번개 자체가 그자의 주술인 거 같습니다."
"흐음, 혼천대성은 그 전쟁에서도 본적이 없는 듯한데..."
분란의 씨앗이 남은 건가?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혼천대성.
요괴의 거두 중에선 가장 걸출한 주술 실력을 지닌 가장 성가신 존재로... 인마대전에서도 그의 손에 죽은 인간이 가장 많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였다.
황제도 어떤 의미에선 제천대성보다 더 경계한 존재기도 했고...
그런데 그런 거물이 살아있을 확률이 있다는 건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제가 죽였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모용진의 단호한 대답에 황제는 안심했다.
하긴...
"한 명도 못 죽이고 죽는 건 무능한 거지."
"아... 그런 식으로 나오는 겁니까? 그리고 저 안 죽었는데요?"
모용진이 억울한 얼굴로 대꾸했으나 황제는 간단하게 반박했다.
"사실상 죽은 거지. 그들의 오판이 아니었으면."
"..."
부정은 못하고 모용진이 입을 다물고 있을 때 세이든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혼천대성이... 죽었다는 말입니까?"
그 강대한 요괴의 거두가 살아있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금위대장에게 목숨을 잃었다고?
"정확히는 이제 요괴는 전부 죽었다. 남은 건..."
"저뿐이라는 거죠."
모용진은 그리 답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최후의 남은 요괴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다시 실감 하니 입이 썼으니까.
"조사는 어느 정도 진행했지?"
'지금 제 눈이 뒤를 쫓는 중입니다. 꽤 먼 곳에 있는지 아직 시간이 걸리네요."
황제의 질문에 모용진이 덤덤하게 대답하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잡으면 어떻게 할까요?"
"일단은..."
그 질문에 황제는 잠시 고민했다.
어찌 하면 좋을까?
자신의 여인을 건드리려고 한 죄를 어찌 갚게 해야 하는 걸까?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일단 짐의 앞으로 잡아서 데려오거라."
모든 건 보고 정하면 되겠지. 아무튼 지금은 다른 곳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그래서 갈 수 있겠나?"
"...어렵진 않을 거 같은데 그냥 제가 가져오면 안 됩니까?"
굳이 폐하께서 같이 갈 이유가?
모용진이 그런 눈으로 황제를 보았으나 황제는 단호했다.
"한 번 보고 싶구나. 번개만 내리치는 해역이라는 곳을 말이다."
"...뭐, 그런 걸로 죽을 분은 아니시니 알겠습니다."
더 말해봐야 들을 사람도 아니기에 모용진은 체념하고는 자신이 타고 온 구름에 황제를 태웠다.
"위치는 아니까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올 때 뭐라도 선물로 가져오마."
황제는 오르테가를 향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에 모용진은 눈을 크게 떴다.
"잘 다녀와!"
오르테가가 손을 흔들어주면서 밝게 인사하자 황제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지켜보면서... 모용진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참 많이 변하셨습니다. 비들에게 진심이라도 되신 겁니까?"
"진심이라..."
황제는 그 질문에 고민해보았다.
자신은 지금의 비들을 사랑하는 건가?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저 의무감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진심이냐 아니냐를 물은 거라면 진심이지."
적어도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분명 진심이었다.
"폐하께서 가장 사랑하는 비에 대해서 물어보는 건 너무 짓궂은 질문입니까?"
모용진이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물으면서 구름을 이동시키자 황제는 순간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렸다.
물론...
"대답 안 해줄거니까 백날 질문해보거라."
절대 말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 대답에 모용진이 작게 투덜거렸다. 자신은 이미 첫사랑도 다 말해줬는데... 정말 쪼잔한 상관이었다.
"쪼잔해지셨습니다."
"네놈이 놀릴 걸 상상하니 참으로 아찔하더구나. 절대 말할 생각은 없다."
황제의 단호한 대답에 모용진은 웃었다.
"아하... 그 분이군요."
'눈치는 빨라가지고.'
그 대답만으로 자신이 떠올린 여인을 알아차린 건가?
모용진의 눈치에 혀를 차면서도 황제는 침묵을 지켰다.
그런다고 해서 절대 말해줄 생각은 없었다.
그저 눈치로 짐작한 것과 자신의 입으로 확정 지어버리는 것은 엄연히 달랐으니까.
"크흡! 큭큭!"
황제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옆에서 킥킥거리는 모용진을 두들겨 패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면서 몸을 작게 떨었다.
지금 이동을 책임지는 모용진을 팼다가는 그대로 떨어질 거 같았으니까.
"...그래 웃어라."
결국 체념한 황제는 그냥 구름에 누워서는 눈을 감았다.
저 녀석의 웃음 소리를 듣기 싫어서 한숨 잠이나 잘 생각이었다.
--
[그럼 편히 쉬시길.]
거북대신이 오르테가가 머물 방을 안내해주고는 사라지자 오르테가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방안을 장식하고 있는 산호들과 커다란 조개로 만들어진 멋들어진 침대. 그 산호 사이를 돌아다니는 물고기들이 귀여웠다.
"귀여워! 물고기들이 사람을 안 피하네?"
"손님이니까요. 그보다 몰라볼 정도로 컸는걸요? 너무 아름다워서 다른 사람인지 알았답니다?"
"...? 세이린! 오랜 만이다. 잘 지냈어?"
처음엔 말을 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하던 오르테가는 뒤를 돌아보자 보이는 적금발의 여인을 보면서 반가운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너야말로 엄청 자란 거 아니야? 위 녀석 못 알아볼 거 같은데? 너무 예뻐서."
오르테가가 호들갑을 떨며 그녀의 외모를 칭찬하자 세이린은 부끄러워하면서 대답했다.
"딱히 예쁘지는... 오히려 오르테가 쪽이 너무 예뻐진 거 아니야?"
세이린은 오르테가를 보면서 작게 감탄했다.
물속에서 물살에 부드럽게 흩날리는 금발도, 세로동공의 노란 눈동자도, 남자의 마음을 홀리기에 충분한 매혹적인 몸매도, 모든 것이 세이린의 눈엔 아름다워 보였으니까.
"그래? 고마워. 헤헤."
순수하게 기뻐하면서 오르테가가 세이린을 꼭 껴안자 세이린은 그런 오르테가를 마주 안아주었다.
"잘 지냈어?"
"물론이죠. 바다 안을 자유롭게 누비면서 여기저기 다녔답니다. 아! 북쪽 바다는 엄청 춥던걸요?"
세이린은 즐거운 얼굴로 자신의 여행담을 늘어놓았다.
돌고래와 함께 바다를 돌아다닌 일, 북쪽 바다에서 물범과 싸운 일, 범고래의 기습을 마법으로 막아냈던 일.
모든 이야기들이 오르테가에겐 더 없이 흥미롭게 들렸다.
"여행이라... 나도 가고 싶다."
오르테가는 그녀의 여행담을 들으면서... 자신도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체험을 해보는 거야."
"하시면 되잖아요?"
세이린의 대답에 오르테가는 아쉬운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면 위 녀석이랑 헤어져야 하는 걸?"
혼자서 여행이 허락되지도 않겠지만... 만약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옆에 그 녀석이 없다.
오르테가는 이젠 더 이상 그 녀석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었고, 조금이라도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싶었다.
"난... 여행도 좋지만 역시 그 녀석이랑 같이 있는 게 더 좋으니까."
그렇기에 오르테가는 여행에 대한 미련은 깔끔하게 접었다.
환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오르테가를 보면서 세이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폐하랑 같이 여행을 하시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응? 그 녀석은 바쁜 걸?"
세이린의 말에 오르테가는 아쉬운 얼굴로 대답했다.
그 녀석과 같이 여행을 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그 녀석은 바쁘다.
일단은 황제니까.
당장 같은 황궁에 있어도 녀석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 때도 많은데...
오르테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세이린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니까 바쁘지 않게 되었을 때 같이 여행을 떠나면 되는 게 아닐까요? 폐하께서 언제고 황제이진 않으실 거잖아요."
"...아!"
오르테가는 그 말에 깨달았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생각해보니...
"그러네. 영원히 황제이진 않겠구나."
어느새 그 녀석이 황제가 아닌 모습은 상상하기가 힘들어서... 오르테가는 무의식적으로 그 녀석은 죽을 때까지 황제일 거라고 멋대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그 녀석도 영원히 황제는 아닐 것이고, 아마도... 자식이 태어나면 황제 자리를 물려주겠지. 그러면...
'같이 여행하자고 말해볼까?'
그 녀석과 여행하면 더 재미있을 거다.
오르테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벌써부터... 그때가 기대가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