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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의무방어전-154화 (154/235)

"왜 나를 선택했느냐."

이젠 내일 있을 즉위식이 끝나면 황제가 될 태자는 자기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전혀 예상 못 한 아우를 내려다보았다.

카무란이 중립을 표하는 건 이해했다.

진민이 방에 숨듯이 박힌 것도 이해했다.

다른 형제들이... 벌써 황궁을 떠나 자신들의 지지기반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 것도 이해했다.

그가 이해하지 못한 것은...

"라오허."

다른 형제도 아닌 라오허가 자신에게 가장 먼저 복종한 것.

이것은 정말 의외였다.

"네 어머니가 무엇을 하는지 아느냐?"

"압니다."

그녀가 지금 재상과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건 분명했다.

태자는 자세히는 알지 못했지만...

"즉위식 날. 재상과 함께 병사를 이끌고 형님을 칠 생각입니다."

라오허는 알고 있었다.

그 말에 태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런 라오허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 행동에 라오허가 몸을 덜덜 떨었다.

"그래, 그렇다면 진."

"네."

뒤에서 서 있던 모용진은 태자의 말에 꾸벅 고개를 숙였다.

"잘 지키거라. 라오허를."

"알겠습니다."

애써 침착하게 대답하는 라오허를 보면서 태자가 말했다.

"살려 두고 싶은 다른 형제나 가족은 없느냐? 어머니라던가."

자신에게 충성을 바쳤으니 보답해야겠지.

그런 생각에 태자가 묻자 라오허는 멈칫했다.

그러고는 대답했다.

"없습니다."

그 대답에 태자는 더 물어보지 않았다.

단지...

"그래. 그럼 내일은 잘 지켜보고 있거라."

그저 지켜보고 있을 것을 명했을 뿐이었다.

--

'보는 것뿐이야. 보는 것.'

라오허는 자신을 설득하면서 창호지를 뚫어 문에 작은 구멍을 내고는 슬쩍 들여다보았다.

'허...'

가장 먼저 라오허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매끄러운 여인의 나신이었다.

촤악.

이 추운 겨울에도 태연하게 김이 풀풀 나는 물을 끼얹으며 그녀는 목욕하고 있었다.

그녀의 몸에서 흐르는 물이 부드러운 능선을 넘어 바닥에 똑똑하고 떨어졌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아름다운 모양의 봉긋한 유방은 물기에 젖어 촉촉해 보였고, 그녀의 아래에 자리하는 수풀에서 고고하게 흐르는 물줄기가 음심을 자극했다.

'세상에...'

티 하나 없이 매끄러운 피부가 물기에 젖어 촉촉했다.

물을 뿌릴 때마다 요염하게 흔들리는 탐스러운 둔부와 가슴에 생겨난 골짜기에 흐르는 물줄기에 시선을 빼앗긴다.

라오허는 이게 나쁜 짓이라는 걸 이해했지만 도저히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계속... 훔쳐보고만 있을 생각인가요?"

그 순간.

그녀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고, 라오허는 그 순간 이성이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벌컥.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겨울임에도 생각보다 그리 춥지 않았다.

라오허는 그대로 그녀를 덮쳤고, 그녀는 그것을 피하지 않았다.

"하룻밤의... 꿈이라도 괜찮으신가요?"

라오허의 품에 안긴 채... 그녀가 애절한 얼굴로 묻자 라오허는 대답 대신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츄읍.

혀와 혀가 섞이면서 라오허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꽉 쥐었다.

손에 꼭 잡힐 정도의 크기인 그녀의 가슴이 뭉개지며 그녀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

라오허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입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숨결이 향기로웠고,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감촉이 이성을 마비시켰다.

손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가슴은 몇 번을 주물러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고, 살짝, 살짝 자기 물건에 닿는 그녀의 엉덩이골의 감촉은 아래에 더욱 힘이 들어가게 했다.

"하아... 하아..."

살짝 흥분으로 인해 풀린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라오허는 결국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짐승처럼 그녀의 몸을 탐했다.

"꺄악."

비명을 지르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는 개처럼 자기 물건을 박았다.

처음엔 약간 당황한듯하던 그녀는 곧 그 움직임에 화답하며 눈을 감고는 입술을 내밀었다.

츄읍.

그 모습을 본 순간 라오허는 바로 그녀의 입술을 물고 빨고, 핥았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무리 안고 안아도 부족할 거 같았다.

타는 듯한 갈증이 끝나지가 않았다.

찌걱. 찌걱.

음란한 물소리가 들리면서 그녀의 움직임에 가슴이 부드럽게 출렁였다.

라오허는 허리에서 손을 떼고는 자세를 더욱 낮춰 그대로 가슴을 움켜줘고는 더욱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푸슛. 푸슛!

얼마나 지났을까.

그대로 그녀의 안에 사정한 라오허는 잠시 물건을 빼내고는 숨을 골랐다.

"하아... 절륜하시네요."

그대로 주저앉아선 몸에 묻은 정액을 닦아내는 그녀를 보면서... 라오허는 다시 물건이 불끈 솟는 것을 느끼고는 그대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어머! 이러면 흙이... 잠깐... 하응!"

제지하는 그녀를 무시하며 라오허는 그대로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밤은... 아직 길었으니까.

--

"저 산으로... 들어갔단 말이냐."

황제의 질문에 여인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는 계속해서 황제의 얼굴을 훔쳐보고 있었다.

"그, 그렇습니다. 저곳은 위험하다고 그렇게 만류했는데도 듣지를 않아서요."

"위험하다니."

황제가 그녀의 말에 놀란 듯이 묻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그게... 저 산에선 밤에 귀신이 나온다고 해서요."

"...귀신?"

긴장했던 황제는 그 말에 맥이 풀리는 걸 느꼈다.

귀신이라니... 그런 허무맹랑...

'마냥 그런 것은 아닌가.'

요괴도 있고 신선도 있는데 귀신이 있다고 놀랄 일은 아니지.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정신을 차리고는 산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튼 라오허가 들어간 게 사실이면 찾아봐야 했으니까.

"드, 들어가시는 건가요?"

"밤이 깊었으니 그대는 돌아가도록."

황제는 그리 말하고는 그대로 산으로 들어갔다.

'...느껴지는구나.'

확실히 범상치 않은 음기가 느껴지긴 했다.

사람을 홀리는... 그런 음기가.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걸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저곳에 가면 라오허가 있을 것 같단 확신이 들었다.

--

그렇게 시작된 즉위식에서 라오허는 형제 중에선 유일하게 즉위식에 참석했다.

태자는 덤덤하게 즉위식을 치르면서 얌전히 눈을 감고는 말했다.

"왜 그러지? 재상? 관을 씌워야지."

익선관을 재상이 씌워주는 것이... 즉위식의 마지막을 알리는 의례였으나 재상은 관을 든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관 대신. 네놈이 쓸 건 이거다!"

카앙!

그 순간 갑자기 품에서 단검을 꺼낸 재상이 관을 자기 머리에 쓰고는 그대로 내려쳤다.

그러나 태자는 멀쩡했다.

재상은 오히려 자기 검이 부러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저, 전부 와서 죽여!"

정신을 차린 재상이 발악하듯 외치자 숨어 있던 무사들이 검을 뽑고는 황제에게 달려들었다.

그 와중에 비명을 지르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태자는 그걸 보면서 말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공범이라 여겨도 되겠느냐?"

이미 모용진과 라오허를 제외하고는 태자의 사람은 한 명도 없는 즉위식이었다.

태자는 덤덤하게 물으면서 가만히 서 있었다.

쩌엉!

병사들의 창이 태자의 몸에 닿자 구부러지고, 부러졌다. 그 순간 병사들의 얼굴에 공포가 어렸다.

태자는 그 모습을 덤덤하게 보며 라오허에게 물었다.

"그런 듯 하구나. 라오허. 보고 있느냐?"

"...네."

라오허는 그 등을 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함정에 빠진 것은 형님이었으나 라오허는 형님의 그 등이 참으로 두려웠다.

"라오허. 대답할 필요 없습니다. 다 끝났으니까요."

그런 라오허의 옆에 있던 그의 어머니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이곳에 있는 모든 반란 분자들이 자신들의 승리를 점쳤다.

병사들은 막혔지만 무사들은 다를 거라 믿으면서.

정말...

어리석게도.

푸아아악!

그 순간 황제의 주변에 서 있던 병사들과 무사들의 목이 날았고, 황제는 덤덤하게 떨고 있는 재상에게 다가갔다.

"재상... 내 말하지 않았나."

"오, 오지 마! 괴..."

뒷걸음질 치던 재상은 그대로 뒤로 넘어져서는 덜덜 떨면서 손을 뻗었다.

꽈득.

태자는 덤덤하게 팔을 뽑았다.

"그대가 저항할수록, 발악할수록... 그대의 최후는 더 처참할 것이라고."

재상은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몸을 떨었다. 태자는 묵묵히 그런 재상을 산채로 해체했다.

아무도 막지 못했다.

모두가 이미 그가 보여 준 말도 안 되는 무력에... 그저 떨면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터억.

머리까지 베어내고 그제야 재상이 쓰고 있던 피 묻은 익선관을 쓴 태자.

아니 황제가 말했다.

"자 그럼... 그대들에게 물으마."

황제는 그 자리에서 덤덤하게 선언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있나?"

푸아악!

대답 대신... 사람들의 목이 공중을 날았다.

비현실적인 광경.

그것을 보면서... 라오허는 겁에 질린 어머니의 얼굴은 처음 보았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할 것 같던 어머니가...

처음으로 형님을 보면서 두려움에 질려 있었다.

"그래. 남길 말은?"

황제는 그런 그의 어머니를 보면서 물었다.

라오허는 그제야 알았다.

형님이... 일부러 자신의 어머니를 살려 두었다는 것을.

"라... 라오허만은 부디..."

그 순간 그대로 무릎을 꿇은 그녀가 머리를 박으면서 애원했다.

바보 같은... 왜 마지막엔 어머니가 되었던 걸까?

라오허는 눈을 감았다.

자신은 어머니의 안위따윈 신경조차 쓰지 않았는데...

아들이 아니었는데...

정작 이 사람은 마지막엔 어머니가 되었다. 그 상황이 라오허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푸욱.

"그렇게 될 거다.

황제의 검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던 그녀의 목에 박혔다.

그러고는 가볍게 그어졌고, 그 순간 그녀의 목이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라오허."

그 광경을 보고, 떨어진 어머니의 목을 보며 멍하니 서 있던 라오허에게.

한참 모용진과 이야기를 나누던 황제가 들고 있던 재상의 목을 대충 던지면서 말했다.

"돌아가자."

"...네. 형님."

그런 형님의 뒤를 따르면서도... 라오허는 그 등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크게 변하진 않았다.

--

"하앙! 하앙!"

바닥에 깔린 채 교태 섞인 신음을 흘리는 그녀를 보며 라오허는 다시 한번 사정했다.

벌써 몇 번째 사정이지?

자세를 바꿔가면서 그녀를 향해 정을 토해내고 있건만... 그의 물건은 도저히 식을 줄을 모르고 우뚝 솟아 있었다.

"더... 추워요. 좀 더 온기를 주세요."

그런데도 자신에게 온기를 갈구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면 라오허는 다시 그녀를 안을 수밖에 없었다.

라오허는 그대로 자기 위에 그녀를 앉히고는 교접을 이어갔다.

슬슬 해가 떠오를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라오허는 멈추지 않고 그녀를 탐했다.

좀 더... 좀 더...

그리 생각할 때였다.

"...여기까지 해요."

그 순간 갑자기 그녀가 라오허를 강하게 밀어내더니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어째서..."

라오허는 자신이 거절 당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는 애절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걸 본 그녀가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

그녀 역시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밤은 이제... 끝났으니까요."

서서히 그녀의 몸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라오허는 애절하게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고마워요... 온기를... 주셔서..."

덕분에 성불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리 말하면서 손을 뻗었다.

하나.

둘.

사아아악.

서서히 가까워지기 시작한 둘의 손이 맞닿기 전에... 그녀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라오허는 허망한 얼굴로 그녀에게 내밀었던 손을 거두었다.

그제야 알았다.

상대는...

"귀접이구나."

"...형님."

뒤에서 들리는 형님의 목소리에 라오허는 옷을 챙겨 입으면서 말했다.

갑자기 한기가 느껴졌다.

주변을 둘러보자 이 집은 그야말로 흉가 그 자체였고, 몸에선 허기마저 밀려왔다.

그제야 알았다.

그녀는... 이곳에 있던 귀신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사랑을 했어."

그럼에도 라오허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가 거짓이었어도, 그녀와 정을 통한 장소가 거짓이었어도.

이 마음은 진실이었다.

"그러냐."

황제는 그대로 라오허의 옆에 앉아서는 대답했다.

그는 라오허를 귀신과 놀아났다고 뭐라 하지도, 가출을 꾸짖지도 않았다.

그저... 그저 옆에 있어 주었다.

그걸 느끼면서 라오허가 물었다.

"형님은... 사랑을 했어?"

라오허는 문득 궁금해졌다.

형님은... 사랑을 했을까?

"...그래."

그런가?

전혀 생각도 못 했다.

라오허가 그런 생각하며 놀란 눈으로 황제를 보자 황제가 대답했다.

"물론 시작이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것은 아니지. 그건 그녀들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그러할 거다."

그 말을 라오허도 부정하진 못했다.

그게 정략 결혼이라는 거니까.

실제로 라오허가 형님이 사랑을 하지 않았다고 여긴 이유도 그것이었고.

"그런데도 지내다 보면 정이라는 게 드는 법이더구나."

"형님은 그럼..."

"그래 정이 든 것도 사랑이라 하면 그런 거겠지. 나는 그런 점에서 비들을 사랑하고 있단다."

라오허는 눈을 감았다.

형님도 그런데... 자신도 언제나 어리광을 부릴 수는 없겠지.

라오허는 그제야 머리가 확실히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형님 나... 상대 좀 구해 줘."

"...의외구나. 그런 거 싫어할 거 같았는데."

황제는 그 말에 의외라는 듯이 반응했다.

방금 그 말은 진심이기도 했지만 이 철없는 놈이 정략 결혼이라도 좋으니 결혼해서 안정을 찾으라는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바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줄 줄은 황제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랑 같은 건... 하룻밤의 꿈이라도 좋다는 걸 알아버렸거든."

귀신과의 단 하룻밤의 꿈이라도... 라오허는 분명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은 빠르게 끝을 맺었다.

그래도 좋았다.

그러니까...

"형님 말대로 그 정이란 걸 쌓아서 만든 사랑도 좋지 않겠어?"

형님이 말한 방식의 사랑도 어쩌면 괜찮지 않을까?

라오허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좋은 처자를 알아보마."

황제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툭.

"돌아가자. 아우야."

가볍게 라오허의 어깨를 두드리며 돌아가자고 말했다.

아우.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돌아가자고 말하는 형님의 모습에 라오허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 무섭던 형님의 등이... 이젠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자신을 이렇게 찾아온 것부터가... 형님이 자신을 생각 이상으로 아끼고 있다는 증거와도 같았으니까.

그렇기에 라오허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대답했다.

"네, 형님."

그제야 알았다.

형님이 했던 말을 이젠 이해했다.

함께하는 세월이 길어지면 그만큼 정이 든다고.

그 말은...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었다는 것을.

어느새 우리 둘은 형제의 정이 들었다는 것을 말이다.

"미인으로 소개해주는 거지?"

"흠... 노력은 해 보마."

황제는 그렇게 서서히 햇볕이 비추기 시작한 길을 걸었다.

앞서 걸었다.

이젠 무섭지 않고 듬직하게 느껴지는 형님의 등을 보면서...

라오허는 그 뒤를 따랐다.

"형님."

"왜."

덤덤하게 답해 오는 형님을 보았다.

형님이 변한 걸까?

아니면 자기 마음가짐이 변한 걸까?

그것도 아니면... 둘 다 일까?

라오허는 잘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알았다.

"...고마워. 찾으러 와줘서."

형님에게 자신이 지금 고마워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해가 비추자... 라오허는 그제야 형님의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머리엔 잔가지가 붙어 있고, 옷은 흙으로 엉망진창.

누가 봐도 급하게 이곳까지 달려왔다는 게 눈에 보여서... 라오허는 그저 고마웠다.

"알면 걱정 좀 시키지 말거라. 민이나 너나. 늘 걱정을 끼치니. 몇 년은 늙는 기분이구나."

황제가 투덜거리면서도 비틀거리는 라오허를 보더니 말했다.

"귀접 때문에 그런 것이냐?"

"어? 좀 힘들긴 하네..."

기가 빨려서 그런가?

라오허가 그런 말을 하며 어색하게 웃자 황제는 한숨을 쉬더니 그대로 등을 내주며 말했다.

"업히거라."

"어?"

"그러다 쓰러지는 게 더 문제다. 망할 동생이라도 동생이니 형이 챙겨야 하지 않겠느냐."

덕분에 합궁도 미뤄지고 머리가 아프다며 투덜거린 황제는 라오허가 어색한 얼굴로 등에 업히자 그대로 일어나서는 걸음을 옮겼다.

"네놈이 없는 사이에 난리가 났다. 관리가 아니라 도둑놈들만 있더구나."

"그래? 그래서?"

그놈들이 사고라도 쳤나?

라오허가 그런 생각하면서 묻지 황제는 걸음을 점점 빠르게 하면서 대답했다.

"책임자 두 놈은 죽이고 나머지는 대기하라 지시했다. 그들은 감옥에 넣으면 되겠지. 도망치면 죽일 테지만."

태수는 따로 믿을 수 있는 자를 보내주겠다고 말하는 형님을 보며 라오허가 물었다.

"그...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모용진과 황태후 폐하 말고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늘 말하던 것이 형님이었기에 라오허는 그 형님의 입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그래, 이젠 좀 생겼구나."

황제는 그리 대답하고는 웃었고, 라오허는 그런 형님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렇구나."

형님은... 이제 참 많이 변했구나.

라오허는 그런 생각하면서 감겨 오는 눈을 감았다.

"잠들었나... 참 애먹이는 동생이야."

황제는 그 모습에 한숨을 쉬고는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약한 동생이 무사해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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