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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의무방어전-159화 (159/235)

'원래 이렇게 길었었나...'

황태후는 새삼 합궁이 길어도 너무 긴 거 아닌가 하는 생각했다.

무문제의 합궁은 33번째에 이르렀을 때가 3개월이었으니까.

지금 황제는 합궁만 1년 가까이하고 있으니 무문제 시절을 기억하는 다른 민족들에겐 황제가 미적거리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평균적인 합궁 기간이 반년인 걸 생각하면 무문제 시절은 지나치게 짧았고, 지금은 꽤 길다고 보는 게 맞겠지.

황태후는 그리 생각하면서 나르타를 보았다.

"그보다 이젠 슬슬 배가 부를 시기구나."

"그렇죠?"

여성 의원의 검사를 받으면서 나르타가 웃는 얼굴로 답하자 황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서히 배가 부르기 시작한 나르타를 보고 있자면 괜히 흐뭇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황태후 폐하께서는 순번이 어떻게 되었었나요?"

"어디 보자... 후후, 몇 번이었을 거 같니?"

황태후는 웃으면서 물었고, 뒤에서 수를 놓고 있던 오르테가가 손을 들었다.

"저요! 저 알아요!"

"오르테가는 예전에 알려 줬잖니. 조용히 하렴."

신난 오르테가를 진정시킨 황태후는 곰방대에서 입을 뗀 마리아를 노려보았다.

"넌 말하지 마."

"본녀한테만 너무 까칠하다니까. 그대는."

뭐, 마리아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순번 전부를 말해 보라고 해도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저도 알고 있사옵니다."

"아, 세헤라자드라면 알고 있겠구나. 그럼 나르타만 모르는 거니?"

술탄 그 늙은이가 그 순번으로 얼마나 꿍얼거렸을지를 상상하면 이해가 간다.

아마 질리도록 들었을 테지.

그래놓고 정작 자기 순번이 마음에 안 든다고 자신의 순번 때는 동아족과 혼혈인 딸을 휙 던지듯 보내버린 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긴 늙은이었다.

그래서 타마드와 재상이 손을 잡았을 때도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었으니까.

"...네."

나르타가 민망한 듯 대답하자 황태후는 웃었다.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단다. 아무튼 모두 건강해 보여서 참으로 다행이야."

황태후가 굳이 이들을 불러 모은 것은 당연히 그들 뱃속에 있는 아이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검사는 끝났느냐?"

"네, 모두 건강하십니다."

한참 진료를 하고 있던 여성 의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태후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참으로 다행이구나. 그보다 내 순번은 말이지..."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순번이었다.

애초에 황후가 되려면... 적어도 그 순번이 5손가락 안에는 들어야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

[즉, 난 이렇게 너한테 직통으로 연락할 수단까지 얻은...]

리처드는 신난 얼굴로 말하는 할바르를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봐주면서 말했다.

"유가 수도 방위 사령관? 폐하께서 크레이지한 결정을 내렸군."

세상이 미쳐 돌아가나? 저 놈이 왜 수도 방위 사령관이지?

리처드는 이 제국에 망조가 든 게 아닌지 우려되었다.

[뭐 임마? 내가 어? 그러니까.]

"이제야 스타트 라인에 선 거지. 그게 유의 자랑거리라면 유는 폐하의 방패를 자처할 자격이 없어."

리처드는 냉정하게 말했다.

할바르는 그 말에 멈칫하더니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 말이 맞다. 내 위치를 생각하면 이걸로 만족하면 곤란하지.]

그 반응에 리처드는 만족한 얼굴로 웃었다.

"그래, 그래야지. 아무튼 이곳은 돈 워리. 폐하는?"

[응? 합궁 중이실걸? 놀라지 마라 그 상대가 무려 키린 바쿠다.]

리처드는 그 상대의 이름을 듣고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무아 놈의 딸? 리얼?"

무아라면 아는 이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아는 같은 훈련소 동기였으니까.

[같이 군인으로 말뚝 박자고 할 땐 거절하더니 제일 성공했네. 폐하의 장인이 되다니 말이야.]

할바르가 부러운 얼굴로 중얼거리자 리처드가 손가락을 저었다.

"노노. 미가 제일 성공했지. 우리 로라가 순번도 먼저인데? 게다가 미는 국경 방위 사령관. 그 한량은 그냥 무술 관장. 오케이?"

리처드가 그렇게 말하자 할바르는 짜증을 냈다.

[그래, 그래 너 잘났다.]

하여간 하나라도 질 생각을 안 해요.

할바르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젓고는 당당하게 물었다.

[아무튼 무아 놈도 같이 온 거 같아서 같이 술이나 한잔 하려고. 너는?]

"미의 소울만 보내두지."

[하긴 국경에 있으니까 못 오지? 고생해라.]

그 대답에 할바르가 웃는 목소리로 말하자 리처드는 신경질적으로 연락을 끊었다.

그 말대로 어차피 국경에 있어서 저 술자리엔 못 끼니까.

'망할 놈. 술 마시다가 뒤지길.'

애초에 국경과 수도의 연계를 위해서 연결해 둔 연락망이지 이렇게 약 올리는 용도로 쓰라고 만든 게 아닌데... 당장 브레드가 수도 방위 사령관일 땐 연락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렇게 술자리 간다고 자랑하는 용도로 쓰이진 않았다는 이야기다.

'폐하한테 말해야겠다.'

저건 일러야지.

저 자식이 황제한테 굴려지는 걸 상상하며 미소를 지은 리처드는 눈을 감고는 차분하게 기운을 탐색했다.

'오늘도 무사하고.'

리처드는 사유우이의 신변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폐하께서 믿고 맡겨 주신 일이니까.

'그냥 대충 죽게 하라는 의미였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리처드는 황제의 속뜻을 알 수 없는 지금은 최선을 다 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리처드는 오늘도 사유우이 주변을 지키며 경호에 집중했다.

술이... 마시고 싶은 밤의 일이었다.

--

스륵.

황제가 그녀의 옷을 벗기자 보인 것은 매끄러운 그녀의 몸이었다.

군살 하나 없이 단단하고 매끄러운 그녀의 몸과 날씬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쫙 뻗은 다리를 살펴보며 황제가 가볍게 손으로 그녀의 몸을 쓸었다.

"마음에 드시나요?"

그 손길에 움찔거리면서도 애써 당당한 척 웃는 그녀의 모습이 황제는 참으로 우습다 생각했다.

"마음에 드는구나."

그래도 이 빈약한 가슴은 제법 마음에 들었다.

검을 휘두를 때나 활을 쏠 때 불편하지 않을 테니.

"후후, 다행이네요. 읏!"

그때 황제의 손길이 그녀의 앙증맞게 솟은 유두로 향하자 그녀가 몸을 떨며 작게 신음했다.

츄읍.

"그, 그러니까 이건... 읏!"

황제가 혀로 가볍게 유두를 굴리면서 자극하자 그녀가 자지러졌다.

"흐음, 이곳이 특히 약하구나."

"그, 그건 아니... 흐읏!"

그녀는 황제의 머리를 꼭 껴안으면서 부들거렸고, 황제는 그대로 손을 아래로 내려서는 그녀의 음부를 자극했다.

찌극. 찌극.

부드럽게 안쪽에 손가락을 넣으면서 그녀의 은밀한 곳을 풀어 주기 시작한 황제는 슬슬 넣기 좋을 정도로 풀어지자 슬슬 준비했다.

"하아... 하아..."

벌써 붉어진 얼굴로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녀를 황제가 내려다보며 물었다.

"지쳤느냐?"

"제가! 하아... 지칠리가요!"

과연 대단한 자존심이었다.

황제는 이미 잔뜩 가 버린 듯한 얼굴로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슬슬 삽입을 준비했다.

꾸욱.

"읏!"

황제의 물건이 그녀의 질안에 서서히 들어가기 시작하자 그녀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흐읏. 벼, 별거 아닌데요?"

강한 척하는 그녀를 보며 황제는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읏!"

찌걱. 찌걱.

"이래도 별거 아닌가?"

"그, 그럼요! 폐하야말로 무리하고 계신... 흣! 아닌가... 요?"

여전히 의연한 척, 괜찮은 척하고 있지만 황제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지금 꽤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황제가 그대로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며 체위를 바꿨고 그녀는 그대로 황제의 품에 안겨서는 점점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흣. 흐응. 이거 뭔가..."

그녀는 처음 겪어보는 쾌감에 당황하면서도 황제를 꽈악 껴안았다.

그녀의 체온과, 탄력적인 몸을 느끼면서 황제는 그런 그녀를 마주 안아주었다.

"...키스해도 되나요?"

그런 황제의 귓가에 키린이 작게 속삭였다.

그녀의 뺨에 붙은 땀에 젖은 회색 머리카락을 떼어 주며 황제는 말했다.

"그런 건 허락 받지 않아도..."

츄읍.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입술이 황제의 입술을 닾쳤다.

쮸읍. 츄읍.

마치 먹어 치울 기세로 격렬하게 황제의 입술을 탐하던 그녀는 그대로 한참을 그렇게 입술을 물고 빨았다가 입을 떼었다.

"하아..."

가늘고 긴 선이 그녀와 황제 사이를 이었다.

황제는 가볍게 그녀의 안에 사정하고는 그녀를 얌전히 침대에 눕혀주었다.

"...침대에선 상냥하시네요."

얌전히 이불을 덮고 누운 그녀의 말에 황제가 물을 마시고는 대답했다.

"그럼 다른 때는 아니라는 이야기냐?"

"어머, 아무리 그래도 평소에 상냥하신 분은 아닌 거 같은걸요? 베베라가 빠질만 한 거 같긴 하네요. 케르 그 암고양이는 잘 모르겠지만요."

과연...

단련을 잘해서 그런지 회복이 빠르다.

어느새 쌩썡해진 그녀가 신난 얼굴로 조잘거리는 것을 들으면서 황제는 그녀 옆에 누웠다.

"힘이 남아돌면 돌아가서 자거라."

"어머나. 그건 싫은데요? 밤은 춥답니다?"

스윽.

그대로 황제의 품 안에 들어온 그녀가 가볍게 속삭였다.

"그러니 따뜻하게 해주셔야지 좀 잘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그래, 그래. 오늘은 같이 자줄 테니 이제 자자꾸나."

황제의 대답에 그녀는 그대로 황제의 품에 파고든채로 말했다.

"정말 호화로운 난로네요."

"대륙에서 제일 호화로운 난로지."

황제의 대답에 그녀는 그런 황제를 꼭 껴안으며 공감했다.

"그러게요. 엄청난 난로네요."

그녀는 따스함을 느끼면서 눈을 감았다.

생각해 보면 정말 오랜만이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어리광을 부리는 것은 말이다.

--

"이야, 시설이 진짜 좋은데?"

다음 날.

새벽부터 일어나서 연무장을 찾은 키린은 잘 갖추어진 단련 시설에 감탄했다.

무게 조절이 가능한 역기나 길이 조절이 가능한 마법이 걸려 있는 철봉. 그 밖에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최신 설비들이 자리 잡고 있었으니까.

"오늘은 하체? 아니면 상체?"

그런 그녀가 올 줄 알았다는 베베라가 역기를 들고 프레스하면서 물었다.

"가볍게 전신 운동만 하려고 했는데... 그보다 그쪽은 상체 중?"

그녀의 반문에 뒤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던 가비가 대답했다.

"오늘은 상체 하는 날인데요. 그보다 운동 동지가 추가되는 건가요? 그럼 전 뒤에서 디나카 씨랑 같이 할게요. 베베라."

"응? 아니야. 예전에 같이 했는데 솔직히 저 여자하고는 루틴이 안 맞아. 난 가비랑 계속 같이 하고 싶은데?"

"나도 그쪽이랑은 안 맞거든!"

베베라의 말에 키린은 쏘아붙이고는 디나카에게 다가갔다.

"같이 운동할래요?"

"네?"

디나카가 당황하자 키린이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운동은 사실 보조가 있는 편이 좋잖아요. 어때요?"

"저, 저야 좋습니다!"

뭔가 딱딱한 반응인데?

키린은 그런 생각하면서 웃었다.

뭐라고 해야 하나... 너무 긴장한 거 같아서 좀 귀여웠다.

"좋네요. 황궁 생활. 같이 운동할 친구도 많아 보이고. 그런데 그 암고양이는 왜 안 보이죠?"

키린이 디나카의 자세를 고쳐주며 물었다.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케르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케르는 운동 안 하던데?"

베베라의 태연한 대답에 키린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 왜?"

그 묘왕 무카의 딸이 운동을 안 한다고? 믿어지지가 않았으니까.

"모르지?"

별로 관심이 없는지 베베라가 어깨를 으쓱하자 옆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던 여화가 대신 대답했다.

"묘인 여성은 원래 주인이 정해지면 전사보다 여인이 되는 걸 우선시 한다고 들었어요."

"아... 그렇군요."

여인이라...

키린은 그 말에 생각에 잠겼다.

'폐하께선 얌전한 여인이 취향일까?'

그렇다면 취향에 맞추는 편이... 하지만 그렇다고 단련을 포기하고 싶진 않은데...

한참을 고민하던 키린은 일단 운동을 시작했다.

당장 이곳에 있는 비만 몇 명인데...

그것만 봐도 일단 폐하께선 비가 운동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진 않는 거 같았으니까.

--

"이제 합궁도 열 번 남았구나."

황제의 말에 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빠르면 10일 안에 끝나겠네요."

한 명당 하루, 그걸 거르지 않고 연속해서 하면 10일이면 끝난다.

하지만...

"이제 여유가 있으니 좀 느긋하게 하셔도 괜찮습니다."

미령의 말에 황제가 조금 눈을 크게 떴다.

"느긋하게 해도 된다니?"

늘 서두르라는 말만 들었기에 그 말은 황제에겐 굉장히 의외로 들렸다.

"황태후 폐하께서 폐하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하셔서요. 저 역시 공감하고 있습니다."

미령의 대답에 황제는 그제야 황태후 폐하께서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아차렸다.

그래...

"짐이 아직..."

야만족에 대한 악감정을 지우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계신 걸까?

하긴 딱히 황제도 숨길 생각은 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허면... 조금 느긋하게 하자꾸나."

그리고 황제도 그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확실히 황제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그들을, 그리고 자신을...

용서할 시간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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