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욱!
밤에 잠이 들 때, 잊을만 하면 검이 목에 박히는 느낌을 받으며 눈을 뜨곤 했다.
오늘은 눈을 떠보니 궁녀가 덜덜 떨면서 자신의 목을 향해 단검을 찌르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었어요."
내 손에 밀쳐진 궁녀는 울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목에 박힌 단검을 빼내면서... 나는 밤이 참 싫다고 생각했다.
푸욱!
울면서 애원하는 궁녀의 목에, 방금 내 목에서 뽑아낸 단검을 박으면서 나는 말했다.
"미안하다. 나 역시 어쩔 수 없구나."
인간이 참 그렇다.
마음은 자신도 용서해주고 싶다.
누구도 죽이고 싶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누가 사람을 죽이는 걸 좋아할까?
나 역시 그러했다.
무인으로서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인이 아닌 아직 소년이었던 나는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이 참으로 거북하였다.
그것이 설령... 자기 목숨을 노린 상대라도 말이다.
"...시체를 치워라."
소란을 듣고 들어온 호위 무사를 질책하는 대신 목이 달아난 궁녀의 시체를 치울 것을 명한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짙은 피 냄새에 머리가 어지럽고, 목에 박혔던 칼의 감촉이 아직도 선명하였다.
치료를 받았어도, 그 감촉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눈을 감고... 그때의 나는 밤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나는 밤이 싫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딱히 변하진 않은 모양이었다.
--
"형님?"
눈을 감고 있던 황제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눈을 떴다.
잡념이 사라지고, 눈앞에 있는 라오허의 얼굴을 보며 황제가 말했다.
"얼굴이 밝아 보이는구나."
"이야, 여자가 생기니까 확실히 세상이 달라보인다고 해야 하나? 정말 좋은 여자야."
라오허가 신난 얼굴로 결혼 상대를 자랑하는 걸 보면서 황제는 웃었다.
그래도 동생이 기뻐하는 걸 보는 건 꽤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그래, 국혼으로 치러줄까?"
황제의 제안에 라오허는 단박에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그녀가 너무 요란한 건 싫다고 하더라고. 제천에서 가볍게 할 생각이야."
"...그러면 내가 참석하는 건 조금 힘들겠구나."
황제는 아쉬운 얼굴로 중얼거리고는 라오허에게 손짓 했다.
국혼으로 치루는 것이 안 된다면... 카무란에게 그러했듯이 뭐라도 쥐어주어야 할 거 같았으니까.
"응? 왜?"
순순히 황제 앞으로 다가온 라오허는 황제가 자신의 손에 뭔가를 쥐어 주자 눈을 크게 떴다.
"줄 수 있는 게 그럼 이거 밖에 없구나."
"뭐, 이런걸... 형님 진짜 요새 아파?"
황제가 쥐어 준 옥가락지를 보면서 라오허가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아는 형님은 이런 선물을 챙겨 주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아프긴 하지. 늘."
"하여간... 아무튼 갈게.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기도 그러니까."
황제의 말을 농담으로 여긴 라오허가 풀어진 얼굴로 그리 대답하고는 집무실을 떠났다.
'늘 아프지...'
황제는 눈을 감았다.
요즘 들어서 점점 심해지고 있다.
자신을 용서하려고 할수록...
이 목소리는 그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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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진짜 그런 식으로 살다간 칼 맞는다?"
태자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남자답게 잘생긴 갈색 피부의 청년을 가만히 보았다.
검은 머리와 금색 눈동자는 그의 신분을 누구보다도 잘 증명해주고 있었다.
투르크족의 비에게서 난 황자.
2황자 진 타마드.
동아족과 투르크족의 혼혈인 비에게서 태어나 그 두 민족의 지지를 받으며 태자의 자리를 가장 위협하는 황자이기도 했다.
저 황자의 뒤에 동아족의 실세인 재상이 있다는 걸 태자는 알고 있었음에도 타마드를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타마드가 진지하게 충고했다.
"가출에다가 또 이번엔 모용가의 가주님께 무례하게 굴었다면서? 형이 그러니까 그 한족의 온전한 지지를 받지 못 하는 거야."
날이 선 태자의 행동에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라고 해 봐야 카이아족의 오페아 가문?
프리아는 확실히 거물이긴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고, 한족에서도 모용가와 장가 정도지만 그마저도 모용가와 늘 저런 반목을 유지해서 제대로 된 지지세력이라 보긴 애매했다.
즉 지금의 태자는 적이 너무 많다.
타마드가 보기에 그런 태자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적을 만들어서 좋을 건 없잖아?"
타마드의 충고에 태자는 덤덤하게 목을 매만졌다.
전장에서도, 황실에서도 자는 것조차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적이 목을 노리는 전장보단 가족이 목을 노리는 이 황실이 더욱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확실히... 적이 많다는 건 그런 의미에서 지양해야 하는 일이겠지.
하지만... 태자는 그런 타마드를 보면서 그저 덤덤하게 말할 뿐이었다.
"틀렸다. 아우야. 내가 적을 만드는 게 좋지 않은 게 아니야."
저벅. 저벅.
가볍게 타마드에게 다가간 태자는 그 행동에 위축된 타마드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날 적으로 만드는 게 좋지 않은 것이지."
"...그거. 무섭네. 정말."
타마드는 솔직하게 말했다.
늘 저랬다.
날이 서 있고, 잔인하기 그지없는 형님.
알고 있다.
솔직히 적으로 돌리기엔... 너무나도 무서운 사람이다.
그러나 적으로 돌리지 않으면 황제가 될 수 없기에 필연적으로 적으로 돌려야 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형님이 황제자리를 포기한다면 살려줄 순 있어."
"...타마드. 거짓말은 하지 말거라."
태자는 타마드의 제안에 쓴웃음을 지었다.
말은 저렇게 해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다른 형제들이 살려 둘리가 없다는 걸.
그만큼 태자는 적은 많았고, 그들에게 자신은 그저 걸림돌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진짜야. 난 형과 척지고 싶진 않아."
타마드는 그 말에 태연하게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타마드는 태자와 척을 지고 싶지 않았다.
단지... 눈에서 치워버리고 싶을 뿐이었다.
죽음으로 그 존재를 지워서.
'속보이는 거짓말을 하는구나.'
그런 타마드의 속마음을 태자는 바로 알아보았다.
당장 어제 암살자를 보내고 저런 말을 태연히 할 수 있는 게 참으로 대단하다.
태자는 그리 생각하면서 타마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가벼운 행동하나에 눈에 띄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이 아이는 황제의 자질이 없었다.
"타마드. 나와 척지고 싶지 않다면 적당히 하거라. 그러지 않으면..."
태자는 덜덜 떨고 있는 그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고는 지나쳐 걸으며 말했다.
"나와 적이 된다는 게 얼마나 두려운 것이지 알게 될 테니까."
"...새겨둘게."
결과적으로 타마드는 그 말을 전혀 새겨듣지 않았다.
그것은... 죽은 타마드가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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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 일이네. 폐하? 여긴 어쩐 일이야?"
정처 없이 걷던 황제는 그녀의 말에 자신이 공방에 도착했다는 걸 깨달았다.
"...타흘라."
황제는 자신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는 타흘라를 발견하고는 가볍게 말했다.
"그런가... 여기로 온 건가?"
"으음, 오늘 폐하는 유독 이상하네에. 로라! 마실 것 좀 가져다줘."
그 모습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던 타흘라가 로라에게 차를 가져와줄 것을 요구했다.
"정말이지! 이런 건 스스로... 폐하? 여긴 어쩐 일이세요?"
로라가 차를 들고 오다가 황제를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그녀를 본 황제는 덤덤히 그녀가 가져온 차를 받아들였다.
"잘 마시마."
"아, 그, 그게... 네."
폐하인 줄 알았으면 좀 더 정성을 다해서 타올 걸!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아쉬운 표정을 짓는 로라를 보며 웃음을 터트리던 타흘라는 차를 마시는 황제를 보면서 말했다.
"그래서 무슨 볼일? 혹시 우리가 보고 싶었다던가?"
"그냥 걷다 보니... 이곳에 왔더구나. 그래, 일을 잘되어가느냐?"
황제의 질문에 타흘라는 떡진 머리를 긁적이면서 대답했다.
"요새 씻지도 못하고 일하고 있긴 해. 그래도 성과는 좀 있다고 할까... 맞아 냉장고 유통된 건 확인했어? 로라가 아주 좋아했는데."
"보이더구나."
확실히 식당마다 자리잡은 냉장고를 확인하긴 했다.
결국 보편화에 성공한 건가?
"음, 아직은 상업용에 그치고 있긴 해. 조금만 더 하면 민간용도 만들어질 거 같지만."
타흘라가 그 의문에 대답해주자 로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흘라는 대단해요. 그녀가 없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렸을지... 하는 짓은 괴짜지만 진짜 천재라니까요."
로라가 황제에게 자랑하듯이 말했다.
로라의 말대로 타흘라가 이 공방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아주 컸다.
그래서 그런가? 타흘라의 눈빛에 다크서클은 지워질 기미가 안 보였다.
"그래, 그렇구나."
황제가 로라의 말에 대충 맞장구를 쳐주며 차를 마시자 타흘라는 그 모습을 가만히 구경했다.
"맞다. 아네스란 사람이 영상 마도구 개조를 도와달라고 어마어마한 투자금을 주고 갔거든? 알지? 폐하의 약혼녀. 그게 지금 완성되었는데 혹시 확인하러 와줄 수 있냐고 대신 물어봐줄 수 있어?"
타흘라가 생각났다는 듯이 중얼거리고는 황제에게 부탁하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울 건 없는 부탁이구나."
황제는 그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느새 자기 옆에 서성이는 로라에게 말을 걸었다.
"뭔가 할 말이라도?"
"네? 아, 아니 그게... 그러니까 차는 맛있었나요?"
로라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질문하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향이 좋더구나."
화아악.
그 한마디에 눈에 띄게 밝아진 얼굴로 기뻐하는 로라를 보며 황제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 가벼운 것에도 기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
[이 행복이 과연 너에게 정당한 것일까?]
멈칫.
그러나 그것도 잠시.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황제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과연 행복해도 되는 사람일까?
목소리는 그 질문에 대답해주는 거 같았다.
네놈에게 그럴 자격이 없다고.
그 더러운 손으로 행복을 거머쥘 자격은 없다고.
그렇게 외치는 듯했다.
"...그럼 수고하거라."
애써 평정을 가장하면서,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타흘라는 뭔가 걱정하는 눈이었지만 그렇다고 그런 황제를 억지로 잡으려고 들진 않았다.
[괴물.]
[숙부를 죽이는 패륜을 저지르고도 멀쩡할 거로 생각하느냐!]
자신이 죽인 이들의 소리가 귓가에 아우성친다.
[형님! 제발! 목숨만은...]
마지막엔... 눈물을 쏟으며 살려달라고 빌던 타마드의 모습이 떠오르자 황제는 순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자신은 그들을 살릴 수 있었나?
분명 살릴려면 얼마든지 살릴 수 있었다.
진민에게 그러했듯, 못 살릴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죽였다.
거기에 어떠한 사적인 감정도 없었다고... 자신은 확신할 수 있을까?
없었다.
그렇기에 황제는 구역질이 났다.
모든 희생은 정당하다 포장하였지만 사실 정당하지 않았다.
죽이지 않아도 되는 목숨도 죽였다.
그저 광기에 몸을 맡긴 채. 살육을 저질렀다.
결과가 옳았다고 과정까지 옳을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게 최선이었다고 자신을 속여 왔다.
'알고 있었는데...'
스스로가 혐오스러웠다.
그토록 많은 피를 흘려서 지켜낸 이 자리에, 이룬 이 제국에.
사실 자신의 자리따윈 없어야 했다.
'카무란...'
그때 그냥 억지로라도 카무란에게 모든 것을 넘겼으면 달라졌을까?
달라졌겠지.
황제는 그제야 알았다.
자신은 그때 죽어야 했다.
모든 피를 덮어쓰고, 모든 죄를 등에 진 채...
손에 피하나 묻히지 않고 깨끗한 아이에게 뒤를 맡기고 깔끔하게 물러나는 것이 옳았다.
어떻게 자신을 용서하란 말인가.
자신을 용서하려고 할수록 황제는 오히려 이런 자신에게 혐오감만이 들었다.
스승님은 아실까?
이제 용서해 줘도 된다는 그 말에... 황제는 오히려 자신의 죄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고는 알았다.
이 손은 너무 더러워서.
그 어떤 것으로도 지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손에 닿는 것마저 피로 더럽히는 부정한 손이다.
황제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터덜터덜 걸었다.
어느새 그가 도착한 곳은 스승님과 이야기를 나눴던 그 복숭아나무 아래였다.
황제는 그 앞에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나무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머, 폐하. 근심거리라도 있으신가요?"
그때였다.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황제는 뒤도 돌아보지 않으면서 대답했다.
"아네스."
꾸욱.
그 대답에 자신을 뒤에서 껴안는 그녀의 행동을 딱히 제지 않으며 황제가 말했다.
"그대의 말이 옳다."
자신은 망가졌다.
어쩌면 아주 예전부터.
"짐은 망가졌다. 피로 닳고 닳아서."
스스로가 망가진 건 아는데...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고쳐야 자신을 용서하던 말던 할 텐데... 고칠 방법을 모르니 자신을 용서할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황제는 더욱 괴로웠다.
"그게 문제인가요?"
"그래, 문제가 되었구나. 이젠."
예전엔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을 용서할 생각도 없었으니 고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다가... 망가진 채로, 자신을 용서하지도 못한 채. 그냥 그대로 죽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용서하란다.
자신을.
이젠 용서해도 된다고.
가장 존경하는 스승님이 그리 말해주셨다.
"이 제국의 모든 업은 짐의 것이라는 것은 이해했다. 허나..."
그렇기에 죄인임을 인정하고 적어도 스스로는 자신을 용서하라고?
죄인을 어찌 용서한단 말인가.
황제 스스로는 정작... 아직 야만족들조차도 용서하지 못했는데...
그보다 더한 죄인인 자신은 어찌 용서해야 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오히려 늘어나는 건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 뿐이었다.
그렇기에 황제는 아네스에게 질문했다.
"짐은... 어찌해야 하는 걸까?"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하는 황제의 약한 모습에 아네스는 몸을 움직였다.
"딱히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아네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황제의 다리에 풀썩 주저앉고는 그 가슴에 기대며 말했다.
"폐하께서 망가지셨다면 같이 망가질게요. 폐하께서 자신을 용서하기로 했다면 저도 같이 용서할게요. 폐하를 온 세상이 증오한다면 저도 같이 증오를 받을 거랍니다."
그러니까...
"폐하께서 어떤 선택을 하던, 전 폐하와 함께랍니다.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으신가요?"
"...괜한 걱정을 끼쳤구나."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보며, 황제는 그리 대답하고는 그런 그녀를 가볍게 껴안았다.
품에 안긴 그녀는... 참으로 따스했다.
"참으로... 따스하구나."
황제가 살짝 물기가 어린 목소리로 말하자 아네스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렇죠? 후후, 난로 대신 써도 된답니다?"
아네스가 기뻐하면서 머리를 비벼오자 황제는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대 덕분에 조금 힘이 나는구나. 그래, 생각해 보면... 짐은 늘 그렇게 힘을 얻었지."
생각해 보면 자신이 이렇게 흔들릴 때마다, 늘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약해지면 안 되는데... 생각보다 자신은 너무나도 약하고, 부족한 모양이었다.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고맙구나. 덕분에 조금 정신이 들었어."
용서하기 힘들다면, 용서하지 말자.
이렇게 괴로워하면서까지... 자신을 용서할 필요는 없으니까.
황제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훨씬 편해지는 걸 느꼈다.
'스승님...'
어쩌면 처음으로 당신의 가르침을 어기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눈을 감았다.
이상할 정도로...
속이 고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