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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의무방어전-171화 (171/235)

그녀는 순식간에 궁중에서 자기 가치를 증명했다.

그녀에겐 그만큼의 재능이 있었고, 그 재능을 거침없이 발휘하는 데다가 황제의 총애까지 있었으니까.

그 누구도 그녀의 신분으로 뭐라 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따금 과거의 쾌락을 원하는 자신이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을 믿는 황제의 시선에 그 충동을 이겨 내고는 궁중 악사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녀가 연주를 할 때면, 그분은 조용히 눈을 감고는 그 연주에 귀를 기울이며...

편안한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했다.

그 모습이 좋았다.

자신을 향해 웃어 주는 그가 좋았다.

이따금... 따스한 목소리로... 좋은 연주였다고 말해주는 그 시간이 행복했다.

그 어떤 쾌락보다도, 쾌감보다도... 그녀에겐 그것이 값졌다.

"지금의 제국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날은 유독 바쁜 날이었다.

피곤에 젖어... 가볍게 차를 마시던 황제는 그녀를 향해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그런 어려운 건 모른다.

그녀가 아는 것은 악기를 다루는 법과 노래의 가사 뿐이었으니까.

"화합이다. 법은 만들어졌으니 가장 필요한 것은 민족들의 융화지. 제국이 이루어진 지 벌써 백 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이 대륙은 여전히 전혀 융화되어 있지 않구나."

황제는 그것을 어찌할지 고민해 보았다.

자기 손에 의해서 법은 만들어졌으나 그렇다고 소속감이 부족한 이들이 뭉치길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은 제국의 강력한 힘 앞에 굴복하고 있으나 언제 각자의 정체성을 찾아서 분열될지 모를 일이었다.

황제는 그것이 늘 불안했다.

"그래서 짐은 말이다... 그 천무제께서 민족의 화합을 위해 택했던 것을 법제화할까 생각 중이란다."

"그게 무엇인가요?"

그녀의 질문에 황제는 웃었다.

"각 민족의 대표가 여인을 황제에게 보내도록 법제화하는 것이다. 일단은 화합이 목적이긴 하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유력자 딸을 볼모로 잡아 제국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지."

그 말은 가벼웠으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그리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황족의 피는 그야말로 대륙을 따져 보아도 가장 다채로운 피가 될 것이다. 언젠가는... 황제의 몸엔 각 민족의 다양한 피가 흐르게 되겠지."

그것이 어쩌면 진정한 화합이 아닐까?

황제는 그리 말하면서 웃었다.

화합이라... 그걸 화합이라고 불러야 할까?

그녀는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그런 의문을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그저... 얌전히.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그런 그가 원했던 황제가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오랜 세월 여러 민족과 결합하여 만들어진... 그 결정체와 같은 강함을 가진 남자가 눈앞에 있었다.

장휘량은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그 입술을 탐하고 있었다.

츄읍.

마치 먹어 치울 것처럼. 그렇게 한참을 그녀는 황제의 입술을 탐했다.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느낌이다.

그녀는 그런 생각하면서 한참을 그렇게 황제를 꼭 껴안고는 그 입술을 탐했다.

황제에게선 그분과 비슷한 냄새가 났다.

그것이... 그녀에겐 너무나도 그리워서. 이렇게 황제를 안고, 황제와 입을 맞추고 있다 보면 지금의 황제가 아닌, 자신이 알고 있는 황제가 생각이 났다.

황제는 그런 그녀의 거칠고도 짐승 같은 입맞춤을 거절하지 않고 온전히 감당해주었다.

그녀의 손이 자연스럽게 황제를 껴안았다.

서로의 몸이 맞닿는 감촉이 그녀의 몸을 뜨겁게 만들었다.

처음엔 이런 키스로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좀 더, 좀 더 진한 것을 원하게 되었다.

스윽.

그녀의 손이 자연스럽게 아래를 향하고는 황제의 바지를 벗겼다.

가장 진한 수컷의 냄새가 나는 곳을 확인하고 싶었으니까.

"하아..."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황제의 물건은 그녀가 본 물건 중에서도 가장 크고 굵었으면서 단단해 보였다.

완전히 흥분한 얼굴로 그녀는 그것을 그 가늘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핏줄이 그대로 느껴지는 물건의 단단함을 느끼면서 그녀는 부드러운 입술로 그것에 가볍게 키스했다.

그러고는 그대로 입에 넣었다.

그녀는 이로 살짝 자극을 주면서도 부드럽게 빨기 시작했다.

엄청난 기술이었다.

과연 경험이 풍부하다는 건 허언이 아닌지 황제는 그녀의 압도적인 기술에 당황하고 있었다.

쮸왑. 쮸왑.

여유롭게 물건을 빨던 그녀는 곧 저고리를 풀더니 자기 가슴으로 황제의 물건을 부드럽게 감싸고 압박했다.

그러고는 귀두를 부드럽게 핥았다.

결국 참지 못한 황제가 그대로 사정하자 그녀는 그것을 삼키고는 입술을 부드럽게 핥았다. 미쳐 다 삼키지 못한 백색의 액체가 그녀의 가슴에 넘쳐 흘렀다.

그 모습은 실로 자극적이었는데 그녀는 자신의 풍만한 가슴에서 흐르는 정액을 가볍게 핥았다.

"맛있네. 게다가..."

그렇게 사정했는데 전혀 시들지 않은 황제의 물건을 보면서 그녀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니까."

최고의 별미다.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황제를 침대에 눕히고는 그대로 올라타서는 삽입을 준비했다.

애초에 황제가 면담을 요청했을 때부터 그녀는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기에 딱히 옷을 벗지 않아도 삽입을 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꾸욱.

그녀는 그대로 황제의 물건을 잡아서 자기 안으로 이끌고는 그대로 삽입했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안이 가득 차는 감각이 그녀를 미치게 했다.

"하앙! 오랜만이야. 이 감각."

철퍽. 철퍽.

그녀는 완전히 쾌락에 풀린 얼굴로 허리를 마구 흔들었다.

황제는 아무런 저항 없이 그녀의 행동을 그저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걸 본 그녀는 황제의 손을 잡아서 자기 출렁거리고 있는 가슴으로 이끌고는 강제로 만지게 만들었다.

"하앙!"

굳은살로 단단한 손이 자기 가슴을 만지는 게 좋았다.

크고 굵은 그의 단단한 물건이 자기 안을 가득 채우는 감각이 좋았다.

하지만 그녀를 가장 미치게 만든 것은...

"하읏. 하악!"

다른 아닌 황제에게서 나는 냄새였다.

그녀는 황제를 내려다보았다.

어딘지 모르게 자신을 측은하게 보고 있는 저 금색의 눈동자.

똑같았다.

그렇기에 더욱 원하게 된다.

그녀는 그런 생각하면서도 황제에게 손을 뻗었다.

--

그날은 별이 보이지 않는 밤이었다.

어두운 밤, 오로지 달빛만이 이 어두운 황궁을 빛내는 그 밤에... 황제는 홀로 밖에 나와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별일이네요. 폐하께서 술을 드시다니요."

그걸 본 장휘령은 다가와서는 솔직하게 말했다.

취기로 붉어진 얼굴이 사랑스러웠다.

은은한 달빛을 받은 황제의 모습은... 평생 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함부로 손을 뻗으면... 그대로 자기 몸을 불태워 버릴 위험한 태양이었으니까.

"합궁이라는 것도 피곤한 일이구나. 예상했던 것이지만... 짐은 사실 여자랑 어울리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듯해."

작게 푸념하면서 그는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떨리는 그의 손이 그가 얼마나 취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오랜만에 네 연주가 듣고 싶구나."

황제가 헤실거리며 웃었다.

그 웃음이... 어쩌면 이렇게 사람을 기쁘게 하는지...

그녀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면서 입을 열었다.

"바로 연주하겠습니다."

늘 가지고 다니던... 자신이 처음으로 만든 단소를 꺼내 든 그녀는 연주를 시작했다.

바람이 불고, 그 바람이 풀어진 황제의 길고 검은 머리를 바람에 흩날리게 만들었다.

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녀는 연주하면서도... 눈은 계속 그런 황제를 좇았다.

짝짝짝.

"훌륭하구나."

박수를 치면서 칭찬의 말을 건넨 황제는 그대로 난간에 기댄 채 말했다.

용포 사이로 보이는 그 새하얀 살결이 그녀는 참으로 부드러워보였다.

"그대가 짐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알고 있단다. 미안하구나."

"..."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닿을 수는 있을지언정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었다.

"짐의 몸은 내 것이 아니라 이 제국의 것이니."

그것은 제국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해야 하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그녀 역시 그런 황제의 대답을 이해했다.

"손을 이리 주거라."

황제가 손을 내밀면서 말하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기 손을 내밀었다.

그는 그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정말이지... 그런 황제의 손은 참으로 부드러웠고,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황제의 체취는 그녀의 이성을 뒤흔들었다.

"참으로 길고 고운 손이구나. 그러니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것이겠지."

"...과찬이십니다."

힘겹게 이성을 잡은 그녀는 간신히 입을 열 수 있었다.

그걸 보면서 무방비한 미소를 지은 황제는 그녀에게 말했다.

"이 몸은 줄 수 없지만, 짐의 마음은 온전히 내 것이니 그것을 내주겠다. 그것으로는 부족하느냐?"

부족합니다.

마음 같아선 그 여린 몸을 껴안고, 그 부드러운 입술에 입 맞추고 싶습니다.

그녀는 속으로 그런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웃어 보였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그녀의 대답에 황제는 웃었다.

그러고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것이 황제와의 마지막 접촉이었다.

그녀는... 황제의 마음을 얻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만족해야 했다.

그것이...

그녀가 가장 사랑하고, 또 존경했던 그가 원하던 것이었으니까.

--

'알고 있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아무리 많은 남자와 여자를 안아도, 그녀가 정녕 원하는 것은 영원히 얻을 수 없었기에 그녀는 늘 갈증을 겪어야 했다.

알고 있었다.

지금 황제와 이렇게 몸을 섞어도... 그녀가 원하는 것은 얻을 수 없었다.

그때의 황제에게는 마음을, 지금의 황제에게는 몸을 받았지만...

그때의 황제에게 몸을, 지금의 황제에게는 마음을 받지 못했기에 영원히 공허했다.

그녀는 이 쾌감이 몸에서 사라지고 나면, 다시 남는 것은 그저 허무함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탐했다.

그게 그녀였으니까.

다시 한번 찾아온 극한의 쾌감에 절정을 맞이한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고는 그대로 황제의 위에 몸을 뉘었다.

"...쓰다듬어 줄 수 있나요?"

황제는 그녀의 말투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했지만 얌전히 그런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다르지만...'

역시 달랐다.

단단하고, 굳은 그의 손은 그 부드러웠던 법문제의 손과는 달랐다.

하지만...

'같아.'

그런데도 같았다.

그 안에 담긴 배려는... 분명 그 분과 같은 것이었다.

사실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마음을 주겠다는 그 말이 법문제의 배려였다는 것을.

처음부터 그녀는 그의 사랑이 될 수는 없었다는 것을.

그는 자신의 몸만이 제국의 것이라고 했으나 사실 그의 마음까지도 제국의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주었던 그 마음이 사랑이 아닌, 자비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확실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아마 그와 몸을 섞었더라도 분명... 이런 허무함만을 느꼈으리라.

그렇기에 그녀는 감사했다.

그 사실을 알게 해준.

지금의 황제에게 말이다.

--

"어때? 공연은 만족스러웠니?"

다음 날.

모두의 앞에서 연주를 끝낸 그녀는 황제에게 다가와 웃는 얼굴로 물었다.

"불만족스러웠다면 제 앞에서 그리 멀쩡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으셨겠죠."

황제의 까칠한 대답에 그녀는 웃었다.

정말이지 법문제와는 참으로 다른 녀석인데... 그것이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참으로 마음에 드는 아해구나. 난 언제든 괜찮으니 또 하고 싶으면 부르거라."

찡긋.

가볍게 한쪽 눈을 감으며 손으로 키스를 날리는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한숨을 쉬었다.

"부를 일은 없겠군요."

"쌀쌀맞기는. 그런 점이 그대의 매력이긴 하지만."

그렇게 웃은 그녀는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보이지만 황제가 옆에 있어서 차마 다가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막내가... 그대를 왜 제자로 받았는지 이해가 가는구나."

그리고는 황제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녀는 설육도, 강상도 왜 이 황제를 좋아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지금의 황제는... 정말이지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정작 스스로는 인정하지 못 하는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렇게 좋은 사람이기에 죄책감에 짓눌리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으니까.

"심심하면 가끔 놀러 와도 되겠니?"

"...언제든 환영하겠습니다."

말과 다르게 전혀 환영하고 싶지 않다는 티가 팍팍 나는 황제를 보면 한참을 웃은 그녀는 그대로 학을 타고는 사라졌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지 못한 라오허와 엘리자베르는 눈에 띄게 아쉬워했으나 황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음선이라...'

음악의 신선이라 불리는 그녀의 연주는... 확실히 굉장했다.

뭔가 듣고 있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오죽하면 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노래가 끝나자 박수가 나올 정도였다.

'제국이 사랑한 음악가라.'

그런 점에서 그녀는 과연 그 칭호가 어울리는 여인이었다.

확실히 황제도 그녀의 음악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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