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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의무방어전-174화 (174/235)

"..."

뚝. 뚝.

대흘은 잠에서 깨어나기 무섭게 자기 목에 박혀 들어온 어금니를 보면서 일단 그 어금니의 주인공인 늑대의 목을 잡았다.

어금니가 박힌 목에서 피가 뚝뚝 흘렀으나 대흘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늑대인가...'

대흘은 어느새 야영지가 늑대 무리에 포위 당했다는 걸 깨닫고는 일단 목을 잡은 늑대의 척추를 으깨서 절명시켰다.

성인 남자만한 늑대가 절명하자 포위하고 있던 늑대 무리가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도... 이게 무리의 대장이었던 모양이었다.

'사람을 공격하는 건 이미 피맛을 본 놈들이라는 건데...'

그러면 살려 둘 가치가 없다.

대흘의 모습이 순간 사라졌다.

캐행!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대흘이 걸어 나왔다.

늑대들의 피로 피투성이가 된 대흘은 늑대의 시체를 쌓아 두고는 해체를 시작했다.

'그분이 늑대 고기를 참 좋아하셨는데...'

대흘은 오늘 꾼 꿈 때문인지 모처럼 그분을 생각하면서 웃었다.

오늘은... 아침으로 늑대 고기를 먹어야 할 거 같았다.

--

"하여간 이래서 산길이 위험하다니까요."

아비가 호랑이의 목에 박힌 도를 깔끔하게 뽑으면서 투덜거렸다.

가벼운 동작으로 피를 털어낸 아비는 키야를 향해 말을 걸었다.

"다친 곳은 없죠?"

"으, 응. 역시 관도에서 벗어나니까 바로 위험해지네."

여전히 갑작스러운 호랑이의 습격에 놀랐는지 키야가 조금 창백해진 얼굴로 중얼거리자 아비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호환마마란 말도 있잖아요."

사실 늑대들이야 어지간하면 인간을 습격하진 않는다.

그런 점에서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바로 이 호랑이였다.

당연히 아비 정도의 실력자에겐 별 위협이 되진 않지만 일반 백성들에겐 그 황제보다도 무서운 게 바로 이 호랑이였다.

황제는 멀고 호랑이는 가까웠으니까.

'난 폐하가 더 무섭지만...'

물론 그녀에겐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였다.

그녀에겐 폐하가 오히려 가까우면 가까웠으니까.

무섭기도 더 무섭고.

"무림의 무인들이 그렇게 검을 잘 다룬다는데 아비를 보면 틀린 말이 아닌 거 같아."

키야의 말에 아비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야 당연히 틀린 말이죠."

"?"

고개를 갸웃하는 키야를 향해 아비가 자부심이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무림의 무인따위. 군에서 일하지도 못 하는 어중이떠중이들이잖아요. 그런 놈들보단 제가 훨씬 강하답니다."

엄청난 자부심이 담긴 말이었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보통 뛰어난 실력을 지녔으면 황실에 소속되어 군에서 일할 생각을 하지 길거리의 무인으로 살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 점에서 무림이라는 것은 그저 칼든 무뢰배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거창하게 포장한 허상에 지나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그런가?"

키야는 그런 아비의 자부심이 담긴 말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다면...

"그 천하제일인이라는 사람도 뜻밖에 별거 없을까?"

무림에 존재한다는 천하제일인도 별거 없을까? 그녀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뭔 그런 거창한 호칭을... 폐하께서 멀쩡히 살아계시는 데요. 그냥 헛소리죠. 비 전하께선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는 이야기랍니다."

실제로 대륙에서 천하제일인이라고 하면 대부분 지금의 황제를 떠올리지 무림에 있는 천하제일인을 떠올리지 않는다.

그만큼 지금의 황제가 세운 무에 관한 업적들이 대단하다는 증거였고.

그런 황제의 밑에서 일하고자 하는 무인들이 넘치기에... 무림의 천하제일인 따윈 알아주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하긴..."

키야도 그렇기에 그 말에 공감했다.

확실히 그 말대로 그 황제가 있는데 무림에 천하제일인이라니... 전혀 안 어울렸으니까.

--

"하앙!"

그 천하제일인께서는 현재 침대에서 허리를 바쁘게 놀리고 있었다.

발정제 때문인지 완전히 흥분한 수이의 허리가 활처럼 휘면서 그녀의 적당히 부푼 가슴이 옷에서 튀어나와 부드럽게 출렁였다.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피부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황제는 그녀의 몸을 가볍게 쓸었다.

얼마나 독한 것을 먹었는지 황제에게도 그 약 기운이 느껴질 정도였다.

황제는 독이 안 통하는 몸이지만 그렇다고 약까지 안 듣는 체질은 아니다.

애초에 황제의 만독불침은 스스로가 내부에 들어온 것이 해로운지 아닌지를 판단하여 기운으로 분해하는 것이니까.

약까지 분해할 정도로 황제는 독과 약에 무지하지 않았다.

그런 황제가 볼 때 그녀가 쓴 발정제는... 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독했다.

얼른 풀어 주지 않으면 이 열기가 분명 그녀를 망칠 것이다.

황제가 뜨끈한 그녀의 몸을 꼭 껴안아서는 그 열기를 빼앗았다.

녹아버릴 거 같은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꼭 안은 채, 황제는 그녀의 벌려진 입안에 손가락을 넣어보았다.

쯥. 쮸읍.

그 손가락을 정신없이 핥는 수이의 혀는 너무나도 뜨거웠다.

확실히 비정상적인 체온이다.

황제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는 혀를 섞으면서 차갑게 식힌 자기 기운을 흘려 넣었다.

빠르게 그녀의 달아올랐던 몸이 식어가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조금 멍한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녀와 자신 사이에 연결된 실선을 보면서 황제는 그대로 그녀의 안에 사정했다.

완전히 탈진한 그녀가 추욱 늘어지자 황제는 그녀가 흘린 땀을 보고는 물을 따라서 건네주었다.

"마시거라."

"가, 감사합니다..."

황제가 기운을 불어넣어 주자 간신히 몸을 일으킨 수이는 조심스럽게 잔을 받았다.

붉은 기운이 감도는 그녀의 갈색 피부는 땀에 젖어서 광택이 나고 있었고, 그녀의 우뚝 솟았던 분홍색 유두는 어느새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물을 마신 그녀는 땀에 젖어서 풀어진 머리를 가볍게 정돈하면서 그대로 인형을 확인했다.

확실하게 새하얗게 된 인형을 보면서 수이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거 봐요. 우리 사이의 결과물이 나왔어요."

"그렇구나."

황제는 새하얗게 변해 버린 인형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이렇게 누우니까 부부 같네요. 아, 이제 부부죠? 그렇게 생각하니까 조금 부끄럽네요."

그런 황제의 옆에 따라 누운 그녀는 황제의 옆모습을 구경하면서 말했다.

"헤헤, 단단하네요. 목침 같아요."

황제의 팔을 베며 감탄하는 그녀의 모습에 황제는 그녀가 자기 팔을 베기 편하게 자세를 취해주고는 말했다.

"좋은 밤 되거라."

황제는 그대로 스스륵 잠이 들었고, 그녀는 그런 황제의 얼굴을 한참을 구경하다가 작게 인사했다.

"폐하도 좋은 밤 되세요."

그녀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솔직히 아직 불안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그녀는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든든한 사람이... 곁에 있어 줄 거란 확신이 들었으니까.

--

꼬끼오오오!

닭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황제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는 목욕하고는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여전히 자는 수이를 보면서 궁녀에게 지시했다.

"깨어나면 바로 식사 후 목욕할 수 있게 준비해 두거라."

"네."

"그리고... 갈아입을 옷도."

황제는 땀에 젖어서 못 쓰게 된 그녀의 옷과 그녀 혼자서 갈아입다가 찢은 거 같은 한복을 보면서 추가적인 지시를 내렸다.

지나치게 흥분한 그녀와 교접을 하다보니 그녀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일단 상의가 찢어져 있었고, 하의도 늘어나 있었다.

뭐... 어차피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멀쩡해도 밖에서 입기엔 무리가 있긴 했지만...

"네."

궁녀가 분주하게 준비하는 걸 보면서 황제는 안의 상황을 짐작하고는 들어오지도 않고 밖에서 대기하는 상선에게 말을 걸었다.

"식사는?"

"여기서 드시진 않을 거라 생각하여 경화당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렇구나."

확실히 오늘은 굳이 처소에서 먹을 생각은 없었기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화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태학에서는 답변이 왔느냐?"

"오지 않았습니다."

"..."

그 대답을 들은 황제의 미간이 살짝 찡그려졌다.

바로 확인하라고 마법사까지 보내줬는데 이걸 이리 느리게 처리한다고?

황제는 태학정에게 실망했다.

"오늘은 잠시 외출을 해야겠구나."

아무래도 태학정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

"흐음..."

새벽부터 글을 읽는 소리가 들려오고, 맑은 새소리가 들려오는 이곳은 바로 이 제국 최고의 교육 기관.

많은 선비들이 머물면서 지식을 나누고, 배우는 교류의 장이기도 했다.

많은 학회들이 열리는 지식의 장이기도 한 이곳의 태학정인 청년은 편지를 읽으면서 고민에 잠겼다.

새하얀 백발에 은색 눈동자, 선 굵은 얼굴을 가진 미남인 그가 정자관을 벗고는 상투가 풀어지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로 머리를 긁적이더니 곧 편지를 내동댕이쳤다.

"에이, 나보고 어쩌라고. 폐하께서도 참으로 너무하시군."

애초에 최연소 태학정인 그가 선비들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을 리가 없거늘. 폐하께서는 아무래도 신을 과대평가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선비들을 제어할 능력이 없었다.

있었으면 페하께서 한족과 다툴 때 선비들을 잘 통제했겠지.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런 편지를 보내신 폐하가 그는 조금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모용진 개새끼. 죽일 놈.'

자신을 이 자리에 앉게 만든 악우 놈에 대한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그는 황제에게 보낼 답장을 고민했다.

황제의 편지가 담은 내용은 실로 간단했다.

선비 관리 좀 해라.

말이 쉽지 그게...

청년은 답답함에 곰방대를 입에 물고는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속이 타들어 갔다.

답장을 얼른 보내야 하는데 뭐라고 보내야 할지 실로 막막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바뀌는 게 없을 텐데 그렇게 보내봐야 기만이잖아. 죄송합니다? 그런 답장으로 만족하실리가 없지.'

그야말로 막막하다.

청년은 담배를 태우면서도 하염없이 편지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그가 담배와 고민을 태우고 있을 때 시동이 급하게 이쪽으로 달려왔다.

"태학정 어르신. 폐하께서 오셨습니다."

'이런 제길...'

그는 시동의 보고를 들으면서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자신은 정말 끝장이 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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