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제의 의무방어전-185화 (185/235)

"...어쩐지 놈들이 저렇게 경계하는 구만."

할바르는 빈손의 보고를 들으면서 혀를 찼다.

식량을 가지고 온 것은 환호할 일이긴 했지만 설마 그 가파이를 죽이고 왔을 줄이야.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야만족의 전사들을 보고 있자면 모골이 송연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쉽게 생각하진 않을걸요? 기지 하나를 초토화시키고 왔으니까."

빈손의 대답에 할바르는 기가 찼다.

가파이를 죽이고 왔다는 것도 사실 믿어지진 않는데 아예 기지 하나를 초토화시키고 왔다고? 빈손의 실력은 잘 알고 있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거짓 보고는 징계 대상인 건 알지?"

"어라? 진짜인데요?"

그 대답에 빈손의 얼굴을 살핀 할바르는 거짓이 전혀 없다는 걸 깨닫고는 놀랐다.

"...진짜라고?"

저 자식이 무슨 인외 괴물도 아니고 야만족의 기지 하나를 단신으로 괴멸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렇다는 건...

"막내냐?"

역시 가능성은 이것뿐이었다.

할바르는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슬쩍 물었고 빈손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보통 놈은 아닌 거 같아요."

빈손은 막내를 면밀하게 관찰했고, 나름대로 결론을 냈다.

막내는 누군가를 죽이는데 너무 익숙해진 아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기 목숨을 노리는 적의에도 익숙한 아이였다.

그런 환경이라면...

'에이, 설마.'

빈손은 스스로가 생각한 가능성을 지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황실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 이런 전장으로 스스로 걸어들어온다는 건 믿어지지 않았으니까.

--

그 뒤로는 산발적인 그들의 습격이 이어졌다.

마치 지치길 기다리듯.

그들은 서서히 흑마 부대를 갉아먹고 있었다.

아무리 전투력으로만 두고 보면 국경 최강의 부대라고 자부하는 흑마 부대라고 해도 그런 소모전엔 점점 지칠 수밖에 없었다.

상등병사 중 벌써 3명이 죽었고, 다른 병사들도 제법 죽었다.

소수라면 소수지만... 총원이 100명 남짓인 부대에서는 그 정도의 숫자도 적지 않았다.

"더럽네 정말."

빈손은 어제 일을 생각하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당장 어젯밤엔 몰래 숨어들어온 야만족의 전사가 목에 칼을 꽂았다.

빈손이 마침 잠이 안 와서 눈을 뜨지 않았다면 분명 휘는 죽었을 것이다.

당장 그 녀석이 가장 먼저 노린 것이 휘였으니까.

"목은 괜찮냐?"

"괜찮습니다."

칼자국이 남은 목을 만지작거리면서 휘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 덤덤한 반응이 빈손은 안쓰러웠다.

늘 그런 식이었다.

같이 식사하던 전우가 죽어도, 저 고운 몸에 상처가 남아도.

저 녀석은 그저 괜찮다고만 말했다.

괜찮을리가 없을 텐데... 분명 그럴 텐데...

녀석은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게 빈손은 늘 가슴이 아팠다.

이런 어린 아이가 벌써 그런 것에 무뎌졌다는 것이 말이다.

"저들이 총공세를 펼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휘가 여전히 진지를 구축한 채 가만히 있는 야만족들을 보면서 물었다.

빈손은 생각했다.

그러게 어째서일까...? 솔직히 저들이 작정하고 전부 달려들면 아무리 지형의 이점이 있어도 전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본대를 의식하는 거겠지. 저 숫자로는 우릴 어찌하면 저쪽도 피해가 심각할 거고 , 그렇다고 증원을 부르자니 우리 본대에게 기회를 주는 셈이니까."

그런 점에서 사령관의 판단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게 되어 버렸다.

흑마 부대의 병사가 죽은 것 이상으로 저들의 소모도 컸으니까.

무엇보다... 고작 백 명의 인원으로 저 정도의 수를 다른 곳에 잡아 두고 있으니 그만한 이득은 없을 것이다.

문제라면...

'사령관이 그런 이득을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지...'

그런 수의 이점을 사령관이 살려줄 수 있을까?

그 부분에 있어서 빈손은 솔직히 회의적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지긋지긋한 대치 상황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움직임이 불길해.'

무엇보다도 적들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았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나... 일렁이는 기의 움직임은 지금 그들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걸 빈손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뭔가... 예감이 좋지 않네요."

"그렇지?"

휘도 그걸 느낀 모양이었다.

하긴 이곳에서 그걸 느낄 실력자는 셋 뿐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노리는 게 있는 모양인데..."

뭐지?

빈손은 생각했다.

사실 저들이 노릴 만한 건...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이번 보급은 생략하죠."

바로 보급.

보급을 받으러 이동할 때를 노릴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러니까 빈손은 이번 보급을 생략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곤란해."

하지만 그 말을 들은 할바르가 솔직하게 말했다.

"안 그래도 몰래 보급을 받고 있긴 했지만 들킬 뻔한 적이 몇 번 있었어. 그래서 위험할 때마다 이미 보급을 생략하고 버티고 있었지."

적들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당연히 보급을 노릴 거다.

그 부분에 대해서 할바르는 꽤 많이 신경을 쓰고 있었고, 최근 그들이 보급 시기를 찾는 움직임이 더욱 집요해졌기에 꽤 많은 기간 동안 보급을 생략했다.

"이미 한계야. 지금 가지 않으면 어차피 말라죽을 거다."

할바르의 말에 빈손은 그제야 저들이 왜 저렇게 움직이는지 이해했다.

저들은 이미 우리가 상당 기간 동안 보급을 받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까...

'반드시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다면 위기다.

분명 보급을 받으면 저들과 충돌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정면 돌파? 저 많은 수를 상대로? 아무리 막내가 있다고는 해도 자살 행위다.

"그래서 내가 간다. 만약 내가 돌아오지 못하면... 네가 부대를 지휘해라."

할바르가 각오한 얼굴로 말하자 빈손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곳에선 누구보다도 백부장이 필요했다.

"제가 가죠. 백부장님은 여기서 우리를 지휘해야지 어딜 가려고 하십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맞다.

빈손이 그렇게 생각하며 말에 타려고 할 때였다.

"제가 가겠습니다."

가만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휘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돌연 그리 말했다.

"뭐? 말도 안 돼! 무모..."

우득!

휘는 말리려는 빈손의 복부에 팔꿈치를 박아 넣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그 빈손이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그대로 기절하자 휘는 덤덤하게 말했다.

"제가 가는 게 맞습니다. 반드시 보급을 받아오겠습니다."

"...진심이냐."

할바르는 물론 막내를 믿고 있기는 했다.

평소엔 병사들이 그렇게 딱딱해서 결혼은 하겠냐고 놀리는 귀여운 막내일 뿐이지만... 그가 지금까지 보여 준 무위는 모두가 막내를 인정하게 만들기엔 충분했으니까.

저들의 경계를 이 정도로 이끌어낸 것에 막내의 비중이 크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할바르는 멍청하진 않았다.

"네, 이게 최선입니다."

최선.

그 말에 할바르는 눈을 감았다.

아무리 강해도 이제 지학을 막 넘긴 거 같은 어린아이거늘.

정녕 그런 위험한 곳으로 보내는 것이 옳을까?

"...부탁한다."

결국 할바르는 휘를 믿기로 했다.

그게... 지금의 그에겐 최선의 선택이었으니까.

--

보급을 받는 과정까지는 생각보다 수월했다.

휘는 보급품이 들어 있는 마차 주위를 경호하면서도 주변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있었다.

'이대로만...'

이제 하루 정도만 달리면 진지에 도착할 수 있다.

휘는 말을 몰면서도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그만큼 중요한 보급이었다.

사람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싸울 수는 없으니까.

푸히힝!

말에 박힌 화살을 본 휘가 빠르게 말에서 뛰어내렸다.

마차를 몰고 있던 고참 병사는 그 모습에 몸을 떨었다.

"마, 막내야..."

병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휘는 차분하게 주변을 보면서 검을 뽑았다.

"뚫을 수 있어?"

그 모습을 보고 묘한 기대를 담은 병사의 말에 휘는 그들의 수준을 가늠해 보았다.

사방에 깔린 야만족 전사들.

하나하나가 최소 기를 다룰 줄 아는... 소름 끼치는 강자들 뿐.

솔직히 말해서...

"힘들겠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전부 사는 것은 무리.

그렇다면...

[제가 저쪽으로 길을 뚫으면 바로 마차를 달리세요.]

보급품을 살린다.

휘는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는 전음으로 고참 병사에게 부탁했다.

그러고는 빠르게 마차 앞에 검기를 날려서 길을 뚫어냈다.

"이럇!"

망설임 없이 고참 병사가 마차를 몰자 휘는 당연히 마차를 쫓을 전사를 막으려고 했다.

그런데...

'안 쫓아?'

야만족의 전사들은 마차를 쫓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포위를 두텁게 했다.

그제야 휘는 처음부터 이들의 목적이 보급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저들이 노리는 것은...

"역시... 네놈이 남을 줄 알았지. 이런 상황이면."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그들을 지휘하는 거 같은 남자가 당당하게 앞에 나서면서 웃었다.

"카오파이.."

휘는 그 사람을 바로 알아보았다.

저 눈에 띄는 거구, 사나운 눈매. 그리고 날카롭게 서 있는 직도까지.

모를 수가 없었다.

저 남자 손에 죽은 제국의 백부장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비상하는 매. 카오파이.

크릴라이에서도 핵심 인물로, 제국과 야만족의 대치를 이어가게 만드는 맹장 중 한 명이었다.

"처음엔 그저 조심해야 할 늑대인 줄 알았어."

카오파이는 휘를 보면서 말했다.

솔직히 그는 이 소년이 가파이를 죽였다고 들었을 땐 제법 매서운 늑대가 이곳으로 쳐들어왔구나 싶었다.

하지만... 상대해 보면서 느꼈다.

"나중에 알았지. 용의 새끼가 숨어 있다는 걸 말이야."

저 소년은 위험하다.

저런 강함을 가진 소년이 성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장담할 수 있었다.

크릴라이에 미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반드시 죽여야 한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푸아악!

휘는 자신에게 달려든 전사의 검기가 실린 검을 베어 버리고는 그대로 머리까지 같이 날려 버렸다.

"쉽게 당하진 않을 거다."

"그 정도는 각오를 했지. 모두 뒤로 물러나라. 네놈들이 상대할 물건이 아니야."

죽은 전사들을 보며 그렇게 말한 카오파이는 전사들을 뒤로 물리고는 검을 뽑았다.

그의 검을 감싸는 뚜렷한 푸른 검강은... 카오파이가 이미 경지에 오른 검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너희들은 내 보조에 집중해."

이미 휘보다 강한 강자가 심지어 적들의 보조까지 받으면서 확실하게 휘의 숨통을 끊으려고 하고 있었다.

보통이면 포기할 상황이지만... 휘의 눈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늘 이런 걸 원했다.

이토록 이름 높은 강자와 싸우다가 죽는 것.

그런 때에... 가짜 이름으로 싸우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겠지.

"내 이름을 기억해라."

휘는 검에 기를 피어냈다.

카오파이의 검강과 비교해도 그 크기만큼은 전혀 꿀리지 않는 강렬한 기였다.

"진위. 그것만 기억해주면 된다."

"진위라... 그래 기억해 주마."

카오파이는 그 이름을 기억했다.

진?

잠깐 그 성은...

"거짓말이지. 하하하! 진짜 용의 새끼였을 줄이야."

그제야 그 정체를 눈치챈 카오파이가 웃었다.

설마... 그 유명한 태자가 이곳에 있었단 말인가? 그야말로 대사건이었으니까.

"마음이 바뀌었어. 반드시 사로잡아주마."

카오파이는 각오를 다졌다.

저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잡아야 했다.

제국의 후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건 멍청이나 할 짓일 테니까.

카앙!

둘의 검이 충돌했고, 놀랍게도 진위는 그런 카오파이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출력으로 검강을 대응한다고?'

말도 안 되는 기다.

인간이 저렇게 많은 기를 타고 날 수 있다니... 카오파이의 눈이 놀라움으로 잠시 커졌다.

카앙! 카앙!

둘의 검이 충돌했고, 사방에서 충격파가 일어났다.

어느새 이곳에서 둘의 싸움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조차 없었다.

인간의 인지 속도를 벗어난 싸움.

이따금 둘의 모습이 드러날 때마다 상처가 늘어가는 건 물론 진위였다.

처음엔 제법 대등하게 검을 이어나갔으나 검강과 검기의 싸움이다.

결국 그 힘의 차이를 극복하긴 힘들었다.

끼이익!

기의 출력으로 그를 상대하는 건 포기한 진위가 카오파이의 검을 그야말로 신기에 가까운 기술로 흘렸다.

검강을 검기로 흘리다니!

저런 게 가능한 괴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카오파이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저 어린 나이에 저 정도의 기술이라니... 천재란 말도 부족했으니까.

'죽여야 하나?'

저런 재능을 살려 두어야 할까?

자꾸만 카오파이의 내면에서 그를 죽여야 한다는 감정이 솟구쳤다.

죽이고 싶다.

머지않은 미래에 자신을 추월하게 될 저 압도적인 재능이 두려웠다.

'죽이자.'

판단은 빨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녀석은 죽어야 했다.

그래야만 크릴라이에게 미래가 있을 것이다.

직감했으니까.

이 녀석을 제국과 협상 재료로 사용한다면? 그래서 제국에 이 녀석이 돌아가서 황제가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 어떤 것을 받아 내도 크릴라이에게 남는 것은 제국에 굴복하는 것뿐.

그러니 카오파이는 반드시 여기서 이 녀석을 제거해야 한다고 믿었다.

'강하군.'

더욱 거칠어진 카오파이의 검을 이번에도 흘려내면서 진위는 생각했다.

강하다.

이 정도면... 모용진과 싸우면 누가 이길지 궁금할 정도였다.

'죽일 생각인가?'

아무튼 기세가 바뀌었다.

제압이 목적이던 그의 검은 점점 살기를 띠고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더욱 흘려내기가 힘들어졌다.

애초에 검기로 검강을 흘려 낸다는 것은 보통 사람이 들으면 말도 안 된다고 할 기행.

당연히 진위라도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었다.

푸아악!

미쳐 흘려내지 못한 검이 진위의 가슴을 깊게 벴다.

순간 피가 뿜어져 나왔으나 진위는 그 와중에도 빠르게 기를 제어해 출혈을 막았다.

그야말로 노련함마저 느껴지는 기의 운용이었다.

카오파이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이제 지학을 넘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보이는 소년이 아닌 백전노장을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아무튼...'

이걸로 끝이다.

카오파이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검을 휘둘렀고, 진위는 자기 목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보고는 순순히 눈을 감았다.

만족스러운 전투였다.

할 수 있는 건 전부했다.

그러니까... 죽는 건 아쉽지 않았다.

끼이이익!

"미안. 그거 내 부하거든."

그때였다.

검과 검이 마찰되는 소리가 들리더니 진위에겐 익숙한.

그러나 이곳에서 들려서는 안 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빈손... 형님?"

멍하니 중얼거리는 진위를 향해 빈손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바보야. 누가 포기하라고 가르쳤어."

퍼억!

그대로 카오파이를 발로 차서 밀어낸 빈손은 자신이 밀렸다는 사실에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보면서 말했다.

"함부로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겠어. 정말. 우리 귀여운 막내거든."

'어느새...'

주변을 보니까 부하들이 전부 죽어 있었다.

설마 지원군이 왔던 건가?

"지원군은 나 혼자인데?"

빈손의 느긋한 말에 카오파이는 자기 실책을 인정했다.

눈앞에 있는 소년에게 눈이 멀어서 주변을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

이 남자는...

'그 와중에 주변 정리부터 먼저한 건가?'

놀라울 정도로 냉정한 남자다.

그게 최선이라는 걸 이해하면서도 보통은 당장 동료를 구하려고 하는 게 먼저일 텐데. 저 남자는 그 와중에 주변에 전사들부터 정리했으니까.

"그러면 왜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거지?"

하지만 그래서?

카오파이는 저 남자가 당당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미 저 소년은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중상이다.

사실상 1대1을 해야 할 텐데... 카오파이가 보기에 저 남자는 경지에 가깝긴 하지만 아직 그 벽을 넘지는 못한 것처럼 보였다.

"시체가 늘어날 뿐인데."

그리고 그것은 어차피 그가 나서봐야 시체만 늘어날 거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을쎄.... 그건 말이지."

덥썩.

갑자기 진위를 잡아든 빈손이 그대로 진위에게 말했다.

"살아라."

"무슨..."

휘익!

당황하는 진위를 빈손이 저 멀리 던져 버리자 카오파이는 깜짝 놀랐다.

설마 던질 줄이야! 중상자를 저렇게 던지면 죽을...

"이러면?"

터억!

어느새 대기하고 있던 세르나가 그대로 진위를 잡아채고는 말을 몰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걸 카오파이는 순간 멍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지원군은..."

더 없다고 하지 않았나?

카오파이가 어이가 없어서 빈손을 보고 있으니 빈손은 그걸 비웃었다.

"그걸 믿네."

바본가?

적을 믿다니.

빈손은 그런 생각하면서 검을 뽑았다.

알고 있었다.

여기서...

"정말이지 못할 짓이라니까."

자신은 죽을 거라는 걸.

죽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싸워야 하는 날이 올 줄이야.

빈손은 그리 생각하면서도 웃었다.

적어도 빈손으로는 가지 않겠다.

그런 각오를 다지면서 그는 카오파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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