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만 들어가 보거라."
황제는 지친 얼굴인 사하크에게 그리 말하고는 자신도 슬슬 일을 끝낼 준비했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때 찾아온 미령의 보고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짐도 씻어야겠구나."
황제가 말하자 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와 드릴까요?"
살짝 짓궂은 어조로 묻는 미령을 보면서 사하크는 놀랐다.
저 여자가 저런 말도 할 수 있었나?
자신에게 보여 준 반응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살가웠으니까.
"그냥 쉬거라 피곤한데 뭘 그런 거까지 하느냐."
"그렇습니까? 아쉽네요."
안경을 고쳐 쓴 미령은 그렇게 말하고는 사하크를 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은 조금 싸늘했다.
"아직도 있었습니까?"
"네? 아, 예. 그럼 전 이만..."
싸늘한 미령의 말에 고장이 나버린 사하크는 시무룩한 얼굴로 물러났다.
"저런 남자를 왜 곁에 두시는지 전 이해할 수 없습니다만은... 폐하께서 고르신 남자니 이유가 있겠지요."
미령의 싸늘한 말에 황제는 고개를 갸웃했다.
황제는 그녀의 반응이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싫어하는 거 같구나. 저 아이를."
"마음에 들면 더 이상... 죄송합니다."
순간 욱할 뻔했던 미령은 바로 사과했다.
솔직히 미령은 사하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럴 권한만 있었다면 황궁에서 쫓아냈을 정도로.
"정 마음에 안 들면 내쫓을 수도 있지. 그대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니. 정녕 원한다면 바로 내보내도록 하마."
"...정말이지."
미령은 졌다는 듯이 두 손을 들었다.
"폐하께서 그리 말씀 하시는데 내쫓자고 말할 정도로 제가 매정해 보였습니까? 그랬다면 정말 유감이네요."
그 말에 황제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크흠! 큼! 뭐, 그렇다면 상관없지만요. 아무튼 준비해주세요."
미령이 헛기침하더니 그대로 사라지자 황제는 상선에게 말했다.
"목욕 준비는?"
"이미 해 두었습니다."
역시 상선이 눈치가 참 빠르군.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일단 씻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합궁 전에 더욱 청결에 신경 쓰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
'드디어 합궁이구나...'
천으로 전신을 가리는 구르타의 전통복을 입고, 얼굴은 면사로 가린 사하라는 조금 긴장한 채 침대에 앉아 있었다.
애초에 구르타의 미혼 여성은 맨얼굴을 외간 남자에겐 보여 줄 수 없었다.
첫날밤의 의식도 그래서 남편이 아내의 면사를 벗겨 주는 것일 정도였으니까.
'떨리네...'
솔직히 사하라는 떨렸다.
황제와는 동생 덕분에 오늘 몇 번 이야기를 나눠보았지만 여전히 어색했으니까.
그녀는 남자를 상대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이번이 처음이고, 자기 얼굴을 가족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보여주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그녀는 일단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심호흡했다.
'어떤 사람인지는 알아.'
대충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있었다.
황제는 소문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하고 잔인한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조금만 이야기해 봐도 뜻밖에 말도 잘 통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선이 있지.'
너그럽지만 자신이 정해 둔 선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선을 넘는다면 가차 없이 자를 사람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두려운 것이다.
황제가 자신에게 그어둔 선은 어느 정도일까?
자신은 과연 그 선을 넘지 않고 무사히 황궁에서 생활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으니까.
드륵.
"준비하고 있었구나."
그때였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황제가 살짝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면서 입을 열었다.
멍...
그 모습을 보면서 사하라는 멍하니 감탄했다.
저 얼굴 하나만큼은 아무리 봐도 적응하지 못할 거 같았다.
"그대들의 문화는 파악하고 있단다. 그래, 그 면사를 벗기면 되는 건가?"
황제가 수건을 궁녀에게 넘겨 주고는 물러가라 명하자 궁녀들은 전부 처소에서 나갔다.
"그렇습니다."
힘겹게 입을 연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면사를 벗겨 주었다.
연한 녹색 머리카락을 단발로 자른 그녀는 그 진한 노란색 눈동자를 떨면서 두 손을 꼭 모으고 있었다.
"예쁜 얼굴이구나."
황제는 그녀를 보면서 덤덤하게 평가했다.
참으로 고운 얼굴이었다.
눈매가 조금 사납긴 했으나 기무자의 평가를 들어서 그런가? 그리 모난 성격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가, 감사합니다."
수줍게 얼굴을 붉히면서 그녀가 고개를 푸욱 숙였다.
그녀는 외모에 대한 칭찬을 들어 보는 건 처음이라서 영 적응되지 않았다.
스륵.
황제는 용포를 벗어서 곱게 접어두었다.
그 행동에서 그녀는 그제야 시작되었음을 깨닫고는 이불을 꽈악 쥐었다.
"긴장했느냐?"
"아, 아닙니다."
대답과 달리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눕혔다.
양손을 가슴 앞에 모은 채 그녀는 떨리는 눈으로 황제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아프게 할 생각은 없으니."
끄덕.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내려다보던 황제는 우선 그녀의 옷을 벗겼다.
그러자 군살 하나 없이 깔끔한 그녀의 나신이 그대로 드러났다.
앙증맞게 솟아 있는 그녀의 가슴을 향해 황제는 손을 뻗었다.
움찔!
그녀의 매끄러운 피부에 손이 닿을 때마다 놀란 듯이 움찔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황제는 조금 귀엽게 느껴졌다.
하읍.
황제가 그녀의 솟아오른 유두를 살짝 입으로 물었다.
"읏!"
바로 반응이 오면서 그녀의 몸이 움찔거렸다.
유두가 약한 여인이었다.
황제는 그녀의 검붉은 유두를 혀로 핥았고, 그때마다 그녀는 몸을 움찔거려면서 황제의 목덜미를 팔로 감쌌다.
"거, 거긴..."
황제의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더니 그녀의 은밀한 부위에 닿자 그녀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면서 양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다.
찌걱. 찌걱.
황제는 손가락을 그녀의 안으로 넣어서 조금씩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물기에 젖은 그녀의 안쪽에서 음란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꾸욱.
사하라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게 어떤 느낌인지 도저히 스스로는 설명할 수 없을 거 같았다.
황제는 그런 그녀를 힐끔 보고는 그대로 그녀의 아래를 핥기 시작했다.
"거, 거기는 핥는 곳이..."
당황한 얼굴로 사하라가 황제에게 말했으나 황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정성껏 혀로 그녀의 은밀한 부위를 애무했다.
그 애무에 사하라는 정신이 어지러웠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구나."
잠시 후 얼굴을 든 황제는 그녀의 아래를 보면서 말했다.
"네...?"
황제는 바지를 벗고는 그녀의 아래에 물건을 서서히 가져다 댔다.
'저, 저게 들어오는 건가?'
사하라는 그걸 보면서 조금 공포를 느꼈다.
저 큰 걸 자신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푸욱.
"흣!"
그 순간 황제의 물건이 그녀의 안쪽에 파고들었고, 그녀는 통증에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조금만 참아라."
황제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흣. 읏!"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그녀는 이불을 꽈악 쥐었다.
그러지 않으면 도저히 고통을 참을 수 없을 거 같았으니까.
그나마 그녀에게 위안이 되는 건 황제의 따스한 손길이었다.
자기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황제의 손길이... 그녀는 싫지가 않았다.
"이, 이젠... 괜찮은 거 같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고통에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젠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느낀 것은 안쪽이 가득 차는 느낌과 묘한 안도감 뿐이었다.
철퍽. 철퍽.
황제의 허리가 점점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녀는 그것을 느끼면서 황제를 꽈악 껴안았다.
꿀렁. 꿀렁.
안에 무언가가 들어차는 느낌을 받으면서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걸 본 황제는 그녀의 안에서 자기 물건을 빼내고는 뒷정리를 시작했다.
"수고했다."
"끝... 인가요?"
생각보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는구나.
사하라는 그런 생각하면서 힘겹게 몸을 일으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그럼 전 이만..."
"그래, 궁녀들은 얼른 사하라 비를 처소로 안내하거라."
황제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궁녀들을 불러 사하라를 맡기고는 궁녀가 사하라를 챙기면서 정리한 침대에 누웠다.
'이제... 3명.'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구나.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눈을 감았다.
이제 남은 합궁 상대는 3명.
슬슬 길게 이어왔던 합궁도 끝이 보이고 있었다.
--
"달이 참 밝구나."
기무자는 달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럴수록 술이 참으로 맛이 있었다.
"오랜만에 오셨는데 바로 가십니까?"
그런 기무자에게 안경을 쓴 고지식해 보이는 중년 남자가 덤덤한 어조로 물었다.
"그래, 그보다 그래, 강족에선 그 아이를 보내기로 한 거구나."
기무자는 강족에서 보내기로 한 여인을 떠올리면서 웃었다.
강족의 보물을 보내기로 한 결정은 솔직히 황제를 보니까 바로 이해가 되었으니까.
"하하! 그럴 만하지. 그럴 가치가 있지."
지금의 황제에겐 당연한 것이다.
황제는 강족이 애지중지한 '보물'을 얻을 가치가 있었다.
"부디 이것이 옳은 선택이길 바랄 뿐입니다."
"주변을 둘러보거라. 다른 민족들이 보낸 아이를 떠올려보거라. 모두가 같은 생각이다."
"...기회라면 기회라는 걸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기무자의 말을 남자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 아이가 낳은 자식이 황제가 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황제가 되지 못한 황족은 별일이 없으면 그 황족의 어미가 있는 민족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으니.
지금 황제처럼 대규모로 황족을 정리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말이다.
그렇게 돌아온 황족은 보통 그 민족에서도 중히 쓸 수 있었다.
썩어도 황족이니 어디든 쓸 데는 있었으니까.
그래서 황족의 피를 가진 아이를 얻는 것은 많은 민족들이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 피를 가진 황제가 뛰어나다면 더욱 바랄 것이 없겠지.
지금의 황제는 남자가 판단하기에 아주 뛰어난 혈통을 가진 자였다.
"그러니 잡아야겠지요."
그런 기회를 놓치는 건 바보 같은 짓이겠지.
남자는 그리 말하고는 그대로 술잔을 들이켰다.
이미 결정을 내렸으니 남은 것은 결과를 받아보는 것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