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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의무방어전-210화 (210/235)

"강족의 보물...?"

귀려는 갑자기 찾아와선 이상한 걸 묻는 아네스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들은 적 없으신가요?"

"음... 그런 게 있나?"

귀려는 전혀 들은 기억이 없어서 머리를 긁적였고, 그런 그녀의 뒤에서 늘어져 있던 타흘라가 대신 대답했다.

그녀는 그 강족의 보물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으니까.

"주술안이잖아. 강족에서만 유전되어 전해 내려오는 특별한 마안."

"그렇죠. 저도 그렇게 들었고요."

뒤에서 홍차를 타고 있던 나르타도 알고 있었는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강족이 자랑하는 보물이자, 그렇기에 단 한 번도 강족 외부로 유출된 적이 없다고 전해지는 주술안.

아네스 쪽 말로는 마안이라고 하나? 아무튼 그들이 자랑하는 것은...

"그 어떤 마법이나 주술도 흡수하는 눈동자. 전 그렇게 들었답니다."

그 어떤 마법이나 주술도 흡수하여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술사나 마법사의 천적 같은 마안.

그것이 바로 강족의 보물인 마안이었다.

"...그게 가능한 건가요?"

아네스는 스스로가 듣고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정말 그런 눈동자가 존재한다고? 그게 정말 존재한다면 확실히 한 민족의 보물이라고 불릴 만한 가치가 있는 눈이었다.

심지어 유전되기까지 한다니!

"가치만 놓고 보면 당장 내 쪽이 더 귀한 건데?"

아네스의 반응에 타흘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피식 웃었다.

확실히 인간의 생사까지 볼 수 있는 천안을 앞에 두고 그런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습긴 했다.

아네스도 생각해보니 자신이 너무 놀란 거 같아서 조금 민망한 기분도 들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여인은 그 진귀한 천안을 소유하고, 이 대륙 역사상 처음으로 주술사이면서 마법사이기까지 한 여인이었고, 아네스 자신 역시 대륙 역사상 처음으로 한 몸에 두 개의 마안을 지닌 사람이었으니까.

"이름은 뭔가요?"

그런 굉장한 마안이면 당연히 이름이 있겠지?

아네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물었고, 타흘라는 그 질문에 머리를 긁적였다.

"음... 강족에선 딱히 이름을 짓진 않았더라고. 그냥 강족의 보물? 오히려 그쪽에서 지은 이름은 있는데."

타흘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장난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위저드 헌트. 너희들은 그렇게 부르는 거 같던데."

그 말에 아네스가 바로 반응했다.

그 이름 정도는 아네스도 들어 봤으니까.

모든 마법사들이 그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는, 전설 속에서나 나오는 이름이었다.

"전설이 아니었군요."

"뭐, 그렇지...? 그보다 놀랍지 않아? 그게 외부로 유출되는 걸 보게 될 줄은 몰랐거든."

타흘라는 솔직히 놀라고 있었다.

외부에 좀처럼 나오는 법이 없기에 당장 아네스처럼 전설로 치부하는 존재가 있을 정도의 능력이다.

심지어 그걸 아예 외부로 유출해버린다고? 그야말로 역사에 남을 대사건이었다.

"그러게. 의외야."

나르타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강족에서 강수를 두었다.

그들의 보물을 이렇게 외부로, 그것도 황실에 유출한 것은...

그들이 지금의 황제가 그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고 판단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연구해볼 수 있을까? 예전부터 호기심은 있었는데 말이야."

타흘라는 그리 말하고는 아네스에게 시선을 주었다.

솔직히 그 강족의 보물도 흥미가 있었지만 타흘라가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오히려 아네스 쪽이었다.

"개인적으로 그쪽을 더 실험해 보고 싶긴 한데 말이지."

한 몸에 두 개의 마안이라니.

두 개의 이질적인 마력이 한 몸에 존재한다는 이야기였기에 솔직히 그 구조가 정말 궁금했다.

타흘라는 깊은 관심이 있었으나 아네스는 웃는 얼굴로 거절했다.

"사양할게요."

"아쉽네."

타흘라는 아쉬워하면서도 더 말하진 않았다.

하긴 애초에 황제의 약혼녀를 누가 실험 대상으로 쓸 수 있을까?

타흘라도 이미 예전에 그녀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건 포기한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천안으로 관찰하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있다는 것 정도일까?

타흘라는 아쉽지만 그걸로 만족하고 있었다.

"좋은 정보 감사해요."

아네스는 슬슬 얻을 정보는 다 얻었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저드 헌트를 지닌 여자라... 확실히 강적이었다.

'그, 그래도 제가 더 굉장하니까요.'

속으로 누구한테 하는지 모를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아네스는 돌아갈 채비를 했다.

그래도 확실히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알아서 그런지 마음은 조금 편해진 상태였다.

위저드 헌트.

확실히 굉장하긴 했지만 그래도 자신보다는 굉장하진 않았으니까.

아네스는 안심할 수 있었다.

--

"흠냐..."

침대에서 한참을 뒤척거리던 여인은 자신이 뒤척거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서 눈을 떴다.

"깨어나셨나요?"

'...누구?'

책을 읽고 있던 여자가 책을 덮으며 말을 걸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 여자는 대체 누구고, 여긴 어디지?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박미령이라고 합니다. 기여휘 님께선 이젠 잠이 깨셨는지요?"

미령이 공손하게 묻자 여휘는 그제야 이곳이 황궁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어색한 얼굴로 대답했다.

"...네."

박미령.

아버지한테 들어서 알고 있는 이름이었기에 여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궈엽네.'

그 모습이 마치 아기새 같아서 귀엽다.

미령은 그런 생각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그녀의 눈을 보았다.

계속 색을 바꿔가는 저 신비한 눈동자 때문인지 그녀가 참으로 신기해 보였다.

'과연...'

저게 바로 그 강족의 보물인가?

확실히 신기한 눈이었다.

보는 순간 모두가 저 눈이 특별하다는 걸 알 수 있으리라.

"신기해."

그걸 굳이 보겠다고 따라온 시아 역시 여휘의 눈을 보면서 작게 중얼거렸다.

시아가 봐도 그녀의 눈동자는 확실히 신비했다.

"...룬이네요?"

여휘는 그런 시아를 보더니 바로 반응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아플 정도로 신호를 주고 있었으니까.

눈앞에 있는 여인이... 룬을 받은 여자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이렇게 말해도 아무렇지 않은 것이 신기해. 그게 바로 강족의 보물이구나."

자연스럽게 말하는 시아를 보면서 미령이 눈을 크게 떴다.

룬이란 최고의 언령 마법사에게 주어지는 이름.

그 이름을 감당할 수 있는 여자라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언령 마법사라는 의미였다.

저런 가벼운 대화로도 세상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기에 그 어떤 문장도 이야기할 수 없는 기구한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 시아가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는데 아무렇지 않았다.

그 어떤 마력의 준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이 미령은 놀라웠다.

"이곳을 불태워."

"!"

시아의 갑작스러운 엄청난 발언에 미령이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연히 이곳이 전부 불탈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령이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쿡쿡. 놀랐어? 걱정하지 마. 저 눈이 앞에 있는 한 언령 마법조차도 의미가 없는 거 같으니까."

시아가 그 모습을 보면서 작게 웃더니 조금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애초에 발동할 거 같았으면 말하지 않았어. 그래도 언니가 놀라는 모습을 봤으니까 성공이라고 할까?"

신기한 기분이었다.

그 시아가 저렇게 자연스럽게 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말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야말로 사람 자체가 달라진 거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보다 이제 뭘 하면... 흐아암."

놀란 미령과 달리 애초에 그 발언에도 별로 놀라지 않았던 여휘는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그렇게 자고도 또 졸린 지 꾸벅 졸고 있는 여휘가 반쯤 감긴 눈으로 물었다.

"되나요?"

"일단 치장을 하셔야겠네요."

그녀의 눈에 낀 눈곱을 떼어 주면서 미령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

참 신기한 여자였다.

대화 중에 잠들다니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인데...

이런 점이 한심해 보이지 않고 되려 귀여워 보이다니.

어떤 의미에선 참으로 대단한 여자기도 했다.

"쿨..."

다시 잠들어 버린 그녀를 보면서 미령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시아 씨는 이제 돌아갈 건가요?"

끄덕.

그녀가 잠들기 무섭게 다시 입을 다물어 버린 시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녀는 이미 목적을 달성했으니 남아 있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일단 여휘 비 후보를 씻기도록 해요."

시아가 사라지자 미령은 이미 준비를 끝낸 궁녀들에게 명령했다.

아무리 당사자가 잠들었어도 일단 해야 할 일은 해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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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

그 길로 황제를 찾아온 시아가 덜컥 황제의 무릎 위에 앉으면서 말했다.

"그렇구나."

끄덕.

시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황제는 자기 앞에 놓여 있는 그녀의 부드러운 백금발을 쓰다듬었다.

"재밌었다니 다행이구나."

부비적.

시아는 그 손길이 기분이 좋은지 자꾸만 손에 머리를 비벼왔다.

그걸 보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은 황제는 한 손으로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도 다른 손으로는 보고서를 넘겼다.

"야간 경비는 이상 없었고..."

"집중."

일에 집중하느라 황제의 손이 잠시 멈추자 시아가 살짝 불만스러운 얼굴로 더욱 손에 머리를 비벼왔으나 황제는 여전히 보고서를 보면서 말했다.

"싫으면 나가거라. 짐한테는 일이 우선이니."

"..."

그건 싫은지 시아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황제에게 꼭 붙어서 자신이 직접 황제의 손을 움직여서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걸 부러운 듯 보고 있던 사하크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고는 시선을 돌려 일에 집중했다.

그는 알아버렸으니까.

황제의 여심을 잡는 법은 배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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