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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의무방어전-212화 (212/235)

생각해 보면 이 손은 남들을 기쁘게 하기보단 상처를 입히는 때가 더욱 많았다.

황제는 기억하고 있었다.

자기 손에 죽은 많은 이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역시 첫 살인은 아무리 황제라도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그때가... 황제가 막 7살이 되었을 때였나?

그때의 황제는 어렸고, 아직 검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그래서 그 일은 어찌 보면 정말 행운이었다.

그날은... 그가 중간에 일어나지 않았다면 영영 일어날 수 없는 날이었으니까.

--

태자가 머무는 별궁은 어린 소년이 홀로 잠들기엔 지나치게 넓었다.

홀로 그 넓은 방에서 잠이 들면서...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낀 황제, 아니 그 시절에는 태자이던 소년은 침대에서 일어나 물을 마시려고 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가슴에서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태자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죽음에 대한 공포로 온몸을 덜덜 떨었다.

가슴에 박힌 은장도를 뽑으면서 황제는 그 범인을 보았다.

설마 태자가 갑자기 일어날줄은 몰랐는지 그 은장도의 주인인 궁녀가 덜덜 떨고 있었다.

"주, 죽어!"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눈치챈 궁녀는 그대로 황제에게 달려들어 그 여린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아직 어렸던 태자는 성인 여성의 힘에 제대로 저항도 못 하고 그대로 목이 졸려야 했다.

"끅."

공포에 질린 태자의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목이 잡힌 상태가 아니었다면 분명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아, 아무도...'

없는 건가?

태자는 절망했다.

원래라면 근처에 경호 인력이 있어야 하지만 아무도 없는지 그 누구도 이곳으로 달려오지 않았다.

그제야 태자는 이곳에서 자신을 구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를 떼어내려고 태자는 있는 힘껏 발버둥 쳤다.

궁녀는 너무 당황해서 그런지 그 움직임에 실수로 태자를 놓쳤고, 태자는 땅에 떨어져 있던 은장도로 궁녀를 찍었다.

푸욱!

"끄아아악!"

궁녀가 누가 달려올 건 생각도 못 하고 고통에 비명을 질렀으나 태자는 신경 쓰지 않으면서 그대로 은장도로 궁녀를 마구 내리찍었다.

푹! 푹! 푹! 푹!

비명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공포에 질린 태자는 그저 궁녀를 마구잡이로 찌르고 찔렀다.

꽈악.

"전하... 이미 죽었습니다."

그 비명을 듣고 급하게 달려왔는지 온몸에 땀이 흥건한 금위대장이 태자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그제야 태자는 궁녀를 보았다.

온몸에 구멍이 나 있는 시체를 보면서... 태자는 손을 덜덜 떨면서 은장도를 놓았다.

그런 태자의 목은 붉게 멍이 들어 있었다.

"허억... 허억..."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태자는 자기 손을 보았다.

피로 엉망진창인 손을 보니까 구역질이 치밀었다.

"나, 난..."

사람을 죽였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끔찍해서... 태자는 소름이 끼쳤다.

"전하의 잘못이 아니십니다."

그런 태자를 안쓰럽게 쳐다보던 금위대장은 그런 태자를 향해 말했다.

태자는 그 말에 순간 울컥했다.

"그럼..."

누구의 잘못이지?

태자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꾸욱 눌러 참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래..."

내 잘못이 아니라면... 너희의 잘못이겠지.

태자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 뒤로 태자는 점점 많은 피를 손에 묻혀왔다.

처음엔 그렇게 놀랍고 두려웠는데... 피를 묻힐 수록, 사람을 죽이면 죽일수록.

점점 아무렇지도 않아졌다.

시간이 지나자 태자에게 사람의 목숨은 그저 숫자로만 보였다.

그 목숨을 가지고 교환비를 따져가면서 이득을 재도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

어느새 피투성이가 된 태자는 황제가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피를 묻혔다.

그 수가 이젠 헤아릴 수 없는 정도가 되었다.

그런 황제가 다시 생명의 무게를 알게 되었다.

스스로가 저지른 죄의 무게를 알게 되었다.

피투성이 황제는... 그런 자신이 참으로 혐오스러웠다.

--

'닿아도 괜찮은 건가.'

황제는 눈앞에 있는 여휘의 뺨을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생각했다.

부드러운 촉감이 황제의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최근에 황제는 합궁을 할 때마다 그런 생각하고는 했다.

자신의 이 피로 더러운 손으로 과연 이리 순진하고 깨끗한 여인을 만져도 되는 걸까?

혹시 이 손으로 더러워지진 않을까? 은연 중 그런 걱정을 하게 되었다.

두려웠다.

"헤헤..."

그런 마음도 모르고 그저 좋아하는 그녀를 보니 황제는 가슴 한구석이 따끔하였다.

"굳은살이 박혀 있네요."

황제의 손을 잡아서 구경하면서 여휘는 웃었다.

굳은살로 단단한 손만 봐도 그녀는 황제가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엄청 노력했군요."

"..."

황제의 손은 굳은살로 단단했다.

그 단단함은 황제가 노력해온 증거였다.

"노력이라..."

터억.

황제는 그녀를 그대로 침대에 눕혔다.

그 행동에 고개를 갸웃하던 여휘는 그제야 황제가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지 눈치채고는 자신의 가슴을 감싸 안았다.

그녀의 팔 사이로 가슴이 삐져나오는 걸로 봐서 그 크기가 짐작이 가능했다.

"그, 그게... 제가 잘 몰라서요. 이게 교육은 받긴 했는데..."

남자와 여자가 무슨 짓을 해야 한다는 건 대충 배웠는데... 실전은 처음이라. 아니 실전은 처음인 게 당연하지만...

같은 소리를 지껄이면서 눈에 띄게 당황한 그녀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 모습이 황제에겐 조금 귀엽게 느껴졌다.

"그, 그게 싫은 건 아닌데 뭐라고 해야 하나 조금 두렵다고 해야 하나..."

횡설수설하는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쓰게 웃었다.

참으로 순수한 여인이었다.

그걸 이 피 묻은 손으로 오늘도 더럽혀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황제는 그게 자기 역할이라는 걸 알면서도 참으로 미안했다.

물론 그렇다고...

'무를 생각은 없다만.'

그게 일이다.

황제가 합궁을 하고 나서 먼저 나서서 그녀들을 안은 적이 없는 것은 그런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물론 적어도 안을 때는 일이 아닌 한 명의 여인으로 봐달라고 말한 비가 있었다.

허나 그건 그 아이가 이런 죄 많은 남자를 마음에 품었기 때문이라는 걸 황제는 알고 있었다.

보통 합궁이란 의무에서 시작해서 의무로 끝난다.

거기엔 사랑 같은 건 없다.

그걸 꿈꾸는 여인도, 황제도 없다.

지극히 정치적이고, 또 그렇기에 지극히 의무적인 잠자리가 이어진다.

거기서 물론 사랑이 피어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첫 만남부터 그럴 수는 없다는 것 정도는 황제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걱정하지 말거라."

지극히 정치적인 일이다.

그러니 거기에 개인적인 감정을 섞어서는 안 된다.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눈을 감은 채 그녀가 내민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

"어느새..."

국경에서 그나마 제일 좋은 방을 받은 사유우이는 그곳에서 계속 관도의 소식을 듣고 있었다.

어느새 황제의 합궁도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말은...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였기에 사유우이는 각오를 다졌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했다.

그 도살자보다도, 금위대장보다도...

크릴라이에게 깊은 상흔을 남긴 남자였다.

그의 손에 죽은 크릴라이의 전사들만 헤아려보아도 그 수를 짐작하기 힘들 정도였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녀는 겉으로는 늘 의연한 척했지만 두려웠다.

다른 사람도 아니다.

그 황제에게 가는 것이다.

그 누가 두렵지 않을까?

크릴라이의 그 어떤 여인도 황제 앞에 서는 건 두려운 일일 것이다.

당장 아파리도 황제 이야기만 나오면 두려워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으니까.

'내가... 해야 해.'

그런데도 사유우이는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뜻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민족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황제의 앞에 서야 했으니까.

"너무 두려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카오파이. 그대가 본 황제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사유우이는 자기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외팔의 남자를 보면서 물었다.

카오파이는 지금의 황제를 여러 번 전장에서 마주쳤고, 그런데도 살아남은 전사였다.

게다가 최근에 사절로 가서 황제를 만나기까지 했으니 그런 카오파이의 평가면 사유우이도 믿을 수 있었다.

"폐하의 눈엔 여전히 우리를 향한 증오가 존재했습니다. 그걸 부정할 수는 없겠죠. 이미 남아 있는 앙금은 쉽게 사라질 것이 아닙니다."

카오파이는 알고 있다.

황제의 속에 끌어오르는 분노는 차가울 지언정 사라지진 않았다.

허나...

"제가 본 폐하는 대의를 이해 하시는 분. 제국을 위해서, 그리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어떤 선택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 하시는 분입니다."

"...그렇군요."

힘없는 사람을 생각해주는 사람.

황제가 정말 그런 사람이라고?

그렇다면... 자신들은 황제에겐 사람조차 아니었던 걸까?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사유우이는 금세 털어 넘겼다.

나쁜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

알고 있었다.

그 누구도 나쁘지 않았다.

각자가 각자를 위해서 싸운 것이 전쟁이니까.

다만.... 크릴라이는 패배자이고 제국은 승리자였을 뿐.

그녀는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하나만 약속해주세요."

"무엇이든지 들어드리겠습니다."

사유우이는 이게 괜한 걱정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카오파이의 말대로 걱정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황제의 속에 여전히 증오와 분노가 남아 있다면...

"만약 제가 합궁 중에 죽는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넘어가 주실수 있나요?"

"..."

황제의 손에 죽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그녀는 생각했으니까.

사유우이의 진심이 담긴 부탁에 카오파이는 침묵했다.

그 부탁을 자신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알겠습니다."

카오파이는 한쪽 무릎을 꿇고는 그대로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그는 믿었다.

황제가 변했다는 것을.

절대 황제가 그녀를 헤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믿었기에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알았으니까.

그녀가 우려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말이다.

--

"하아...! 하아...!"

진한 키스가 끝나고 그녀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서... 그녀는 이성이 흐릿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거, 거기는... 그게..."

황제의 입이 아래로 내려가서 그녀의 봉긋한 가슴을 핥기 시작하자 그녀는 간지럽다는 생각하면서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젖.. 안 나오는데요."

여휘가 작게 중얼거리자 황제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런 건 황제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애도 아니고..."

거기를 빨아요?

그녀의 눈은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고, 황제는 설명 대신 아래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흐이익!"

그 행동에 그녀가 자지러지듯이 놀랐다.

"거, 거긴 왜..."

"여기에 넣을 거니까."

황제는 그녀의 질안에서 자신의 손가락을 부드럽게 휘저으면서 대답했다.

그 대답에 여휘는 눈을 크게 떴다.

"그, 그런 건가요?"

"그래."

그제야 그녀는 우뚝 서 있는 황제의 물건에 시선을 주었다.

"남자는... 그런 걸 달고 있는 건가요?"

조금 징그럽다.

그녀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저게 자기 안으로 들어온다고? 보기만 해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그런 거 넣으면 찢어질 거 같은데..."

엄청 아프지 않을까?

그녀의 얼굴이 공포에 질리자 황제가 말했다.

"그래서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이다."

"아! 그렇군요."

그제야 황제가 하는 짓을 이해한 그녀는 해맑게 웃었다.

"그러면 열심히 해주세요."

"...그래."

저런 반응은 또 신선하군.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아래에 얼굴을 파묻었다.

"흐익!"

그녀가 깜짝 놀라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 이젠 얌전하게 황제의 혀를 받아들였다.

황제는 혀로 정성스럽게 그녀의 아래를 애무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하아... 하아..."

붉어진 얼굴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우선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이, 이런 자세는 좀..."

그녀가 뭐라 하는 소리가 들렸으나 황제는 신경 쓰지 않으면서 자기 우뚝 선 물건을 그녀의 음부에 비비기 시작했다.

"으으..."

두려운지 눈을 감고 이불을 꽉 쥐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삽입을 시작했다.

푸욱!

"꺅!"

새된 소리로 비명을 지른 그녀는 잠시 고통에 몸을 떨더니 말했다.

"끄, 끝인가요?"

"...아니."

이제 시작이지.

황제는 그리 말하면서 서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여휘는 고통에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황제에게 꼭 안겨 왔다.

"아파! 흐윽! 아파!"

그 모습을 보니까 황제는 가슴이 아팠지만... 그렇다고 무를 수는 없었다.

꽈악.

그녀가 갑자기 황제의 목덜미를 물기 시작했다.

그걸 보면서 황제는 계속 허리를 움직였다.

"흐윽. 흑."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그녀의 소리가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엔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던 얼굴도 점점 펴지더니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상..."

이건 이상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황제를 다리로 꽉 조였다.

황제는 그 행동에 안에서 조이는 힘도 강해지는 걸 느끼면서 허리를 계속 움직였다.

"흐응."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오는 걸 느끼면서 황제는 출렁이는 그녀의 가슴을 꽈악 쥐었다.

"하읏!"

그 행위에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절정했다.

물까지 나오는 그녀의 아래를 보면서 황제는 계속 허리를 움직였다.

"그, 그만. 이거 이상..."

그녀가 황제를 밀어 내려고 하면서 말했으나 그녀의 몸엔 전혀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찌걱. 찌걱.

황제는 그런 그녀를 잡고 한참을 허리를 움직였다.

그녀가 다시 한번 절정을 맞이하며 몸을 떠는 순간.

황제도 그대로 그녀의 안에 자기 씨를 쏟아 내었다.

"하아... 하아..."

완전히 탈진해서 추욱 늘어지는 그녀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기절한 건가?"

"흠냐..."

황제가 미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 볼 때 그녀의 잠꼬대가 들려왔다.

"잠든 거군."

설마... 교접이 끝나자마자 잠들다니...

황제는 전혀 생각 못 했지만...

"우선 뒷정리부터. 깨지 않게 조심해서 하거라."

어느새 안으로 들어온 궁녀들에게 뒷정리를 지시한 황제는 젖은 천으로 닦고는 옷을 입었다.

그러고는 물을 마셨다.

"잘 자는구나."

궁녀가 분주하게 이불을 갈고, 그녀의 몸을 씻긴 뒤 옷을 입히는 데도 그녀는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황제는 참으로 대단하단 생각하면서도 일단 그녀 옆에 누웠다.

"이만 물러가거라."

꾸벅.

황제의 명령에 고개를 꾸벅 숙인 궁녀가 물러가자 황제는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그녀의 머리를 정리해주고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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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이었어."

기무자는 술을 마시면서 그대로 바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의 온몸엔 상처가 가득했으나 술을 마실 때마다 그 상처가 빠르게 아물고 있었다.

"...제길."

완전히 바닥에 쓰러져 있던 강상이 혀를 찼다.

그런 강상의 몸은 그야말로 엉망진창.

팔이 잘리고, 늑골은 나갔으며, 코에서는 코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하여간... 우리 막내가 사고뭉치라서 참으로 걱정이야."

애초에 기무자는 검에만 능한 것이 아니다.

주술에도 능했고, 무엇보다 박투술이 수준급이었다.

강상도 온갖 잡기와 무예에 능하긴 했으나 기무자만큼은 아니었기에 만전인 상태에서 둘이 붙는다면 사실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주르륵.

"...내 제자는 어떤 거 같나?"

자기 상처에다가 술을 붓는 기무자를 보면서 강상이 물었다.

그는 궁금했으니까.

황제에 대한 이 남자의 평가는 과연 어떠한지 말이다.

"황제가 되면 능군이요, 장수가 되면 명장이고, 가수가 되면 명창이 될 아이더구나."

기무자의 평가는 일단 그러했다.

무엇이 되든지 그 자리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아이.

그 아이의 그런 다재다능한 점은 기무자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아이는 아직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거 같더구나."

강상은 그 대답에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상처는 이미 다 나았건만. 마음은 그 아이에 대한 안쓰러움으로 가득했다.

"그 정도면 가르칠 것도 다 가르쳤어. 이젠... 그 아이에게 달린 일이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기무자는 알고 있었다.

황제는 자신을 쉽게 용서할 수 있는 성질의 남자가 아니다.

오히려 남에게 엄격한 것 이상으로 자신에게도 엄격해서... 자신의 작은 실수도 용서할 수 없는 남자였다.

그런 남자에게 타인이 아무리 자신을 용서하라고 설교해 봐야 그리 와닿지도 않겠지.

"그렇겠지."

강상은 그 말을 부정하지 못했다.

"뭐... 알아서 잘할 게야. 내 감이지만."

"무책임하긴."

강상은 능청스러운 기무자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도 검을 집어넣었다.

아직 기무자를 상대로는 무리라는 건 알았다.

그러니까...

"다음에 다시 놀자고."

"...하여간 우리 막내는 언제 철이 들려나 몰라. 망할 놈 같으니."

기무자는 자기 팔을 베어 버리고 도망쳐 버린 강상에게 욕설을 내뱉고는 잘린 팔을 술을 부어 다시 붙였다.

치료도 해줬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는 녀석.

기무자는 투덜거리면서도 검을 다시 지팡이 속으로 집어넣었다.

'황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지.'

솔직히 기무자는 이대로도 괜찮을 거 같단 생각하긴 했지만...

강상의 걱정도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뭐, 알아서 하겠지.'

기무자는 금방 생각을 정리하고는 가볍게 걸음을 옮겼다.

몸도 충분히 풀었으니까 전국유람이나 해볼 생각이었다.

--

"침대 엄청 푹신푹신. 전 이미 헤어 나올 수가 없어요..."

다음 날 아침.

황제는 도저히 일어날 생각을 안 하는 여휘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녀를 이대로 자신의 처소에 두고 갈 수는 없었으니까.

"그대의 처소에 이미 더 푹신한 이불을..."

"당장 가죠!"

"..."

그 한마디에 바로 이불 밖으로 나오는 여휘를 황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보다...'

황제는 거울로 자기 목덜미에 남은 그녀의 잇자국을 보면서 그 부위를 만지작거렸다.

정말이지 사고뭉치였다.

얼마나 세게 물었으면 아직도 남아 있는지...

황제가 잇자국을 가릴 방법을 생각해 보고 있을 때 여휘가 말했다.

"자! 준비되었어요!"

"...?"

양팔을 벌리면서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건 또 무슨 행동이지?

"어... 그게... 데려다주시는 거 아니었나요?"

황제의 반응에 여휘가 머뭇거리면서 물었다.

"...정말이지."

스스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안 해 본 건가?

어쩐지 보고서에 그녀가 무사의 품에 안겨서 왔다는 내용이 있더니...

강족은 보물은 꽤 애지중지한 모양이었다.

터억.

그대로 가볍게 그녀를 안아 든 황제는 걸음을 옮겼다.

"그래, 데려다주마."

"...단단한 것도 그리 나쁘지 않네요."

황제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면서 여휘가 중얼거렸다.

"그런가."

"네, 이런 것도... 좋아요. 헤헤."

바보처럼 웃는 그녀를 보면서 황제도 웃어 주었다.

참으로 순진하고, 그렇기에 자신에게 이 이상 닿으면 더러워질까 두려운 여인이다.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걸었다.

다음은...

'그녀로군.'

자신을 꽤 오래 기다려온 여인을 상대해야 할 때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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