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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의무방어전-216화 (216/235)

"그렇군요. 대부분 다 돌아올 모양이네요."

나르타는 자신에게 날아온 소식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키야를 제외하고는 조만간 전부 궁으로 돌아올 모양이었다.

"다시 북적거리겠네."

느긋하게 수를 놓고 있던 오르테가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역시 그녀는 사람이 많은 게 좋았으니까.

"뭐, 카란타 씨나 쌍둥이는 금방 다시 떠날 테지만요."

아무래도 일이 일이라서 그런가?

그녀들은 벌써 일정이 꽉 차 있을 정도였다.

아마 돌아온다고 해도 금방 다시 떠나게 될 것이다.

"저도 곧 학회에 참석해야 하고요. 아마 그때가 되면 꽤 많은 사람이 또 빠질 거 같네요."

조만간 제국 학회가 열리는 날이 된다.

그때가 되면 대부분의 마법사와 주술사들이 참석해야 하니 많은 사람이 빠지게 될 것이다.

당장 비중에서도 타흘라와 마리아, 아네스, 로라, 미령이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으니까.

"그때면 폐하께서도 아마 경연 때문에 바쁘실테고."

유학자들도 그 시기에 모여서 경연을 하기로 되어 있을 거다. 아마 그때면 태학정의 동생인 이희도 참석해야 할 거고.

나르타는 그리 말하면서 차를 마셨다.

"시아는?"

마법사나 주술사들이라면 시아도 포함이 아닌가? 오르테가가 그런 생각하면서 묻자 오르테가에게 꼭 붙어서 수를 구경하고 있던 시아가 나르타 대신 대답했다.

"학회?"

"흐아암... 룬은 보통 참석 안할걸요? 아무래도 말을 할 수 없는 입장이니까요."

시아에게 끌려와 이불에 누워 있던 여휘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는 대신 대답했다.

"여기 이불도 푹신하네요... 게다가 좋은 냄새."

"그, 그래? 아하하... 좀 부끄럽네."

이불 냄새를 맡으면서 여휘가 말하자 오르테가가 조금 붉어진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이곳은 오르테가의 방이었고, 당연히 저 이불도 오르테가가 쓰던 것이었으니까.

"참가하지 않을 거야. 아버지도 그걸 원하실 거고."

여휘가 일어난 걸 확인한 시아가 덤덤하게 말했다.

나르타는 그녀가 말했다는 사실에 놀라 눈을 크게 떴으나 창가에서 마력초를 태우고 있던 마리아는 태연했다.

"위저드 헌트가 있는데 언령 마법은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

"아... 그러네요."

나르타는 그제야 여휘가 가진 눈의 힘을 깨닫고는 머쓱하게 웃었다.

오르테가만이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룬은 뭐야? 워저드 헌트?"

"...룬은 당대 최고의 언령 마법사만이 받을 수 있는 이름. 위저드 헌트는... 강족이 가진 마법과 주술을 흡수하는 특별한 마안."

시아가 덤덤하게 대답하자 오르테가가 바로 반응했다.

"마안! 그거 마안이었구나. 신기해."

오르테가가 여휘의 눈을 보면서 감탄하자 여휘는 침대에 다시 누우면서 대답했다.

"흐아암. 전 용인이 더 신기한데요... 용인을 보는 건 처음이거든요."

"그래? 하긴 수가 적긴 하니까."

애초에 용인은 긴 수명에 비해서 수가 적은 존재였다.

종족 자체가 임신이 어려워서 그런가? 그래서 사실 지금까지 많은 합궁이 있었지만 용인 비가 회임한 것은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희귀했다.

"묘인도 있어."

"묘인은 부드러울 거 같아서 보고 싶네요."

오르테가의 말에 여휘는 그렇게 답하면서도 꾸벅 졸았고, 시아도 그 말엔 공감했다.

"나도..."

"모두 사이가 좋으시네요. 원래 이런 모임이 잦나요?"

그때 뒤늦게 도착한 수이가 담소를 나누고 있는 그들에게 물었다.

수이는 이렇게 비들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신기했다.

"네, 관심사 맞는 사람끼리 모이기도 하고, 이렇게 다 같이 모이는 경우도 있고요."

나르타의 대답에 수이가 바로 눈을 빛내며 관심을 보였다.

"혹시 주술 관련은 어디로 가면 되나요?"

쳇코족이라는 소수 민족에서는 같이 교류할 주술사가 적었기에 수이는 다른 주술사와 교류해 보고 싶었다.

"그건 아마도..."

"나일 걸? 뭐, 난 솔직히 어느 쪽이든 상관없긴 한데 굳이 뿌리를 따지자면 주술 쪽이니까."

나르타의 말을 끊으면서 나타난 타흘라는 뒤따라온 로라에게 말했다.

"마법은 이쪽."

"나? 나보다는 그래도 현자 님 쪽이..."

당황한 로라가 머뭇거리면서 마리아를 보자 마리아는 덤덤하게 말했다.

"본녀가 하는 건 사실 교류보단 교육에 가깝지 않느냐. 단순 교류가 목적이라면 본녀는 그리 적합하진 않겠구나."

"그, 그런가요? 하긴 그렇겠네요. 마법에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 찾아오셔도 괜찮아요. 주술 이야기도 하거든요. 이 사람이 아무래도 뿌리가 주술이라서."

꽈악.

타흘라의 볼을 쭈욱 당기면서 로라가 말하자 타흘라는 눈물을 글썽였다.

"여기저기서 불리면 피곤한데 나 그냥 주술 쪽만..."

타흘라가 귀찮은지 난색을 표하자 로라가 바로 호통을 쳤다.

"두 개를 양립하기로 한 건 너였잖아! 근성을 보이라고! 정말이지..."

"알았어. 알았어. 그럼 주술 쪽도 같이 모이면 되겠네."

둘 다 참가하긴 귀찮은지 그냥 통합을 해 버리는 타흘라의 모습에 로라는 의외로 긍정적이었다.

"그런 방법이 있네. 다음부터는 다 같이 모이자. 이게 또 교류를 해야지 발전이 있는 거잖아? 미령이한테도 말해둘까?"

미령은 바쁘다고 이번 모임엔 불참을 선언했기에 로라가 그렇게 말하자 타흘라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서는 대답했다.

"마음대로... 흐아... 부드럽다."

"이, 이분은... 원래 이렇게 거리감이 이상한가요?"

여휘는 다짜고짜 자신을 안는 베개처럼 쓰는 타흘라를 보면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초면에 다짜고짜 이러는 여자는 처음 보았으니까.

"원래 그런 사람이야. 그보다 나머지는 왜 안 와?"

오르테가는 태연하게 답하고는 아직 오지 않은 다른 비들이 언제 오는지 물어봤다.

"죄송합니다. 이제 막 씻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도 곧 올거예요."

그때 막 들어온 세이나가 물기에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면서 대답했다. 그 대답에 오르테가가 오늘 유독 보이지 않던 사람을 찾았다.

"아네스는?"

"으음... 그러고 보니까 보이지 않네요. 합궁은 미뤄졌다고 들었는데요."

오르테가의 질문에 세이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금위대장한테 분명 합궁은 내일로 미뤄졌다고 들었는데 아네스가 보이지 않았다.

레오니나 엘리자베르나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하긴 했지만 솔직히 세이나는 걱정되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황궁에서?"

그러나 오르테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다른 곳도 아니고 황궁에서 무슨 일이 생겼을 가능성은 희박했으니까.

차라리 걱정된다면 술탄을 만나러 투르크로 돌아간 세헤라자드가 더 걱정될 정도였다.

"하긴 그러네요."

다른 곳도 아니고 황궁인데 별일은 없겠지.

세이나는 바로 안심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신기하네.'

다른 비들을 기다리며 오르테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관심사도 다르고, 출생지도 다르고, 하물며 민족마저 다른 사람들이 모였지만 모두가 어느새 이곳을 돌아올 곳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건...

'네가 있어서겠지?'

오르테가는 진위를 떠올리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 녀석은 늘 자신은 사랑 받아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가끔 나오는 녀석의 자부심이 가득한 말은 오히려 자신을 좋게 보지 않기에 나오는 허장성세라는 걸 오르테가는 알고 있었다.

진위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자신이 사랑을 받는다는 걸 늘 의심하고, 속으로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 녀석을 사랑했다. 그건 녀석이 아무리 의심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온전히... 그 녀석의 힘이었다.

오르테가는 그렇기에 믿고 있었다.

언젠가... 그 녀석 스스로가 자신을 좋아하게 될 날도 올 거라고.

그만큼... 그 녀석은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

"하아... 하아..."

그 좋은 사람은 지금 욕탕의 벽을 잡고 서 있는 아네스의 뒤에서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계속해서 자기 몸을 요구하는 그녀를 보면서 황제는 일단 그녀의 안에 사정했다.

"이, 이런 느낌이군요."

아네스는 눈을 감고는 속이 가득 차는 느낌을 만끽했다.

"물이 더러워졌구나."

황제는 모처럼 마음에 들었던 탕이 더러워진 것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건 조금 아쉽네요."

아네스는 그 말에 더러워진 탕을 보고는 아쉬워했다.

물론 몸은 여전히 황제에게 꼭 붙어 있었지만.

황제는 그대로 아네스를 안아 든 채로 탕에서 나왔다.

"후후, 하늘을 나는 거 같은 느낌인데요?"

황제의 품에 안긴 아네스가 즐거운 듯 웃으면서 말하자 황제는 덤덤하게 그녀를 내려주었다.

"물기를 닦고 옷을 입거라."

"더 하고... 네, 일단 여기선 이걸로 만족할까요?"

전초전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니까.

아네스는 아쉽지만 일단 여기선 세 번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게 여러 자세를 해봤는데 전 그래도 폐하와 마주 보는 자세가 좋네요."

쿨럭!

적나라한 그녀의 말에 황제는 헛기침을 하고 말았다.

저렇게 순진무구한 얼굴로 저런 말을 내뱉고 있으니 참으로 당혹스러웠으니까.

"물기부터 닦거라."

"흐응. 폐하께서 닦아주세요."

황제가 수건으로 몸을 닦으면서 말하자 아네스가 자신의 탐스러운 가슴을 팔로 살짝 감싸면서 요구했다.

"...정말이지. 어린 애 같구나."

황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순순히 그녀의 몸을 닦아주었다.

"흣!"

황제의 손이 민감한 부위에 닿을 때마다 그녀가 신음을 내긴 했지만 황제는 묵묵히 물기를 닦아내고는 다른 수건으로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었다.

"이제 옷이나 입도록 해라."

"입혀주세요."

"..."

어리광도 정도가 있지...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일단 자기 옷을 입고는 그녀의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한눈에 봐도 신경 쓴 흔적이 느껴지는 예쁜 검은색 속옷을 입히고, 피가 묻은 원피스 대신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검은 원피스를 입혔다.

"어때요?"

옷이 다 입혀지자 아네스가 몸을 가볍게 한 바퀴 돌려보며 물었다.

확실히...

"예쁘구나."

황제가 봐도 그녀는 미인이긴 했다.

여러 비들하고 비교해봐도 그녀와 비견되는 외모를 지닌 비는 몇 명 되지 않았으니까.

"어머머. 다행이네요."

그 가벼운 칭찬에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아네스는 얼굴을 붉혔다.

"그럼 슬슬 돌아가자."

이미 관계도 한김에 합궁까지 시원하게 진행하는 편이 낫겠지.

황제는 그리 생각하면서 말했고 그를 따라 밖으로 나온 아네스는 양팔로 어깨를 감쌌다.

"좀 춥네요."

확실히 이 날씨에 그녀의 옷은 너무 얇았다.

황제는 그대로 그녀를 안아서 들었다.

"확실히 그 옷차림으로 밤은 좀 춥겠구나."

"따뜻하네요."

"대륙 최고의 난로지."

황제의 장난스러운 말에 아네스는 웃었다.

"그러네요."

정말이지... 대륙 최고의 난로였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귀중하고, 소중한 난로.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대로 황제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정말이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녀는 지금 이 시간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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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국 합궁은 진행할 거 같던데?"

저택으로 돌아온 모용진은 세르나의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래요?"

"분위기가 그렇다는 거지. 분위기가. 그보다 교육은 잘 받고 있었어?"

모용진의 질문에 세르나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당연하죠! 오르페나 씨가 돌아오기 전에 많이 배워둬야 진도를 맞출 수 있다면서요. 그래서 더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잘했죠?"

"그렇지. 잘했다."

그녀의 말에 모용진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아무래도 세르나는 무인이었으니까. 오르페나보다 이런 쪽 일은 진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따라잡으려면 아마 악착같이 배워야겠지.

모용진은 열심히 배우고 있는 그녀가 기특했다.

'그래도...'

칭찬해 달라는 듯이 머리를 내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모용진은 작은 아쉬움을 느꼈다.

세르나 정도의 무인이 더 이상 검을 쥐지 않게 된 것은 아쉬운 일이었으니까.

폐하께선 '녀석 정도 없어도 문제없어.'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녀 정도의 무인이 떠났는데 문제가 없을 수는 없겠지.

'합궁은 잘하고 계실까?'

모용진은 황궁에 있을 황제를 걱정했다.

뭐,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싶으면서도...

모용진은 늘 황제가 걱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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