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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면 잘살거 같지-56화 (5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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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도자기를 판매하다.

다니엘 세바스찬 남작!

파이온 가문과 수 백 년을 함께 걸어온 상단의 당대 주인이다.

파이온상단이 비록 파이온 영지의 소속 즉, 어용상단이라지만 세바스찬 가문의 당주가 대를 이어 관리해왔다.

실력을 중시하는 파이온의 기풍답게 상단의 주인 또한 귀족임에도 반드시 상인의 능력을 증명해야만 한다. 즉, 파이온 상단의 주인은 세바스찬 가문이라는 '피'와 상인의 '능력'이 함께 겸비되어야만 가능했다.

귀족이면서 상인의 능력까지 겸비한 다니엘 세바스찬 남작. 작년까지는 곡물과 생필품을 수입하여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마석과 몬스터 부산물을 외부에 수출했다.

식량을 비롯한 각종 생필품은 반드시 필요한 필수품이지만 마석과 몬스터 부산물은 없어도 그만인 기호품에 속한다.

그는 뛰어난 상재를 가졌음에도 식량부족이라는 절대적인 약점을 가진 영지 때문에 지닌 능력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상당한 불리한 거래를 완화시키느라 50대 초반에 벌써 흰머리가 가득했다.

그런데 작년부터는 (영지의)역사상 처음으로 식량부족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되었다. 한발 더 나아가 여유분의 곡물까지 외부에 수출하기도 했다.

이젠 갑의 입장이라 하루하루가 즐거운 판에 오늘은 또 도자기라는 아주 매력적인 상품까지 손에 들어왔다.

수익은 파이온영지와 아나톨리아, 파이온상단이 각각 4:3:3의 비율로 분배하기로 했다.

매우 공정한 수익배분으로 도자기를 많이 팔면 팔수록 영지와 상단에게 분배되는 돈이 늘어난다.

최대한 많은 수익을 거둬야 모두가 부유하고 해피해질 것이다.

"이런 뛰어난 물건을 우리가 팔다니. 도자기는 무척 아름답고 유용한 식기가 분명하다."

다니엘은 도자기로 인해 상단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물론, 극복해야할 과제 또한 존재했다.

"너무 생소하다는 점이 문제다. 세상이 도자기를 인지하고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해."

다니엘이 이처럼 마땅한 해결책을 고심하고 있을 때였다.

식량부족문제를 해결한 어린 총독이 마법통신으로 도자기 판매에 적절한 대책들을 조언했다.

아참, 알다시피 팰리스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다.

마케터(marketer)같은 마케팅 전문가도 아니었다. 허나, 전생시절에 경험했던 사업 '짬밥'과 탐독한 소설을 통해 '들은풍월'이 풍부했다.

[도자기는 지금까지 사용했던 식기와 달리 매우 특별하고 위생적인 상품입니다. 귀족마케팅으로 고급화전략을 사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황도에 점포를 개설해야 합니다. 남작님도 잘 알겠지만 이때는 재고가 충분히도 항상 부족한 것처럼 판매해야할 것입니다.]

[황실전용의 도자기가 내일 도착할 것입니다. 가능한 빨리 황실에 진상해 주십시오. 황가에서 도자기를 사용하면 황도의 귀족들이 도자기를 사용할 것이고 그럼 지방의 귀족들까지 유행하게 될 것입니다.]

[아쉽지만 당분간은 홍보부족으로 판매가 저조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나톨리아는 도자기를 계속 생산할 것입니다. 이는 차후에 필요하게 될 재고물량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이런 소식과 함께 다음날엔 황실의 문장(참조, 금색 태양을 중심으로 16줄기의 금색햇살이 퍼져나가는 문양)이 상감 처리된 접시세트와 찻잔세트가 배달되었다.

특별하게 제작된 도자기를 받아본 다니엘. 도자기의 아름다움보다는 팰리스의 상재와 사업추진력에 깜짝 놀랐다.

"오~ 맙소사! 이제 겨우 12살짜리가 아니었나? 그런데 황실에 어울리는 물건을 이렇게 딱 만들어 내다니. 정말 대단해!"

12살! 가이아에서는 조선시대처럼 애가 딸린 유부남일 수도 있는 나이였다.

그러나 16살이 되어야만 성인으로 취급해준다. 12살이면 확실히 어린아이였다.

그런 어린아이가 식량문제를 해결하더니 온갖 범죄자들로 들끓는 아나톨리아에 귀양을 가듯 총독에 임명됐다.

그를 비롯한 많은 가신들이 실패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는데 들려온 소식이 너무 어이없었다. 아나톨리아에 도착한 당일에 불한당들을 평정하고 얼마 전엔 몬스터의 습격까지 훌륭하게 막아냈단다.

이것만 해도 정말 놀랄만한 공적일 것이다.

그런데 이젠 도자기라는 아주 매력적인 상품까지 개발해 파이온의 재정에 기여하려고 한다.

이번일로 파이온 백작이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백작은 은(銀)을 제외한 구리, 주석, 납으로 만든 식기를 치우고 팰리스가 선물한 도자기를 식탁에 올리라고 지시했단다.

"허허~ 역시 내 눈이 정확했어. 팰리스 공자는 정말 놀랄만한 아이···"

다니엘은 급히 뒷말을 얼버무렸다.

그에게 팰리스는 이제 단순한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함께 사업하는 '파트너'였다.

"아니지. 아무리 어려도 충분한 능력과 자질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성인이고 파이온의 '싸나이'다."

이젠 다니엘도 팰리스를 인정했다.

기꺼이 팰리스의 조언에 따르겠다고 마음먹었다. 빨리 상행을 꾸려 도자기를 진상하고 황도에 상점까지 개설해야 한다.

'마음에 안 들지만 역시 이런 중대사는 더스틴에게 맡겨야겠지? 셋째가 공을 세워야 후계자 문제가 깔끔해질 테고.'

참고로, 더스틴(21살)은 셋째에다가 상재와 인성이 부족했지만 정략적으로 결혼한 본부인의 소생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인성과 능력이 뛰어난 장남 드레이먼드(30살)에게 이번 일을 맡기고 싶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장남은 사랑하지만 미천한 첩의 아들이었다. 아무리 첫정을 준 루시의 아들이라지만 본부인의 소생이 상단을 이어받아야 가문 안팎이 두루 평안해질 것이다.

'첫째와 루시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그것이 순리니깐.'

마음을 굳힌 다니엘이 종을 흔들어 시종을 불렀다.

'딸랑, 딸랑~'

"주인님, 찾으셨습니까?"

"셋째, 더스틴을 불러와라. 급하다."

"셋째 공자님 말씀입니까?"

시종의 표정이 어째 좀 이상했다.

"응? 자리에··· 없나? 분명 부단주에게 교육받을 시간인데."

"그, 그것이··· 오거스틴 공자님과 사냥 약속이 잡혔다고··· 죄송합니다, 주인님."

"사냥? 그나저나 오거스틴 공자라면···"

파이온 백작의 차남으로 올리비아 2부인의 소생이다.

팰리스보다 3살이 연상이지만 아직도 철이 없는 '어린아이'였다. 아마도 셋째는 사냥을 핑계로 술과 계집을 대접하며 한창 아부하고 있을 것이다.

"뭐, 약속? 내 분명 사람을 가려 사귀라 했거늘."

버럭 성을 내던 다니엘이 갑자기 무슨 생각인지 피식거렸다.

'피식~

"허허~ 이것도 운명인가? 여보라~ 그렇다면 드레이먼드는 자릴 지키고 있겠지?"

"네, 주인님. 하급서기라 한창 서류를 정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 그럼, 드레이먼드를 불러와라."

이렇게 해서 다니엘은 도자기를 진상하고 황도에 상점을 개설할 중요한 임무를 셋째 더스틴을 대신해 드레이먼드에게 맡겼다.

본래는 파이온 상단의 하급서기로 늙어갈 운명이었던 드레이먼드. 도자기로 인해 아니, 팰리스로 인해 인생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 * *

일주일 넘게 오거스틴을 접대했던 더스틴은 정말 억울했다.

파이온 영지의 실세 중의 실세가 바로 올리비아 2부인이 아니었던가!

그런 실세의 부름을 받고 만난 자가 바로 오거스틴이었고 그와 함께 잠시 사냥을 빙자한 여흥을 뿐이다.

2부인은 아마도 파이온 상단을 물려받을 자신과 그녀의 아들, 오거스틴이 친하게 지내다 동맹으로 발전하길 바랐을 것이다.

현재 레온 파이온이 뛰어난 능력으로 오거스틴을 누리고 확실한 소영주가 되었다.

자신처럼 영지를 물려받을 것이 확실했다.

그러나 세상은 모르는 일이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만일을 위해 차기 후계자 중의 하나인 오거스틴과 돈독한 친분을 다졌을 뿐이다.

그런데 사냥과 여흥으로 돈독한 친분을 다지고 돌아와 보니 아버지가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고 꾸중했다.

게다가 '첩년'의 자식이라고 무시했던 드레이먼드가 어제 황도로 떠난 상행을 지휘한단다.

"뭐, 비천한 그 자식이 이번 상행을 지휘해?"

"네, 더스틴 공자님. 이번 황도 상행을 첫째 공자님이···"

"잠깐! 뭐라고 했지? 공자니~임?"

"네, 네? 죄송합니다."

"다시 말해봐! 드레이먼드가 어떤 자식이지?"

더스틴이 콧구멍을 벌렁거리자 시종이 긴장했다.

개차반 같은 성질이 폭발할 유력한 징조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무조건 더스틴의 비위를 맞춰야 한다.

"···첩년에게 태어난 자식새낍니다."

"크크크~ 그래 맞아. 미천한 첩년의 자식새끼다. 알았나?"

"명심하겠습니다, 공자님."

"그런데 무슨 일로 상행을 떠났지? 황도 상행은 이번이 처음이잖나."

최근 팰리스가 백작에게 선물한 도자기세트가 가신들의 입방아에 올랐지만 일주일 넘게 자리를 비웠던 터라 더스틴은 이런 사정에 어두웠다.

"잘은 모르지만 아나톨리아 총독의 요청을 받고···"

"잠깐! 아나톨리아? 총독은 또 무슨 소리지?"

"공자님, 아나톨리아는 작년에 우리 영지에 편입된 지역입니다."

"아~ 불한당 같은 쓰레기들이 득시글거리는 동네?"

"그렇습니다만 지금은 팰리스 총독이 그곳을 평정···"

"아, 그만 됐고. 첩보다도 못한 시녀에게 태어난 놈이 총독이 되었던 곳이었지, 아마?"

"···그렇습니다. 영주님의 시녀에게서 태어난 팰리스 총독이 도자기라는 상품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피식~'

"난 또 뭐라고. 도자기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구도 아닌 미천한 놈이 개발한 물건이다. 품격도 없는 놈이 어디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었겠어? 안 그래?"

도자기가 정말 대단한 상품이고 가신들이 그것 때문에 난리가 났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개차반 같은 더스틴이 콧구멍을 벌렁거리면 자신만 괴로워진다.

"···그렇··· 습니다."

"첩년 자식새끼와 첩년보다 못한 시녀 새끼가 함께 짝짜궁 했다? 크크크~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군."

"···"

"쳇~ 알고 보니 별일도 아니었네? 그렇지?"

"···그렇··· 습니다."

"그럼, 가봐. 이제부터 낮잠이나 자야겠다."

"네, 공자님. 잠자리 시중은 누구로···"

"잠자리 시중? 흐음~ 오늘은 누구 속살을 맛볼 차례지?"

"오늘은 마리아가 시중···

"하~암. 됐다, 피곤하다."

"네, 공자님. 그럼 편히 쉬십시오."

시종이 물러나가 더스틴이 그제야 침대에 몸을 던졌다.

"아~ 피곤해. 일주일 좀 놀았다고··· 젠장~ 벌써 늙었나? 어째 노는 것도 힘드네."

'드르렁, 쿨~ 드르렁~"

더스틴의 숨소리가 금세 잦아들었다.

다시금 말하지만 파이온은 실력을 중시하는 영지고 파이온상단이 그런 영지의 어용상단이다. 그리고 더스틴은 상단의 주인으로 거론되는 자였다.

그렇다면 더스틴의 능력이 어떨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알고 보면 더스틴은 상단의 주인에 걸맞은 능력을 가졌다.

다만, 드레이먼드에 대한 시기심과 열등감이 이처럼 더스틴의 눈을 가렸고 그래서 지금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침몰하고 있었다.

만일, 낮잠을 자는 대신 다니엘 남작에게 황도의 상행을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요청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급히 말을 달려 황도상행과 점포개설을 그가 대신 지휘했다면···

더스틴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도자기 사업을 주관할 마지막 기회를 이처럼 낮잠과 함께 날렸을 뿐이다.

* * *

타이판 제국은 굉장히 넓은 영토를 자랑한다. 파이온에서 올림피아드(황도)까지 이동하는 데에만 한 달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그 때문에 팰리스는 황실 진상용 도자기를 급히 만들고도 45일이 지난 후에야 겨우 그에 대한 결과를 전해 들었다.

[팰리스 공자 아니 팰리스 총독. 황제폐하께서 크게 기뻐하셨다는 마법통신을 전해 받았소. 드레이먼드의 말에 따르면 황도에선 지금 도자기 때문에 난리가 났답니다.]

[독 문제 때문에 은제식기를 전부 치우진 못할 것이오. 그러나 황실의 식기 대부분을 도자기로 대체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오.]

[도자기를 구경하느라 이번에 개설한 상점 문턱이 닳을 지경이랍니다. 조만간 황실에서도 도자기를 주문할 것 같소. 황실전용 도자기를 미리 만들어 주시오. 아참, 대금으로 20,000골드에 해당하는 금화와 프랑크 경이 주문한 물자들을 보냈소. 아마도 내일쯤 도착할 것이오.]

이런 소식과 함께 다음날엔 금화 18,000골드와 아나톨리아 주민들이 소비할 2,000골드어치의 각종 생활용품들이 20대의 수레에 실려 왔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을까.

20대의 수레에서 각종 생필품을 내리고 도자기를 조심스레 적재하던 주민들이 크게 기뻐했다.

고마운 총독은 노역의 대가로 귀중한 식량을 '하사'했던 귀족이었다.

그 때문에 지난겨울을 배부르고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

자신들이 수레에서 내린 물자들은 아마도 자신과 가족들이 사용할 물건일 것이다.

이런 주민들의 기대는 과히 틀리지 않았다. 팰리스가 이와 관련된 사항을 공표했기 때문이다.

[다음 달부터는 근로자들의 임금을 인상할 것이다. 주급도 곡물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할 테니 잡화점(총독부에서 운영)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해 사용하라.]

이즈음엔 거의 모든 노역이 끝난 시점이라 도자기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만 해당할 것이다.

허나 아나톨리아의 성인 절반이 도자기 공장에 관련되어 직간접적인 주급을 받고 생활하고 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몬스터에 치이고 악당들에게 착취당해 끼니를 거르기가 일쑤였다.

이젠 세월이 좋아져 봄밀을 추수할 때가 되었음에도 곳간에 곡식이 그득했다. 여기에 주급으로 '동전'까지 받았다.

"으~ 어떡하지?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써야하지?"

현금으로 첫 주급을 받은 막심이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했다.

센트럴 토박이라 '동전'이란 물건을 사용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고 세상에나~ 형님! 고민할 걸 고민하쇼. 돈은 본래 없어서 못쓰는 거잖소. 있는 돈을 못 써서 그리 걱정이우?"

"돈··· 써··· 알지."

"뭐라고요? 크게 좀 말해 봐요."

"이런 씨팔~ 돈을 써 봤어야 안다고!"

"엥? 말도 안 돼! 형님, 도대체 나이가 몇 갭니까? 사십이 넘도록 돈을 안 써 봤다고요?"

믿기지 않게도 아나톨리아 토박이 대부분은 지금껏 돈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 착취당했고 외부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통제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막심의 설명에 테일러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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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도자기를 판매하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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