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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면 잘살거 같지-83화 (83/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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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자제들의 독립!

팰리스처럼 영주의 직위나 작위에 대한 계승권이 없는 귀족자제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대체로 영주나 작위를 계승한 형제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평생을 하급관리나 가신으로 봉사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계승권을 둘러싼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을 겪었다면 사정이 크게 달라진다.

독이 올라 잔뜩 벼르는 형제(라고 썼지만 실제로는 정적(政敵))에게 어떻게 자신과 가족들의 미래와 목숨을 맡기겠나.

그들은 정적의 보복을 피해 황도나 도시로 독립해 나간다.

드레이크처럼 교양으로 배운 마법을 갈고 닦아 마법사로 활동하거나 제국정부의 하급관리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나간다.

상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금껏 남을 부려왔던 귀족자제가 상업으로 성공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렇다면 팰리스는 어떤 경우일까?

팰리스는 앞서 언급한 경우와 사정이 좀 달랐다.

상황은 후자에 가까웠으나 그들과 달리 도자기를 팔아 번 돈이 아주 아니, 굉장히 많았다.

영지 급의 매물이 나온다면 통째로 구입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팰리스에게는 드워프 5명과 신성한 계약까지 체결한 관계로 어찌 보면 대단한 영주 감이었다.

그래서 팰리스와 가신들은 파산했거나 영지전으로 인해 매물로 나온 지역을 구입하여 새로운 가문을 열어가려고 했다.

여담이지만, 영지나 그만한 크기의 토지가 매물로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다행이라고 말하기는 뭣하지만 타이판 제국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가뭄과 홍수가 잦았다.

여기에 영주들의 도자기 구입경쟁까지 겹쳐 전반적으로 재정상황이 악화되었고 몇몇 영지는 파산했다.

자연, 비정상적으로 많은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독립할 생각을 굳힌 팰리스에겐 정말 행운일 것이다.

“하하하~ 정말 운이 따르는군. 이쯤 적당한 매물을 골라 구입해 볼까? 아참, 깜빡할 뻔했군. 그전에 파이온에 분가(分家)하겠다는 의향을 먼저 알려야겠지?”

팰리스가 파이온의 눈치를 살핀다?

다소 의아하다고 생각할 테지만 팰리스는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이유는 팰리스가 원하는 독립은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 번 돈으로 독립할지라도 본가에서 이를 승인하고 지원해줘야 팰리스가 원하는 독립(분가)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야 문제없지. 하지만 이젠 내 사람이 생겼다. 그들을 책임져야 해.]

팰리스의 마음가짐을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점일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자세히 설명하자면 매물로 나온 영지를 구입한다고 해서 그곳의 로드(lord) 즉, 봉건영주로 인정해 주진 않는다.

그저 토지를 구입한 땅주인에 불과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상당한 영지들이 돈 많은 상인들의 손아귀에 떨어졌을 것이고 매물이 지금처럼 쌓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영지차원의 토지는 상거래 즉, 돈으로 구입할 수는 있었다.

귀족작위 또한 돈으로 살 수는 있다.

그러나 팰리스가 원하는 독립은 봉건제 사회의 주역, 봉건영주였다.

봉건영주는 돈으로 매매할 수가 없었다.

봉건제도는 황제와 봉건영주 쌍방이 충성과 상납금(세금)을 대가로 보호하겠다는 쌍무적인 계약을 체결한 관계였기 때문이다.

보호를 책임진 황제는 충성과 상납금을 대가로 영주에게 대대로 이어지는 독점적인 지배권을 부여했다.

그 증거로 황제는 자손에게 계승되는 작위를 하사하고 토지의 독점적인 권리를 인정한다.

그래서 토지는 매매가 가능할지는 몰라도 영지와 관련된 작위는 함부로 매매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팰리스는 어떻게 분가 즉, 새로운 봉건영주가 되려는 생각을 품고 있을까?

토지를 구입한 팰리스가 황제와 쌍무적인 계약을 체결하여 새로운 봉건영주가 되면 가능해진다.

그 말인즉, 파이온 백작(본가)이 황실과 귀족원에 팰리스의 분가를 인정하고 새로운 작위를 하사해달라고 청원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즉, 파이온 백작이 청원하거나 로비를 벌여 팰리스를 별도의 봉건영주로 만든다는 뜻. 그런데 본가에서 팰리스의 독립을 순순히 승인해 줄까?

“하하하~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연히 승인해줄 것입니다.”

드레이크에 장담에 팰리스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그렇··· 습니까? 지금껏 상당히 비협조적이었잖습니까.”

‘독이 든 음료도 마셔봤고 뒤통수도 제대로 까여봤는데. 제대로 도와줄까?’

“그거야 총독님이 그만큼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두렵···다고요? 제가요?”

‘쳇~ 내가 뭘 어떻게 했다고. 나처럼 착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본부인 마님과 2부인 마님이 총독님을 견제한 것이고요.”

“하긴 뭐··· 그런데 이번엔 협조적으로 나온다는 말입니까?”

“당연하잖습니까. 알아서 파이온을 떠나겠다는데··· 당연히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입니다.”

드레이크 말이 맞았다.

과거, 보잘 것 없던 팰리스는 이제 파이온의 매우 중요한 인사로 성장했다.

지지기반만 갖춰졌다면 레온의 입지까지 흔들 정도였다.

그래서 이사벨라 본부인도, 올리비아 2부인도 이젠 팰리스를 함부로 무시하지 못했다.

게다가 파이온백작도 내심 팰리스의 분가하여 세력을 떨치길 원했다.

내부에서 불필요한 분란을 만들어 역량을 낭비하기보다는 외지로 분가하여 가문의 세력이 늘어나길 바랐던 것. 그래서 팰리스가 매물을 구입하면 봉건영주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을 은밀하게 드레이크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황실이나 귀족원에 탄원서를 제출하여 남작이나 자작 같은 작위를 하사해달라고 로비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알다시피 거대한 토지를 구입했더라도 황제가 인정한 작위가 없다면 정당한 지배자 즉, 봉건영주로 인정받지 못한다.

권리행사도 제한되어 주변의 영주에게 병탄되어도 제대로 항의하지 못하고 빼앗길 수도 있다.

“아, 네에~ 그럼 뭐, 다행인가요?”

‘그래도 왠지 모르게 입맛이 씁쓸하군.’

“후후후~ 그럼 저는 이만 분가를 승인받기 위해 파이온으로 출발하겠습니다.”

집무실을 나온 드레이크는 파이온으로 이동, 백작에게 팰리스의 분가를 승인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백작은 이미 (비공식적이지만)팰리스의 분가를 약속한 상태였다.

그리고 팰리스가 분가해서 떠나면 도자기 공장을 비롯한 아나톨리아의 모든 알맹이가 온전하게 파이온 수중에 떨어진다.

당연히 파이온의 모든 인사들이 원하는 바였다.

그래서였을까!

드레이크는 3일 만에 분가승인과 함께 영지로 삼을 토지를 구입하면 즉각 황실과 귀족원에 로비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아나톨리아로 다시 돌아왔다.

이젠 매물 중에서 작당한 지역을 골라 구입해야할 차례다.

마침, 팰리스가 요구한 조건에 딱 어울리는 ‘쇼쇼니’라는 매물을 찾아냈다.

황도(皇都)를 기준으로 제국의 남동부에 위치했는데 파이온과는 체르키, 샤이엔 영지를 사이에 두고 있어 그리 멀지도 않았다.

쇼쇼니는 남쪽 경계로 염전으로 조성하기 적당한 트라이아스 해를 접했다. 아니, 트라이아스를 향해 툭 튀어나왔는데 한반도와 비교하면 다소 짧고 굵은 반도지형에 진도크기만한 부속 섬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한반도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 대전이나 천안 이남부터가 쇼쇼니의 영역이었다.

영역 대부분이 메마른 황무지였으나 (서울을 포함한)경기도만한 크기로 면적이 꽤 넓어 팰리스의 마음에 쏙 들었다.

참고로, 원주인격인 샤이엔 영지는 대략 창춘(장춘, 長春)이나 선양 이북에서부터 영역이 시작된다.

지형적으로 보면 샤이엔 영지에 속했지만 너무 떨어졌다.

게다가 쇼쇼니 반도는 면적만 따져보면 후작령이나 공작령 급의 영지가 들어설 정도로 아주 넓지만 인간의 영역이 겨우 천안이나 대전 이남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마저도 대부분이 메마르고 척박했다.

이 때문에 쇼쇼니를 관리하는 샤이엔은 이득은 없고 유지비만 잡아먹는 까닭에 계륵 취급을 받았다.

일단, 샤이엔과 쇼쇼니는 가장 기본적인 통행(通行)부터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유일한 통행로는 동서(東西)로는 좁고 남북(南北)으로는 길쭉한 서부 평원. 이곳이 유일했다.

쇼쇼니가 반도지형이라서 바다를 이용하여 통행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해양몬스터가 워낙 크고 무서워 육지 10Km 이내의 얕은 바다로만 선박통행이 가능했다.

가이아는 이런 해양몬스터의 위험 때문에 선박통행이 매우 드물다고 한다.

자연, 배의 크기도 무척 작았다.

선박대부분은 바닥이 편평한 평저선이었고 그마저도 연안 어선이었다.

쇼쇼니는 이런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방어적인 측면에서도 꽤 유리했다.

좁고 기다란 서부평원만 제대로 틀어막는다면 이웃영지의 공격을 쉽게 막을 수가 있었다.

각설하고, 팰리스가 쇼쇼니를 더욱 마음에 들어 했던 건 확장성을 들 수 있다.

쇼쇼니의 북서 접경 즉, 천안이나 대전 이북부터는 거대한 숲(서부평원을 제외하고)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평양 이북에서부터 창춘(장춘)까지는 험준한 산악지형이었다. 거대한 숲과 산악지역은 면적으로만 따져보면 쇼쇼니보다 5배 이상으로 매우 넓었다.

그런데 그곳의 주인이 바로 몬스터였다.

즉, 그곳은 공식적인 주인이 없어 쇼쇼니를 구입하면 (지형적인 입지조건으로 인해)저절로 영토로 편입되는 지역이었다.

물론, 수많은 몬스터를 모두 토벌하고 험준한 산악지형마저 극복해야 한다는 전제였다.

샤이엔 영지는 거대한 숲에서 툭하면 튀어나오는 몬스터 때문에 쓸데없는 유지비만 잡아먹었다.

심심찮게 튀어나오는 몬스터. 영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정말 환장할 노릇일 것이다. 그 때문에 매물이 웬만한 자작 영지임에도불구하고 매물이 20만 골드로 터무니없는 헐값이었다.

팰리스가 가지고 다니는 팔찌(무한주머니) 가격과 쇼쇼니 가격이 같다면 얼마나 헐값인지 대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파산한 샤이엔 백작은 급전이 필요했고 (몬스터가 들끓는 숲과 산악지형 때문에 통행로가 제한적이라)관리상 어려움이 많아 쇼쇼니 반도를 헐값에 내놓았을 것이다.

‘그래, 이곳으로 결정했다.’

“모두들, 들으시오!”

‘처척~’

“충!”

“여러분~ 샤이엔 백작령의 쇼쇼니 반도, 이곳으로 결정하겠소. 이곳에서 새로운 가문을 열어갈 것이오.”

팰리스의 결정에 가신들이 일제히 기사의 예를 갖추며 소리쳤다.

“예스, 마이 로드! 모든 일은 로드의 뜻대로 처리될 것입니다.”

다음날, 드레이크는 기사 안토니아와 중무장한 기마병 50기를 이끌고 샤이엔 백작령으로 길을 떠났다.

쇼쇼니 지역을 직접 확인하고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 * *

드레이크 일행이 쇼쇼니 반도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을 때, 팰리스는 피리온, 토머스와 함께 쇼쇼니 발전계획을 미리 만들기 시작했다.

첫 번째 주제는 역시 팰리스가 성공을 확신하는 염전(鹽田)이었다.

“인류가 생존하려면 반드시 소금이 필요해. 하지만 암염광산이 흔하지 않아서 가격이 비싸고 양도 무척 적어. 염전은 황금알을 낳아줄 거위가 될 거야.”

“당연합니다. 미래의 쇼쇼니 영주님! 소금을 밭에서 얻는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장난스럽게 호응하는 피리온. 토머스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으나 사정은 전혀 달랐다.

‘드르렁~ 쿨~’

“토미 엄마··· 우리 찐하게 연예를···”

‘주르륵~’

코고는 것도 모자라 19금 꿈을 꾸는지 침을 질질 흘리며 음흉하게 웃었다.

참고로, 토머스는 처녀들에겐 지지리도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아줌마들사이에선 인기 만점이었다.

특히 한밤중에는 더욱 더···

“그, 그래 거기··· 천천히, 천천히··· 으흐흐흐~”

“···”

“하아~ 정말···”

‘흔들흔들~’

“야, 토머스. 회의시간에 자꾸 이럴 거야?”

피리온이 흔들어 깨우자 토머스가 한쪽 눈꺼풀만 겨우 들어 올렸다.

그러나 상황을 파악하곤 다시 눈을 감고 툴툴거렸다.

“하암~ 한참 좋았었는데. 쳇~ 뺀질이 녀석···”

토머스가 이리 툴툴거리는 건 처녀들이 유독 피리온을 따랐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 특히, 여자에게 말을 더듬는 버릇까지 사랑스러웠는지 피리온이 나타났다하면 어린 소녀들로 주변이 북적거린다.

“에이 씨~ 몰라, 몰라~ ”

‘드르렁~ 쿨~’

“···”

“피리온. 그냥 놔둬라.”

“하아~ 알겠습니다.”

“아무튼 염전은 황금알이 될 거야. 당연히 보안에 신경 써야겠지? 피리온,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의 물음이었다.

천재적인 피리온은 역시 팰리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우스 섬은 어떻습니까? 사우스 섬에 염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피리온이 쇼쇼니 반도를 그린 지도를 짚으며 말했다.

참고로, 사우스 섬은 이름 그대로 그냥 남쪽에 있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었다.

23. 독립 혹은 분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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