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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면 잘살거 같지-104화 (104/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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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총기, 가이아에 등장하다.

수석식 소총은 현대의 소총이나 캐논소총과 달리 강선이 없고 특유의 유격(총열과 탄환 사이의 간격) 때문에 명중률이 많이 떨어진다.

다행히 레인저가 무장한 총은 드워프들이 만든 명품이었고 타깃 하나당 7명이 한꺼번에 발사했다.

‘뻐, 뻐버버버버버벙~’

전장식 소총이라면 150m의 거리를 극복하기가 꽤 힘들었을 것이다.

다행히 이 같은 조건들이 맞물려 타깃 당 최소 1발 이상씩을 명중시킬 수가 있었다.

“···?Он 적에게··· 크헉!”

“···??Фм··저주????··· 컥!”

“···ФО? ?ё Юм··· 으흑!”

피격된 주술사들이 엄청난 충격에 몸을 떨다가 쓰러졌다.

일반적인 소총이라면 즉사하지 않고 관통상으로 끝났을 지도 모른다.

허나, 팰리스군이 무장한 소총은 대 몬스터용으로 제작했고 20mm 대구경 탄환을 사용했다.

지구에서는 사람이 아닌 차량이나 장갑차를 파괴하는 용도로 사용하는데, 그런 총탄 여러 발이 지금 늙은 주술사들의 몸에 적중했다.

‘뭐야! 완전 박살난 사람도 있네? 아이고~ 꿈에서 볼까 무섭다. 아무튼···’

“휘유~ 다행이다. 단번에 제거하는데 성공했어.”

타깃의 명중확인을 마친 팰리스가 몸을 바로 세우곤 주위를 둘러봤다.

가장 먼저 바바리안의 진형부터 살폈다.

그들은 4Km 떨어졌는데 팰리스에게까지 혼란스러운 소음들이 전달되었다.

‘이히히힝~’

‘이힝~ 이힝~ 이히히히힝~’

“으아악~ 조심해. 말이 미쳤다. 말들이 미쳤다고!”

“이런 병신 새꺄~ 미치다니! 천둥소리에 놀란 것뿐이야.”

“빠, 빨리 진정시켜라.”

4Km 떨어졌어도 총성이 몹시 컸다.

난데없는 천둥(?)소리에 놀란 말들이 이리저리 날뛰었다.

그 바람에 바바리안의 대열이 급격하게 흐트러졌다.

화약무기가 한때 적을 놀래게 만드는 무기로 사용할 만한 광경이었다.

진형을 다시 갖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이로써 대회전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미뤄지리라.

실제로도 대칸은 이때 회심의 한수로 준비했던 전략이 무너지자 병력을 10Km 후방으로 물리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피식~’

“누가 이리 만들었는지 차~암 장관이군. 안 그래?”

슬쩍 농을 던지곤 아군 쪽으로 뒤돌아 아군의 진형을 살폈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건 하딩 자작. 그는 홀드마법에 걸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한곳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응? 뭘 보고 있지?”

하딩의 눈이 향한 곳을 살펴보니 자신의 손! 아니, 캐논소총이었다.

그제야 팰리스는 뒷감당이 걱정되었다.

‘아차! 비밀 무긴데. 얼추 상황도 끝났으니 빨리 총부터 갈무리하자.’

“아르펜 대장. 총!”

이 말만으로도 충분했다.

팰리스는 아르펜이 서둘러 수거해온 총을 재빨리 무한 주머니에 던져 넣었다.

그리곤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이 병사들을 인솔하여 아군 대열에 합류시켰다.

‘사령관의 권위도 권위지만 자존심 때문이라도 가만있진 않겠지?’

당연히 그럴 것이다.

그래서 팰리스는 크리스티앙을 찾아가 그가 먼저 돌발행위를 비난하기 전에 금지된 주술이 발동되면 어떤 참사가 벌어지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사령관 각하! 방금 전에 금지된 주술이 발동될 뻔했습니다. 금지된 주술이 무엇이냐면···”

그런데 크리스티앙의 대답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처벌을 면하기 위한 변명쯤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배달 남작! 금지된 주술 따위는 됐고··· 천둥소리가 나는 무기는 도대체 무엇이오?"

우려했던 대로 사령관이 화약무기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팰리스의 행위를 가볍게 질책하는 선에서 끝내곤 총기가 무엇이냐며 집요하게 묻기 시작했다.

문제는 화약무기가 대외비라는 점도 그렇지만 가이아에 어떤 재앙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단은 오리발부터 내밀었다.

“저와 신성한 계약을 맺었던 드워프가 계약 기념으로 만들어 선물한 무깁니다.”

‘드워프가 만들어줬으니깐, 따지고 보면 거짓말 한 것도 아니네, 뭐.’

“드워프가 만들어줬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단도직입적으로 제안하겠소. 나에게 하나만 파시오.”

“죄송합니다만 사령관 각하! 드워프가 선물할 때 외부에 판매하거나 함부로 보여주지도 말란 조건을 붙였고 저는 명예로운 귀족으로써 그 자와 약속했습니다.”

“···”

명예로운 귀족의 약속! 거부의 명분으로 제법 훌륭해 크리스티앙이 한동안 말을 못하고 끙끙거렸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오스카가 끼어들었다.

‘자세히 살펴본 후에 (부대에 소속된)드워프에게 제작하게 하면 된다.’

“배달 남작. 그럼, 보여줄 수는 있겠지요?”

“보여··· 달라고요? 부사령관님, 방금 말했다시피 드워프는 선물의 조건으로 외부에 함부로 보여주지도 말라고···”

“잠깐, 배달 남작! 사령관 각하는 황제폐하의 명령을 받으신 분이오.”

그러니까 ‘함부로’라는 말에 해당하는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다, 라는 의미가 생략되었다.

“···”

‘젠장! 계속 거부하면 이것을 트집 잡아 문책할 수도 있겠군. 독하게 마음먹으면 황권모독죄를 뒤집어씌울지도···’

사령관직에 올랐다면 절반쯤은 정치인이고 팰리스를 물리적으로 강제할 만한 무력까지 가졌다.

다소 억지를 부리면 그럴 수도 있어 별수 없이 화약무기를 보여줘야만 했다.

‘캐논소총은 당연히 보여줘선 안 되겠고. 그래~ 어쩔 수 없다면 가장 원시적인 녀석을 보여주자.’

팰리스는 무한주머니에서 (만일을 위해 챙겨놨던)화승식 소총을 꺼내 보여줬다.

당연하게도 크리스티앙과 오스카는 구경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어떻게 작동하는 것이오? 직접 작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소.”

“아, 네에~ 알겠습니다.”

오스카의 요청에 팰리스는 탄약포주머니 대신 번거롭게 총탄과 흑색화약을 일일이 꼬질대로 다지는 방식으로 발사절차를 시연했다.

그때마다 오스카는 꼼꼼하게 기록했다.

‘뻐어어엉~’

엄청난 굉음과 함께 20m 전방에 세워둔 허수아비가 튕기듯이 날아가 쓰러졌다. 당연하게도 허수아비를 감싼 갑주의 가슴부위 앞뒤로 구멍 났다.

“오~ 튼튼한 갑주 앞과 뒤에 구멍이 날 정도라면···”

“적을 명중시키면 즉사시키거나 중상을 입힐 수 있을 것입니다. 파이어 파우더가 이런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확실히 군부의 수장다웠다.

그들은 몬스터를 상대하는 본래의 용도보다는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로 화약무기를 이해했다.

“그런데, 오스카. 배달 남작이 사용할 때와 좀 다른 것 같은데··· 모양도 그렇고 연기도 너무 많이 나는 것 같고.”

당연히 다를 수밖에. 팰리스와 레인저가 사용한 화약은 무연화약이고 방금 전의 시연에서는 흑색화약을 사용했다.

팰리스가 급히 둘러댔다.

“사령관님! 아마도 잘못 봤거나 기분 탓일 겁니다. 똑같은 파이어 파우더를 사용했습니다.”

“그렇···소?”

크리스티앙이 상당히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심스러워도 어쩔 수 없다. 설마 무연화약의 제조법까지 가져다 바쳐야 할까?’

“그렇습니다.”

“험험~ 배달 남작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 것이겠지요. 그런데 천둥소리도 그렇지만 위력이 너무 과도한 것 같군. 오스카, 그렇게 생각지 않나?”

“아마도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한 설계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려면 적당한 개량을 거쳐 위력을 줄여야할 것 같습니다.”

“···”

‘얼씨구~ 너 네들이 사용한다고 지금 지껄이는 거냐?’

“그렇군. 모양새와 발사절차들도 잘 기록해 놨겠지?”

“당연히 잘 기록··· 험험~”

그제야 오스카는 팰리스의 심상찮은 눈빛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팰리스 앞에서 뻔뻔하게 화승총을 복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인도 아니고··· 졸지에 가이아에 화약무기가 풀려버릴 것 같았다.

팰리스는 재앙을 불러올 병기를 도입했다는 부담감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함부로 항의하지도 못했다.

“···”

‘복제하지 말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그럴 것 같지도 않고··· 그래~ 그거나 먹고 떨어져라.’

그나마 다행이라면 가장 원시적인 화승총으로 시연했다는 점이다.

총기는 여러 단계와 발전을 거쳐 현대의 소총으로 진화했다.

그만큼 총기개발을 늦춘 것으로 위안을 삼은 팰리스. 시연했던 소총을 무한주머니에 갈무리하곤 크리스티앙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령관님! 그럼, 저는 이만···”

“아참~ 배달 남작. 오늘 일은 불문에 부치겠소만 엄중 경고하는 바이오. 다음부터는 명령에 불응하거나 경거망동하지 마시오.”

“사령관님, 내일 전투에서 아예 배제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어차피 지휘체계가 달라 손발이 맞지 않습니다. 이번 기회에 진채를 지키게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

‘그래? 그러면야 우리야 고맙지.’

“호오~ 그러고 보니 그렇군. 배달 남작! 그렇게 하겠소?”

“알겠습니다, 내일부터는 진채를 지키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팰리스군은 대회전에 배제되어 목책을 지키는 것으로 결정됐다.

* * *

“후우~ 주술이 실패하다니···”

그 시간 대칸, 첫발은 거대한 게르 안에서 한숨을 쉬며 다음 날에 벌어질 대회전을 고심하고 있었다.

회심의 수로 준비했던 주술이 그만 완벽하게 실패했다.

테라칸 부족의 대표적인 샤먼까지 죽고 말았다. 그것도 1명이 아닌 3명, 테라칸의 가장 높은 스승들이 사살 당하고 말았다.

대회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테라칸은 치명적인 손실을 맛본 셈이었다.

“문제는 내일 벌어질 대회전이다.”

바바리안들이 제국군과 정면승부를 회피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바바리안의 뛰어난 기동력을 살리기 위함이지만 사실은 마나를 다루는 기사와 그 뒤를 받쳐줄 중갑기병의 돌격을 저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막강한 맷집을 무기로 아군에게 돌격하면 기마부대에 쥐약이라는 장창부대로 방어해도 무용지물, 소위 답이 없었다.

그들은 기수(騎手)는 물론이고 말에게도 갑주를 입혀 화살공격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내일 대회전이 벌어진다면···’

대칸이 가장 유력한 상황전개를 머릿속에 그려봤다.

북부군 지휘관은 마나를 다루는 기사들을 선두로 랜스차징과 검술로 장창을 자르면서 진형을 돌파하게 할 것이다.

그 뒤를 중갑기병들이 뒤따르며 바바리안의 피해를 더욱 가중시킨다.

제국군 보병들이 다가올 때까지 바바바리안의 대열이 철저하게 조각날 것이고 결국 방패와 짧은 검으로 무장한 중장밀집보병에게 포위당해 각개격파당할 것이다.

수적으로 훨씬 유리함에도 소수의 적에게 포위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첫발이 그려보는 대회전의 가장 유력한 전개였다.

알다시피 10만 단위의 병력이 격돌하는 대회전은 기묘한 술수가 잘 통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이 가진 힘 그리고 병과들을 유효적절하게 운영하는 전술로 상대를 굴복시켜야 한다.

“마법전력도 문제지만 기사와 중갑기병 세력이 가장 큰 문제다! 그들만 막아내면 우리가 이긴다.”

객관적으로 활의 성능에서는 미약하게 불리했지만 수에서 훨씬 유리했다.

제국군은 궁수병과만 각궁으로 무장한 반면, 바바리안 전사들은 80~90%가량이 복합궁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병사의 수가 2배가량 많아 보유한 활의 수는 압도적인 격차로 벌어진다.

‘그럼 뭐하나! 유리한 점을 살려야만 적을 이길 수가 있는데.’

활 즉, 화살로는 기사와 중갑기병의 돌격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북구군의 보병은 고슴도치처럼 방패 밑에 웅크리고 있다가 기회다 싶으면 차근차근 진군하여 아군을 포위하려고 들 것이다.

참고로, 바바리안 역사에서 이런 대회전은 근래는 물론이고 300년 이내에도 없었다.

그럼에도 첫발이 대규모 전투에 대해 이리도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건 모두 ‘무궁한 정진’이 제국의 전략전술에 대해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그런 초원의 스승이 죽어 버렸다.

“하아~ 그러고 보니 깜빡해군. 정진님과 다른 스승들이 텡그리 곁으로 떠나셨어. 뼈다귀!”

“네, 대칸!”

“초원의 스승들께서 우리의 곁을 떠났다.”

“죄, 죄송합니다, 대칸! 모든 잘못은 저에게···”

“그만! 장례는 어떻게 하기로 했나? 최대한 정중하게 장례를 치러야 할 것이야.”

“당연합니다, 대칸! 마침, 퉁구스 부족의 샤먼이 신병을 핑계로 회군을 요청했습니다.”

“으, 응?”

“그들에게 시신의 운반을 맡길 생각입니다. 물론, 대칸께서 허락한다는 조건입니다.”

“회···군? 감히 가없는 염원이 나, 대칸의 지시에 불응하겠단 건가?”

첫발이 염원을 알고 있는 이유는 퉁구스 부족을 회유, 합병할 생각이라 주요 인사들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대칸. 오늘 발생한 천둥소리 때문입니다.”

“천둥소리?”

“네, 대칸. 그 소리에 유일하게 참전한 주술사가 그만 기절했다고 합니다. 회군을 요청한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전장의 공포에 잠식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이상하군. 가없는 염원이 그렇게 나약한 주술사가 아닌 것으로 알았는데.”

“아참~ 가없는 염원이 아니었습니다. 자근애기라는 후계자가 주술사로 참전했습니다.”

“자근애기? 자근애기라···”

그가 아들 지혜의 짝으로 점찍었던 소녀였다.

지혜가 죽었으니 이젠 다른 아들과 짝 지워 퉁구스를 포용해야 한다.

“하긴 아직 어려서 그럴 수도 있겠군.”

“대칸,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자근애기가 원하다니 허락하겠다. 뼈다귀, 그렇게 처리하도록.”

대칸의 허락으로 자근애기와 퉁구스도 내일 벌어질 대회전에 제외되었다.

“넵, 대칸! 그런데···”

“응? 무슨 용무가 있나?”

“네! 대칸! 혹시 내일 벌어질 대회전 때문에 고민하시는 것 아니십니까?”

“응? 그런데?”

“그렇다면 아마도 제국 놈들의 기사와 중갑기병 때문에 고심하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혹시··· 그대에게 좋은 묘수가 있나?”

솔직히 기대하진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었다.

“넵, 대칸!”

“응? 묘수가··· 있다?”

“그렇습니다, 대칸! 육참골단(肉斬骨斷) 즉, 살을 내주고 제국의 뼈를 취하는 겁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어, 어떻게? 뼈다귀 빨리 설명하도록.”

“네, 대칸. 우리가 어떻게 준비 하냐면···”

오랫동안 테라칸 전사들의 지휘해왔던 뼈다귀! 그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첫발의 표정이 밝아졌다.

잠시 후, 대칸은 모든 부족의 지휘관을 게르 안으로 호출하여 뼈다귀에게 육참골단의 계획을 다시 설명하게 했다.

* * *

30. 총기, 가이아에 등장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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