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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엘리게이터 급과 로이얀의 신형 장갑전투함 중에서 어느 전투함이 더욱 강력할까?
솔직히 잘 모른다.
어느 쪽이 낫다고 단정하기기 좀 곤란했다.
처한 상황과 전술에 따라 유불 리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단은 선체의 스펙부터 살펴보면 배달과 로이얀의 배수량은 각각 900톤과 2,000톤이었다.
크면 클수록 강력한 전투함의 특성상 로이얀의 쪽이 우세하나 장갑의 두께가 배달 쪽이 훨씬 두꺼웠다.
지붕(?)까지 장갑으로 덥혀있었다.
즉, 크기는 로이얀이 맷집은 배달이 우세했다.
전투함이 무장한 대포도 이와 비슷했다.
유효사거리에서 배달은 3Km, 로이얀이 5Km에 1척이 무장한 대포의 수도 배달의 엘리게이터급은 48문인데 로이얀의 신형 장갑전투함은 200문이었다.
게다가 구경까지 2배라서 파괴력 면에서 로이얀이 월등했다.
반면, 배달의 대포는 광학조준기를 장착해서 정확성을 높인데 반해 로이얀은 포수의 감각과 경험으로 조준했다.
또 다른 요건은 탄두다.
배달의 것은 뽀죡한 원추형이라서 관통력이 좋았다.
그에 반해 로이얀의 포탄은 공처럼 둥근 형태, 대구경 포탄의 파괴력을 관통력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비밀유지 때문에 사용을 자제하는 중이지만 배달은 지연신관과 폭발신관을 적용한 작열탄(폭발하는 포탄)을 보유했고 로이얀은 그저 둥그런 쇠공이었다.
그보다 더욱 큰 차이는 역시 장전방식일 것이다.
배달은 후미에서 장전하는 속사포였다.
조준절차를 생략하면 1분에 20발 이상도 발사할 수가 있었다.
그에 반해 로이얀의 대포는 1발을 발사하는 데에만 5분 이상이 필요했다.
이런 여러 차이점으로 인해 함선과 대포의 스펙으로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가 없었다.
각설하고, 남방함대는 로이얀의 전투함이 장갑함이라는 사실에 경악했지만 그 시간은 무척 짧았다.
“정신 차려! 지금 뭐하나.”
“네, 네?”
“전투중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넋을 놓을 거냔 말이다.”
줄리오의 호통에 수병들이 빠르게 신색을 회복했다.
남방함대는 다시 회피기동 하다가 발사각도가 나오면 즉각 포격했다.
이에 옆구리를 내보이며 입구를 틀어막은 장갑전투함 3척도 접근하는 남방함대를 향해 포격을 준비했다.
“함대장님. 재장전을 마쳤습니다.”
“배달에 비해서 장전 시간이 너무 늦었군.”
“죄, 죄송합니다.”
“그건 나중에 따지고 아무튼··· 일제히 발사하라.”
함대장의 명령에 로이얀의 장갑함 3척이 각각 100발 포탄을 발사했다.
1.5Km의 거리에 300발의 포탄을 날렸다면 최소 20여발은 명중시켜야할 것이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모두가 빗나갔다.
“이이~ 어떻게 모두가 빗나가나!”
“거리가 너무 멀어서···”
“훨씬 멀었던 방금 전에는 명중시키지 않았나!”
“그때는 적함이 정지한 상태라서···”
“이이··· 계속 변명으로 일관할 텐가?”
“변명이 아니라 배달의 함선이 너무 빠릅니다. 겨냥해도 순식간에 빠져나가버립니다요.”
“안 되면 되게 하라! 정신승리를 모르나?”
“···”
“정 안되면 놈들이 이동할 예상지점에다가 화망을 만들어 포탄을 쏟아 부으란 말이다.”
“···알겠습니다.”
“경고한다. 거리가 좁혀져도 명중탄이 나오지 않으면 나중에 엄히 벌하겠다.”
함대장의 경고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예측포격과 화망의 형성으로 전환했기 때문일까.
거리가 800m 이내로 줄어들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 발사하라!”
‘뻐버버버버뻥~’
‘쏴아~ 쏴솨솨아아~’
‘깡~ 까깡~ 깡, 깡···’
마침내 명중탄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늘어났다.
다만 배달의 장갑이 워낙 튼튼하고 (로이얀의)포탄이 원형이라서 아직까지 선체를 관통하진 못했다.
이는 배달도 마찬가지였다.
대포의 수에서 크게 열세였지만 조준장치와 빠른 재발사로 로이얀보다 훨씬 많은 포탄들을 명중시켰다.
다만, 로이얀의 대포보다 구경이 작아 함체에 실질적인 피해를 강요하진 못했다.
그저 갑판 위에 있던 선원들을 피떡으로 만드는 것으로 그쳤다.
계속 좁혀지는 거리. 배달도 슬슬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퐁, 포포포퐁~’
‘쏴아~ 쏴솨솨아아~’
‘깡~ 까깡~아앙~ 아앙~ 아앙~ 아앙···’
배달의 함선 주변에서 물기둥이 치솟다가 기어이 함선 당 3~4발의 포탄이 명중했다.
그런데 배달의 전투함은 거북선처럼 밀폐형태다.
포탄에 피격되면 (악기의 울림통처럼)소음이 증폭되어 너무도 시끄러웠다.
“으아악~ 귀청 떨어지겠네.”
“누가 솜 좀 가져와. 귀를 틀어막게.”
그랬다. 신체의 피해가 아닌 정신적인 피해가 아주 심각했다.
얼핏 사람이 죽고 사는 전투 중인데 소음가지고 무슨 엄살이냐고 따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귀에서 ‘삐~’ 하는 이명 외에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어떻겠는가.
몇몇 병사들은 귀에서 피를 질질 흘리고 있었다.
줄리오가 마나를 성대에 두르고 소리쳐야만 겨우 명령이 전달됐다.
병사들이 솜이나 천을 찢어 귀를 보호했다.
이때부터는 이명 때문에 명령소리를 놓치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대신 정신적인 피해가 아닌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깡, 까깡··· 뻐뻑~’
장갑을 뚫고 선실 벽에 저지된 포탄. 거리가 300m 이내로 줄어들자 기어이 상부장갑을 관통하는 포탄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투함에 치명적인 선수나 현측은 아직도 끄떡없지만 상부 장갑이 다소 약했던 것. 그에 반해 로이얀의 전투함은 여전히 끄떡없었다.
“그래도 계속 쏴!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 장갑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계속 발사해라.”
“대장님 말이 맞다. 계속 쏘다보면 언젠간 뚫릴 것이다.”
줄리오와 한나의 명령에 포병들이 다시 포격했다.
그들은 속사포의 장점을 살려 무지막지한 수의 포탄들을 발사했다.
‘뻐버버버버뻥~’
‘까앙~ 까까까깡~’
로이얀의 장갑은 여전히 뚫리지 않았다. 아, 아니다.
‘차륵~ 차르르르~ 철퍽~’
잦은 충격에 장갑 일부가 벗겨지는가 싶더니 이것이 시작이었다.
선체 외부에 부착했던 장갑들이 차례대로 벗겨지기 시작했다.
철판을 용접하는 배달과 달리 로이얀의 장갑은 리벳이나 거대한 핀으로 부착시켰다.
그런데 계속된 충격이 누적되어 연결부위가 헐거워졌던 것. 치마가 벗겨지듯이 장갑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적 앞에 맨살을 드러낸 함선은···
“됐다! 까진(?) 놈부터 조져 버렷!”
“넵, 대장님.”
무장해제가 된 전투함이 수십 발의 포탄을 얻어맞고 사실상 침몰했다.
동료의 죽음에 분노했을까?
로이얀의 수병들이 분노에 반격탄을, 그것도 남방함대의 앞뒤에서 마구 날렸다.
‘뻐버버버버뻥~’
‘까앙~ 까까까깡~’
장갑이 튼튼한 엘리게이터급은 외부가 심하게 찌그러질 뿐 여전히 끄떡없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장갑이 부실했던 거북이급이 문제. 거리까지 200m 이내로 줄어들자 파괴력이 더욱 높아졌다.
힘겹게 포탄세례를 헤치고 나아가던 정찰 2호선이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포탄창고가 뚫려 유폭됐던 것. 거대한 화염과 함께 2호선이 폭발했다.
‘꾸아아앙~’
‘화르르륵~’
승무원 전원이 즉사했다.
밀폐형 전투함이라서 폭발에너지가 온전히 수병들에게 전달되었고 그래서 고통 없이 순간적으로 즉사했다.
밀폐형 장갑함의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저, 정찰 2호선 굉침! 규모로 보아 생존자는···· 전무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젠장!”
“어, 어떻게···”
“정신 차려! 이곳에서 죽고 싶나? 살기 위해서라도 포위망을 돌파해야 한다.”
줄리오가 수병들을 일깨우고 다시 전투를 이어갔지만 거리가 줄어들수록 적탄의 정확성과 파괴력이 더욱 높아졌다.
대구경 화포로 무장한 로이얀이라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안 되겠다. 더 이상 망설이다간 당할 수도 있겠다.’
줄리오가 마침내 꽁꽁 숨겼던 비장의 무기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탄종을 작열탄으로 교체한다.”
“대장님. 소이탄 사용도 건의 합니다.”
“소이탄? 좋다, 한나 선장. 20%비율로 소이탄 사용을 허가한다.”
줄리오의 지시에 포병들이 철갑탄 대신 작열탄으로 교체했다.
‘뻐버버버버뻥~’
‘콰앙~ 콰과과과쾅~’
‘화륵~ 화르르르~’
배달의 일제사격에 적함 곳곳에서 폭발했다.
폭발은 박살난 선체조각과 신체조각을 사방으로 날려 보냈다.
소이탄도 제몫을 톡톡하게 해냈다.
두꺼운 장갑을 관통하진 못했지만 포탄 속의 인화물질이 불을 피웠다.
철판에 불을 붙일 정도인데 목재 재질이 어떻게 소이탄의 화염을 견딜까.
남방함대를 앞뒤에서 공격하던 장갑전투함 다수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뭐, 뭐야! 설마 화약통이 유폭됐나?”
“유폭이 아닙니다. 사령관님, 아무래도 포탄이 폭발하는 것 같습니다.”
“뭐, 포탄이 폭발한다고? 무슨 소리냐. 포탄이 어떻게 폭발한단 말이냐.”
“그, 그거야 저도 잘···”
‘왜 나 갖고 지랄이야?’
갑작스런 작열탄의 등장! 극적인 변화에 로이얀이 당황했다.
“정말 포탄이 폭발한 건가?”
“그보다 사령관님! 화약에 불이 붙으면 큰일 납니다. 빨리 화재부터 진압해야 합니다.”
“어, 어? 그래, 빨리 불을 잡도록! 아참, 함대장에게도 화재를 진압하라고 독촉해라.”
주력함대는 물론이고 입구를 막고 있던 전투함 2척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수병들은 부상자를 구원하랴 불을 잡기 위해 바닷물을 길어 뿌리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덕분에 남방함대에 대한 압박이 크게 줄어들었다.
“기회다. 남방함대! 전속으로 돌파한다.”
“제군들~ 적함이 재장전을 마치기 전까지 최대속력으로 포위망을 벗어난다.”
“넵, 출력 최대로!”
‘기이이이잉~’
배달의 함선 3척이 일제히 최대출력으로 빠르게 내달렸다.
로이얀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리고 50m의 교전거리는 너무도 치명적이었다.
“준비된 사수부터 빨리 쏴.”
“넵, 함대장님.”
화재로부터 안전했던 구역의 대포들.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배달의 함선을 향해 포격했다.
이때의 공격이 매우 치명적이었다.
홀로 남았던 거북이급 전투함마저 유폭됐다.
‘꽈와아앙~’
‘화르르륵~’
선체구조상 이번에도 승무원 전원이 즉사했다.
줄리오와 배달의 수병들을 슬퍼했지만 지금은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다.
적들이 다시 준비되기 전에 사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방함대는 불타는 적선 사이로 빠르게 통과했다.
“제, 젠장! 놈들이 포위망을 돌파했다. 화재진압은 최소인원으로 돌리고 적함부터 격파하라고 전해.”
베티스타의 지시에 남방함대와 가장 가까운 전투함 2척, 그중에서도 지금껏 (반대쪽이라서)대기하고 있던 대포들이 일제히 포격했다.
워낙 지근거리에서 발사한 탓에 엘리게이터급도 마침내 파탄을 드러냈다.
장갑을 관통한 포탄이 함선 내부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던 수병들을 덮쳤다.
포탄에 박살난 철편들이 사방으로 날아가 승무원들의 몸에 박혔다.
실내가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포탄의 화약이 외부와 차단된 행태라서)포탄들이 유폭을 일으키지 않았고 이젠 포위망을 완전히 돌파했다는 점이다.
“후우~ 됐다. 드디어 빠져나왔다.”
“대장님. 기동성은 우리가 훨씬 높습니다. 이제부터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다시 회피기동하며 거리를 벌린다.”
“회피 기동 말입니까? 그렇다는 뜻은···”
“가더라도 순순히 물러날 수는 없지. 동료의 원수를 갚으며 물러난다.”
“···알겠습니다, 대장님. 이번에 효과를 본 소이탄을 주로 사용하겠습니다. 저들은 누구를 건드렸는지를 똑똑하게 알려주겠습니다.”
남방함대는 물론이고 배달군은 지금껏 패배가 없었다.
그만큼 이번 패배가 쓰라렸고 적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
남방함대는 추격하는 로이얀 함대와 2Km정도를 유지하며 소이탄을 발사했다.
소이탄은 폭발의 위력이 가장 작았지만 함선을 상대로는 가장 큰 효과를 발휘했다.
‘콰과과과쾅~’
‘화르르륵~’
갑판 여기저기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병사들은 바닷물을 끼얹거나 모래를 뿌려 불을 잡으려고 뛰어다녔다.
이젠 멀쩡한 배가 하나도 없을 지경이 됐다.
그제야 베티스타는 추격을 단념하고 뒷수습을 지시했다.
본래의 계획은 이곳에서 남방함대를 전멸시키고 그들의 모항인 독도섬을 점령, 기회가 되면 이리자야의 톨롱까지 습격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해상세력을 완전히 일소한 뒤에 대규모 소송선단에 물자와 병력을 실어 나르면 이리자야도 점령할 수 있다.
신형 장갑전투함과 대구경 강철대포가 이런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그런데 남방함대를 직접 경험해보니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우리 함대는 겨우 자그마한 전투함 2척만 잡았다. 그런데 배달 놈들은···”
소형정찰선 7척과 신형 장갑전투함 1척을 침몰시켰다.
장갑전투함 2척을 반파시키고 나머지 전투함에도 화재를 일으켜 응급수리를 강요했다.
배달과 이리자야의 해상세력을 일소하지 못했으니 대규모 수송선단을 보내기기 어려워졌다.
배달의 특이한 전투함을 확실하게 제압할 방도가 없다면 이리얀 해를 장악하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여담이지만 이는 베티스타의 전략적인 실수였다.
만일 로이얀의 함대가 독도섬으로 계속 진격하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로이얀의 대포가 사정거리가 훨씬 길었다.
원거리 독도섬의 기지들을 포격했다면 무난하게 항복을 받아냈을 것. 베티스타의 실수는 곧 배달의 행운으로 작용했다.
배달은 로이얀의 강력해진 해군을 상대할 절대적인 시간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67. 크게, 더욱 크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