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던전(2)
죽음의 던전(2)
이상현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한 문성학이 말했다.
“···이럴 때가 아닙니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우리 네 명이면 사자의 방 정도는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겁니다. 혹시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십시오.”
문성학의 생각에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쁜 생각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재 1등인 이상현이 없어서 불만족스럽기는 해도 그렇게 하는 게 가장 좋아 보였다.
“···진짜 괜찮으시겠어요?”
신하영이 이상현을 걱정했다. 하지만 이상현은 요지부동이었다. 눈과 귀를 닫고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신하영은 포기하고 물러섰다.
“저 사람은 내버려두고 얼른 가십시다. 혼자 다른 생각이 있나본데. 알아서 잘 할 겁니다.”
문성학은 이상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현재 1등인 것도 그렇지만, 묘하게 여유로운 것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탈락하기를 바랐다.
[입장까지 20초 남았습니다.]
“갑시다.”
“···힘내세요, 아저씨.”
이상현은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네 사람은 이상현을 놔두고 사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드득드드득!
[사자의 방에 신하영, 강철수, 김원호, 문성학 플레이어가 입장했습니다. 10초 후에 사자의 방이 닫힙니다.]
[방이 닫히면 나갈 수도,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드디어 다 갔네.”
그제야 이상현이 팔짱을 풀었다.
그리고 10초가 남았다.
[입장까지 10초 남았습니다.]
[비밀의 방이 나타났습니다.]
예상대로 비밀의 방이 나타났다.
뭐, 조커 카드 버그가 존재하는데, 비밀의 방이 없을 리가 있겠는가?
나는 빠르게 비밀의 방의 색깔을 확인했다.
“골드!!”
다행스럽게도 비밀의 방의 색깔은 골드였다. 나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비밀의 방으로 달려갔다.
만약 레드 이상이었다면 시련의 방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전설의 골렘이라면 몰라도 복불복이 심한 전설의 꼬마요정은 위험하니까.
물론 골드를 다 쓰면 못 이길 것도 없다. 레벨을 4까지 상승시켜서 각종 챔피언들을 배치하면 레드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깝다.
현재 75골드라서 골드 이자만 해도 7골드인데.
그것을 보너스 게임에서 날려버리라고?
차라리 보상을 덜 받는 게 낫다.
[비밀의 방에 입장했습니다.]
[10초 후에 입구가 닫힙니다.]
[현재 입장 인원은 1명입니다.]
[10, 9, 8, 7···. 2, 1]
[입구가 닫힙니다.]
[비밀의 방(??)]
[구울(★★)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전장에 나타난 것은 재수 없게도 구울 세 마리였다.
구울은 2골드 챔피언으로, 땅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괴물과 언데드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워어···어···.”
2골드 챔피언들 중에서는 가장 약한 편이지만, 스킬(좀비감염)이 상당히 좋아서 언데드 조합을 완성시킬 때 주력으로 종종 쓰인다.
[100초 후에 전투가 시작됩니다.]
반환점이라서 그런지 전투를 준비하는 시간이 조금 짧아졌다.
물론 100초면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일단 상점부터.”
나는 12년 동안 그랬듯이.
챔피언 상점부터 살폈다.
[골렘(★)┃허수아비(★)┃마녀(★)┃마녀(★)┃꼬마요정(★)┃허수아비(★)]
[마녀(★★)가 탄생했습니다.]
[꼬마요정(★)이 합류했습니다.]
[70골드 남았습니다.]
운이 좋게도 마녀가 두 명 있어서, 마녀를 2성으로 만들 수가 있었다.
이 정도면 나쁘진 않다.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이대로 무난하게 이긴다면.
골드 이자가 7골드나 된다.
그러면 100골드도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속도를 조금 올려야 한다.
왜냐하면 재수 없게도 ‘일반 몬스터’가 걸렸기 때문이다.
“쯧.”
보통은 바로 ‘보스몬스터’와 싸운다. 플레이어는 혼자 혹은 팀으로 그 보스몬스터를 공략한다.
하지만 10%라는 낮은 확률로.
일반 몬스터와 여러 번 싸운 다음에 보스몬스터와 싸우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이 딱 그 경우다.
그래서 무조건 레벨을 올려놔야 된다.
전투가 시작되면 레벨을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가 없다. 손가락 빨면서 지켜봐야 한다.
후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꾸욱.
[레벨 업 버튼을 눌렸습니다.]
[레벨 3이 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골드는 60골드.
골드 이자가 아쉽지만.
지금은 써야할 때다.
제길! 고깔모자에서 영웅 그리즐리베어가 나왔을 때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이렇게 재수가 없다니.
으으!
내 피 같은 골드!
“···돌린다.”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마녀(★)┃고블린 주술사(★)┃임프(★)┃마녀(★)┃꼬마요정(★)┃마녀(★)]
마녀 셋.
꼬마요정 하나.
그리고 고블린 주술사가 나왔다.
나는 녀석들을 모두 구매했다.
[마녀(★★)가 탄생했습니다.]
[고블린 주술사(★)가 합류했습니다.]
[꼬마요정(★)이 합류했습니다.]
[48골드 남았습니다.]
정말이지.
쓰는 건 한순간이다.
순식간에 48골드라니.
후우.
빌어먹을.
그런데 한 번 더 해야 한다.
마녀를 3성(★★★)으로 만들어야 되니까.
꾸욱.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제발.
부탁한다!
나와라, 삼 마녀!
[마녀(★)┃고블린 주술사(★)┃고블린 주술사(★)┃마녀(★)┃꼬마요정(★)┃꼬마요정(★)]
“아.”
[고블린 주술사(★★)가 탄생했습니다.]
[꼬마요정(★★)이 탄생했습니다.]
[마녀(★)가 합류했습니다.]
[35골드 남았습니다.]
절반의 성공이다.
고블린 주술사(★★)를 만들긴 했지만···.
마녀가 하나 부족하니까.
[전투까지 50초 남았습니다.]
빌어먹을.
어쩔 수 없다.
골드를 쓸 때는 써야 한다.
골드 이자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승부에서 이기지 못한다.
그것이 STFT의 법칙이다.
그래.
쓸 때는 써야 한다!
쓰자. 존나 써!!
“쥅알!!”
꾸욱!!
[챔피언 변환 버튼을 눌렀습니다.]
[새로운 챔피언들이 나타났습니다.]
“썸바디 헬프미!!”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러자 결과가 보였다.
[마녀(★)┃마법사(★)┃마법사(★)┃마법사(★)┃꼬마요정(★)┃반시(★)]
하하하.
이것을 성공이라고 해야 될까? 아니면 실패라고 해야 될까?
마법사가 한 번에 세 명씩이나 튀어나올 줄이야.
아아! 이 비싼 놈들.
내 피 같은 9골드!
싫다, 싫어!
하지만 사야 돼.
마법사니까.
[괴물 마녀(★★★)가 탄생했습니다.]
[마법사(★★)가 탄생했습니다.]
[꼬마요정(★)이 합류했습니다.]
[20골드 남았습니다.]
···기쁘지만 기쁘지가 않다.
고작해야 세 번 돌렸을 뿐인데.
60골드에서 20골드가 되다니.
미쳤다. 진짜 미쳤어.
후. 그래도.
마법사들을 갖췄으니.
적자는 아니다.
···골드 이자는 없지만.
[괴물 마녀(★★★)]
속성: 불
직업: 요정, 마법사
공격력: 112
방어력: 138
체력: 1894
마나: 30/30
스킬: 마녀의 저주
[고블린 주술사(★★)]
속성: 땅
직업: 괴물, 마법사
공격력: 46
방어력: 78
체력: 1312
마나: 20/60
스킬: 늪의 저주
[마법사(★★)]
속성: 바람
직업: 마법사, 전사
공격력: 102
방어력: 102
체력: 1445
마나: 50/70
스킬: 강력한 마법화살
으음.
역시 5성과 비교하니 허접하다.
제길! 뒷맛이 쓰다.
[전투까지 20초 남았습니다.]
자, 배치나 해보실까?
[전설의 꼬마요정(★★★★★)이 고정됩니다.]
[괴물 마녀(★★★)가 고정됩니다.]
[마법사(★★)가 고정됩니다.
[마법사(3)를 만들었습니다.]
[마법사들의 스킬의 위력이 +10%, 범위가 2×2로 늘어납니다.]
[요정(2)을 만들었습니다.]
[요정들의 공격회피 능력이 +5% 상승합니다.]
“캬아! 바로 이거지!!”
범위 증가!
이것이 마법사가 최강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6마법사를 넘어 9마법사가 되면.
공격 범위가 5×5로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진짜 답도 없다.
스킬이 한 번 터지면 다 쓸려나간다.
다만, 만들기가 더럽게 어려워서 그렇지.
한 번 만들면 진짜 사기다.
[10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비밀의 방(??)]
[잔여 라이프(100)]
[구울(★★)]
[전투 개시]
“구울이라.”
나는 씨익! 웃었다.
“가볍게 쓸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