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는 죽음(2)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는 죽음(2)
최재운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평범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한 대학에 가고, 평범하게 군대에 다녀오고, 평범하게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심지어 얼굴마저도 평범한 인간.
그게 최재운이라는 인간이었다.
“제, 제발···.”
그래서일까? 평범하게 재수가 없었다.
최재운은 평범하게 운이 없는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튜토리얼(1-12)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줄어듭니다.]
[43라이프가 남았습니다.]
벌써 9패다.
3승 9패.
남아있는 라이프는 43에 불과하다.
“제발···!”
도대체 왜 이렇게 운이 없단 말인가? 하다못해 4위 안에라도 들면 살 수 있는데.
그마나 꼴등이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얻어야 될까?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건 위안이 아니었다. 꼴등이든 꼴등 앞이든 5등이든 똑같이 탈락자니까.
“제바아아알···!!”
최재운은 남아있는 골드를 다 써가야 챔피언을 뽑았다.
하지만, 하지만···.
4성(★★★★)이 한계였고.
튜토리얼(1-13)의 상대가 하필이면 이상현이었다.
현재 전승을 거두고 있는 이상현 말이다.
[8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튜토리얼(1-13)]
[잔여 라이프(43)]
[상대: 8번 플레이어(이상현)]
[전투 개시]
“제발······.”
최재운은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이겨달라고.
제발 살아남아 달라고.
제발 조금만 더 버텨 달라고.
하지만 그런 기적이 쉽게 일어날 리가 없으니.
현실은 너무나도 냉정했다.
[튜토리얼(1-13)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줄어듭니다.]
[27라이프가 남았습니다.]
죽음이.
보다 가까이 다가왔다.
27라이프.
이제 몇 판을 더 패배한다면···.
최재운의 목숨은 사라질 것이다.
“아, 안 돼······.”
튜토리얼(1-12)과 튜토리얼(1-13)의 승리로.
내 골드는 146골드까지 늘어났다.
챔피언 상점에는.
[마법사(★)┃마법사(★)┃마법사(★)┃마법사(★)┃마법사(★)┃늑대인간(★)]
튜토리얼(1-12)에서의 꽝을 만회하듯이 5마법사가 멋지게 들어 차 있었다.
나는 마법사들을 전부 구매했다.
[괴물 마법사(★★★)가 탄생했습니다.]
[131골드 남았습니다.]
“······.”
나는 챔피언 변환 버튼을 앞에 두고 잠시 멈췄다. 왜냐하면 변환 비용(3골드)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3골드 가지고 뭘 그러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내 목표는 타이탄이다.
10레벨이 되어야지만 뽑을 수 있는 타이탄.
그리고 7레벨에서 8레벨로 만드는데 소모되는 비용은 65골드다.
8레벨에서 9레벨은 80골드가 소모되고.
9레벨에서 10레벨은 100골드가 든다.
죽음의 던전을 통해서 10레벨을 만들 생각이니, 다음 죽음의 던전까지 145골드를 모아야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이자 10골드를 놓치지 않는 선에서.
말하자면 나에게 필요한 골드는 145골드가 아니라 245골드인 셈이다.
그런데 죽음의 던전까지는 영웅의 전쟁터까지 포함해서 여섯 판 남았다.
영웅의 전쟁터나, 죽음의 던전에서 황금 주머니를 공짜로 획득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중반으로 넘어온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소모되는 골드가 아니라 ‘아이템’이다.
타이탄에게 필요한 아이템.
그러니까.
돌리는 건 멈추자.
나에게 필요한 건.
타이탄이니까.
오직 타이탄만 생각하자.
[조커 안 하나요? 조커! 행운의 신]
[지금 뭘 해도 된다면, 조커 한 번 해보는 게 어떨까? 좋은 기회인 것 같은데. 땅의 신]
[좋은 게 나오지 않을까? 어차피 라이프도 많으니까 한 번 걸어보셔! 생명의 신]
[약 팔고 있네. 바람의 신]
[나는 반드시 돌아온다! 죽음의 신]
“······.”
타이탄만 생각하자.
타이탄만.
신하영은 튜토리얼(1-12)과 튜토리얼(1-13)에서 깔끔한 승리를 거두었다.
“이, 이겼어···!!”
그 결과 승리가 패배를 추월하여 7승 6패가 되었고, 빠르게 감소했던 라이프도 71로 안정을 찾았다.
“아아···!!”
신하영이 갑자기 2승을 거두게 된 배경에는 죽음의 던전에서 획득한 아이템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
[죽음의 서]
↳죽음의 서를 장착한 언데드 챔피언이 적을 쓰러뜨리면, 적을 해골전사로 부활시킨다. 해골전사의 등급은 죽은 적의 등급보다 한 단계 낮다.
[죽음의 검]
↳전사 직업을 가진 언데드가 장착할 시에 공격력이 +44 상승한다. 해골전사가 장착할 시에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한다.
죽음의 서와 죽음의 검!!
두 아이템을 장착한 해골전사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괴물이 되었다.
[영웅 해골전사(★★★★)가 죽음의 검을 들었습니다.]
[강력한 죽음의 힘이 피어오릅니다!!]
[전설의 해골전사(★★★★★)로 승급했습니다.]
덜그럭덜걱!
전설의 해골전사가 상대 챔피언을 하나만 죽여도 그 다음부터는 일방적이었다.
서걱!!
적의 몸에서 탄생한 해골전사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적의 등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강했다.
덜그럭덜그럭.
그 결과 언데드 군단은 무지막지한 승리를 거두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그리고 튜토리얼(1-14)이 되었다.
상대는 이상현이었다.
죽음의 서와 죽음의 검을 얻게 해준.
1위가 확실한 플레이어.
[80초가 모두 지났습니다.]
[전투가 시작됩니다.]
[튜토리얼(1-14)]
[잔여 라이프(71)]
[상대: 8번 플레이어(이상현)]
[전투 개시]
“······.”
전설의 해골전사가 덜그럭덜걱 움직였다. 그러나 해골전사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하하!!”
왜냐하면 전부 바스러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해골전사도, 좀비도, 유령도, 구울도, 흡혈귀도 전부 먼지로 변했다.
강력한 마법의 힘에 의해서.
불행 중 다행이라면.
최전선에 툭 튀어나와 있는 전설의 꼬마요정들을 전부 처치했다는 점일까?
전설의 해골전사는 부서질 듯이 위태로운 검을 휘둘렀다.
서걱. 예상대로 검은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캬캬캬!! 맛없는 해골이로군!!”
“너도 곧 죽여줄게!!”
영웅 하이에나들은 전설의 해골전사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등급이 떨어지기는 해도 2골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2대 1이 아닌가!
약자멸시가 아니더라도 질 수가 없었다.
푹! 파각!
전설의 해골전사의 몸이 도자기처럼 부서졌다. 그리고 죽음의 검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
해골전사의 눈은 공허했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텅 비어 있었다.
그렇게 전설의 해골전사가 털썩 쓰러졌다.
콰직!!
야비한 하이에나들은 해골전사의 머리를 밟고 올라서서 골드로 이루어진 목걸이를 들어올렸다.
목걸이에는 자그마치 6개의 골드가 걸려 있었다.
“약한 놈은 죽는 법이야!!”
“캬캬캬!!”
하이에나들의 비열한 웃음이 전장에 메아리쳤다.
‘이상현씨.’
신하영은 자신의 패배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상현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꼈다.
‘고마워요.’
[튜토리얼(1-14)에서 패배했습니다.]
[라이프가 줄어듭니다.]
[65라이프가 남았습니다.]
줄어든 라이프는 6!
다른 마법사들과 달리 앞으로 톡 튀어나온 전설의 꼬마요정들을 쓰러뜨린 덕분이었다.
튜토리얼(1-14)이 모두 끝나고.
플레이어들의 승리와 패배와 라이프는 이랬다.
[이상현(14승, 0패) 100라이프]
[김인식(9승, 5패) 65라이프]
[강철수(8승, 6패) 71라이프]
[신하영(7승, 7패) 65라이프]
[김원호(6승, 8패) 54라이프]
[문성학(6승, 8패) 48라이프]
[최재운(3승, 11패) 19라이프]
[나영곤(3승, 11패) 13라이프]
이제는 보다 뚜렷해졌다.
네 명과 네 명이.
승자와 패자가.
그렇다고 반전의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1위가 확고한 상황에서.
2, 3, 4위 안에 드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이 있다면.
[70초 안에 전투를 준비하십시오.]
[영웅 늑대인간(★★★★)과 영웅 와이번(★★★★)과 영웅 기병대(★★★★)가 곧 황혼에서 깨어납니다.]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황혼에 갇힙니다. 그리고 영영 사라집니다.]
영웅의 전쟁터에서의 보상일 것이다.